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라이의 성장 -1
게임을 종료하고, 개운하게 씻고 나온 진성은, 자기 전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역시 카일란과 관련된 정보검색을 하기 위함이었다.
진성이 지금 궁금한 부분은, 히든직업이 아닌 일반 소환술사에 관한 정보였다.
진성은 일반적인 소환술사와 자신의 차이를 알고 싶었다.
‘분명 자랑 질 하려고 커뮤니티에 올린 찐따가 있을 것 같은데….’
진성은 이번에 새로 생긴 소환술사의 직업게시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뒤졌다.
그리고 부정적인 이야기들로 도배되어있는 게시판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 소환술사가 레벨이 좀 안 오르는 편이기는 하지…. 그래도 그렇지, 징징글 어마어마하네.’
이안이 찾고 있는 건 레벨 15 이상이 된 유저가 직업 플레이 리뷰를 올린 게시물.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뭐지? 정보 공유 하기 싫어서 올린 사람이 없는 건가? 내가 19랩 정도 됐으니까, 15랩 넘긴 유저는 분명 많을 텐데 이제…?’
굳이 15랩을 찾는 이유는, 15랩정도가 되어야 ‘소환술’의 숙련도가 올라 레벨업을 했을 것이었고, 그래야 일반적인 소환술사의 스킬을 좀 더 많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신규직업 게시판을 보니, 암살자 게시판만 해도 15랩 찍었다는 자랑 글이 심심찮게 보였고, 흑마법사 게시판에는 18랩을 찍었다는 유저도 있었는데, 유독 소환술사 게시판만 찾아볼 수 없었다.
진성은 아쉬운 대로 13레벨을 만들었다는 소환술사 유저의 리뷰를 클릭했다.
그리고 찬찬히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단 ‘포획’이나 ‘바람의축복’, ‘응급처치’ 는 내 스킬이랑 같은 것 같고….”
그때, 진성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처음보는 스킬이 있네?’
진성이 보는 화면에는 말 그대로 처음 보는 스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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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의 -
분류 - 액티브 스킬
스킬레벨 - lv 1
숙련도 - 55%
소환 가능한 몬스터 중, 하나의 영혼을 자신의 몸에 빙의 시킵니다.
빙의된 영혼이 가진 능력치의 30%가 소환술사의 능력치에 더해집니다.
빙의된 몬스터는 전투를 위해 소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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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글을 올린 유저는 이 ‘빙의’ 스킬을 소환술사의 ‘밥줄’ 격인 스킬이라며 극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아서 잘 싸우는 소환수를 뭐 하러 빙의시켜? 능력치 100%가 딸려오는 것도 아니고…. 뭐, 스킬레벨 계속 올리다보면 100%에 근접해 지려나?”
그 유저는 ‘빙의’ 스킬의 최장점으로 소환수와 경험치를 나눠먹지 않는 부분을 들었지만, 진성은 그것도 완벽히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럼 소환수의 레벨은 못 올린다는 소린데… 라이 레벨 오르는 거 보는 재미가 쏠쏠하구만, 저걸 장점이라고….’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어느 정도 괜찮은 장점이라는 것도 인정하기는 했다.
키우는 소환수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면, 레벨차이가 날 때 마다 기존의 소환수를 방생하고 새로운 고레벨의 소환수를 포획해서 빙의시키면 되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그래도 자신에게 없는 스킬이 크게 부러운 스킬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럼, 나한텐 있는데 일반 소환술사에게는 없는 스킬이 뭐지?’
잠시 생각하던 진성은 곧, 손뼉을 탁 쳤다.
‘아, 초급훈련!’
진성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초급훈련이 ‘빙의’ 보다 훨씬 가치 있는 스킬이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라이의 실질적인 전투력이 상승하는 것이 체감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진성은 초급훈련의 재사용 대기시간인 35분마다 꼬박꼬박 스킬을 돌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정보가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있는 정보를 조합해서 대충 예상해 보면… 테이밍 마스터는 일반적인 소환술사에 비해 직접적인 전투스킬을 포기하는 대신 소환수를 더 강하게 키울 수 있는 메리트가 있는 건가?’
대충 예상했다고는 하지만, 진성의 뛰어난 게임감각 때문인지, 추리는 제법 정확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캐릭터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잘 키우고 있는 셈이네.’
지금까지의 플레이에 스스로 만족한 진성은 책상 위 스탠드의 불을 끄고 침대로 들어가 누웠다.
정확히 5시간 뒤에 울릴 알람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일은 한번 희귀 등급이나 유일등급 몬스터를 포획해 보는 것도 괜찮겠어.’
진성은 라이가 희귀등급이나 유일등급의 몬스터와 비교했을 때 능력치가 어떤지 궁금했다.
하지만 게시판 전체를 뒤졌어도, 희귀등급 몬스터를 포획한 유저는 몇 있었지만, 유일등급을 포획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 능력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진성의 계산대로라면 ‘라이’의 능력치는 동 레벨 대의 ‘희귀’나 ‘영웅’등급 몬스터에 필적하는 수준일 것이었다.
내일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진성은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 * *
정확히 알람시간에 맞춰 일어난 진성은, 시리얼로 대충 아침을 떼우고 곧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동이 트기 전에 20레벨을 찍는다!’
진성의 야심찬 목표였다.
그가 카일란에 접속한 시각은 무려 새벽4시!
유저가 가장 많아 몹이 부족한 11시에 잠든 그는 가장 유저가 뜸할 황금타임인 새벽 4시에 접속한 것이었다.
보통의 유저들이 본다면 혀를 내두를 집착과 치밀함, 그리고 계획성 이었다.
게임에 접속한 이안은 사냥터에 득실대는 반달곰들을 보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크크큭….”
이안은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이안에게는 반달곰이 모두 경험치로 보였다.
그가 자리 잡고 있었던 사냥터 자체가 원래도 인적이 드문 편이었지만, 황금시간대(?) 덕에 유저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사냥감은 쌓여있었으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었다.
“라이, 소환!”
이안은 지체 없이 라이를 소환했다.
아우우-
소환되자 마자 존재감을 뽐내기라도 하듯, 하울링을 하는 라이를, 이안은 한 차례 쓰다듬었다.
“오늘도 한 번 달려보자!”
이안의 말에 라이는 대답대신 으르렁거리며 발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이안의 쉴 새 없는 전투와 사냥이 라이의 성향에도 잘 맞는 듯 싶었다.
그 모습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이안은, 쓸 수 있는 모든 버프를 전부 걸고, 초급 훈련 스킬까지 발동시켰다.
이안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반달곰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약점포착’ 스킬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약점이 표시되며 명중률이 13.5% 상승하고 치명타 확률이 20% 증가합니다. 약점을 공격할 시 추가로 85%의 피해를 더 입힙니다.]
약점포착 스킬이 발동되었다.
처음 스킬을 얻었을 때 보다 숙련도가 많이 올라서, 퍼센트 계수들이 제법 쓸만 해 진 상태였다.
피이잉-!
이안의 화살이 빠르게 쇄도하여, 정확히 목표한 지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 후, 곰을 향해 달려든 라이가 재빨리 표시된 다른 약점을 물어 뜯었다.
약점포착으로 표시된 붉은 부분이 소환수의 시야에도 공유되는 것을 발견한 이안이, 약점을 우선적으로 공격하도록 훈련시켰기 때문이었다.
핑- 피핑-!
예술에 가까운 이안과 라이의 합동공격을 받은 반달곰은 순식간에 회색빛이 되어 사라졌다.
가공할 만한 사냥속도였다.
‘궁사일 땐 35레벨쯤 여기서 사냥했던 거 같은데… 그때보다도 사냥속도가 훨씬 빠르군.’
이안과 라이는 마치 기계처럼 필드의 반달곰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라이의 이안에 대한 친밀도와 충성도는 이미 최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냥 효율의 극대화로 이어졌고, 쉴 새 없이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반달곰을 처치했습니다. 54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반달곰을 처치했습니다. 583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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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미친 듯이 사냥만 하던 이안은, 다음 사냥감을 향해 화살을 겨누던 도중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뭐지? 저 곰탱이는 왜 좀 크기가 큰 거 같지?’
그리고 안력을 집중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칠흑의 반달곰’ 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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