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5) 수정 >
“실장님! 인생 말아먹으려고 작정했어요?!”
이수지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녀는 이태신 실장을 거칠게 흔들면서 정말 감옥에 가게 되면 어떡하느냐고, 다 큰 어른이 이렇게 고지식하고 미련해 터져서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 거냐고 윽박질렀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VJ감독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태신 실장은 어깨까지도 못 오는 여자애한테 혼나면서 연신 내 쪽을 힐끔거렸다. 연기를 못하겠으면 그냥 입만 다물고 있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이수지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아서.
이태신 실장도 그건 느꼈는지 한 마디 덧붙인다.
“애가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 인생만 생각해.”
“그럼 막내들 생각을 하셨어야죠! 저흰 실장님이 당연히 그러실 줄······!”
이수지가 소리치다말고 입술을 씹었다.
심란하고 뒤숭숭한 얼굴로 우릴 쭉 돌아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미치겠네, 진짜.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경계하듯이 몇 걸음 물러난 이수지가 핸드폰을 꺼냈다.
제대로 짚었구나. 줄곧 긴장해있던 어깨근육이 탁 풀렸다.
그리고 그 순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두 갈래 방향이 생겨났다.
이태신 실장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주위를 맴도는 동안, 이수지는 정재이일 게 분명한 상대와 통화했다. 방송도 엎어지고 이태신 실장이 감옥에 가게 생겼다는 얘기를 막 꺼내놓던 이수지가 멈칫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 말했다.
“따라오세요.”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정재이는 이수지가 자취하는 원룸 옆방에 있었다. 같은 학교 다니는 방주인이 고향에 내려간 동안, 월세를 조금 보태고 빌렸단다. 그래서 이태신 실장이 찾아올 때마다 그쪽에 가 있었다고.
아주 가지가지 한다.
허둥지둥 달려가는 이태신 실장 뒤를 따라가는데, VJ감독이 다가왔다.
손에 들고 있는 6MM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지 불빛이 들어와 있다.
“그동안 발바닥 터지게 돌아다니고도 건진 게 없었는데, 정 실장님이 끼자마자 완전 속전속결이네요. 감옥간다는 얘기는 진짜 저라도 식겁했겠어요. 아니, 그런 임기응변이 팍팍 떠오르세요? 어떻게 그러지?”
협박이 특기라 그럽니다. 그 바닥의 예비 스페셜리스트랄까.
윤보라랑 박효진 상대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말이 술술 나온다. 이쯤 되면 체질이다. 취미생활은 녹취. 특기는 협박이라. 내가 미래를 보고 경각심을 갖지 않았더라면 이 소질이 대성했으려나.
“뭐, 급하니까 막 던지게 되더라고요.”
“그냥 던진 솜씨가 아니던데. 사람들이 왜 정 실장님, 정 실장님 하는지 알겠네요. 근데 이수지 양 전화 받고도 재이 양이 묵묵부답이었으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하셨어요?”
“글쎄요.”
VJ는 자세한 애기를 듣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안 그래도 내심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태신 실장이야 뭔가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그건 박효진이랑 윤보라 때도 그랬지. 이태신 실장은 팅커벨이랑 네버랜드에서 쎄쎄쎄하고 놀아야 될 양반이고.
인간불신에 물든 내가 보기엔, 정재이도 좀 마뜩찮다. 나한테 로비를 시도하기도 했고. 양심 때문이건 수치스러움 때문이건 사과를 했고, 그 뒤로 나타나지 못하는 걸 보면 다른 둘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정도지.
그런데 자기 때문에 멤버들이 기회를 날리고, 매니저는 감옥에 갈 판국인데도 무시하고 숨어있다?
그런 이기적인 애라면 오늘하루 쏟아 부은 걱정과 시간이 너무 허무하지. 더 찾지 않고 그 자리에서 때려치웠을지도 모른다. 윤보라와 박효진 입을 막은 걸로 할 만큼 했다고 치고.
뭐,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된 걸 보면, 그런 애는 아닌 것 같으니 다행이고.
“여기예요. 지금 친구 방에 있을 텐데······.”
고시원처럼 문이 다닥다닥 붙은 좁은 복도.
이수지가 602호라고 쓰인 문짝 앞에서 멈춰 섰다.
문득 딱 한번 마주쳤던 정재이의 얼굴이 눈앞에 스쳤다. 생김새는 흐릿하지만, 몇 가지 감상은 기억에 남아있다. 어딘가 쓸쓸하고 처연한 분위기였지. 우산도 없이 비에 푹 젖은 것처럼. 툭 건드리면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지금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막 열리는 문틈으로 시선을 보냈을 때였다.
“아무래도 이 실장님만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수지가 도로 문을 닫고 말했다.
거의 숨이 넘어갈 지경이던 이태신 실장이 멈칫했다.
“카메라 때문에 그래? 저거 지금 꺼져 있는···.”
“아뇨, 카메라보다, 정선우 실장님 때문에요.”
나?
“얼굴 보면 상태가 또 안 좋아질까 봐서.”
상태가 안 좋아져?
고개를 슬쩍 기울였더니 이수지가 침울한 표정으로 덧붙인다.
“우울증이에요.”
“우, 우울증이라고? 재이가?”
“네. 불면증도 좀 있고. 병원 다니고 있어요.”
자살로 끝났으니 정신적인 문제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우울증이라. 이미 활활 타는 불길에 박효진이랑 윤보라가 기름을 끼얹었던 건가.
안절부절못하는 이태신 실장과 이수지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나랑 VJ감독은 비어있는 이수지의 자취방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옆방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궁금해 할 필요는 없었다.
-재이야, 너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어!
방음이 거지같다.
과장 좀 보태서 벽 사이로 숨소리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정재이의 목소리는 쓸려나간 황무지처럼 황량했고, 이태신 실장의 목소리는 갈급했다. 왜 그동안 연락을 피했느냐. 혹시 탈퇴를 마음먹은 게 사장님과의 일 때문이냐.
술자리 얘기가 튀어나올 분위기라, VJ감독에게 눈길을 보냈다.
“감독님. 좀 예민한 얘기가 나올 것 같은데···.”
“밖에서 담배 피고 있을게요.”
감독이 카메라를 두고 담뱃갑과 라이터만 챙겨서 나갔다. 이제 좁아터진 원룸에 남은 건 나뿐이었다.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섰다. 등 뒤에서 이태신 실장이 미리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애통해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드문드문 이수지의 한탄이 끼어든다. 정재이의 목소리는 가뭄에 콩 나듯.
-그것 때문에 숨은 거면, 안 그래도 돼. 사장님이 시킨 거잖아. 네가 원해서 그런 거 아니잖아. 너 그런 애 아닌 거 다 아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야.
-실장님.
-돌아와도 돼. 너 탓하거나 원망하는 애들 하나도 없어. 오히려 애들이 너한테 얼마나 미안해하는데. 지금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
-이젠 저 빼고 막내들만 생각하세요, 실장님.
-너 지금 너무 지쳐서 그래. 십년을 매달린 건데, 지금 포기하면 후회할거야.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감독이랑 같이 나가서 담배연기라도 맡을 걸 그랬나. 차라리 같이 오늘 촬영한 분량 어떻게 살릴 건지 의논하는 게 더 생산성 있는 일이었겠는데.
-아니면, 정 실장님 얼굴 보기 민망해서 그래? 전화했었던 일로? 그것도 괜찮아. 너 그때 절박했을 심정도 이해하고, 너 계속 찾은 것도 정 실장님이 오케이하신 일···!
-그분이랑 자려고 했어요.
뭐라고?
-무, 뭐?
-정선우 실장님이랑 자려고 했었어요.
이건 또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우울증이 아니라 허언증인가?
건너편에서 이태신 실장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 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정 실장님이 뒷돈 받는다는 루머 믿고 전화한 거잖아! 얼마 필요하냐고 물어봤었다는 얘기······!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하겠다고 했어요. 자자고 했으면, 잤을 거예요.
-재이야!
-사장님이 소개해준 사람은 너무 끔찍해서 제 발로 뛰쳐나왔는데, 죽어도 그런 짓은 안 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런데 정 실장님한테는 제가 먼저 말했어요. 사실 저한테 조금은 관심이 있는 거 아닐까, 가능성 같은 걸 본 게 아닐까 하고 착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아니더라고요.
자괴감에 섞인 웃음소리가 들린다.
-거기서 주제파악하고 그만뒀어야 하는데. 그게 안됐어요. 그 사람이 저를 좀 더 좋게 보면, 그러니까, 제가 더 마음에 들 만한 짓을 하면······ 그럼 저를 이송하나 남조윤처럼 만들어 줄 것 같았어요.
그래.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했었다.
돈 말고 다른 것도 시키시면 하겠다고. 그러니까 이송하나 남조윤처럼 키워달라고. 그때는 갑자기 프리티걸에서 탈퇴를 했다는 둥, 프리티걸이 풍비박산이 났다는 둥 황당한 일이 줄줄이 터져서 깊게 파고들지 않았었는데.
-한번 자고 화대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 저한테서 뭔가 가능성을 보고 키워주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차피 몸 파는 건 똑같은데.
정재이는 울지도 않았고,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냥 다 불사르고 남은 재처럼 퍼석거렸다.
-전 이제 ‘그런’애예요. 실력으로 안 되니까 몸을 던지는. 더럽죠.
-정재이!
-막내 애들도, 실장님도 앞으로 인생이 걸린 기회잖아요. 제가 합류하면 폐만 끼칠 거예요. 전 이대로 가수 그만 둘 거예요. 그러니까 저한테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애들한테 가세요.
-너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제가 방송에 나가서 인터뷰하는 게 애들한테 도움이 되면, 그건 할게요.
그러니까 나랑 했던 그 짧은 통화로 정재이의 지난 십년세월이 송두리째 불타버렸다, 이건가. 본인 실력이나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이 활활 타버리고. 다음으로 자존심도 타버리고.
그리고 쭉 거슬러 올라가면, 이게 다 내가 정재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던 몇 초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염병. 짧은 눈빛교환의 끝이 자살이라니. 앞으로 겁나서 눈 뜨고 다니겠나.
어쨌든 박효진이나 윤보라처럼 정 떨어지는 성격은 아니고.
이대로 듣고만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든 부딪쳐서 수습을 해볼까.
뻐근한 뒷목을 문지르며 벽에서 등을 떼려던 참이었다.
-재이야. 정 실장님 말고, 내 믿음은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이태신 실장이 무르다 못해 질퍽질퍽한 소리로 말했다.
-난 항상 너한테 재능도, 가능성도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너랑 큰 무대에도 서고. 레드카펫 위에도 설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고. 내가 믿는 건 이제 너한테 아무 의미가 없어?
-실장님, 그게 아니라···.
-사실 나도 정 실장님이랑 일하고 나서 매니저 그만둘까 생각 했었어.
저 사람은 또 무슨 소리야?
-같이 일해 보니까 알겠더라고. 내가 정말 무능력했구나. 너희는 다 가능성 있는 애들인데, 하필 나를 만나서 빛을 못 봤구나.
-그런 거 아니에요. 그래도 실장님 덕분에 저희 팀 2년 동안 버틴 건데.
-나까지 그만두면 애들은 정말 낙동강 오리알이 되니까, 정 실장님이 선심 써서 다 거둬주지 않을까 했거든. 보라랑 효진이야 자기 길 찾아 나갔고. 그런데 네가 밟혀서 그만둔다고 말을 못했어.
다시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댔다.
아니 뭐, 이태신 실장이 이 바닥에선 천연기념물처럼 보일정도로 마음 약한데다가 착한 걸 넘어 답답한 경지에 이르긴 했지만. 그래도 팀에 독한 사람들만 모이는 것 보다는 저런 사람도 한명 있으면, 또 저런 사람이니까 가능한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임시 팀장 직함을 달아놓고, 내가 너무 소통을 안했나.
-네가 혼자 그런 자리에 나가야 했던 것도 내 탓이고, 결국 극단적인 마음을 먹었던 것도 매니저인 내 탓이야. 그러니까 내가 정 실장님이랑 일하면서 많이 배울게. 다시 한 번 같이 해보자, 재이야.
-실장님······.
-네가 정 나랑 일하는 게 싫으면, 나도 그냥 그만두지 뭐.
저 양반이 이제 협박 비슷한 걸 하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샜다.
그리고 등 뒤에서 삼중주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옆방 현관문을 두드렸다.
서너 번 노크한 후에야 문이 열렸다. 울음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렸다. 날 보고 이수지의 축축한 눈동자가 흔들린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내가 정재이 씨한테 말뚝을 박아놓은 거 같아서. 그건 내 손으로 뽑아야 될 것 같은데요.”
안으로 들어가자 먼저 눈이 벌게진 이태신 실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정재이가 서 있다. 기억 속의 희미하던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살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병약한 느낌이 더해졌다. 이 와중에도, 울고 있는 얼굴이 유난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붕어가 네 마리가 됐네.
정재이가 나를 보고 당황해선 뒷걸음질 친다. 어디 어항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는 표정인데, 아니, 저러다 창문으로 떨어질까 봐 겁난다. 성큼 방을 가로질러서 창문을 등지고 섰다.
“이태신 실장님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네, 네?”
“처음에 빤히 쳐다봤던 건 괜찮다 싶어서 본 거 맞아요. 전화통화 때는, 정재이 씨는 지금 솔로로 나오는 것보단 프리티걸이라는 팀에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고.”
빈말은 아니다.
이 정도면 지하로 처박힌 자신감이 좀 살아날까. 힐끔 보니,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표정이다. 혼란스러운 얼굴로 멍하니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고 그 머릿속에서 했던 생각들은 그냥 잊어버려요. 실제로 벌어진 일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자기혐오하고 그래. 사람이 다 그렇게 시험에 들면서 사는 거지. 나는 허구한 날 그래요. 유혹에 넘어갈까, 말까, 젠장, 돌아버리겠네! 이게 일상인데, 뭘.”
이것도 빈말은 아니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더니, 정재이의 불그레한 눈에 눈물이 불쑥 차올랐다. 이미 푹 젖어서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또다시 적시며 떨어진다. 떨리는 손이 얼굴을 감쌌다. 듣는 사람까지 애달프게 만드는 울음소리가 와르르 터져 나왔다.
그래, 그렇게 울고 나면 막혔던 것들이 조금이라도 풀어지겠지.
이태신 실장이 정재이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자기도 그렁그렁한 눈으로.
이 눈물바람만 끝나면 저 양반하고도 얘기 좀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걸음 더 물러났다. 그리고 벽에 등을 기대고 웃었다.
길고 정신없었던 반나절 만에, 비로소 되찾은 느긋한 웃음이었다.
*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은은한 주황색 조명이 켜진다. 온종일 프리티걸 문제로 동분서주하다가 넵튠 숙소로 오니, 뭔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긴장이 쭉 풀린다.
마트봉지를 고쳐들며 평소처럼 숙소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심장마비로 죽을 뻔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쭈그리고 앉아있다.
“송하야. 너 거기서 뭐해? 쫓겨났어?”
“아뇨. 오빠 올라오시는 거 보고 기다렸어요. 얘기하려고.”
“안에서 하면 되지. 왜 깜깜한데 앉아있어.”
“안에는 카메라 있잖아요. 카메라 앞에서 하긴 좀 사적인 얘기예요.”
사적인 얘기라.
마트봉지를 내려놓고 이송하 옆에 섰다.
“뭔데?”
“오빠가 전에 명함 주셨던 프리티걸 멤버요.”
얘가 뭔가 들었나?
가만히 있었더니 조명 불빛이 꺼졌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휩싸였다. 바로 옆에서 이송하의 숨소리가 들린다. 간지럽다. 곧이어 조근조근한 목소리가 다가왔다.
“그 멤버 직접 찾아내서 데려오셨다면서요. 언니들이 오빠가 그 멤버한테 한눈에 반해서 집착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그래서, 제가 대표로 그냥, 살짝 여쭤보는 건데요.”
“여쭤보지 마. 반한 거 아니니까.”
“정말요?”
“정말. 내가 누구한테 한눈에 반하고 다니겠냐. 널 매일 보는데.”
옆에서 화들짝 놀라는 기척이 느껴진다. 돌아본 순간 조명이 탁 켜졌다.
날 보고 있는 이송하의 얼굴에, 주황색 불빛이 번졌다.
<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5)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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