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능하거나, 유능하거나 (10) >
“이, 이거 제가 들고 온 기획안이에요! 이렇게 넘기시면 안 되죠!”
황 부장의 목소리에 억울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국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안 되죠? 너 지금 나한테 대드냐?”
“그게 아니라, 제가 이미 준비 들어갔는데 갑작 손 떼라고 하시면!”
“기획사 실장 하나 길들이는 게 준비야?”
국장이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네? 아니, 그건 그놈이 너무 뻗대서 말을 좀 잘 듣게 하려고 제가···.”
“부장 마인드가 이러니 잡음이 생기지. 기획사들을 얼마나 조져놨길래 드라마국 쪽에서 서로서로 사정 좀 봐가면서 일하자는 얘기가 나와?”
황 부장이 멈칫, 눈살을 찌푸렸다.
“드라마국이요?”
“내가 왜 너 대신 조 부장을 불렀겠어.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당분간은 온건한 분위기 조성해야 되니까, 넌 분위기 더 악화시키지 말고 빠져있으란 말이야.”
“국장님!”
“빠지라면 빠질 것이지. 너나 뻗대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언성이 확 높아졌다. 황 부장이 흥분한 와중에도 주춤했다. 국장이 되고나서 좀 조용해지긴 했지만, 괴팍하기로 예능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성격이다. 이대로 억울함을 호소해봤자 분위기만 더 험악해질 상황이었다.
황 부장이 간신히 분통을 삼키자, 국장이 고개를 돌렸다.
“조 부장은 빨리 일 시작하고. 그 기획안 다른데서도 탐내고 있으니까.”
“아,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이 기획안은 뺏기면 아깝겠네요.”
부드럽게 웃으면서, 조 부장이 기획안을 두드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황 부장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으락푸르락했다.
황 부장이 부장실 문을 걷어차다시피 열었을 때, 최 피디는 통화중이었다. 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앉은 채. 달달한 믹스커피를 홀짝이면서. 굿프렌즈 장기 프로젝트의 성공이 눈앞에 어른거리는지 얼굴이 반질반질했다.
그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암만 봐도 국장실에서 좋은 얘기가 오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정 실장님이 조금만 숙이셨어도 이게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는데··· 아, 지금 부장님 돌아오셨네요. 얘기해보고 바로 다시 전화 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최 피디가 감탄했다.
“부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부장님 국장실 들어가셨다니까 정선우 실장도 똥줄 타는 것 같더라고요. 이제 밥 다 익은 것 같은데, 부장님은 어떠셨어요? 국장님하고 얘기 잘되셨어요?”
황부장의 목에 시퍼렇게 핏대가 올라왔다.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최 피디가 다시 흥얼거렸다.
“아, 그리고 홍보팀에서 연락 왔어요. 제작 픽스 되는대로 부장님이 언론인터뷰 할 거라고 하셨다면서요? 그거 준비 다 됐다고···.”
“기획안 넘어갔다.”
황부장이 잘근잘근 씹듯이 말했다.
“뭐가 넘어가요?”
“기획안이, 조 부장 그놈한테 넘어갔다고!”
“기획안이 넘어······.”
눈을 몇 번 껌뻑거리던 최 피디가 헛숨을 삼켰다.
“조 부장님한테요? 왜, 왜요? 아니, 그걸 넘기고 오시면 어떡해요!”
“뭐, 임마? 국장님이 손 떼라는데 그럼 거기서 책상이라도 엎을까? 어?”
황 부장이 입가를 씰룩거렸다. 국장실에서는 못 엎었지만, 여기선 백번이라도 엎을 기세였다. 하지만 다른 때라면 눈치를 보고 납작 엎드렸을 최 피디도 지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저, 전 어떡하라고요? 부장님 말씀만 믿고 확 질러놨는데······!”
허겁지겁 핸드폰을 든 최 피디가 최근 번호를 눌렀다. 건너편에서 통화중이라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최 피디의 낯빛이 새파래졌다.
*
최 피디에게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는 말을 들은 후. 금방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번호를 확인한 정선우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핸드폰이 아니라 일반 전화번호였다. 가운데자리가 익숙한.
“팀장님, 이거 IBC 대표번호 맞죠?”
“맞네. 누구지? 황 부장인가?”
그 말은 핸드폰을 시한폭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정선우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시한폭탄을 쥐었다.
“받아보면 알겠죠. 여보세요?”
-아, IBC 예능국 조중현 부장인데요. W&U정선우 실장님 맞아요?
조중현 부장?
이태신 실장이 갸웃했다. 뜬금없이 등장한 목소리는 회의실에 있는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아니, 오로지 한 사람만 다른 반응이었다. 정선우는 뭔가를 기대하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부장님.”
-방금 국장님한테 리얼리티 기획안을 하나 받았는데, 연락처에 정선우 실장님 번호가 적혀있길래 전화했어요. 기획안 아주 재밌게 봤어요. 정 실장님만 괜찮다고 하면 내가 꼭 같이 만들어보고 싶은데. 다른 선택지 고르기 전에,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점잖고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제안했다.
그 순간, 최 피디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들어왔다. 연속해서 세 번이나.
정선우가 물었다.
“그럼 황 부장님은······.”
-그 친구는 국장님 지시로 빠지게 됐어요. 내부사정이 좀 생겨서.
몇몇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환호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대신 빠르게 눈길을 주고받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정선우는 계속 조중현 부장과 통화를 이어나갔다.
곧 미팅약속과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동시에 회의실 안이 뒤집혔다.
“뭐예요, 이건!”
홍보팀 여직원의 비명 같은 물음에, 정선우가 슬쩍 웃었다.
“보험 들어놓은 게 잘 먹혔나 봐요. 술 한 번 더 마셔야겠네.”
“으와, 뭐 얼마나 비싼 술을 마시면 일이 이렇게 풀려요?”
“이렇게 되면 황 부장은 닭 쫓던 개 꼴 아니에요? 국장 선까지 올라가면 큰일 날 것처럼 겁주더니만, 지금 지붕만 쳐다보고 있겠네!”
“그러게. 생각만 해도 변비가 쑥 내려간다!”
홍보팀 직원들이 상기된 얼굴로 떠들었다. 박 팀장은 계속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로드매니저 이관우는 후끈후끈한 시선으로 정선우를 바라봤다. 감탄보다는 존경에 더 가까운 눈빛이었다.
“뭔데 이렇게 야단법석이야. 일 잘 해결됐어?”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3팀장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벌떡 일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박 팀장이 물었다.
“3팀장님, 회식자리 나가셨던 거 아니었어요?”
“현조 이 자식이 프로젝트팀 분위기 심각하다길래 중간에 빠져서 왔지. 혜성처럼 등장해서 복덩이한테 도움의 손길을 좀 뻗어줄까 했더니만, 괜히 왔네. 거기서 양주나 마실걸.”
“분명히 십분 전까지만 해도 여기 심각했거든. 밥도 대충 때우면서.”
김현조가 뒤이어 들어오며 말했다.
박 팀장이 씩 웃었다.
“물밑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몰라도, 선우 씨가 싹 해결했어요.”
“아, 임시 팀장님이 해결하셨구나. 내가 쓸데없이 우리 임시 팀장님을 걱정했네. 힘내라고 사온 간식은 나 혼자···.”
농담조로 말한 김현조가 손을 들었다. 양손에 피자와 치킨박스가 들려있었다. 온종일 이어진 힘겨루기에 정신을 쏟느라 배고픈 줄도 몰랐던 이들이 맹수처럼 박스를 덮쳤다.
정선우가 김현조의 팔을 꼭 붙들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됐어, 임마. 간지럽게. 근데 뭐 어떻게 된 거야? 얘기나 좀 풀어봐.”
“생각보다 운이 더 따랐어요. 이렇게 반응이 바로 올 줄 몰랐는데.”
다행이라는 듯, 정선우가 웃으며 말했다.
치킨 목을 뜯던 홍보팀 여직원이 끼어들었다.
“운이요? 운? 아까 조 무슨 부장님이 전화로 얘기할 때, 선우 씨 표정 어땠는지 아세요? 딱 계획대로 됐다는 표정이었거든요? 음흉하게 웃으면서!”
“복덩이 저놈이 좀 음험한 구석이 있긴 해.”
3팀장이 킬킬거리며 거들었다. 떨떠름한 정선우를 사이에 두고 왁자지껄한 소리가 번졌다. 자초지종을 듣던 3팀장과 김현조는 황 부장이 튕겨나간 부분에서 배를 잡고 웃었다.
그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이태신 실장만이 섞이지 못하고 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웃고 환호했다. 하지만 3팀장과 김현조가 등장하고, 정선우의 소개로 그들과 인사를 한 직후. 이태신 실장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꿈에서 나와 현실을 본 사람처럼.
“이 실장님, 하나 더 드세요.”
정선우가 피자 한 조각을 내밀었다.
멍하니 그를 쳐다본 이태신 실장이 퍼뜩 놀라 손을 뻗었다.
“아, 감사합니다.”
“내일 스케줄 어떠세요? IBC에 같이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저도요?”
저는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작은 목소리가 더듬더듬 기어 나왔다.
정선우가 재차 말했다.
“저쪽에서 적극적이라, 바로 구성 얘기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프리티걸에 대해서는 이 실장님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아······ 알겠습니다.”
이태신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턱에 꾹 힘이 들어갔다.
홀로 회의실 밖으로 나온 이태신 실장이 핸드폰을 꺼냈다. 온종일 쏟아지는 연락을 무시했더니, 부재중 통화가 끝도 없이 쌓여있었다. 메시지는 더 많았다. 얇은 스마트폰이 벽돌처럼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복도 끝, 창문 앞에 선 그가 메시지를 훑었다.
첨부된 사진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참 전에 오연두가 보낸 메시지였다.
「실장님, 저 연둔데요. 바쁘신데 문자 보내서 죄송해요! 혹시 못 보셨을까봐, 이것만 보여드리려고요! 언제 내려갈지 몰라서 바로 캡처해놨어요!」
글자만 봐도 흥분과 감격이 그대로 전달됐다. 첨부사진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였다. 10위에 프리티걸의 이름이 매달려있었다. 그는 인터넷으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오연두의 생각과는 달리, 프리티걸은 아직도 실검 순위에 있었다.
1위였다.
그는 허둥지둥 그 화면을 캡처했다. 다른 것들도 눈에 띄었다. 포털의 메인 연예뉴스란. 헤드라인에 프리티걸의 이름이 걸려있다. 들어가 보니 멤버들의 프로필사진이 떴다. 그가 W&U홍보팀에게 건넨 자료였다.
오늘하루 연예계 최대 화젯거리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댓글도 어마어마했다. 페이지를 뒤로 넘길 때마다 새로운 댓글이 불어났다. 대부분 정선우 실장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프리티걸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명 아이돌그룹의 현실을 담은 기사가 쏟아졌다. 프리티걸이 왜 이년동안 뜨지 못했는가에 대한 대중음악 평론가의 분석도 있었다. 복잡한 눈으로 기사를 보던 이태신 실장이 인터넷을 껐다.
누군가 농담을 했는지, 닫힌 회의실 문 사이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물끄러미 그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귓불이 붉었다.
사실 그런 생각도 했었다.
환경이 반대였으면 어땠을까. 그와 프리티걸이 W&U라는 대형 회사 소속이고, 정선우 실장과 넵튠이 간판밖에 없는 회사의 매니저와 생계형 아이돌로 시작했다면. 그랬다면 지금 상황도 반대였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오늘 정선우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분명히 깨달았다.
넵튠이 무명을 깨고 떠오른 건 정선우가 유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무능한 매니저였기 때문에, 프리티걸은 어제까지 무명이었다.
그가 멤버들을 망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태신 실장은 다시 메시지 함을 확인했다. 박효진과 윤보라에게서 온 메시지가 수십 개였다. 부재중 통화도 그만큼 찍혀있었다. 두 사람이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의 손이 화면 위에서 망설였다. 결국 두 멤버의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대신, 그는 다시 메시지와 통화목록을 샅샅이 뒤졌다. 안면만 있거나 생면부지인 사람이 남긴 흔적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정재이한테서 온 연락은 하나도 없었다.
그가 전화를 걸었지만, 정재이의 핸드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
이태신 실장이 마른 얼굴을 쓸어내렸다.
***
형이랑 닮았다.
조중현 부장의 첫인상이었다. 아무리 봐도 닮았다. 소탈한 웃음, 안경을 쓴 심심한 인상, 가방에 늘 책을 넣고 다닐 것 같은 이미지도 그렇고. 심지어 밝은 스웨터가 잘 어울리는 것까지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인사를 나눈 후부터 분위기는 시종일관 편안했다. 황 부장과의 미팅과는 딴판이다. 방송국 부장실이 아니라 우리 집 소파에 드러누워서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우리 제안은 여기까진데, 어떻게 생각해요?”
“아, 좋습니다. 형······.”
“형?”
아차. 속으로 혀를 찬 순간, 조 부장이 그윽하게 웃었다.
“거의 아들 뻘인데. 내가 그렇게 젊어 보여요?”
진실을 덮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제안은 좋다. 케이블 채널이나 프로덕션이 찔러본 것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다. 지금까지 들은 걸로 따지면 바로 진행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황 부장처럼 어처구니없는 조건을 강요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지상파가 훨씬 더 유리하니까. 파급력에선 비교가 안 되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조 부장이 과연 어떤 피디를 들이밀까.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요리사 실력이 엉망이면 소용없다. 화제 속에서 방송을 시작하더라도 시청자들을 계속 붙잡아두는 건 연출자 손에 달렸다. 재미가 없으면 채널이 돌아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가면, 자칫 몇몇 애들한테 비호감 이미지가 생길수도 있다.
화제성을 유지하면서도 애들 캐릭터를 살려서 호감도까지 올려줄 수 있는, 정말 능력 있는 피디. 그런 피디는 다 자기 프로그램 하느라 바쁠까.
입맛을 다시는데, 조 부장이 말했다.
“내가 이 기획안 보자마자 떠오른 피디가 있는데, 한번 만나볼래요?”
나야 환영이지.
이태신 실장과 눈을 마주치곤 바로 일어났다. 조 부장이 앞장섰다. 우리는 부장실을 나가 예능국 복도를 건넜다. 어떤 피딜까. 적어도 최병수 피디 같은 스타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따라가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IBC 복도를 짓밟으며 성큼성큼 걸어오는 남자. 황 부장이었다.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그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 사원증을 보고 그의 정체를 눈치 챘는지 이태신 실장이 뻣뻣하게 굳었다. 앞을 보니 조 부장은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이다.
나도 웃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먼저 인사했더니, 황 부장이 내장이 뒤틀린 것 같은 얼굴로 날 바라봤다. 이태신 실장이 뒤따라 인사했는데 그쪽은 거들떠도 안보고 나만 쏘아본다. 그래서 좀 더 웃었다. 아예 활짝 웃었다. 기분 더 더러우라고.
“표정 좋은 거 보니 얘기가 잘 됐나보네?”
황 부장이 비꼬듯이 말했다. 입가에 묘하게 껄끄러운 미소가 걸린다.
“조 부장, 피디는 세팅했어?”
“아직. 이제부터 얘기해봐야지.”
“그래? 세팅하는데 애 좀 먹겠던데.”
황 부장의 미소가 좀 더 찐득해졌다.
“그 기획안 넘기기 전에 내가 미리 좀 물색해봤거든. 지금 프로그램에 안 묶어있는 애들 중에 연차되고 연출 좋은 애가 현권이랑 우경이, 딱 둘인데. 둘 다 자기프로 런칭 준비하느라 바쁘다더라고.”
어제는 제작진 세팅까지 이미 다 끝난 것처럼 떠들더니만.
지금 말한 피디들하고 뭔가 있었나?
불쑥 든 생각에 눈살을 찌푸리는데, 조 부장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상관없어. 내가 데려오고 싶은 애는 따로 있어서.”
“뭐? 누구?”
황 부장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걔들 둘 빼면 지금 예능국에 손 비는 놈은 다 조연출 급인데?”
“아, 예능국 말고. 교양국에 있어.”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황 부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나도 당황했다.
교양국?
< 무능하거나, 유능하거나 (10)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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