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9화 (6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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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안의 설계 -4

닭 한 마리를 혼자서 게 눈 감추듯 해치운 이안은 서둘러 게임에 접속했다.

닭 먹는 동안 낭비한 중급 훈련 2회가 이안의 눈에 밟혔다.

‘가상현실 게임에 메크로 같은 건 만들 수 없나? 자는 시간에도 훈련은 돌려놓고 싶은데….’

이안은 툴툴거리며 게임에 접속한 뒤, 곧바로 라이를 소환했다.

“라이 소환!”

크릉- 크릉-!

라이는 소환되자 마자 이안의 허리에 얼굴을 부볐다.

이제 라이와의 친밀도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을 정도로 최상이었다.

곧바로 중급 훈련 스킬을 발동시킨 이안은 라이의 등에 올라탔다.

“라이야, 심연의 호수로 가자.”

크릉-?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이를 한 차례 쓰다듬어 준 이안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연의 섬에 들어가는 배편은 매 시 정각에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심연의 섬은 심연의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이었다.

그리고 마법사가 아니면 갈 일이 없는 곳이어서, 마법사의 섬 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5분 안에 가야하네. 서둘러야겠다.’

이안을 태운 라이의 발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

라이의 등에 올라 타 빠르게 움직인 덕에, 이안은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야, 저기야 저쪽으로 가면 돼.”

오랜만이라 길이 좀 헷갈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한 번에 찾아와 배를 놓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딱 맞춰 왔네!”

이안은 서둘러 움직여 배를 향해 다가갔다.

선착장에는 너댓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인원이 이안보다 먼저 와서 배에 오르고 있었다.

배는 방금 도착한 듯 싶었다.

‘사람이 생각보다 적네.’

이안은 초기화 전 피올란의 퀘스트를 도와주기 위해서 심연의 섬에 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심연의 섬에 냉기 마법 관련된 퀘스트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여서 선착장에 항상 사람들이 붐볐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무척이나 한산한 것이었다.

이안은 라이와 함께 배에 올랐다.

끼익- 끽-

나무판자 늘어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자 이안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놈에 배는 다시 타도 적응이 안 돼. 좀 멀쩡한 배 가져다 놓으면 안 되나?’

심연의 호수를 돌아다니는 이 배는, 항상 같은 경로를 무인으로 움직이는 배여서, 유령선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물론 낡아빠진 외관도 유령선이라는 이름을 얻는 데 한 몫 했다.

이안은 엉덩이를 슥슥 털고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여자 둘 남자 둘이 앉아있었고, 모두 일행인 듯 보였다.

배를 처음 타서 어색한지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던 라이도 곧 이안의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하지만 고개는 계속 두리번거리며 여기저기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호수를 처음 봐서 그런지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

그런데 그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일행 중 한 남자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혹시 소환술사세요?”

스물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의 남자는 라이를 보며 무척이나 호기심어린 눈빛을 하고 있었다.

이안은 조금 귀찮았지만, 그의 표정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보였기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네, 소환술사입니다. 저 말고는 전부 일행 분들 이신가 봐요?”

“네. 맞아요. 저기 두 친구가 마법사인데 이번에 냉기마법 퀘스트를 도와주기로 했거든요.”

“아아 그렇구나.”

다행히 몇 마디를 더 하고 난 남자는 금방 라이에게서 흥미를 잃고 제 일행들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안은 배의 조타실 벽에 슬쩍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심연의 섬 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한 시간.

그동안 딱히 할 게 없는 이안은 잠을 청하기로 했다.

현실에서의 잠만큼은 아니어도, 게임 내에서의 수면은 피로회복에 제법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이안의 귀에 배에 탄 일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대화가 이안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안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하인스, 그런데 저 소환술사 유저는 심연의 섬에 왜 가는 걸까? 심연의 섬에 소환술사 퀘스트라도 있나?”

“그거야 나도 모르지 뭐. 내가 소환술사 해본 것도 아니고….”

“아니 커뮤니티에서라도 봤을 수도 있잖아. 너 평소에 소환술사 관심있어 하는 거 같길래 물어봤지.”

“글세… 모르겠네. 솔직히 심연의 섬에 갈 만한 레벨의 소환술사도 거의 없을 텐데 정보가 풀렸을 리가 없잖아?”

잠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던 이안은, 곧 흥미를 잃고 잠을 청했다.

‘뭐야, 별 얘기 아니네.’

그런데 이안이 고개를 돌리려 할 때, 처음으로 그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하인스, 너 내 친구 로렌 알지? 키우던 20레벨 전사 초기화해서 이번에 소환술사로 다시 키우기 시작한 친구.”

“응 로렌 알지. 네가 저번에 레벨 굉장히 빨리 올리는 소환술사 친구가 있다고 자랑했었잖아. 왜?”

“아, 다른 게 아니고 로렌이 어젠가? 소환수의 알 이라는 걸 발견했다고 자랑하더라고.”

“소환수의 알?”

소환수의 알 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이안은 눈빛이 달라졌다.

완전히 처음 접하는 정보였기 때문.

그리고 레벨을 빨리 올린다는 로렌이라는 소환술사에게도 약간의 흥미가 생겼다.

이안은 눈을 감은 채 두 사람의 대화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다시 대화가 이어졌다.

“응, 소환수의 알. 아마 황금구렁이의 알 인 것 같다는데?”

“그건 어떻게 알아?”

“그거야 당연히 황금구렁이의 둥지에서 얻었다니까 뭐….”

이안은 두 사람의 대화에서 소환수의 알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을 게 없을까 싶어 귀를 기울였지만, 열심히 들어도 별로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살짝 시무룩해졌다.

로렌이라는 유저도 레벨을 빨리 올렸다고 해 봤자, 아직 30레벨도 안 되었지 싶어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황금구렁이가 나오는 사냥터는 20레벨 중후반에 갈 만한 사냥터였기 때문.

‘그래도 그런 게 있다는 걸 안게 어디야? 다음에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이안의 머리가 복잡해진 것과는 별개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떠들었다.

“그런데 아직 알을 어떻게 깨우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나봐.”

“뭐, 그거야 시간 지나면 알아서 깨어나는 거 아니겠어?”

“멍청아 넌 달걀 그냥 두면 깨어나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대화를 계속 듣던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단순히 몬스터의 알 인건가? 대체 뭘까? 몬스터의 서식처 같은걸 찾으면 한번 꼼꼼히 살펴봐야겠네.’

역시 신규직업이 오픈 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안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새로운 정보들을 속속들이 알아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테이밍할 수 없다는 보스급 몬스터라도, 알 같은걸 얻으면 소환수로 쓸 수 있게 해 놓지는 않았을까…?’

이안의 연구본능이 또 다시 발동했다.

‘긴장해야겠다.’

이안은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았다.

레벨업도 중요하지만 정보수집을 게을리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별로 얻을 것이 없다 판단한 이안은, 이제 신경을 끄고 고개를 돌렸다.

“라이야, 저 쪽에 섬이 보이면 나 좀 깨워 줘.”

크릉- 크릉-

오랜 사냥으로 피로했던 이안은 금방 잠이 들었고, 이안을 태운 배는 천천히 심연의 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자욱하게 퍼져있는 운무 사이로, 새파란 빙하로 이루어진 거대한 섬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라이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두리번거리며 신기해 하다가, 커다란 섬이 확실히 보이자 이안의 어깨를 머리로 슬쩍 슬쩍 밀었다.

크릉- 크르릉-

“음… 다 왔나?”

이안은 크게 기지개를 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긴 한 번 와 본 곳인데도 신기하단 말이지.’

끼이익- 끼익-

예의 그 불쾌한 마찰음과 함께, 유령선의 뱃머리가 천천히 섬에 닿았다.

퉁-

가벼운 소리와 함께 배가 멈추었고, 이안을 비롯한 배에 승선했던 유저들은 배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심연의 섬 처음 와 보는데, 뭔가 으스스 하네. 사방이 얼음이어서 그런지 춥기도 무지 춥구.”

“그러게. 추워죽겠네.”

함께 내린 유저들이 추운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이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으, 옷 좀 더 껴입고 올 걸 그랬나?’

다른 유저들은 마법사 퀘스트를 하러 가는지, 서둘러 섬의 중앙을 향해 움직였다.

마법사의 퀘스트 장소인 마탑은 섬의 정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

이안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곧 발걸음을 떼었다.

그는 다른 유저들과 달리, 섬의 중심부 쪽이 아닌 해안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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