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매니지먼트-185화 (185/218)

< 뒤통수치는 것들은 (4) >

기다려보자, 그럼.

내 말에 이송하는 여태껏 본 적 없는 해사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송하와 나눈 씨앗 하나를 땅 속에 묻어뒀다. 그것이 짓밟히거나 시들지 않고 무사히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그때 다시 싹을 틔우도록.

그리고 돌아서서 멈췄던 걸음을 옮겼다.

*

“보약이라도 먹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뭐가 어깨를 건드린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기대 졸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블랙아웃 실장이었다. 그는 스케줄로 빽빽한 화이트보드와 내 얼굴을 번갈이 보더니 혀를 찼다.

“현조한테 다크서클 옮은 것 같은데? 3팀장님이 약초나 보약 종류 잘 아시잖아요, 좀 구해달라고 해봐요. 붕어즙이나 미꾸라지 같은 거 있잖아요.”

“괜찮습니다.”

“왜, 비위 안 좋아요? 보기엔 뱀도 회쳐먹을 것 같은데.”

“제가 보기보다 섬세해서요. 보약은 됐고, 체력 좋고 일 잘하는 로드 매니저 있으면 좀 소개시켜주세요. 저희 쪽은 줄줄이 방전이라서. 새로 뽑아서 가르칠 여유도 없네요.”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스케줄을 바라봤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리티걸이다. IBC음악방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서, 팬사인회랑 언론사 인터뷰, 라디오와 방송 게스트 출연. 거기다 행사까지 스케줄이 빈틈없이 채워졌다.

프리티걸 붕어들이나 이태신 실장이나 하루를 새벽에 시작하고 새벽에 끝내는 일상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지금은 다들 행복에 겨워 못 견디는 중이니까 한동안은 잘 굴러가겠지.

넵튠은 더하다. 새벽에 상암동에서 스케줄을 소화하고, 점심엔 부산 행사에 갔다가, 밤에는 중국 무대에 선다. 행사 스케줄도 많은데 정규앨범도 막바지 작업 중이라 애들이 점점 초췌해지고 있다.

거기다 광고 스케줄까지 소화하는 이송하는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주변에서 제일 한가로운 건, 차기작을 고르는 중인 남조윤과 김현섭이다. 연예인이 한가롭다는 것도 좋은 건 아니지만. 이 상황에 남조윤한테도 일이 쏟아졌으면 우리 팀은 영양제 링거를 달고 다녀야된다.

“일 없는 경력직 로드가 있긴 한데요.”

블랙아웃 실장이 은근히 말했다.

“여잔데 일 잘하고, 성격 똑 부러지고. 심지어 예뻐.”

“누구예요? 연락처······.”

“근데 운전을 못해.”

에라이.

내 표정을 본 블랙아웃 실장이 씩 웃는다.

“농담이고. 진짜 아까운 애 있는데, 이송하 맡길 거면 아낌없이 드릴게.”

용건은 이거구만.

김현조와 3팀장에게 이송하의 현장관리를 담당해줄 매니저를 구해야겠다고 했더니, 그야말로 회사 전체가 들썩거렸다. 가는 곳마다 떡밥보고 몰려온 물고기들이 가득해서 어장관리인이 된 기분이다.

물고기 중엔 이제 막 로드에서 실장급으로 올라가는 연차도 있고, 나보다 연차 높은 실장도 있다. 심지어 2팀 소속 실장 중에서도 물밑으로 살금살금 접근해 온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 친구 연락처 주세요. 고민해 볼게요.”

“여기, 이력서도 필요하면 말해요.”

블랙아웃 실장이 기다렸다는 듯 명함을 내민다. 나는 이미 터질 것 같은 명함집에 한 장을 더 끼웠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이송하를 남에게 맡길 생각을 하면 아직도 기분이 뒤숭숭하다. 빨리 익숙해져야 되는데.

실장을 보내고 다시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내가 소화할 공식 스케줄은 저녁까지 몇 시간 비어있다. 가뭄에 풀 나듯 나는 여윳시간이다. 그렇다고 침대에서 뒹굴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제부턴 비공식 스케줄이 있어서.

손채영은 헤어숍 VIP룸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화장대 거울에 딴 사람이 비친다. 아니, 분명 손채영은 맞는데. 그믐달처럼 둥글게 휘어진 눈도, 잔잔하게 올라간 입꼬리도, 내가 아는 손채영과는 딴판이다.

연기할 때 말고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었나?

생각하기 무섭게, 손채영의 얼굴이 팍 찌그러진다.

“뭐예요?”

금방 내가 아는 손채영으로 돌아왔다. 수면부족으로 헛것을 봤나 싶을 정도다. 뇌리에 강하게 남은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채영의 눈총을 넘기면서 소파에 앉았다.

“이장현 실장님은 어디 갔습니까?”

“홍시 찾으러 갔어요. 왜요.”

그걸 아직도 찾고 있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손채영이 쌍심지를 켠다.

“시비 걸지 마요. 나 지금 말투관리 중이니까.”

“제가 언제 시비를 걸었다고. 근데 말투관리는 왜 합니까?”

그러고보니 오늘따라 말투가 좀 간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유치원 선생님 같은, 아니지, 갖다 붙일 걸 붙여야지.

“왜 하겠어요. 공익광고 캠페인이 바른말 고운말이니까 하죠.”

침을 삼키다가 사레에 들렸다.

손채영이 찍는 바른말 고운말 캠페인 광고라. 코미디가 따로 없다.

“뭐요! 나도 학교에서 국어 배웠어요!”

“누가 뭐랍니까.”

“성질 돋우지 말고 나가요! 그쪽 얼굴이 시비니까!”

고슴도치처럼 쏘아붙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동안 몇 번이나 시간을 내서 손채영을 만났다. 외부적인 이유는 차기작을 권하기 위해서지만, 실은 손채영이 은퇴하는 미래를 바꿔보기 위해서였다. 자꾸만 내 발목을 잡는, 미래예지에서 느껴지는 ‘의도’ 때문에.

하지만 영 지지부진하다.

지금의 손채영은 은퇴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니까. 차기작 얘기만 나와도 쌍심지를 켜긴 하지만, W&U를 나가면 작품 활동을 시작할 생각인 것 같고.

손채영이 은퇴하는 미래를 바꾸려면 현재에서 뭘 뒤틀어야 할까를 궁리중인데, 이렇게 손채영을 관찰하고 연구해 봐도 확 짚이는 게 없다. 손채영을 대하는 게 익숙해지기만 했을 뿐이다.

혀를 차며 손채영을 바라봤다. 거울속의 얼굴이 씨근덕거리고 있다. 문득, 그 위로 좀 전에 봤던 낯선 웃음이 겹쳐진다.

그것도 광고를 위한 표정관리 같은 거였나?

이송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손채영처럼 되면 안 되니까.’ 그 말 때문인지 그런 생각도 들었었다. 손채영도 오래전엔 이송하 같았을 때가 있었을까, 하는. 회사 사람들 말로는 W&U에 들어왔을 때부터 저랬다던데.

“손채영 씨.”

“왜 자꾸 불러요!”

“한번 불렀습니다. 근데, 데뷔할 때부터 성격이 그랬습니까?”

“내 성격이 어떤데요?”

“더럽죠.”

솔직하게 말했더니 손채영이 화장대 다리를 걷어찬다. 의자가 두 바퀴를 빙그르 돌더니 내 장면에서 멈췄다. 손채영이 다리를 꼬고 나를 바라봤다.

“데뷔할 때부터 이러진 않았죠.”

입 끝이 비뚜름히 올라간다.

“난 기저귀차고 기어 다닐 때부터 이랬어요. 됐어요?”

내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손채영이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근데 요즘 나한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요? 그쪽이 이송하한테 현장관리 매니저 붙여주려고 한단 얘긴 들었는데. 혹시 아예 넘겨버리고 나랑.”

“일할 생각 없습니다.”

“일 없어요, 나도!”

코웃음 치는 손채영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손채영 씨야말로 제 담당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습니까?”

“내가 뭐요?”

“처음에는 송하랑 내버려두고 본인이랑 일하자고 하더니, 얼마 전엔 저보고 송하한테 일편단심 결벽증 걸린 사람처럼 굴더니만 대표님이 제시한 조건에 넘어간 거냐고 도리어 성질을 내질 않나.”

말하면서 보니, 손채영이 이맛살을 가득 찌푸리고 있다.

“손채영 씨 본인 입으로 이젠 저랑 일하고 싶은 생각 없다고 쐐기를 박았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나서도 저랑 부딪칠 때마다 시험하듯이 담당 바꾸지 않겠냐고 건드리고. 좀 전에도 그랬죠. 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손채영의 눈동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이 없더니, 곧 가볍게 어깨를 들썩인다.

“그냥 궁금해서요.”

“뭐가요?”

“소꿉놀이가 얼마나 갈지.”

손채영이 다시 화장대 앞으로 의자를 돌렸다.

그때 VIP룸 문이 벌컥 열렸다. 이장현 실장이 멧돼지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과일시장이라도 돌고 왔는지 몸에서 달짝지근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한테 알은척할 경황도 없는지, 그가 벌건 얼굴로 소리쳤다.

“채영 씨, 더는 못하겠습니다. 엊그제 인사동 찻집에서 구한 아이스홍시, 그게 최선이었어요. 지금 철에 나무에 달린 홍시를 어디 가서 찾습니까! 채영 씨, 저 마음에 안 들죠? 그냥 제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하세요!”

“안 들어요.”

손채영이 즉답했다.

집 나갔던 정신이 돌아온 이장현 실장이 더듬거렸다.

“어, 어디가요?”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말해요? 차라리 마음에 드는 게 뭔지 물어봐요!”

“마음에 드는 건 뭔데요?”

“없어요.”

이장현 실장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짜증나 죽겠다는 얼굴로 이장현 실장과 나를 번갈아보던 손채영이 문득, 상냥한, 정말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여러분.”

소름이 발가락 끝에서 정수리까지 훑었다.

웃는 얼굴로 입구를 가리키며, 손채영이 덧붙였다.

“이제 좀 꺼져요.”

***

“채영이 걔가 정선우한테 꺼지랬다고?”

조 실장이 피식거리며 물었다. 손은 부추기듯 흔들린다.

그와 나란히 2팀장실 소파에 앉은 이장현 실장이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다.

“채영 씨 성깔, 성격 아시잖아요.”

“알지. 잘 알지.”

“채영 씨가 손으로 문 딱 가리키면서, 이제 좀 꺼져요, 그랬다니까요? 어제 그렇게 쫓겨나고 정 실장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사라지는데 보는 제가 딱하더라고요.”

이장현 실장은 혀를 놀리며 힐끔거렸다. 책상 한편에 2팀장이 앉아있었다. 스산한 분위기였다. 늘 보기 좋게 관리돼있는 그의 턱수염이 지금은 가시처럼 보였다. 이런 폭풍전야가 벌서 며칠 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조 실장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애썼다.

“정선우 그놈, 고생 좀 하겠네. 그러게 일찌감치 손들고 포기할 것이지.”

“의욕만 앞서서 채영 씨 일 맡겠다고 했을 때부터 예정된 참사였죠, 이건.”

이장현 실장이 열심히 맞장구를 쳤다. 정선우가 도마 위에서 잘게 다져지고 으깨져 너덜너덜해졌을 무렵. 조 실장의 노력이 통했는지, 2팀장이 입 끝이 불쑥 올라갔다.

“그놈이 아직 어린놈이라 혈기왕성하지. 승승장구 하니까 싸가지 없고. 위아래도 없고. 하긴 대표님까지 감싸고도는데 그놈이 뭐가 무섭겠어. 안 그래?”

조 실장과 이장현 실장이 더듬더듬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를 언급한 후로 2팀장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

“그러니까 이렇게, 분간 못하고 건드리면 안 되는 것까지 건드리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음산했다. 조 실장이 어깨를 움츠렸다. 이장현 실장도 뜨끈한 찻잔을 손난로처럼 쥔 채 힐끔힐끔 눈치를 봤다. 2팀장이 돌연 표정을 사납게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봉준 그놈은 부른지가 언젠데 왜 아직도 안 들어와?”

“그게, 지준이 중국 스케줄이 좀 더 연장될 것 같다고 하던데요.”

조 실장이 대답했다. 2팀장이 코끝으로 웃었다.

“스케줄? 이봉준이 그 눈치 빠끔한 놈이 비바람 피해가려고 거기 눌러앉은 거겠지. 하필 지준이를 그 놈한테 맡기는 바람에. 지준이 그놈이 신인 때만 해도 내 말이라면 철썩 같이 따르던 놈이었는데······.”

턱을 꿈틀거리던 2팀장이 조 실장에게 말했다.

“인호는 조 실장 네가 단속 잘해! 지준이 꼴 안 나게.”

“그럼요. 제가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정선우 그놈이 화근이야. 이봉준이도 지준이도, 그놈 만나고 나서부터 아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굴잖아.”

“얼마 전에 정 실장 뒤풀이 땐 지준 씨가 꽃다발까지 사들고 갔잖아요. 정 실장이 팀 만들면 곧장 옮겨갈 기세······!”

떠들던 이장현 실장이 헛숨을 삼켰다. 조 실장이 그의 옆구리 살을 뭉텅이로 꼬집고 있었다. 2팀장은 숫제 그를 목 졸라 죽일 것처럼 쏘아봤다.

뒤풀이 당일. 사람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망신을 당했던 일을 떠올렸는지, 2팀장의 주먹 위로 핏줄이 섰다. 안색은 붉으락푸르락 날뛰었다.

2팀장의 뾰족한 시선이 책상 한편에 꽂혔다. W&U소속 배우들의 단체사진이 끼워진 액자. 2팀장이 틈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흡족해하던 그 사진 한편에 서지준이 웃고 있었다.

“지준이 걔는 내 새끼야. 신인 때부터 내가 뽑아서 키웠는데 가긴 어딜 가.”

“지준이야 당연히 팀장님 작품이죠. 정선우가 한 건 고양이 수호령 연결한 거, 딱 그거 하난데.”

조 실장이 혀를 차며 동조했다.

“솔직히 그때 팀장님이 지준이 시키려고 심사숙고하셨던 작품들. 지금 다 성공했잖아요. 팀장님이 만든 필모로 쭉 갔어도 지준이는 지금만큼 성공했을 걸요? 정선우가 어떻게 홀렸기에 그렇게 친해졌는지는 몰라도, 그놈이 지준이 데리고 팀장님 뒤통수를 치려고 하면 안 되죠.”

“그렇지. 안 되지.”

2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선우 그놈이 지금까지 양지만 걸어서, 뒤통수를 맞으면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모르는 모양인데. 모르면 가르쳐 줘야지. 그놈도 제일 아끼고 신뢰하는 배우한테 뒤통수 맞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 나면, 배우는 게 있을 거야.”

정선우가 제일 아끼고 신뢰하는 배우.

넙죽넙죽 맞장구치던 조 실장의 표정이 이번엔 떨떠름해졌다.

“이송하요? 팀장님, 걔는 정선우 뒤통수를 칠 애가······.”

“아니다?”

2팀장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둘도 없이 끈끈한 연예인이랑 매니저도 갈라놓는 게 뭔 줄 알아?”

“돈이요?”

2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다시 입을 떼려던 그가, 이장현 실장을 바라봤다. 곧이어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미적거리던 이장현 실장이 문밖으로 밀려나갔다. 둘만 남은 팀장실에서 2팀장이 말했다.

“가족이야.”

조 실장의 눈이 커졌다. 2팀장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말을 이었다.

“가족이랑 매니저 사이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관계가 험악해지면, 중간에 낀 연예인은 결국 제 가족 편을 들게 돼 있거든. 가족관계가 좋든 나쁘든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배신감 느낄 매니저는, 결국엔 생판 남이고.”

비린내가 나는 웃음을 지으며, 2팀장이 다시 말했다.

“이송하 부모랑 얘길 좀 해봐야겠어.”

***

엘리베이터의 도착음을 듣고 눈꺼풀을 들었다. 프로덕션 미팅을 하는 동안 얼마 안 남은 기력이 쭉 빨렸다. 당장 엎어져 자지 않으면 파업하겠다고 뇌가 시끄럽게 떠든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사무실로 들어가려는 때였다.

“팀장님! 정 팀장님!”

라운지를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돌아다니던 이장현 실장이 달려왔다.

“알려드릴 일이 좀 있는데요.”

“일이요?”

“제가 2팀장님이 조 실장님이랑 대화하시는 걸 좀 들었어요. 그 내용이 꺼림칙해서, 아무래도 정 팀장님한테 얘기를 해야 될 것 같아서요.”

말하면서 연신 주위를 살핀다. 볼 때마다 생쥐가 떠오르는 사람이다.

“이송하 씨 문제거든요.”

정신이 확 들었다.

“무슨 문제요?”

“이쪽으로 좀.”

이장현 실장이 스파이 액션이라도 찍는 것처럼 나를 비상계단으로 안내했다. 계단 위쪽과 아래쪽을 샅샅이 살피고 나서야 그가 다가왔다. 그리고 은근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내가, 제가, 이송하 씨 담당을 꼭 한번 해보고 싶은데요. 임시로라도.”

“무슨 문제가 하지 않았어요?”

“있죠. 2팀장님이 정 팀장님 뒤통수를, 그러니까 이송하 씨를 좀 어떻게 하려고 하시길래. 그런데 2팀장님 성격 아시죠? 제가 정 팀장님한테 이런 말 하는 거 들키면, 저 그날로 모가지예요. 저 정말 큰마음 먹은 겁니다.”

이송하를 뭘 어째?

저절로 미간을 구겨졌다. 이장현 실장은 침을 튀기며 계속 생색내는 말을 떠들었다. 그를 내려다보며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알았으니까 얘기해 봐요. 2팀장님이 뭐라고 하셨다고요?”

“그게요.”

이장현 실장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의 입에서 2팀장의 말이 흘러나왔다.

축적된 피로가 후끈후끈한 열로 변하는 느낌이다. 머릿속까지 뜨겁다.

이 양반이 보자보자하니까.

얘기가 끝나자마자 곧장 비상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이장현 실장이 당황한 얼굴로 따라붙었다.

“어, 어디 가요?”

“2팀장실이요.”

< 뒤통수치는 것들은 (4) > 끝

ⓒ 장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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