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몬스터 연구가 -2
이안은 활을 들어 전방에 보이는 붉은 여우를 조준했다.
전투태세에 돌입한 라이가 여우를 향해 으르렁거리자, 이안이 손짓으로 제지했다.
“내 화살이 명중하면 달려들어 라이. 먼저 공격하면 안 돼.”
소환수라 그런지, 늑대는 이안의 명령을 대충 알아들었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것을 본 이안은 곧 팽팽하게 당겨진 활 시위를 놓았다.
쐐애액-!
그리고 여우의 미간에 화살이 명중하는 순간, 늑대는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크르릉-!
‘분명 붉은여우보다 훨씬 약할 텐데, 겁도 없이 달려드네? 성격의 영향인가?’
라이의 성격은 ‘용맹함’ 이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안의 능력치가 높아서 그런 건지, 자신의 레벨의 2배가 넘는 여우를 상대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있었다.
라이는 정확히 여우의 목덜미를 물었지만, 금방 튕겨져 나갔다. 능력치의 차이가 커서 벌어진 일이리라.
‘레벨도 레벨이지만, 늑대 자체가 체력이 높은 몬스터는 아니니… 여우한테 제대로 몇 번 물리면 죽을 수도 있겠어.’
이안은 화살을 연달아 날렸다.
레벨이 낮아 전투력 자체는 낮은 편이라 하더라도, 라이가 시간을 끌어주니, 사냥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붉은여우를 처치했습니다. 26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붉은여우를 처치했습니다. 소환수 ‘라이’가 26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역시 경험치는 반으로 나눠먹는군.’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노가다의 시작이었다.
‘레벨15 정도 까지만 여기서 올려야겠다.’
이안은 사냥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용해보지 않은 ‘초급훈련’ 스킬을 시전 했다.
그러자 라이의 몸에서 푸른 빛이 흘러나오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초급훈련’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5분)]
[소환수 ‘라이’가 10분간 소환술사의 명령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며, 학습합니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소환수의 ‘잠재력’이 증가합니다.]
[소환수 ‘라이’의 현재 잠재력 : 65]
이안은 라이를 바라보며 무슨 명령을 내려야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곧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라이, 앉아!”
크릉-
“일어서!”
크르릉-
어릴 적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뽀로’에게 훈련하던 것을 그대로 한번 해 본 것.
그리고 라이는 ‘내가 이것도 못 할 것 같냐?’ 라고 말하는 듯 거만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강아지라도 훈련시켜봤어야 알지. 동물 트레이닝 교본이라도 사서 한번 읽어봐야 하나?’
뭘 시켜볼지 고민하던 이안은 곧 결론을 내렸다.
“그냥 이 상태에서 사냥을 하는 게 낫겠어.”
사실 초급훈련은 스킬을 발동시킨 상태에서 그냥 사냥을 진행하면 되는 단순한 스킬이었다.
괜히 이안이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
스킬활용법을 깨달은 이안은 본격적으로 사냥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라이와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아 라이의 생명력이 위태로운 상황도 제법 나왔다.
[‘응급처치’를 사용하셨습니다. 소환수 ‘라이’의 생명력이 45 회복됩니다.]
하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면서, 이안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여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라이가 체력은 좀 약해도 민첩성이 높아서 그런지, 맞을 일이 잘 없네.’
물론 이안이 화살 몇 발로 순식간에 여우를 죽여 버려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는 라이의 성능(?)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이안과 라이 모두 15레벨이 되었다.
‘생각보단 레벨업이 더디네. 역시 소환수랑 경험치를 나눠 먹어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이안은 크게 불만은 없었다.
생각보다 라이를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이다.
의외로 라이는 레벨업을 한번 할 때 마다 강해지는 것이 체감될 정도로 쑥쑥 성장했다.
그리고 사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았을 때, 레벨업이 더딘 것도 아니었고….
“라이, 이제 곰 잡으러 한번 가볼까?”
크릉- 크릉-
응급처치 스킬로, 붕대를 감아주는 이안을 보며 라이는 낮게 그르릉 거렸다.
사냥하는 동안 충성도도 더 올라서 이제 80% 정도가 되었다.
라이의 치료를 마친 이안은 라이를 데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검은 반달곰’ 몬스터의 서식처인 뉴란 산맥 이었다.
* * *
부모님과 저녁을 같이 먹은 유현은, 여느 때처럼 카일란을 하기 위해 캡슐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난 게 있는지, 돌아서서 컴퓨터를 먼저 켜고 책상에 앉았다.
‘소환술사 정보나 한번 검색해 볼까? 업데이트 된 지 만 으로 이틀 지났으니, 이런 저런 정보 좀 나올 때가 됐는데….’
로터스 길드의 보배였던 진성이 갑작스레 초기화를 하긴 했지만, 기왕 초기화한 것, 유현은 길드차원에서 확실히 밀어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뭐, 투자하는 만큼 항상 밥값 이상을 해주던 녀석이니까. 이번에도 뭐라도 되겠지.’
이런 저런 이유로, 진성이 전직한 소환술사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진 유현은, 인터넷을 켜고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어디보자….”
유현이 들어간 곳은 소환술사 직업 게시판이었다.
“어? 근데 제목들이 다 왜이래?”
유현은 당황했다.
공식 커뮤니티의 소환술사 직업 게시판이 난장판이었기 때문이었다.
[소환술사 이거 개 쓰레기 직업 아닌가요?]
[하, 최고 노답 직업. 소환술사 하지 마세요, 여러분.]
유현은 수많은 게시글들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 - 드디어 12레벨 만들었습니다. 사냥 후기 한번 적어봅니다.
‘한번 볼까?’
유현이 게시글을 클릭하자, 소환술사에 대한 제법 장문의 리뷰가 펼쳐졌다.
소환술사로 전직하기 위해 비기너 10레벨까지 만들어놓고 기다리다가, 서버 열리자마자 칼같이 전직퀘 받고 소환술사가 된 유저입니다.
참고로 전, 소환술사가 되기 위해서 25레벨 마법사 캐릭터 초기화한 유저구요.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소환술사 재밌습니다. 포획한 몬스터 키우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더군요.
제가 처음 포획한 몬스터는 카이론 분지의 희귀등급 몬스터인 검은 늑대 였습니다.
싸우는 것도 힘들었지만, 길드원분들 도움 받아서 어찌어찌 제압한 뒤에, 배낭에 있던 고기까지 다 털어서 먹이고 겨우 포획했죠.
소환해서 싸워보니, 확실히 같은 레벨대의 다른 직업들보다 조금 강한 느낌이 들더군요. 검은 늑대에게 버프 걸어주니, 어지간한 전사만큼 잘 싸워 줍니다.
하지만 최악의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경험치가 지옥같이 안 오른다는 겁니다.
저는 파티사냥을 했는데, 파티에서 제가 획득할 몫의 경험치를 소환수랑 다시 1/n 해서 획득하더군요.
그렇다고 솔로플레이 하자니, 사냥 속도 자체가 너무 더디고….
그제부터 하루에 열 시간이 넘게 사냥만 죽어라 해서 겨우 2레벨 올렸습니다.
소환술사… 키우다보면 후반에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키우시려는 분은 초반 레벨업이 지옥이라는 것만 알아두시길.
참고로 전 소환술사 계속 할 겁니다. 어차피 지금 시점에서 상위랭커 따라잡는 건 어떤 직업 해도 무리인데다, 몬스터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거든요.
조횟수가 천이 넘는 글이라 그런지, 덧글도 많이 달려있었다.
소환매니아 - 저 지금 막 전직했는데… 너무 절망적인 글만 많은 거 아님?
용잡이태현 - 윗님, 아직 늦지 않았음. 얼른 초기화해여. 제가 방금 흑마법사 게시판 다녀왔는데, 해골들은 좀 약하긴 해도 경험치도 안 뺏어가고, 여러 마리 소환 가능해서 레벨업도 빠르대여.
김장워리어 - 근데 아예 몬스터 여러 마리 포획해서 군단처럼 끌고 다니면 안 되는 거임? 보니까 파티사냥 효율 극악인거 같은데, 아예 소환수 늘려서 솔플 해보면….
ka1908 - 윗분 소환술사 아예 모르시는 분인 듯. 소환술사는 통솔력 이라는 스텟 있어서, 통솔력 낮을 땐 몇 마리 소환하지도 못 해여.
pts1120 - 맞음. 제가 일부러 통솔력 조금 필요한 들개들만 포획해서 5마리 데리고 다녀봤는데, 답 없음. 늑대한테 두어 번 물리면 들개 죽어서 역소환 되버리고, 겨우겨우 한 마리 잡아도 경험치 6조각 나서 병아리 눈물만큼 남고… 노답.
게시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던 유현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뭐, 아직 초반이니 불만이 많은 거긴 하겠지만… 좀 심한데? 진성이 이거 초기화까지 했는데….”
하지만 유현은 곧 걱정을 접었다.
아직까지 카일란의 모든 직업들은 벨런스가 무척이나 잘 맞는 편이었다. 카일란의 개발사인 LB소프트는 뛰어난 개발사였고, 그런 그들이 쓸모없는 직업을 내어놨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신규직업이 나온 지 이제 겨우 이틀.
벌써부터 판단하기에는, 너무 섣불렀다.
‘그래도 초기 레벨 업 힘들다고 하는 건 팩트일테니까, 20랩 찍고 길드 들어오려면 시간 좀 걸리긴 하겠네.’
유현은 컴퓨터를 끄고 캡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성은 이미 20레벨에 근접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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