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몬스터 연구가 -1
이안은 무아지경이 되어 늑대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처음 잡은 여덟 마리 중에 하나였던, ‘날렵한 늑대’ 보다 좋은 개체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반복된 포획성공으로 ‘친화력’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얼마나 노가다를 했으면, 친화력 능력치가 오르기도 했다.
늑대만 포획하며 거의 다섯 시간이 지났을까?
이안의 고생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건지, 눈에 새로운 상태메시지가 떠올랐다.
[수많은 늑대를 포획하여, ‘늑대전문가’ 칭호를 얻었습니다.]
[‘늑대전문가’ 칭호를 얻어 앞으로 늑대를 포획할 때, 친밀도를 얻기가 더 쉬워집니다.]
[‘늑대전문가’ 칭호를 얻어 앞으로는 포획하지 않아도 우수한 늑대를 판별해 낼 수 있습니다.]
이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포획해보지 않아도 우수한 늑대를 판별해낼 수 있는 능력은 지금 그가 하고 있는 노가다에 큰 힘이 될 것이었다.
‘기왕이면 모든 몬스터에 적용시켜주면 안되나?’
이안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그건 도둑놈 심보 라는걸 잘 알고 있었다.
“어디 한번….”
이안은 필드에 돌아다니는 늑대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중, 희미하게 이름이 금빛으로 반짝이는 늑대를 발견했다.
‘이놈인가?’
그는 망설이지 않고 늑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지금까지처럼 손쉽게 포획한 뒤,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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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인한 늑대 -
레벨 : 13
분류 : 야수형
등급 : 일반
성격 : 용감한
진화불가
공격력 : 30
방어력 : 12
민첩성 : 20
지 능 : 10
생명력 : 82/82
초원에 서식하는 평범한 늑대이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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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름에 수식어가 붙어있는 뛰어난 개체가 잡혔다.
이안의 미소가 진해졌다.
“늑대 주제에 공격력이 30이나 되네?”
‘나약한’이나 ‘비루한’ 등등의 좋지 않은 수식어가 붙은 열등한 개체와 비교했을 때는 거의 1.5배 가까이 차이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늑대는 노가다 하는 동안 벌써 여러 번 잡았었다.
확실히 더 뛰어난 개체를 잡기 전에는 노가다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 조금 멀리, 이름이 황금빛으로 또렷이 빛나는 늑대가 이안의 눈에 발견되었다.
“오오…!”
이안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리고 누가 먼저 발견하기 전에 재빨리 늑대를 향해 뛰어갔다.
이안이 잡기 전에 누가 죽여 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크르릉-!
이안이 다가오는게 보이자, 늑대는 으르렁거렸다.
“이게, 노려보면 어쩔건데?”
피식 웃는 이안이 아니꼬웠는지, 늑대는 그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확실히 날렵함이나 움직임이, 지금까지 잡아왔던 늑대와 다른 것이 체감될 정도였다.
퍽- 퍼퍽-!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안의 무지막지한 능력치 앞에서, 늑대는 금방 굴복해버릴 수 밖에 없었다.
“포획!”
[‘늑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이안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잡은 늑대의 상태 창을 열어 보았다.
희귀한 아이템이 드랍 되었을 때 만큼의 긴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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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 -
레벨 : 11
분류 : 야수형
등급 : 일반
성격 : 용맹한
진화가능
공격력 : 37
방어력 : 15
민첩성 : 31
지 능 : 19
생명력 : 90/90
초원에 서식하는 평범한 늑대이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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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되게 차이나는 능력치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그를 진짜 놀라게 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진화가능? 진화가능이라고?’
이안은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고 확인했다.
하지만 ‘진화가능’ 이라는 글귀는 또렷이 쓰여 있었다.
“대박이다!”
좀 의아한 점도 있었다.
‘이 녀석은 수식어도 안 붙어있지 왜? 능력치가 고루 다 좋아서 그런건가?’
이안은 곧바로 노가다를 접고 다른 늑대들을 전부 방생해 버렸다.
물론 더 좋은 개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방금 포획한 녀석은 충분히 키울만한 가치가 있어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안은 싱글벙글해졌다.
“좋아, 이제 사냥이다!”
원래 통솔력의 한계치까지 몬스터를 여러 종류 포획한 후 사냥을 시작하려 했었던 이안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사냥에 참여하는 몬스터가 많을수록 경험치를 나눠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카인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티사냥과 마찬가지의 개념이었다.
늑대를 빨리 성장시켜보고 싶었던 이안은 곧바로 사냥을 위해 움직였다.
이안이 향하는 곳은 일전에 사냥했던 ‘여우 굴’ 칼림푸스 언덕 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높은 레벨대의 사냥터에 가고 싶었으나, 늑대의 레벨이 너무 낮아서 일단 칼림푸스 언덕으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이론 분지를 빠져나갔다.
* * *
칼림푸스 언덕에 도착한 이안은, 늑대를 곧바로 소환하지 않았다.
아직 소환술사로 전직한 유저도 흔치 않은데다, 벌써 25레벨 사냥터인 여우굴에서 사냥 가능한 소환술사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귀찮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지금 이안은 완벽한 궁사 유저였다.
이안이 사냥터로 들어가려 할 때,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기 혹시, 파티 없으시면 저희랑 같이 사냥하실래요? 저희 원거리 딜러가 부족해서요.”
하지만 이안은 여러모로 파티사냥을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아뇨, 죄송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퀘스트를 좀 해야하는 게 있어서요.”
“아, 그러시군요.”
파티를 거절한 이안은 얼른 움직여 사냥터로 들어갔다.
그리고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은 그는 늑대를 소환했다.
“소환!”
그리고 이안의 앞에 새하얀 빛 무리와 함께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를 처음 소환하셨습니다.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름? 그냥 귀찮은데 늑대라고 해 버릴까.’
잠깐 고민하던 이안은 늑대의 이름을 ‘라이’로 결정했다.
큰 의미는 없었고, 늑대인간을 뜻하는 라이칸스로프(Lycanthrope)의 앞 두 글자를 딴 이름이었다.
“라이, 네 이름은 이제부터 라이다.”
이안이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늑대는 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안의 다리에 머리를 부볐다.
[라이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라이와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라이의 충성도가 5 만큼 올라갑니다.]
시스템 메시지를 본 이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충성도 라는 스텟도 있었나?’
그리고 늑대의 상태창을 확인해보던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부 상태창을 열면 보이는 군.’
캐릭터의 상태창에도 ‘세부 상태창’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구체적인 공격력과 방어력, 치명타확률, 각종 속성저항 등, 십수가지가 넘는 세부 능력치들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소환수의 상태창도 그것과 비슷했다.
‘충성도가 70%네. 역시 100%가 맥스겠지?’
일단 사냥을 위해, 이안은 지금 가지고 있는 유일한 전투용 엑티브 스킬을 사용했다.
“바람의 축복!”
[‘바람의 축복’을 사용하셨습니다. 민첩성이 37% 증가합니다. 소환수 ‘라이’의 민첩성이 37% 증가합니다.]
진성은 물론이고, 소환수인 ‘라이’의 민첩성도 같이 증가했다.
‘괜찮은 버프스킬이군.’
이안은 활을 들어 전방에 보이는 붉은 여우를 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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