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22화 (54/1,027)

========================================

(6). 최초의 진화 -4

“무튼, 지인 중에 요리사는 처음이네요. 다음에 맛있는 요리한번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하린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요리 과정이 현실적인 만큼, 카일란에서 맛보는 음식의 맛도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다.

요리를 얻어먹고 싶다는 이안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포만감을 채우기 위해 일정 주기로 꾸역꾸역 먹는 보리빵은 정말 맛이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두 사람은 천천히 친해졌고, 곧 라페르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퀘스트를 받았다.

“오, 파티원을 구해 왔구만. 두 사람으로 부족할 것 같긴 하지만… 내 이안 자내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으니, 한번 믿고 맡겨 보겠네. 선발대가 좀 전에 출발했으니, 빨리 움직이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가서 그들을 도와주게.”

띠링-

---------------------------------------

소무르 협곡의 고블린 야영지 토벌-

루카인 마을의 자경단장 라페르는 고블린 야영지 토벌대를 따라가 그들을 지원해달라 요청했다.

퀘스트 난이도 -  E

퀘스트 조건   -  2인 이상의 파티.

보상 -  기여도에 비례하여 골드를 획득합니다.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한 고블린을 처치하면 두 배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약간 늦게 도착한 탓에 토벌대가 먼저 출발해버려서인지, 퀘스트 내용이 조금 바뀌었지만, 보상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다행이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쉰 이안은 옆에 서있는 하린을 향해 물었다.

“하린님, 퀘스트 잘 받아 지셨죠?”

“네, 확인했어요.”

“그럼, 갈까요?”

말과 동시에 이안은 어디론가 손짓을 했다.

그러자 성 외곽에서 어슬렁거리던 라이가 쏜살같이 이안에게로 달려왔다.

루카인 마을은 작은 변방의 도시여서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라이로 인한 관심은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중급훈련 스킬을 놀리기는 싫은 이안이 편법을 쓴 것이었다.

크릉- 크르릉-

그 모습을 본 하린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앗!”

“괜찮아요, 몬스터 아니고 제 소환수예요.”

하지만 이안의 말에 하린은 더욱 놀라고 말았다.

“예에? 소환수요?”

“네. 무슨 문제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하린이 놀란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이안은 별 생각 없이 되물었다.

“소환수 다루시는 거면, 소환술사 이신 것 같은데… 지금 신규직업 오픈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고블린 야영지퀘를 하세요?”

이안은 순간 아차 했다.

그의 레벨은 이제 25였는데, 사실 그대로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이안과 파티를 해주지 않을 터였다.

‘소환마법 아티펙트라도 얻었다고 할까? 근데 카윈이 지인한테 금방 들킬 거짓말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길드원들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써먹었다.

약간의(?) 과장이 섞인 변명이었다.

“아 제가 운이 좀 좋아서요, 여기 이 늑대가 좀 사기 스러운 놈 이어서… 레벨도 빨리 올리고 고블린도 충분히 잡을 수 있더라구요.”

누가 봐도 허점 투성이의 변명.

변명이라기보다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의도가 훤히 보이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안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하린은 너무도 쉽게 수긍해버렸다.

“아아, 그러시구나. 부러워요. 저는 레벨이 45인데 아직도 고블린 정찰병만 만나도 도망 다니는데….”

이안은 쉴 새 없이 사냥할 때도 흐르지 않던 땀방울이 한 줄기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뭐, 뭐지 이 여자… 왜 진짜 믿는 거 같지…? 믿어주는 건가?’

게다가 아무리 생산클래스 위주로 성장시킨 캐릭터라 하더라도, 45레벨에 고블린 정찰병을 못 잡는다니, 45레벨까지는 대체 어떻게 올렸는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이안은 애써 웃었다.

“생산스킬을 주력으로 케릭터를 육성하셨으니까 그런 거겠죠 뭐, 하하…. 요리도 분명 쓸모가 많을 텐데 아직 게임 나온 지가 얼마 안 돼서 그런 걸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요. 뭐 그래도 전 전투보다 요리가 재밌으니까 괜찮아요.”

하린은 요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이안이 고마웠다.

그런데 그 때, 라이가 천천히 하린의 옆으로 다가왔다.

“와아, 그런데 이 늑대 정말 멋있네요. 처음 보는 늑대인 것 같아요.”

하린이 라이의 칭찬을 하자 이안은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 아마 서버에 아직 한 마리밖에 없을 겁니다.”

라이도 하린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가만히 있었다.

크릉- 크르릉-

“얘 이름도 있나요?”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라이’ 라고 부르시면 돼요.”

“아하. 이름은 되게 귀엽네요. 라이야 안녕?”

무척이나 밝은 하린의 모습에 이안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혹시 먹을 거 좀 줘도 되나요? 마침 가지고 있는 요리가 하나 있어서요.”

“네 뭐, 아마 고기류는 라이가 다 좋아할 거에요.”

하린은 품 속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걸 본 이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저건 요리해서 소스까지 뿌려놓은 스테이크잖아?’

인벤토리에서 꺼낸 요리라 그런지 김도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무엇보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쓰읍-

입에 침이 고였다.

문득 한 시간 전에 먹은 보리빵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라이 주겠다고 꺼낸 음식을 나한테 달라고 할 수도 없고….’

하린이 던져주자마자 라이는 한입에 스테이크를 먹어치워 버렸다.

그때, 이안의 눈 앞에 생각지도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소환수 ‘라이’가 ‘훈제 스테이크’를 먹었습니다.]

[20분동안 체력이 200만큼 증가합니다.]

“어어?”

이안의 당황한 표정에 하린이 물었다.

“이안님 왜요?”

“지금 라이의 능력치가 올랐어요. 요리의 효과인가요?”

그 말에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요리스킬이 고급이 된 뒤 부터는 요리를 하면 만들어진 요리의 등급에 따라서 먹었을 때 일정 시간동안 버프가 걸리더라구요.”

지금 라이의 총 체력은 1400이 조금 안 되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200의 체력이 추가된다는 것은 제법 전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하린님과 친하게 지내면 나중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어.’

이안은 이 카일란에서 쓸모없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생산직업들이 무척이나 천대받는 비주류 클래스 였지만, 그들도 머지않아 그 가치가 발견될 것이라는 것이 이안의 생각이었다.

하린이 짐이라고 생각했던 이안의 인식이 약간 바뀌었다.

한편 라이는 스테이크의 맛의 여운이 아직 남는지, 연신 쩝쩝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곧 하린에게 다가가 머리를 부볐다.

“맛있냐.”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라이에게 스테이크의 맛을 물어봤다.

“풉.”

그 모양이 웃긴지, 하린은 실소를 지었고, 이안은 투덜거렸다.

“제 건 없나요….”

“지금은요.”

“하….”

하린은 웃으며 말했다.

“이안님 퀘스트 끝나고 더 맛있는 거 해 드릴게요, 질투하지 마요.”

이안은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 약속 한 겁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