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캐릭터 초기화 -4
칼림푸스 언덕에 도착한 이안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내가 사냥할 때 보다 사람이 훨씬 많아졌잖아?’
이안이 이 칼림푸스 언덕에서 한창 사냥할 당시에도 사람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카일란의 유저들이 많이 늘었다는 소린가.’
카일란의 유저가 많아지는 것은 기꺼운 일이었지만, 사냥터에 사람이 많은 것은 썩 반갑지 않았다.
‘무슨 여기가 강남역도 아니고… 나, 참.’
여기저기서는 파티를 구하거나, 사냥에 필요한 물품들을 거래하기 위한 사람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레벨 25 이상 폭딜 가능한 딜러분 구해요! 기사 둘에 사제 하나 대기 중 입니다!”
“버프스킬 2개 이상 보유하고 계신 사제님 구합니다! 골드 분배 두배로 해드려요! 사제님만 오시면 바로 출발합니다!”
“붉은여우 가죽 개당 2골드에 전부다 구매합니다!”
전부 이안과는 상관없는 내용들이었다.
이안은 파티에 들어갈 생각도 없었지만, 1레벨의 비기너를 끼워줄 파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안은 성큼성큼 발을 옮겼고, 이때, 뒤에서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1레벨 유저는, 뭐야? 혼자 사냥터 들어가고 있어!”
“정말이네…? 뭐 하는 거지?”
“자살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수군거림을 들은 이안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레벨정보를 비공개로 바꾸었다.
괜히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 끌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어디보자… 오랜만에 오니까 감회가 새롭네. 길도 좀 헷갈리고.’
사냥터 깊숙이 들어온 이안은 겨우 인적이 드문 사냥할 만 한 곳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 그의 두 눈에 괜찮은 먹잇감이 들어왔다.
이 사냥터에 가장 흔한 몬스터인 붉은여우였다.
이안은 주변에 다른 몬스터가 없는 것을 꼼꼼히 확인하고, 천천히 활 시위를 당겼다.
그는 제법 긴장한 상태였다.
초기화 전이라면 수 백 마리가 달려들어도 우습지도 않을 상대였지만, 지금 수준에서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상대였다.
‘미간에 정확히 한 발 박고 시작한다…!’
이안은 정확히 여우의 미간을 조준했다.
피이잉-!
이안의 손을 떠난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여우의 미간을 정확히 관통했다.
그르르르-
제법 피해를 입었는지, 여우는 움찔 하더니 고개를 돌려 화살이 날아온 곳을 응시했다.
그런데 그 때, 이안의 두 눈에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여우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공격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약점포착’을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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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점포착 -
분류 - 패시브 스킬
스킬레벨 - lv 0
숙련도 - 0%
대상의 약점이 표시되며, 명중률이 10% 상승하고 치명타 확률이 15% 증가합니다. 약점을 공격할 시 추가로 50%의 피해를 더 입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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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란’의 스킬 습득 시스템은 ‘일정 레벨 도달’ 과 같은 단순한 조건 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진성은 초기화 전, 저랩 시절에 질리도록 잡아보았던 여우의 약점을 자연스럽게 공격했는데, 그것이 곧바로 패시브 스킬의 획득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행운에 이안은 쾌재를 불렀다.
패시브 스킬은 원래 이렇게 쉬이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초기화 전에 보유했던 스킬이라 몸에 익어서 그런가…?’
의외의 메시지였지만, 이안에게 그것을 감상할 시간은 없었다.
그를 발견한 여우가 곧바로 그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으, 역시 몸이 많이 무거워.’
초기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빈약한 능력치.
이안은 몸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아 답답했다.
하지만 투덜거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피잉- 피이잉-!
이안은 재빨리 화살 두 발을 더 날렸고, 두 발 모두 여지없이 여우의 몸통에 명중했다.
붉은 여우의 이름이 천천히 깜빡이기 시작했다.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신호였다.
여우의 공격에 이안은 빠르게 바닥을 굴렀지만, 한방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붉은 여우에게 공격당했습니다.]
[105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제대로 맞은 공격이 아님에도, 체력의 30% 이상이 빠져나갔다.
이안은 더욱 긴장했다.
방어구에 신경을 덜 써서인지, 생각보다 여우의 공격이 아팠다.
핑- 피이잉-!
가까운 거리라 위력이 떨어졌지만, 딱히 근거리 공격수단이 마땅찮은 이안은 뛰어오르는 여우를 향해 계속 화살을 날렸다.
퍽-!
그리고 여우의 공격이 한번 더 이안의 등허리를 할퀴고 지나갔다.
[17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체력이 20% 이하로 떨어집니다.]
이번엔 제대로 공격을 허용해서인지, 어마어마한 데미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여우 또한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이안은 느꼈다.
타탓-!
여우가 착지한 반대방향으로 몸을 날린 이안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한발의 화살을 더 쏘아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붉은 여우의 약점에 깊숙이 박혔다.
[붉은 여우를 처치했습니다. 320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레벨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레벨이 되었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7레벨이 되었습니다.]
단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7레벨이 되었다.
이안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 내가 처음 게임 시작했을 때, 얼마나 개고생을 하면서 레벨을 올렸었는데….’
처음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 하루 종일 플레이해서 겨우 만들었던 레벨이 4~5 정도였다.
제법 위험하긴 했지만, 전투 한번에 7레벨이 되니 어처구니가 없을 만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때,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20레벨 이상 차이나는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사냥의 달인’ 칭호를 획득합니다.]
“허… 이거 너무 잘 풀리는데?”
이안은 ‘사냥의 달인’ 이라는 칭호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떤 칭호인지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초기화 하기 전에 자신보다 10레벨이 높은 몬스터를 잡고 ‘사냥의 귀재’ 칭호를 얻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제법 유용한 효과를 가지고 있었기에, 한 때 애용했던 것이었다.
‘사냥의 달인’ 칭호 또한, 같은 종류의 상위 레벨의 칭호이리라.
이안은 칭호의 정보를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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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의 달인 -
등급 - 영웅
-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한다.
-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을 상대할 때, 획득 경험치가 레벨차이에 비례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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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의 두 눈이 살짝 커 졌다.
‘사냥의 귀재’ 칭호에도 높은 레벨의 적을 상대할 시, 능력치 상승 옵션은 붙어 있었다.
하지만 획득 경험치 상승 옵션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최적의 칭호일지도 모르겠는데?’
진성의 분석 및 연구 본능이 발동했다.
유현이 ‘게임연구가’라는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로, 진성은 게임내의 모든 현상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런 게임 성향을 가진 진성이기에, 경험치가 얼마나 추가로 오르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바로 한 마리 더 잡아보면 되지.’
숲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곧 같은 레벨의 붉은 여우를 한 마리 더 찾아낼 수 있었고, 진성은 상승한 레벨 덕분인지, 좀 더 수월하게 여우를 사냥했다.
[붉은 여우를 처치했습니다. 592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8레벨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곧바로 한 계단 더 상승했지만, 지금 진성의 관심사는 그것이 아니었다.
‘여우의 레벨은 두 번 모두 24였다. 나랑은 17레벨 차이였고….’
진성은 열심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처음 얻었던 경험치는 320. 이번에 얻은 경험치는 592니까… 원래 경험치의 185%를 얻었네.’
진성의 입 꼬리가 귀에 걸렸다.
‘레벨차이에 정비례 한다고 전제하면, 레벨 1 차이당 5% 정도 경험치가 더 들어오는 셈이네?’
지금의 진성에게는 ‘영웅’ 등급이 아니라 ‘전설’ 등급의 칭호라 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옵션!
‘환생의 비약으로 얻은 보너스 능력치 덕에 앞으로 한동안은 20레벨 이상 차이나는 몬스터 사냥이 가능할 테니….’
경험치 두 배 이벤트를 상시 적용받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 진성의 입이 함지박 만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원래 레벨보다 한참 높은 수준의 몬스터를 잡으면서 말도 어마어마한 레벨 업 속도를 보장받은 상태였는데, 거기에 이런 보너스 경험치 까지 제 발로 들어오다니… 진성은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한 50레벨 까지는 광속으로 올려줘야겠군. 크흐흐.’
60~70레벨부터, 몬스터들은 비약적으로 강해진다.
그말은 곧, 진성이 50레벨정도가 되면 더 이상 스텟의 우위와 템 빨로 도배를 하더라도 20레벨이상 차이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는 이야기였다.
어찌되었든, 지금 당장 사기적인 효과인건 변하지 않았다.
“후후.”
진성은 남은 경험치를 확인했다.
‘9레벨까지는 900정도 남았으니, 두 마리 더 잡으면 또 레벨 업 이겠고….’
10레벨까지의 경험치를 대충 계산해 보니 앞으로 8마리 정도만 더 잡으면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성은 미리 준비해 온 물약으로 체력을 회복한 뒤,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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