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화 (38/1,027)

(2). 캐릭터 초기화 -3

“네에? 제가 부 길드마스터를 하라고요?”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의 두 눈이 동그랗게 뜨여졌다.

“네, 오늘부터 피올란님이 부길마좀 맡아주셨으면 해서요.”

로터스길드의 부길마는 이안이었다. 마스터가 헤르스인 것이야, 헤르스가 길드를 창립했기에 당연한 것이었고, 부길마를 이안이 하는 것은 이안이 길드 내에서 가장 강했고, 레벨도 가장 높았기에 아무도 이견이 없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부길마를 해달라니, 피올란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안이 부길마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요.”

카일란에서 길드에 가입하기 위한 최소레벨은 20이었다. 이안이 캐릭터를 초기화하자마자 길드 명단에서 자동 탈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씁쓸한 표정의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은 더욱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갑자기 그런… 이안님이 길드에서 나가시겠다고 하세요?”

헤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게 아니고….”

그는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걔 환생의 비약 마셨어요.”

“…?!”

너무 당황스러우면 일시적으로 공황상태가 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피올란이 딱 그 모습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피올란이 말을 이었다.

“아니, 대체 왜?”

“그러니까요, 대체 왜 그랬을까요?”

“아니….”

말을 잃은 피올란을 보며 헤르스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뭐, 사연이 있긴 하지만, 본인 선택이에요.”

“그, 그거야 그렇겠죠.”

“그러니까 녀석이 캐릭터 초기화 한 이유는 일단 묻지 마시고, 부길마 좀 맡아 주세요.”

피올란은 89레벨의 마법사였다. 초기화 하기 전의 이안 다음으로 길드에서 고 레벨 유저였고, 그렇기에 헤르스가 그녀에게 부길마를 부탁한 것이었다.

“하… 하… 조금, 아니 많이 당황스럽네요.”

“저도 그래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피올란은 헤르스의 제안을 수락했다.

“뭐, 일단 그럼 부길마 저에게 주세요. 이안님 20랩 찍으시고 다시 가입 하시면 넘겨드리면 되는 건가요?”

헤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뇨, 다시 돌아온다 하더라도 20랩이 부길마에 있는건 보기 좀 그렇죠.”

“아무래도… 그렇겠죠?”

“네. 그래서 한동안은… 아니 어쩌면 영원히 피올란님이 부길마를 하셔야 할 수도… 하하.”

그리고 피올란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로터스’ 길드의 ‘부 길드마스터’로 직책이 승격되셨습니다.]

“어쨌든, 부길마가 된 이상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이안님은… 다시 돌아오시긴 하는 거죠?”

헤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20랩 정도야 금방 찍을 녀석이니까요.”

“뭐, 이안님 실력이시라면 뭘 해도 금방 길드에서 1인분은 훌륭히 해 내시겠죠.”

“… 그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생각난 게 있는지, 헤르스는 한 마디 덧붙였다.

“아, 그리고 피올란님.”

“네?”

“한동안 이안이 캐릭터 초기화 한건… 비밀입니다.”

“어차피 길드정보만 한번 열어봐도 금방 다들 알 텐데요?”

“아니 길드원들이야 다들 곧 알게 되겠죠. 대외적으로 말이에요. 이안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 길드 몇 군데에서 길드전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헤르스의 말은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만큼 이안의 존재는 로터스 길드의 전력적인 부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올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          *          *

헤르스와 피올란이 한숨을 푹푹 쉬고 있을 때, 캐릭터 초기화에 성공(?)한 이안은 몸을 여기저기 움직여 보고 있었다.

“이거 뭔가 여러모로 좀 힘이 쭉 빠지긴 하네.”

환생의 비약을 마시자마자 이안은 물리적으로도 몸이 확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스텟이 다 빠져나가서 그런 거겠지?”

93레벨이 1레벨이 되었으니 오죽하겠는가.

“상태나 한번 확인해 볼까?”

이안은 상태창을 열며 은근히 두근거림을 느꼈다.

‘기왕 초기화하는거, 비약도 제일 비싼 놈으로다가 쳐발랐는데… 보너스 스텟이라도 많이 떠라…!’

-----------------------------------

이안

lv 1

0 / 15 (0%)

종족 - 인간

직업 - 무직(비기너)

칭호 - 없음

명성 - 0 (명성이 0 이하로 떨어지면 악명으로 변환됩니다.)

생명력 - 230 (+ 0)

힘   - 25 (+ 0)

민첩 - 49 (+ 0)

지능 - 20 (+ 0)

체력 - 23 (+ 0)

-----------------------------------

상태창을 확인한 이안의 입이 떡 벌어졌다.

“뭐, 뭐야?”

이안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캐릭터를 생성했을 때, 레벨1 유저의 모든 스텟은 10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이안은 환생으로 인한 보너스 포인트를 총 77개나 추가로 받은 것이었다.

“어디보자… 힘에서 15개, 민첩에서 39개, 지능 10개, 체력 13개… 총 77개?”

이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알기로 지금까지 환생의 비약을 통해 캐릭터를 초기화한 후, 보너스 스텟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이 40개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것도 거의 기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었다. 한데 77개라니.

“역시… 난 될 놈이었어!”

이안은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스텟 77개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카일란에서 유저의 스텟은, 레벨업 당 모든 스텟 통틀어 5~6개씩 상승한다. 그리고 자동분배가 되는데, 분배의 기준은 유저가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냥했는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레벨업당 5.5개의 능력치를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안은 겉으로만 1레벨이었지, 능력치로 보면 15레벨이나 마찬가지 수준이었던 것이었다.

고 레벨이 될수록 레벨업이 지옥같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77개의 스텟은 정말 꿀 같은 능력치였다.

“그렇다 해도 두 번 다시 초기화는….”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초기화 말고도 많았기 때문에, 역시 이안 같은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초기화 하는 것은 비효율 적이었다.

‘앵벌이 좀 더 하고 초기화 할 걸 그랬나…? 스텟이 이렇게 잘 뜰 줄 알았으면….’

1레벨부터 15레벨의 능력치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는 이안이 레벨10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최고의 전투감각을 가지고 있는 이안이었기에, 어쩌면 1레벨부터 20레벨 대의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사냥터에서도 사냥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한 두 시간? 아니 어쩌면 한 시간 정도면… 10레벨, 가능할 각인데?”

전직을 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10레벨부터는 레벨업이 되지도 않았다.

졸지에 업데이트가 되기 전까지 2~3일 동안은 할 게 없어진 것이었다.

“일단 10레벨 만들고 생각하자.”

이안은 걸음을 옮겼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경매장이었다.

이안은 지금 그가 착용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들로 장비를 도배하고 사냥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카일란의 아이템은 착용제한이 다양했다.

레벨제한이 걸려있는 아이템도 있었지만, 장비류는 거의 능력치 제한이 걸려 있었다.

궁사가 사용하는 무기인 활에는 대부분 ‘민첩 xx 이상 착용가능’ 과 같은 제한이 걸려있었고, 전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검이나 도끼의 경우 ‘힘 xx 이상 착용가능’ 과 같은 제한이 걸려 있었다.

‘지금 내가 착용할 수 있는 최상의 무기는 활이겠지.’

초기화 전의 능력치에 영향을 받은 건지, 이안이 얻은 보너스 능력치도 민첩에 반 정도가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안에게 있어서 가장 능숙한 전투방식은 활을 이용한 원거리 사냥이었다.

이안은 경매장에서 활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우선순위 옵션에는 착용제한 완화 옵션이 걸려 있는 게 좋겠군.’

낮은 레벨 때 일수록 착용제한 완화 옵션이 걸려있는 아이템은 효율이 좋았다.

착용제한 완화 옵션 중 최상급 옵션은 착용제한 스텟을 거의 10레벨이 낮은 수준으로 완화시켜주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레벨은 1이지만, 민첩 스텟은 49.

레벨 15 정도의 궁수들과 스텟이 비슷했지만, 착용완화 옵션이 잘 붙은 아이템을 찾는다면, 거의 30레벨에 가까운 궁수들이 쓰는 무기를 착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부위는 몰라도, 무기만큼은 지금 착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장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곧 괜찮은 아이템이 그의 눈에 띄었다.

-----------------------------

- 가벼운 리자드 궁사의 활 -

분류      -  장궁

등급      -  영웅

착용제한  -  민첩 60(-15) 이상, 힘 30(-10) 이상

공격력    -  53~175

내구도    -  105/105

옵션      -  민첩 +25

체력 +20

치명타 확률 +6%

리자드 궁사가 사용하던 명품 활이다.

수준 높은 리자드 대장장이가 제작한 것이 분명하다.

-----------------------------

아이템의 가격은 7만 골드.

보통 10~20레벨 사이의 유저가 착용할 만한 아이템이었기에,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가격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7만 골드 정도면, 해당 레벨 대 유저들에게는 무척이나 거금이라 할 수 있는 비싼 액수였다.

하지만 이안에게는 껌 값 이었기에 냉큼 구매해 버렸다.

‘최소 데미지가 많이 낮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그건 정확도로 커버하면 되니까.’

활은 다른 종류의 무기들보다 최소 데미지가 낮고, 최대 데미지가 높은 무기였다.

그런데 방금 이안이 구매한 활은 일반적인 활 보다도 그 격차가 더 심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안에게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카일란은 공격을 정확히 맞출수록 최대 데미지가 들어갈 확률이 높게 시스템이 구성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명중률이라면, 오히려 이런 데미지 구성이 더 반가운 수준이었다.

이안은 10레벨이 되었을 때 사용할 만한 활 중, 방금 구매한 활과 비슷한 수준의 활을 15만 골드에 구매해 버렸고, 나머지 방어구와 액세서리도 대충 세팅을 끝냈다.

“첫 사냥터는…”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곧 마음을 정했다.

“칼림푸스 언덕이다.”

칼림푸스 언덕은 ‘여우 굴’ 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사냥터였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몬스터가 여우였기 때문.

칼림푸스 언덕에 등장하는 여우들의 평균레벨은 25레벨 정도였고, 이안은 철저히 분석한 끝에, 현재 능력치로 약간 버겁게 사냥할 수 있을 정도의 사냥터를 고른 것이었다.

이안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칼림푸스 언덕은 지금 이안이 있는 트럼본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