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매니지먼트-210화 (210/218)

< 하늘의 별이 되거나, 별을 따거나 (2) >

“그, 어, 그, 아닌가?”

여배우가 옆에 있는 배우의 옆구리를 쳤다.

“그 사람 아냐?”

“뭐가? 누가?”

“정선우!”

이름이 왈칵 튀어나왔다. 속삭임이라기엔 너무 큰 목소리로.

이교진 실장이 흔해빠진 사기꾼인가 아닌가를 살피던 극단원들이 내 쪽으로 홱홱 고개를 돌렸다. 이게 빠르겠다 싶어서 안경과 모자를 벗었다. 위장용 대학점퍼도 벗었다. 이건 좀 아쉽다. 파릇파릇해진 기분이었는데.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

극단원들이 엉거주춤 인사를 받다가, 단체 리액션 사인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확 소란스러워졌다. 얼굴 팔린 뒤론 익숙해진 일이긴 한데. 지금은 대상이 현직 배우들이라는 게 좀 미묘하다.

사교성이 남달라 보이는 몇 명이 다가왔다.

“깜짝이야! 진짜 오디션 때문에 오신 거예요?”

“와, 나 감 떨어졌다. 팔십 프로 확률로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도시정글 맞죠? 남조윤 씨랑 이송하 씨 주연, SBE필름에서 만드는 영화! 커뮤니티에 조단역 오디션 공지 떳길래 프로필 보낼까 말까 고민했거든요!”

어느새 뒤로 물러난 이교진 실장이 팔짱을 꼈다.

“······더 설명할 필요 없겠네요. 이거 묘한 자괴감이 느껴지는데.”

“이쪽도요.”

짝다리를 짚은 김현섭이 남조윤의 팔을 툭 쳤다.

“마스크랑 모자 그냥 벗자. 알아보는 사람도 없는데 의미 없다, 야.”

답답했었는지 남조윤이 기다렸다는 듯 모자와 마스크를 벗었다. 순간, 조금 전보다 더 요란한 단체리액션이 터졌다. 팬미팅하는 아이돌이 된 느낌이랄까. 희한할 정도로 유쾌하고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두 사람 얘기가 요쪽 바닥에선 워낙 유명하니까요.”

“무명배우랑 매니저가 만나서,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성공하는 스토리. 낭만적이잖아요. 남조윤 씨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처럼 꿈 좇겠다고 인생 꼬라박은 사람들도 희망을 갖고 살지!”

“박희재! 너도 내년엔 영화 씬스틸러 돼서 결혼해라!”

분위기를 타고 포차로 몰려갔다. 낮술이 한 바퀴씩 돌자 극단원들이 더 시끌시끌해졌다. 극단 단장이 복잡한 낯으로 술만 들이키는 박희재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이 자식이 처갓집 반대 때문에 3년째 결혼을 못하고 있거든요. 소극장에서 연극하면서 간신히 풀칠하는 놈한테 딸 못 준다고.”

“그만해요, 좀. 뭐 자랑이라고.”

박희재가 나와 이교진 실장을 보며 물었다.

“무슨 역할인데요? 단역이에요?”

“조연이요. 대사도 많고, 아주 중요한 역할이에요.”

“캐스팅디렉터 분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시던데.”

이교진 실장의 말에 박희재가 씁쓰름하게 말했다. 극단원들이 거들었다.

“진짜 좋은 역할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가보면, 희한한 거 엄청 많아.”

“난 캐스팅디렉터한테 속아서 에로영화 오디션도 봤었어.”

“왜들 이렇게 부정적이야. 난 진짜 좋은 배역 소개받은 적 있었는데. 오디션 붙고 리딩까지 끝냈는데, 나보다 인지도 높은 배우 섭외됐다고 나가라더라. 개새끼들.”

“분기마다 영화, 드라마, 엄청 나오는데 왜 내 배역은 하나도 없냐!”

“사방에 뵈는 게 아파튼데 내 집은 없는 거랑 비슷한 거지.”

극단원들 각각이 인생이 드라마다. 풀리지는 않고 계속 꼬이기만 하는 드라마. 그 틈에 남조윤과 김현섭도 합류했다. 남조윤도 인생역경 스토리로는 어디 가서 안 지지. 십년짜리 대하드라마다.

박희재는 앉은 자리에서 소속사와 통화를 하고 오디션 날짜를 잡았다.

별로 기대는 않는 눈치였다.

“프로필 수백 장을 보고, 또 봤는데. 박희재 씨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내 말에 그가 술잔을 들다가 멈칫했다.

“연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연극을 보는데 머릿속에서 영화 씬이 그려지더라고요. 확정은 정식 오디션 이후에 되겠지만, 응원하겠습니다.”

박희재의 목이 벌게졌다.

극단원들이 기를 불어넣어준다며 그의 목구멍에 폭탄주를 쏟아 부었다.

이후로 며칠간 여럿의 배우들을 만났다.

이교진 실장이 추천한 배우도 있었고, 내 눈에 밟힌 배우도 있었다. 매력도 실력도 각양각색이었다. 박희재처럼 연기를 보자마자 저 사람이다, 싶었던 경우도 있었고,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후자가 훨씬 많았다. 훨씬.

“애가 긴장해서 그래요!”

연기학원 원장이 이교진 실장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이교진 실장이 코웃음을 쳤다.

“긴장은커녕 말도 안 되게 자신만만한데요. 국어책도 아니고 동화책을 읽네. 윤 감독님이 이런 애를 왜 추천하셨지?”

“제가 연기 배운지 얼마 안돼서 그래요.”

임서영에 버금가는 발연기를 선보인 여고생이 스스로 변호했다.

“오디션 준비가 덜됐어요. 연습할 시간 조금만 더 주시면 저도 이송하 언니만큼 할 자신 있어요! 그리고 솔직히 얼굴은 제가 낫잖아요. 그 언니도 쫌 카메라 빨이라던데?”

“그래요, 얘가 비주얼이 받쳐주잖아요! 얼굴 하나는 어디 가서······!”

떠들던 원장이 멈칫했다.

꽁꽁 싸매고 영화사 직원인양 서있던 이송하가 모자를 벗었다. 묶어서 올려놓은 머리가 쏟아졌다. 마스크까지 툭 내리자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멍하니 바라보던 원장과 여고생이 쪼그라들었다.

이교진 실장이 슬쩍 다가와 말했다.

“죄송합니다. 쟤 추천해주신 감독님이 친인척이던가, 뭘 받아 드셨나보네요. 이 양반을 진짜. 이송하 씨까지 같이 오셨는데 체면 다 구겼네.”

“오히려 상대역 해준 학생이 잘하던데요. 이미지도 좋고.”

“······정 팀장님 보기에도 그랬어요?”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상대역 대사를 쳐주고 연습실 구석에 앉은 여학생이 이쪽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삼각김밥을 까먹으면서. 다음 순간, 이교진 실장의 명함과 함께 오디션 제의를 받은 여학생이 거하게 사레에 들렸다.

“대리 부르신 분 맞죠? 차는 어딨어요?”

이십대 중후반쯤. 어디서 주먹다짐이라도 했는지 얼굴엔 흉이 져 있었다. 날티가 나는 얼굴도 그럭저럭 잘생겼지만, 그보단 쉰 것처럼 거칠고 탁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교진 실장이 감자튀김을 씹으며 말했다.

“우리 차 안 끌고 왔는데.”

“······장난하시나. 그럼 대리는 왜 불렀는데요?”

“오디션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얼떨결에 빈자리에 앉은 배우는, 낯에는 오디션을 쫓아다니고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면서 생활비를 버는 현실이 얼마나 엿 같은지를 토로했다.

“단역이라도 잡으면 상시 대기해야 돼서 고정알바는 다 짤리고. 다른 건 버틸 만한데 배고픈 건 진짜, 사람이 궁상맞아진다니까요. 죄송한데 저 감자튀김 하나만 먹어도 돼요?”

그는 진정성 넘치는 즉흥연기 후, 나와 이교진 실장의 명함을 받아갔다.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정말 많네요. 연기 잘하는 무명배우들.”

“이것도 빙산의 일각이에요. 이 일 하면서 깨달은 건데, 스타가 되려면 운이랑 기회가 쌍으로 와야 되더라고요.”

이교진 실장이 술을 훌훌 넘겼다.

“이 작품, 캐스팅 운이 괜찮은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는 거랑 배역에 잘 맞는 거랑은 다른 얘긴데, 그런 배우들이 제법 눈에 띄네요. 처음엔 인지도 부족한 배우들 위주로 조연 라인업 꾸려야 할 거 같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일부러 새로운 얼굴들로 세팅하기도 하잖아요. 신선해 보이게.”

“모험이죠. 잘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고.”

술 한 잔을 넘길 때마다 며칠간 만났던 배우들을 떠올렸다.

내가 SBE필름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이교진 실장이 도시정글의 캐스팅디렉터가 될 일은 없었겠지. 즉 요 며칠 내가 만났던 조연후보들은 원래대로라면 도시정글과 인연이 없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캐스팅뿐만이 아니지.

오현경 감독과 제작피디는 촬영감독과 음악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을 솜씨 좋은 양반들로 데려오려고 삼고초려중이다. 일이 잘되면 이것 역시 원래의 미래와는 다른 결과를 낳겠지.

미래가 보여준 길을 벗어난 이후, 미래예지는 뚝 멈췄다.

그리고 현재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내리막길을 구르는 바퀴처럼 빠른 속도로.

*

한동안 내부 공사하느라 난장판이던 곳에 패널이 붙었다.

W&U매니지먼트사업부 4팀.

둥지를 튼 곳은 5층 홍보팀 사무실의 맞은편이었다. 업무용 책상과 파티션을 놓고 구색을 맞춘 사무실 옆에 팀장실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널찍한 책상과 손님용 의자가 놓인 사무실은 아직 휑했다.

의자에 앉아 천천히 낯선 공간을 둘러봤다.

사무실.

나직이 중얼거려봤다. 발끝에서부터 묘한 감상이 올라온다. 이십여 년 후에 앉아있는 대표 사무실과 비교하면 소박하지만, 내가 얻은 첫 개인사무실이었다.

반쯤 열린 문 밖은 떠들썩하다. 이봉준 실장과 성의민 실장을 비롯해 이사 온 팀원들이 짐을 푸는 중이었다. 오늘 저녁은 다같이 회식을 하기로 일찌감치 정해 놨다. 이삿날. 기념할만한 날이지.

“4팀장님. 집들이는 언제 하냐?”

감상에 잠겨있는데 3팀장과 김현조가 불쑥 들어왔다. 곽티슈와 손바닥만 한 선인장 화분을 들고. 3팀장이 탐색하는 눈으로 창문 쪽을 둘러봤다.

“내 사무실보다 뷰가 좋은 거 아냐? 햇빛도 잘 들겠는데. 의외네.”

“뭐가요?”

“네가 대표님 들이받고 나서 4팀 사무실은 지하로 옮겨질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단 말이야. 그래서 이 사무실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아. 어쨌든 아직 명패 같은 건 만들지 마라.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김현조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저주해? 대표님도 결과 두고 보기로 하고 넘어가신 거 아냐?”

“지금 다른 일에 집중하시느라 이놈까지 신경 못 쓰시는 걸 수도 있지.”

3팀장의 말대로 요즘 백한성 대표와 본부장은 회사에 붙어있는 날이 드물다. 중국이니 미국이니 출장 다니느라고. 유독 로스앤젤레스행이 잦은걸 보면 할리우드 진출사업 문제겠지.

“현지 에이전시랑 계약문제도 있고, 투자 문제도 있고. 이것저것 정리하실 게 많긴 할 거야.”

혀를 찬 3팀장이 하제를 바꿨다.

“도시정글은 어떠냐. 잘 풀리고 있어? 네 기사는 꾸준히 뜨던데.”

“오디션 끝나면 바로 크랭크인이에요. 송하랑 조윤 형은 무술감독님하고 붙어서 액션 합 맞추느라 정신없고. 눈 깜짝할 사이죠, 이제.”

“이젠 돌이킬 수도 없고. 이렇게 된 거 잘돼야 할 텐데.”

“그러게 말이다. 타이밍이, 실패하면 최악일 타이밍이란 말이야.”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이봉준 실장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어, 잠깐 TV좀 보시죠?”

라운지의 대형TV앞은 이미 직원들로 우글거렸다.

연예계의 찌라시성 가십거리를 생방 브리핑하는 종편프로그램. 흔들리는 화면 속에 공항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경호원들과 매니저, 스텝들, 그리고 선글라스와 모자로 중무장한 배우들.

모두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던 W&U소속 배우들이었다.

패널들의 호들갑스러운 멘트가 들렸다.

“조금 전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영상인데요. 공식적인 귀국일정은 내일이었잖아요? 배우들이 비밀리에 귀국날짜를 당긴 이유가 뭘까요?

-당연히 언론의 관심을 피하려고 그러는 거죠. 저 배우들이 월드스타 타이틀을 달고 금의환향하기를 기대한 국내 팬들이 많았는데, 결국 초라한 성적표만 들고 돌아온 셈이니까요.

화면은 배우들의 뒷모습을 반복 재생했다. 중간에 그들의 과거 인터뷰영상과 사진이 자료화면으로 떴다. 배우들이 손을 흔들며 자신 있게 출국했던 사진과 지금의 귀국모습을 교차 편집한 자료는 악의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직원들이 TV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며 수군댔다.

“회사에서 얘기 안하고 조용히 들어온 걸 어떻게 알고 가서 찍었대?”

“아이고, 기사도 쭉쭉 올라오네.”

“언론 시끄러울 거 예상은 했지만, 물고 뜯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만.”

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이 벌써 기사란을 지저분하게 도배하고 있었다. 주요 키워드는 두 가지다.

할리우드 진출 좌절. 초라한 귀환.

월드스타에 도전한 W&U배우는 여럿이었다.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틴 건 세 명뿐이고. 그 중에는 국내에서 탑급에 올랐었던 배우들도 있다. 저 정도면 미국에서도 먹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던 그런 배우들.

회사에서 아낌없이 투자하고 밀어준 만큼, 소속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작품도 제법 된다.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TV쇼 파일럿이 공개될 때마다 국내 홍보물량도 어마어마하게 쏟아 부었다.

제작비 수 억 달러짜리 블록버스터 출연. 유명 할리우드 배우와의 호흡.

하지만 결과는 늘 기대 이하였다.

-할리우드 시장 진출은 그동안 W&U의 숙원사업이었잖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백한성 대표의 숙원사업이었죠.

-미국 시장에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실패가 뼈아프겠네요.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W&U 홍보팀에선 숨고르기일 뿐이라고 코멘트 하던데요.

-그건 대외적인 얘기고. 파트너쉽 계약 체결해서 화제가 됐던 할리우드 메이저 에이전시와도 계약을 끝냈다던데. 사실상 미국 사업은 철수라도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요?

-할리우드의 문턱이 그만큼 높다는 거겠죠. 씁쓸하네요.

말과는 달리 패널들은 신나게 떠들었다. 백한성 대표의 실패를 평가하고, 인지도를 까먹은 배우들의 국내활동을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기자들은 발 빠르게 할리우드에 진출한 아시아권 배우들을 주제로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이봉준 실장이 혀를 내둘렀다.

“맨땅에 헤딩하러 가더니 머리통이 박살나서 오네. 저 양반들도 앞날이 깝깝하겠다. 우린 안 가길 잘했지.”

“주원이는 할리우드 욕심 있는 것 같던데.”

성의민 실장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 마. 이렇게 됐으니 회사 차원에서 미국진출은 최소 몇 년간 브레이크 걸릴 테니까. 그리고 월드스타 욕심 안 나는 배우가 어딨어. 욕심은 나도 난다.”

“실장님도요?”

“당연하지. 송하는 어때?”

이봉준 실장이 나한테 질문을 돌렸다.

“송하는 외국 살다 와서 영어도 되잖아. 할리우드에 관심 없대?”

“글쎄요. 송하 입에서 미국얘기 나온 적은 없어서.”

문득, 오래전에 봤던 미래예지가 떠올랐다.

이송하가 비공개 오디션 영상을 촬영하던 미래. 고양이 수호령의 동시통역사역할로 이송하를 알게 된 캐스팅디렉터가 오디션 리스트에 넣었다고 했었지. 제목도, 감독도, 무슨 배역인지도 모른다고 했고.

그때는 그게 혹시 할리우드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여태껏 비공개 오디션 제안이 들어온 적은 없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거나. 아니면 내가 현재를 수차례 바꾸는 과정에서 나비효과로 사라져버린 미래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이번엔 성의민 실장이 물었다.

“정 팀장님은 어때요? 할리우드에 관심 있으세요?”

“······할리우드라.”

어깨를 들썩였다.

“관심은 있죠. 당연히.”

다시 TV속 패널들의 대화가 귓속으로 쑥 들어왔다.

-미국진출 실패가 W&U의 국내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그게 재밌는 게, W&U가 할리우드에서 죽 쑤는 동안에도 국내와 중국시장은 아주 순풍에 돛 단것처럼 풀렸거든요. 소속 연예인들 앨범이나 작품도 성과가 대단히 좋았고요.

-좋았죠. 올해도 연초부터 줄줄이 홈런 쳤고.

-뭣보다 정선우 씨가 미다스의 손이라는 타이틀로 ‘실패하지 않는’이미지를 공고히 다진 게 커요. 그 이미지를 W&U가 고스란히 받았으니까. 국내에서 승승장구중이라 할리우드 실패는 보이지도 않았단 말이에요. 지금까지는.

-이거, 정선우 씨 차기작에 여러모로 많은 게 얽혔네요.

내 사진이 자료화면으로 튀어나왔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명이 계단을 뛰어올라왔다.

“1팀장님이랑 배우들 밑에 도착했습니다!”

주위가 술렁였다. 직원이 침을 삼키고 덧붙였다.

“분위기 완전 끔찍한데요.”

< 하늘의 별이 되거나, 별을 따거나 (2) > 끝

ⓒ 장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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