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1화 (1/1,027)

Prologue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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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생의 비약 -

분류      -  잡화

등급      -  영웅

고대의 연금술을 통해 만들어진 비약.

비약을 마시면 캐릭터가 초기화 됩니다.

레벨을 비롯한 모든 능력치를 초기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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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란 한국서버 최상위 레벨의 랭커인 이안으로서는,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단어가 가득 담긴 아이템 정보 창!

이안은 마치 사약을 대하듯, 비장한 표정으로 거무튀튀한 호리병을 움켜쥐었다.

“후….”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뒤 곧바로 호리병을 들어 단숨에 내용물을 입에 털어 넣었다.

동시에 새하얀 빛이 이안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환생수를 마셨습니다.]

[캐릭터의 레벨을 비롯한 모든 능력치가 초기화됩니다.]

이것이 전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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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규모 업데이트 -1

“하… 내 시간표는 대체 왜 이렇게 거지같은 거야.”

진성은 스마트폰 위에 띄워 놓은 자신의 시간표를 보며 한숨을 푹 푹 쉬었다.

오늘 그가 들어야 할 과목은 두 과목.

둘 중 한 과목인 ‘VR(가상현실)의 이해’는 방금 듣고 나왔다. 문제는 다음 과목이 시작하기까지는 앞으로도 3시간이나 더 남았다는 점.

과방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의 뒤에서 한차례 핀잔이 들려왔다.

“네 시간표가 왜 거지같긴, 수강신청을 거지같이 했으니까 그렇지.”

진성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과 동기인 한유현 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뭐라고 대꾸라도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힘조차 없는 진성이었다.

의자를 뒤로 젖히고 벌렁 누운 진성을 보며 피식 웃은 유현은 다시 자신의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실 유현 또한 진성과 같은 처지였다.

그 또한 지루한 공강 시간을 떼우는 중이었다.

“흐으음….”

유현이 노트북으로 관심을 돌리자 두 사람밖에 없는 과방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잠시 후, 조금 흥분한 듯 한 유현의 목소리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진성을 깨웠다.

“야, 진성아. 일어나라 지금 누워있을 때가 아니다.”

“뭐 인마, 형님 졸리시다. 귀찮게 하지 마라.”

“너 후회한다? 지금 LB소프트 메인화면에 카일란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 떴는데, 안 볼거야?”

말이 끝나는 순간,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있던 진성이 반사적으로 일어나 유현의 옆에 앉았다.

“정말? 그거 공지 뜨는 날이 오늘이었나?”

“그래 짜샤, 그래서 이 형님이 지금까지 모니터링 하고 있었던 거 아니냐.”

두 사람은 노트북의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것처럼 집중해서 업데이트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야, 이거 대박인데? 직업이 세 개나 더 생기네?”

“그러게. 장난 아닌데? 신규지역도 오픈되고….”

“암살자 간지날거 같지 않냐? 이거 좀 끌리는데? 흑마법사도 재미있어 보이고…. 이거 소환술사는 드래곤도 쫄따구로 부려먹을 수 있는 거 아니냐, 혹시?”

조금 흥분한 듯 한 유현의 말에 진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서라 인마. 신규 직업 나오면 뭐하냐. 새로 게임 시작하는 신규 유저들이나 좋지. 나는 이제 레벨이 90을 넘겼고… 너도 80레벨이 넘었는데 캐릭터 초기화라도 하게?”

가상현실게임 ‘카일란’ 에는 부계정 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홍채인식을 통해 한번 캐릭터를 생성하면, 같은 사람이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직업이 한번 결정되면 변경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으니, 기존 유저가 신규 직업을 하기 위해선 캐릭터 초기화 밖에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캐릭터를 초기화 하기엔 두 사람은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크, 그래 우리는 업데이트 되자마자 신규 지역이나 들어가 보자. 업뎃 초기에 신템 옵 죽이는거 하나 잘 주워 먹으면 한 학기 등록금정도는 어떻게 되지 않겠냐.”

유현의 말에 실소를 지은 진성이었지만, 그 또한 설레기는 마찬가지였다.

업데이트 날짜를 보니 앞으로 정확히 일주일 후, 6월 20일.

날짜가 조금 거슬렸다.

그날은 진성의 마지막 시험이 3일 남아있을 시점 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오, 이놈에 기초게임이론. 이거 때문에 금요일마다 세시간씩 버리는 것도 짜증났는데, 시험 날짜까지 맨 뒤에 있네.’

그런데 그때, 진성의 두 눈이 반짝였다.

‘가만…!’

진성은 슬쩍 고개를 돌려 업데이트 내용을 열심히 읽고 있는 유현을 응시했다.

“현아.”

“응?”

“우리 기초게임이론 쨀까?”

“뭐 인마?”

유현의 두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뭘 놀라고 그래, 수업 한두번 째봐?”

“너 지금 몰라서 묻냐? 우리 이번에 째면 드랍이야 인마. 이미 두 번 결석이잖아.”

그 말에 진성의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현아, 저기 봐라. 저기 뭐라고 써 있냐?”

유현은 진성이 가리킨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뭐, 이거? 오픈날짜?”

“그래. 6월 20일 보이지?”

“보인다.”

“우리 기초게임이론 시험이 며칠 이었냐.”

유현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며칠 이었는데?”

“6월 23일.”

“아씨, 이거 시험 그렇게 늦게 있었냐? 난 업데이트 날짜 방학이랑 맞물린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런 답답한 양반을 봤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선택이 뭔지 모르겠어?”

진성의 말에 유현의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을 찾은 그의 두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드…랍?”

유현과 눈이 마주친 진성이 엄지를 척 치켜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완벽해! 역시 넌 이해가 빨라서 좋아.”

그런 그를 보며 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 또한 노트북을 덮고 가방을 싸고 있었다.

그리고 유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자기합리화를 시전했다.

‘그래, 1학년 1학기가 아니면 언제 이래보겠어.’

가방을 싸는 그의 귓전으로 어느새 과방을 나가고 있는 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리고 오늘은 나 찾지 마라! 클리크산 올라가서 솔로 플레이 할 거니까.”

*          *          *

도망치듯 캠퍼스를 빠져나와 후다닥 집으로 뛰어 들어온 진성은 잽싸게 캡슐의 전원을 켜고 씻으러 들어갔다.

곧장 캡슐에 앉고 싶었지만, 아무리 게임에 미친 진성이라도 한여름에 땀이 범벅이 된 채로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심지어 들어가면 최소 10시간은 나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크, 역시 드랍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한 주라도 빨리 할 걸….”

진성은 학교 후문 근처의 원룸에 혼자 자취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혼자 자취하기에는 제법 넓은 고급 원룸.

진성의 집안 형편이 부유해서 이런 고급 원룸에 자취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부모님께서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셨고, 진성에게는 용돈도 한 푼 주시지 않으셨다.

하지만 진성은 어지간한 대학생보다 훨씬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가상현실게임 ‘카일란’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금화한 것이 바로 그 비결이었다.

진성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상현실게임 광이었다.

대학 합격 결과가 나오자마자 부모님께서는 자신들의 역할을 다 하셨다며 진성에게 등록금 오백만원과 허름한 전세방만을 남겨두신 뒤 귀농하셨지만, 진성은 그 돈을 등록금으로 쓰지 않았다.

진성은 오백만원은 자신의 통장에 넣은 뒤, 학자금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메꿨고, 1월부터 곧장 알바를 시작했다.

이 모든 건 천만원이나 하는 가상현실게임 카일란의 게임캡슐을 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개강 하자마자, 2개월간 바짝 모은 돈과 부모님께 받은 오백만원, 그리고 그동안 모아놨던 종자돈을 탈탈 털은 진성은 캡슐을 사는데 성공했다.

카일란이 오픈한지 대략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유현은 진성의 캡슐을 인간승리 라고 표현했다.

두 달이나 늦게 게임을 시작했지만, 진성의 열정과 게임에 대한 재능은 대단했다.

게임을 시작한지 두 달 만에 게임 오픈하자마자 시작한 유현의 레벨을 따라잡았으며, 4개월 차에 접어드는 지금 한국 랭킹 상위 천명 안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것이었다.

전 세계의 게임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카일란 이었고, 그 명성에 걸맞게 카일란의 동시 접속자 수는 천만을 훌쩍 넘은지 오래였다.

게다가 이전부터 게임강국으로 명성을 날려 왔던 한국에서 랭킹 천위 안에 들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사실 진성이 대단하다는 것은 4개월동안 카일란으로 벌어들인 돈만 수천만원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씻고 나온 진성이 게임 캡슐에 들어가 자세를 잡고 앉았다.

“어디 주말까지 한번 불태워 볼까?”

[홍채인식 완료. ‘이안’님 카일란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진성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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