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숨겨진 직업 -4
임은영은 요즘 들어 무척이나 바빠졌다.
그녀의 직업은 가상현실게임의 컨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방송국, YTBC의 리포터였다.
그녀가 주로 하는 일은, 흥미로운 퀘스트를 진행하는 유저를 섭외하거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을 찾는 등, YTBC에서 방송할 컨텐츠를 발굴해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전 세계의 가상현실게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카일란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그녀가 바쁜 것은 당연했다.
“아, 팀장님이 만족하실 만한 건수를 물어가야 또 한 일주일 편히 노는데….”
은영 또한 카일란의 열렬한 팬이자 유저였다.
그리고 카일란에서 그녀의 이름은 ‘루시아’였다.
“아직 신규직업으로 전직한 사람은 없나?”
그녀는 65레벨의 사제.
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고 레벨의 유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레벨에 어울리지 않게, 평균 레벨 10~15 정도의 늑대들이 출몰하는 사냥터인 ‘카이론 분지’ 에 와 있었다.
루시아는 눈에 불을 켜고 늑대들을 사냥하는 초보 유저들을 관찰했다.
“분명히 신규클래스 전직에 성공한 유저가 여기 있을 거야. 찾아내야 해.”
카일란의 대규모 업데이트로 새로 생겨난 컨텐츠가 한 두개가 아니었지만, 그 중 유저들의 관심이 지대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신규직업이었다.
그녀는 신규직업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수집해 보도국에 넘기고 일주일 정도 편하게 게임만 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긴 왜 저렇게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거지?”
제법 많은 초보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루시아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곧장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곳에는 몇 명의 유저가 붉은 늑대 앞에서 씨름을 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여러 유저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루시아는 구경꾼들 중 한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죄송한데, 저 사람들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요?”
“아, 저 파티 중에 한명이 소환술사 인가봐요. 조금 전부터 붉은 늑대를 포획하려는 건지 계속 저러고 있길래, 궁금해서 구경 중 이었어요.”
과연 그의 말대로, 파티는 붉은 늑대를 과감히 공격하지 않고, 조금씩 늑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루시아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구경꾼의 무리에 끼어서 유저가 붉은 늑대를 잡는 장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붉은늑대를 포획하고 나면 가서 인터뷰를 따야겠어.’
그리고 그 구경꾼들 사이에는 이안도 끼어 있었다.
이안 역시 전직에 성공하자마자 소환술사 트레일러 영상에 나왔었던 붉은 늑대를 잡아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붉은 늑대는 ‘유일’등급 몬스터 중에 가장 약한 몬스터였기 때문에, 이안의 첫 번째 표적이 된 것이기도 했다.
‘나보다 빠른 사람이 있을 줄이야.’
히든직업 관련 퀘스트 때문에 늦어진 때문이었지만, 이안은 자신보다 빨리 전직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괜히 기분나빴다.
‘어떻게 잡는지 구경이나 해볼까?’
파티는 금방 붉은 늑대의 체력을 깎았고, 늑대의 체력이 떨어졌다 싶자, 파티원중 소환술사로 보이는 사내가 포획을 시도했다.
‘아무리 낮은 레벨의 몬스터라곤 하지만… 유일등급 몬스터인데, 이렇게 쉽게 잡히려나?’
이안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하얀 빛에 쌓여있는 붉은 늑대를 응시했고, 아니나 다를까 붉은 늑대는 포획되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그런데 그 때, 붉은 늑대가 돌연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아우우-
“뭐야!!”
“놓치지 마! 잡아!!”
파티원들은 돌발상황에 당황했지만, 작정하고 도망치는 늑대를 결국 놓치고야 말았다.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휴, 붉은 늑대 한번 사라지면 다시 찾기 굉장히 까다로울 텐데….’
이안도 기왕이면 첫 번째 포획할 몬스터를 등급이 높은 몬스터로 하고 싶었지만, 찾기도 힘든 높은 등급 몬스터를 포획한다고 시간을 쏟느니, 일단 아무 몬스터라도 잡아보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널린 게 늑대니까. 일단 아무 놈이나 잡아볼까?’
이안의 연구본능이 발동했다.
‘내 통솔력이면 늑대를 몇 마리까지 잡을 수 있을까?’
어차피 한번 잡은 몬스터도 방생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몬스터를 포획하는 데 부담은 없었다.
이안은 일단 눈 앞에 보이는 늑대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활을 겨누었다.
피잉-!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화살은 정확히 늑대의 몸통에 틀어박혔고, 늑대는 곧바로 죽어버렸다.
[늑대를 처치했습니다. 45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역시….”
이안은 이번엔 몸통이 아닌 늑대의 다리를 겨누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늑대를 처치했습니다. 42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회색빛이 되며 사라지는 늑대를 보고, 이안은 한숨을 쉬었다.
“활은 여기서 못쓰겠군.”
이안은 활을 들쳐 메고, 양 팔을 걷어 올렸다.
그리고 그는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늑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늑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늑대는 일반 등급의 몬스터여서 그런지, 무척이나 쉽게 포획되었다.
약간의 구타와 함께 포획 스킬을 사용하니 곧바로 성공했던 것.
“일단 한 마리.”
이안은 늑대의 능력치를 확인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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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 -
레벨 : 12
분류 : 야수형
등급 : 일반
성격 : 소심한
진화불가
공격력 : 23
방어력 : 12
민첩성 : 19
지 능 : 8
생명력 : 75/75
초원에 서식하는 평범한 늑대이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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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놈.”
이안은 피식 웃었다.
“소심한? 몬스터 주제에 성격도 있네.”
이안은 계속해서 주변의 늑대를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늑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늑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
:
[‘늑대’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그리고 아홉 마리째 포획을 시도하는데,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통솔력이 부족하여, 더 이상 포획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본 이안은 망설임 없이 눈 앞의 늑대를 죽였다.
“총 8마리 잡았군. 내가 통솔력이 지금 40이니까… 대충 늑대 한 마리 데리고 다니는 데 필요한 통솔력이 5 정도 되는 셈 인가?”
사실 히든직업 발견으로 인해 추가로 획득한 30의 통솔력이 아니었다면, 이안은 두 마리밖에 포획하지 못했을 터였다.
원하는 정보를 확인 한, 이안은 잡은 늑대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늑대 따위를 8마리나 데리고 다닐 필요는 없지. 한 두 마리 정도만 남겨놓고 다 방생해야겠어.”
통솔력에 제법 여유가 있는 것을 확인 한 이안은 처음 소환수로 사용할 몬스터로 반달곰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반달곰의 레벨은 30대 중반 정도.
한 마리 정도는 자신의 통솔력으로 포획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늑대를 세 마리 정도 방생했을 때, 이안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어? 이 놈, 방금 풀어준 놈이랑 레벨도 같은데 능력치는 훨씬 더 높네?’
이안은 방생을 멈추고, 늑대의 상태창을 띄워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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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렵한 늑대 -
레벨 : 12
분류 : 야수형
등급 : 일반
성격 : 약삭빠른
진화불가
공격력 : 25
방어력 : 13
민첩성 : 24
지 능 : 10
생명력 : 75/75
초원에 서식하는 평범한 늑대이다.
빠른 발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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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늑대’…? 이름도 조금 다르잖아?”
남아있는 늑대들의 상태창을 비교해 본 이안은 씨익 웃었다.
‘오호, 같은 레벨의 같은 몬스터라도 능력치가 다 제각각이구만?’
꽤나 재밌는 발견이었다.
‘같은 사람이라도 다 능력치가 다른 것 처럼, 카일란의 몬스터들도 조금씩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군.’
그리고 그 중에는 월등히 뛰어난 개체가 분명 존재할 것이었다.
‘날렵한 늑대’ 라는 이름을 가진 이 늑대가 그런 것처럼.
‘한번 카이론 분지에서 가장 능력치가 좋은 늑대를 찾아볼까?’
이안은 같은 개체의 능력치가 어디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연구본능이 발동된 것이었다.
“가장 좋은 녀석을 빼고 전부 방생하는 방식으로 계속 늑대만 잡아봐야겠군.”
대충 들어도 무지막지한 노가다가 예상되는 발언을 하며, 이안은 걸음을 옮겼다.
“하루 정도 늑대만 잡아봐야겠어.”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이안의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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