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매니지먼트-127화 (127/218)

< 이 바닥에선 비일비재한 일들 (1) >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순간, 내 심장도 덜컥했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넘기며 이송하와 손채영을 바라봤다. 둘은 여전히 서로의 머리끄덩이와 멱살을 붙들고 있다.

설마 감독 사인을 무시하진 않겠지. 곧 놓을 거다. 그렇고말고.

“둘 다 사인 못 들었나? 왜 안 나오지?”

“계속 멱살 잡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저래?”

안 놓네.

야단났다. 젠장, 젠장, 스텝들한테 뭐라고 둘러대지?

‘애드립 촬영 중 진짜 싸움 낸 한류스타 A양과 B양’

찌라시 기사의 헤드라인이 뇌리에 쾅 박혔을 때.

이송하와 손채영이 홱, 떨어졌다.

“머, 아,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송하가 먼저 스텝들한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사인을 못 들었어요. 귀에 물이 들어가서.”

손채영이 이어서 말했다.

둘은 풀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스텝들한테 둘러싸였다.

“이야, 이 씬 정말 끝내줬어요! 둘 다 완전 역대급 애드립!”

애드립이 아닙니다.

“연기인 거 알고 보는데도 염통이 막 쫄깃쫄깃했다니까요?”

연기도 아니고요.

“이거 홍보용 클립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낚시하면 난리 날 걸요?”

“진짜. 원래 사람들이 여배우 기싸움 같은 이슈에 환장하니까!”

“마지막에 애드립이라고 까고, 워딩은 이렇게 넣는 거지, 이게 여배우다! 이게 바로 애드립이다! 이게 프로페셔널이다!”

개뿔이다!

목까지 올라온 말을 겨우 집어삼켰다.

어쨌든 다행이다. 끝나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송하 쪽으로 가려는데, 사람들이 내 앞을 우르르 가로막는다. 우 감독과 제작 피디를 비롯한 제작팀 스텝들이었다.

“정 실장님!”

우 감독의 얼굴이 불타고 있다. 머리 뚜껑을 열면 김도 뿜어나올 것 같다. 이 양반 왜 이렇게 흥분한 거지. 이렇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차기작 결정됐어요? 차기작도 나랑 같이합시다!”

“송하요? 로열패밀리 오늘 첫 촬영인데, 벌써 무슨 차기작을.”

“한류스타 타이틀 달았으니 앞으로 좋은 작품 쏟아져 들어올 거 아닙니까! 그러니 선수 쳐야지. 이송하 씨랑 손채영 씨, 두 사람 주연으로 나랑 작품 하나 합시다. 이렇게 카메오 촬영으로 끝내기엔 저 둘 케미가 너무 아까워요.”

케미는 개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는데, 이번엔 웰미디어 제작 피디가 말했다.

이 여자도 흥분으로 눈이 반쯤 돌아갔다.

“영화, 영화는 어때요? 요즘 충무로 완전 남탕인데, 여배우 투톱작품이면 신선하기도 하고. 저 두 분이면 기름칠만 잘하면 투자야 알아서 붙을 거고!”

“액션 어때요, 액션! 저렇게 터프한 연기가 되면 액션도 좋죠!”

“그거 좋네! 작품 기깔나게 뽑아서, 우리도 칸에 한번 가보죠!”

넣어둬.

드라마도, 영화도. 그리고 칸도 넣어둬.

저 둘을 하루 이상 같이 붙여놓으면, 그 뒤에 갈 곳은 칸이 아니라 경찰서나 응급실이 될 테니까.

앞으로 이런 경험은 절대 사절이다. 카메오로 잠깐 붙여놓는 걸로도 위가 따끔따끔한데, 몇 개월 동안 한 작품을 같이 하라고? 그럼 위장에 구멍 난다.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날 거라고.

내 양팔을 한 짝씩 움켜쥔 우 감독과 제작 피디에게 대답했다.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으면서.

“좋죠. 좋은 대본이나 시나리오 있으면 언제든지 보여주세요. 아직 차기작 거론하긴 이른 상황이고 저 두 사람 스케줄 맞추기도 힘들긴 하겠지만, 제가 송하한테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얘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감사는 뭘.

어차피 안될 건데.

*

넵튠 애들과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이 집중됐다.

우리 테이블 주변은 다 예약석이라 일반인들은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 다들 칼질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우리를, 특히 이송하를 구경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오고 싶어서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

호텔 측에서 우리의 편의와 보안을 위해 사인과 인증샷 요청을 제재하지 않았다면, 벌써 사람들한테 파묻혔겠지.

우리가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들인데.

모르는 게 약이다.

“진짜야? 야, 너 진짜 손채영이랑 한판 붙었어? 촬영하다가?”

이런 얘기 하고 있거든.

이태희가 이송하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린다. 세상만사 관심 없어 보여도 멤버들 일엔 앞장서는 리더라, 지금도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혀있다.

“송하, 얼굴 좀 보자.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없어. 머리카락만 좀 빠졌어. 그리고 귀에 물 차서 먹먹한 거랑.”

“정말 그 여자랑 머리끄덩이 잡고 싸웠냐? 장난 아니었다던데?”

“난 머리끄덩이는 안 잡았어.”

이송하가 빤빤하게 대답했다.

그래, 머리끄덩이는 안 잡았지. 대신 목이랑 머리통을 잡았지.

팔짱을 끼며 쳐다봤더니 이송하가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한다.

목이 타는지, 임서영이 생수를 원샷하곤 다그쳤다.

“어쨌든 마녀한테 맞서 싸웠다는 거지? 누가 이겼어? 어?”

“······내가 이긴 거 같아.”

“아싸! 내가 여차하면 엘제이한테 몸통박치기라도 시키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잘했어!”

“내가 네 포켓몬이냐, 멍청아?”

임서영의 뒤통수를 친 엘제이가 이송하한테 재차 물었다.

“정말 네가 이겼어?”

“계속 졌는데, 마지막엔 내가 이긴 거 같아. 내가 이겼어.”

뭘 뿌듯해 하고 있어.

아까부터 줄곧 저 상태다. 자기 구역을 넘본 도전자와 싸우고, 이겨서 끝내 승리한 짐승처럼.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고 있다. 가끔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힐끔거리면서. 내가 무슨 전리품이냐?

그리고 이기긴. 누가 봐도 그건 무승부였지.

참, 그러고 보니 기회 봐서 물어보려던 게 있었다.

“송하야, 궁금한 게 있는데.”

“네, 오빠. 뭔데요. 뭐든 물어보세요.”

“촬영 때, 손채영이 귓속말로 너한테 뭐라고 했어?”

뭐라고 했길래 바로 개싸움이 벌어진 거지?

이송하가 물잔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내 눈을 피했다.

“그건 비밀이에요.”

“뭐든 물어보라며.”

“그것만 비밀이에요.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음. 비밀이란 말이지.

우리 쌍둥이들이 나한테 처음으로 거짓말했던 날이 떠오르는데.

이송하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뭔데, 말해봐.”

“안돼요.”

“나한테만 살짝 말해봐. 자, 듣고 잊어버릴 테니까.”

“아, 안돼요. 오빠한테는 더 안돼요.”

그럼 더 궁금하지.

입 끝을 올려 웃으면서 다시 물었다.

“나한테는 더 안된다. 서운한데. 왜, 내가 알면 화날 얘기야?”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사실은······!”

“뱀!”

이송하가 막 산호색 입술을 열려던 때.

갑자기 임서영이 냅킨을 내 얼굴 앞에서 정신없이 흔들었다.

투우사처럼. 소 대신 뱀을 부르짖으면서.

“뱀! 뱀! 뱀이다!”

“여기 뱀이 어딨어. 다른 사람들 들으면 난리 난다.”

“오빠가 뱀이에요! 세상에, 웬일이야! 오빠 같은 뱀들이 하와한테 선악과 먹이고 그러는 거예요! 살살 꼬드겨서!”

“그건 또 무슨 헛소리, 근데 너 기독교였냐?”

“아닌데요!”

임서영이 냅킨으로 내 얼굴을 덮고, 누르고, 난리를 피우는 사이.

엘제이가 혀를 차며 이송하한테 말했다.

“야, 너는 비밀이라더니, 십 초 만에 홀라당 넘어가고 있냐.”

“나도 모르게. 순간 머리가 하얬어.”

“기가 허해져서 그래. 이거 좀 먹어.”

이태희가 주머니에서 홍삼 양갱을 꺼내 쥐여준다. 먹는 걸 거절하는 법이 없는 이송하가 양갱을 까서 냉큼 한입에 넣었다. 다시 내 눈을 피하면서.

나중에 다른 애들 없을 때 다시 기회를 노려볼까.

생각하는데, 엘제이가 은근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예전엔 무해한 뱀이었는데, 어째 몇 번 허물 벗더니···.”

벗더니?

“꽃뱀이 돼가는 거 같은데요.”

“뱀은 그렇다 치고, 하고많은 종류 중에 하필 왜 꽃뱀이냐.”

“왜요, 꽃뱀 독이 얼마나 치명적인데. 얼굴은 웃어도 뱃속엔 꿍꿍이를 삼키고 있는 게, 백 대표님이랑 좀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엘제이의 말에 다른 애들까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기다란 손가락으로 나이프 날을 슥 문지르며, 엘제이가 덧붙였다.

“너무 닮진 마세요.”

내가 입을 열려던 때였다.

“정선우 실장님.”

고개를 돌려보니, 뜬금없는 사람이 서 있었다.

서은교가 넵튠 애들을 힐금 보곤 말했다.

“얘기 좀 해요, 우리. 조용히.”

조용히, 라길래 둘이서 얘기하자는 줄 알았는데.

서은교 뒤엔 그쪽 매니저 두 명이 세트처럼 따라온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는지 험악한 표정들은 아니었지만, 날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은 건 분명하다.

이건 또 뭐지.

교복 벗은 이후로 이런 구도는 처음인데.

“뭐,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서 얘기하시죠.”

레스토랑 입구가 보이는 곳에 멈춰 서서 말했다.

서은교는 레스토랑 안에 있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눈으로 재보더니, 어지간해선 안 들리겠다는 확신이 섰는지 팔짱을 끼고 입을 열었다.

“내가 술김에, 손채영 선배 앞에서 말실수했다고 했죠.”

혹시 기억이 났나?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니까, 편하게 대답했다.

“네. 그랬죠.”

“어이가 없네. 이봐요, 그쪽은 그걸 보고만 있었어요?”

뭐?

“사람이 술을 먹고 실수하고 있으면 말리든가, 빨리 내 매니저를 부르든가, 어떻게 수습을 해주는 게 매너 아니냐구요!”

매너?

듣던 중 개소리네. 누가 누구 앞에서 매너를 찾아.

“말렸죠. 말렸는데, 서은교 씨가 제 말은 안 듣던데요. 서은교 씨 담당하시는 실장님들 연락처는 제가 모르고.”

“팀장입니다. 실장이 아니라.”

서은교 오른쪽에 선 족제비 같은 남자가 툭 끼어들었다.

팀장이었나? 이번 중국행에서 처음 본 사람이라 헷갈렸다.

“들은 대로 예의가 좀, 부족한 친구네.”

“그렇다니까요. TV에서 나온 거랑 이미지 딴판이에요. 딱 내숭 떠는 것만 편집돼서 나왔나 봐요.”

얼씨구.

방금 걸로도 어처구니가 날아간 판인데, 서은교가 더 보탠다.

“그때 말린 게 아니라 옳다구나 하고 구경한 거 아니에요?”

“제가요?”

“그쪽도 나한테 감정 안 좋을 거 아니에요! 내가 선배 입장에서 이송하한테 듣기 싫은 소릴 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나 엿 먹어보라고 구경만 한 거 아니냐구요! 속으로 고소해 하면서! 맞죠?”

“아닙니다.”

뭐, 서은교가 정말 나 말고 손채영한테 그런 말을 퍼부었다면 나야 물론 ‘엿 한번 먹어봐라’, 하고 즐겁게 구경하고 있었겠지마는. 어쨌든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맞잖아요!”

“정말 아니···.”

“그럼 날 말렸어야죠! 앞으로 채영 선배 얼굴을 어떻게 보냐구요!”

이건 뭐.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라는 건가.

얘기 좀 하자더니. 왜 단체로 시비를 걸고 지랄이지?

손채영하고의 관계는 좆됐고, 첫 촬영은 망쳤고. 마음에 안 드는 이송하가 감독과 스텝들한테 박수갈채를 받았고.

그래서 날 붙잡고 화풀이라도 하겠다는 심본가? 이송하는 괴롭혀도 돌아오는 반응이 무덤덤하니 그 매니저인 나를 괴롭혀서 짜증 난 심신의 안정을 꾀해보겠다, 뭐 그런 건가?

눈살을 확 찌푸렸다가, 도로 폈다.

멀찍이서 이송하와 다른 애들이 이쪽을 형형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길래. 내 표정이 안 좋으면 포크와 나이프 하나씩 들고 우르르 달려올 기세다.

안 되지.

서은교는 강한 사람 앞에서 약하고, 약한 사람 앞에서 강한 스타일인데. 상대적으로 급이 높은 손채영이나 서지준쯤 되면 모를까. 쟤들이 달려와서 합세해봤자 서은교가 꼬리를 내릴 리가 없다.

오히려 더 신나서 지껄여댈지도 모르는데. 여럿이 똥칠할 필요 없지.

일부러 태연한 표정을 뒤집어쓰고 말했다.

“관심법을 쓰시는지, 제가 아니라고 해도 맞다고 하시니 더 말을 못하겠네요. 저한테 원하시는 게 뭡니까?”

“어쨌든 그쪽 탓도 있으니까 책임져요! 이 사태를 어떡할 거예요!”

염병하네.

보아하니 한번 숙이고 대충 넘어가면 계속 숙이라고 할 작자들이다.

사람 말로는 안 통하니, 나도 짖어야겠구만.

“책임이요. 제가요. 그걸 제가 왜 책임집니까.”

“뭐라구요?”

“손채영 씨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망해서 저한테 화풀이하시는 것 같은데. 화가 나면 엄한 사람 잡고 이러지 마시고, 차라리 술을 더 드세요. 아, 술은 좀 그런가.”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뭐 이런 게 다 있어!”

“어이는 저도 없고요. 목소리는 좀 줄이시는 게 좋겠는데요. 사람들이 들으면 좋을 거 없는데. 어쨌든 손채영 씨 관련된 일이라면 전 책임질 자신도 없고, 방법도 없습니다. 손채영 씨한테 직접 가서 해결 보세요.”

“이봐요!”

“보고 있습니다.”

“이런 씨···!”

“그만해, 은교야. 사람들이 본다.”

흥분해서 삿대질하는 서은교를, 팀장이라는 족제비가 붙들었다.

그리곤 한발 앞으로 나오더니 나를 훑어본다.

“정선우 씨. 일 시작한 지 아직 1년이 채 안 됐죠?”

뭐, 바톤터치야?

“그래서 아직 사회 물이 덜 들었나 본데, 그런 식으론 매니저 일 오래 못해요. 반짝하다 일 때려치울 생각이면 그렇게 일하고.”

헛소리 떠들어대는 연예인 말릴 생각은 안 하고 거드는 걸 보니, 똑같은 놈들이라는 건 잘 알겠다. 팀장과 실장을 앞세워놓고 서은교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다 난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아서 못하는 거 같은데. 정선우 씨 안 좋은 소문도 제법 있어요.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하는 일마다 잘되니까 주변에서 웃지만, 한번 삐끗하면 그때부턴 어쩌려고. 어려서 혈기왕성하고 뻣뻣한 건 알겠는데 업계 선배 입장에서, 앞날이 좀 걱정되네.”

“그러니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고. 제 앞날 걱정은 제 선배님이 해 주실 테니까 대신 안 해주셔도 됩니다.”

“이거 정말 답답한 친구네.”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저렇다니까요.”

댁은 날 얼마나 봤다고.

족제비 팀장 옆에서 거드는 실장이 더 황당하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는 많구나. 얼마나 많길래 셋이나 몰려다니지.

“회사에선 뭘 배운 건지. 거긴 뭐, 이런 거 가르쳐주는 선배 없나?”

“선배가 뭐요?”

불쑥, 뒤에서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김현조가 이관우와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중국 와서 더 짙어진 다크서클이 아주 턱까지 내려와 있어서, 얼굴이 음산하기 짝이 없다. 그 뒤의 이관우는 산만한 덩치가 아깝게 긴장한 듯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고.

“좀 더 지켜보려고 했는데, 내 얘기가 나오는 거 같아서요.”

“아, 김현조 실장 맞죠? 이 친구가 일하는 데 문제가 좀 있길래···.”

“오지랖도 참. 남의 회사에서 뭘 가르치고 배우는지는 왜 신경 쓰시나 모르겠네.”

“그쪽 회사 일에 간섭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가르쳤는데 왜요. 얘가 뭐 어때서요. 지금까지 본 거지 같은 매니저들하고 비교하면, 얘는 뭐, 거의 평생의 역작 수준이구만.”

김현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듣고 있던 서은교가 코웃음을 치며 끼어든다.

“역작은 무슨, 저 회사는 직원들 인성교육은 안 하나?”

저 혓바닥으로 인성을 논하다니, 단어가 더럽혀지는 느낌인데.

“이봐요, 그쪽 직원이나 똑바로···!”

목소리를 높이던 서은교가, 돌연 흠칫 놀란다. 그리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 어깨 뒤를 쳐다봤다. 그 옆의 팀장 나부랭이와 실장도 당황한 표정으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안 봐도 알겠다.

일반인들의 웅성거림이 확 커졌거든. 여자들 숨죽인 비명도 들리고. 그리고 뭣보다, 아까 통화했을 때 김현조가 다른 사람들 불러서 함께 내려온다고 했었으니까.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서지준과 이봉준 실장, 그리고 임주원과 성 실장까지.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뭐, 뭐 이렇게 갑자기······!”

당황해서 더듬거리던 서은교가, 나를 홱 노려본다.

‘혹시 다들 내려올 줄 알고 일부러 여기 서서 얘기하자고 한 거냐’고 묻는 것 같길래. 빙긋이 웃어줬다.

당연히 일부러 그런 거지.

< 이 바닥에선 비일비재한 일들 (1) > 끝

ⓒ 장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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