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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8화 (41/1,027)

(3). 숨겨진 직업 -2

“그렇다면 혹시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무엇이든 말씀만 하시죠.”

이안의 자신감 있는 대답에, 카인은 흡족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라무드 평원 어딘가에 ‘푸른 눈의 늑대’ 가 출몰했다네. 내 아들놈이 이번에 소환술사로 전직을 했는데, 푸른 눈의 늑대를 소환수로 갖고 싶다지 뭔가. 녀석을 잡아다 줬으면 좋겠는데….”

“예?”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반문했다.

푸른 눈의 늑대는 레벨이 40이 넘는 강력한 희귀등급 몬스터였다.

초기화 전, 초보 시절에 고생해서 잡은 기억이 있는 녀석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초보레벨 몬스터가 아니었던거 같은데?’

이제 고작 레벨 10인 비기너의 전직 퀘스트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몬스터의 이름이 왜 나온단 말인가? 게다가 그는 아직 전직을 한 것도 아니었다. 몬스터를 테이밍 할 수 있는 스킬조차 없는 것이었다.

이안이 놀라건 말건 카인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는 여기에 묶여있어서 다녀올 수가 없고, 부끄럽지만 내 아들 녀석은 아직 녀석을 상대하기에 능력이 부족하다네.”

카인은 품 속에서 두루마리모양의 물건을 하나 꺼내어 이안에게 건네었다.

“여기 봉인의 마법서가 다섯 장 있네. 늑대를 최대한 지치게 한 후, 마법서를 사용해 봉인하면 된다네. 라무드 평원에 출몰한 늑대는 아직 어린 녀석이라 그리 강하지 않을 거야.”

그의 말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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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무드 평원의 ‘푸른 눈의 늑대’를 포획하라!

소환술사의 길드마스터 카인의 어린 아들은 푸른 눈의 늑대를 얻고 싶어 한다.

마침 라무드 평원에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푸른 눈의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니, 놈을 봉인시켜 카인에게 데려오자.

퀘스트 난이도 -  E

보상 -  소환술사(몬스터 조련사) 로 전직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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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두 눈이 반짝였다.

대충 들어도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난이도의 퀘스트였지만, 그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 먼저 보이는 것은 ‘몬스터 조련사’ 라는 단어였다.

‘히든직업!!’

이안은 생각할 것도 없이 봉인의 마법서를 받아들며 대답했다.

“예, 제가 꼭 놈을 잡아오겠습니다.”

카인은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고맙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도록 하지. 봉인 마법서를 사용하기 위해선, 봉인할 대상을 생각하며 ‘봉인’ 이라고 외치면 된다네.”

“알겠습니다.”

건물을 나서는 이안을 보며, 카인은 한 마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잘 안되면, 나를 다시 한 번 찾아오게! 한번 정도는 도움을 주도록 하지.”

그 말에 이안은 살짝 안심했다.

‘한번쯤 실패해도 퀘스트가 사라지진 않겠군.’

하지만 이안은 무조건 한 번에 성공할 생각이었다.

실패 따위를 할 시간은 없었다.

소환술사 길드에서 나온 이안은 곧장 라무드 평원으로 향했다.

‘푸른 눈의 늑대’ 라는 말에 조금 당황하긴 했었지만, 어떻게든 해 낼 자신이 있었다.

‘라무드 평원은 출몰하는 평균 몬스터의 레벨이 10 정도였다. 푸른 눈의 늑대라고 해도, 어린 녀석이라고 했고 라무드 평원에 있다고 했으니… 그렇게 강한 놈은 아닐 거야.’

2일간 잠도 자지 않고 수련 노가다로 스텟을 올린 이안의 능력은, 어지간한 30레벨의 유저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충분히 자신만만할 만 했다.

‘자, 놈을 한번 찾아볼까?’

라무드 평원에 금방 도착한 이안은 맵을 샅샅히 뒤지기 시작했다.

평원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는 했지만, 맵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게다가 원체 몬스터 자체가 별로 없는, 사냥터가 아닌 맵이었기에 다른 유저들에게 방해받을 일도 없었다.

한 시간정도 맵을 이 잡듯 뒤진 끝에, 이안은 푸른 눈의 늑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기겁했다.

‘뭐야, 저 녀석 20레벨이잖아?!’

괴물 같은 능력치를 가진 이안 자신이었기에 망정이지, 일반적인 유저였으면 10레벨에 놈을 상대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안은 기가 찼다.

‘원래 히든직업 퀘스트가 이렇게 어려운 거였나?’

약간의 의문은 들었지만, 이안은 놈을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늑대를 향해 활을 겨누었다.

‘한방에 죽어버릴 염려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이안의 공격력이라면, 레벨 10 정도의 몬스터는 화살 한방에 죽어버릴 터였다.

늑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잡아가야 하는 이안으로서는 오히려 다행인 것 같기도 했다.

피이잉-!

이안의 화살이 허공을 찢으며 푸른 눈의 늑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여지없이 늑대의 몸통을 명중시켰다.

혹시라도 죽을까봐 약점포착은 사용하지도 않았다.

크르릉-!

화살에 맞아 이안을 발견한 푸른 눈의 늑대는, 그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늑대라 원래 성체의 몸집에 반 정도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 크기였지만, 일반적인 늑대보다는 훨씬 커다란 덩치를 가진 녀석이었다.

이안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몸을 회전시켜 늑대의 복부를 차 올렸다.

퍽-!

둔중한 소리와 함께, 늑대는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크르르…

자신보다 강한 상대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늑대의 기세가 많이 위축되었다.

‘생각보다 많이 약한데…? 20레벨 맞아?’

이안은 화살을 등에 걸어 메었다.

몇 발 더 잘못 맞췄다가는 늑대가 죽어버릴 것 같았다.

그러면 일이 복잡해진다.

‘늑대를 최대한 지치게 한 후, 봉인 마법서를 사용하라 했지?’

생명력을 죽지 않을 정도로만, 최대한 빼 놓은 상태에서 마법서를 사용하면 된다는 의미 같았다.

이안은 천천히 늑대를 향해 접근했다.

타탓-!

아직까진 힘이 많이 남았는지, 늑대가 먼저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척이나 날카롭고 날렵한 움직임.

하지만 이안은 보통의 ‘비기너’ 유저가 아니었다.

퍼퍽-!

달려드는 늑대의 공격을 흘려 보내면서, 이안의 주먹이 그의 안면을 다시 강타했다.

깨갱-

늑대와 이안의 난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능력치 자체는 이안이 훨씬 높았지만, 죽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생포’ 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맨주먹으로 상대해야 했고, 그래서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안에게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은 푸른 눈의 늑대가 드디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끼이잉-

하지만 이안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후우,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늑대에게 다가간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어 마법서를 꺼내었다.

“봉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안의 손에 들려있던 마법서가 사라지며, 하얀 빛이 되어 늑대를 향해 쏘아졌다.

우우웅-!

이안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오호, 이런 식으로 포획하는 건가?’

다 되었다고 생각하던 그 때, 늑대를 감싸고 있던 하얀 빛 무리가 허공으로 흩어지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봉인에 실패하셨습니다.]

이안은 당황했다.

“뭐, 뭐야? 아직 더 패야 되는 거야?”

말과 함께 이안이 주먹을 치켜들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늑대는 움찔 했다.

하지만 이안은 주먹을 거두었다.

“한대 만 더 치면 죽을 것 같은데…. 대체 왜 안 된 거지?”

하지만 딱히 주먹질 말고는 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고민 끝에 이안은 묘책(?)을 생각해 내었다.

‘체력을 좀 채워주고 다시 패면 돼지 뭐.’

늑대가 알았다면 두려움에 오줌을 지렸을 만한 잔인한 생각을 한 이안은,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인벤토리에서 고기를 꺼내어 들었다.

얼마 전에 사냥했던 붉은 여우의 고기였다.

이안이 고기를 내밀자, 경계하며 눈치를 보던 늑대는 곧, 허겁지겁 고기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포만감을 느낀 늑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일어섰다.

이안에게 약간의 친밀도가 형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안은 늑대의 태도변화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이안의 구타가 다시 시작되었다.

퍽- 퍼퍽-!

이미 전의를 상실한 늑대는 계속해서 얻어터지기 시작했다.

늑대는 곧 다시 바닥에 널브러졌고, 이안은 또다시 늑대에게 여우고기를 내밀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그 모습을 본 초보 유저들은 얼굴이 새하얘져서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저놈, 싸이코패스인게 틀림없어!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해!’

‘모, 몬스터가 불쌍하긴 처음이야. 어떻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럴 수가 있지?’

물론 늑대는 그르릉거리며 이안이 주는 고기를 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안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지가 죽기 싫으면 먹어야지, 안 먹고 배겨?’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이안은 늑대가 배고픔에 지쳐 고기를 먹을 때 까지 기다렸고, 또다시 구타를 감행했다.

그리고 늑대가 쓰러지자,

“봉인!”

또다시 마법서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도 늑대는 봉인되지 않았다.

사실 처음 여우고기를 먹인 직후 봉인을 시도했다면, 성공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구타로 인해 늑대의 이안에 대한 적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는 이안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거냐?”

한시가 바쁜 이안은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늑대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안은 다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의 주변엔 하나 둘 구경꾼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안이 봉인 마법서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것이었다.

“저 사람 봐! 소환술사인가봐!”

“벌써 소환술사로 전직한 사람이 있어?”

구경꾼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소환술사가 저렇게 잔인한 직업이었어?”

낙심한 초보유저도 있었다.

“나 소환술사로 전직하려했는데, 다른 직업으로 바꿀까봐.”

한 시간이 넘게 늑대에게 폭력을 휘두른 끝에, 봉인 마법서를 모두 사용한 이안은 결국 늑대를 봉인할 수 있었다.

친밀도고 나발이고, 폭력 앞에는 장사 없었다.

우우웅-!

하얀 빛무리와 함께 주문서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늑대의 표정은 정말 안쓰러웠다.

[‘푸른 눈의 늑대’를 봉인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이안은 늑대가 봉인된 마법서를 들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 벌써 소환술사 전직에 성공한 유저들이 많아졌을 거야.’

유저들이 구경하던 말 던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전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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