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 아래에서 오가는 것, 거래 (5) >
두 번째 독대다.
지난번에는 성도원 문제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질문이 날아왔었지. 이번에는 박도진이나 이송하랑 관련된 얘기를 꺼낼 것 같은데. 나도 뭘 물어봐도 대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몇 살이지?”
이건 예상에 없던 질문인데.
“스물여덟 살입니다.”
“젊네. 취미는?”
“영화감상입니다. 드라마도 좋아하고요.”
이건 웬 뜬금없는 신상 조사지.
그 뒤로도 별거 아닌 질문들이 몇 가지 더 날아왔다. 백한성 대표의 목소리와 태도는 시종일관 편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위압감이 느껴져서, 나는 등허리를 빳빳하게 세운 채로 대답했다.
“골프는 쳐?”
“아니요. 가본 적 없습니다.”
“음. 소개해줄 테니까 한번 배워봐. 배워놓으면 좋아.”
그럼 가야지. 먹고 잘 시간이 부족해도 가야지.
인사하고 넙죽 받았다. 방송국이든 기획사든 한 자리씩 하는 양반들은 그놈의 골프장에서 중요한 얘기를 많이들 한다길래, 안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 배우긴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2팀으로 오라는 걸 싫다고 했다면서?”
이제 본론인가 싶어서 깍지낀 손에 한번 힘을 줬다.
“네.”
“윗사람이랑 안 맞으면 피곤하지. 나도 그래서 독립했었거든.”
저건 백한성 대표 인터뷰에서 못 본 이야긴데.
“몇 년 안으로 매니지먼트사업부를 좀 더 세분화할 계획이야.”
그가 새롭게 말을 이었다.
“팀이 더 생기겠지. 팀장도 늘어날 거고. 바깥사람보다는 이왕이면 내부 사람을 키워서 앉히려고 경력이 많은 실장 몇 명을 눈여겨보는 중이거든. 인맥이 넓은 친구. 일을 충실히 잘하는 친구. 그리고······ 수완이 좋고 거래를 할 줄 아는 친구.”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데, 백한성 대표가 선뜻 말했다.
“지금처럼만 해. 그럼 네 팀을 줄 테니까.”
뭘 준다고?
머릿속에 저장해놨던 예상질문용 대답들이 싹 날아갔다. 나는 차분하고 태연한 척 표정 관리하던 것도 잊고 멍하니 백한성 대표를 바라봤다.
“제 팀이요?”
백한성 대표가 날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네 팀.”
대표실을 나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를 짚고 참고 있던 숨을 터뜨렸다. 백한성 대표랑 이송하 일을 비롯해 꽤 많은 얘기를 한 것 같은데, 지금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는 건 하나뿐이다.
내 팀.
내 배우, 내 연예인, 그리고 내 사람으로 구성된 내 팀.
마치 마법 같은 단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전력질주를 한 것처럼 숨이 가빠진다.
실장 명함을 받았을 때도 뿌듯하고 가슴 벅차긴 했지만, 팀장은 실장급이랑은 비교도 안 되게 멀게 느껴지던 직함이니까. 내 연차에서는 더더욱.
정신 차리자, 정신.
찬물로 손을 씻고 뺨을 몇 번 두드렸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얼떨떨한 얼굴을 쳐다봤을 때였다.
발밑이 휘청하는 느낌이 들더니, 세상이 깜깜해졌다.
앉아있다. 파묻힐 것처럼 푹신한 의자에.
고급스러운 정장에 착 감긴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에는 깍지낀 손을 올린 채로. 노이즈가 없는 깨끗한 시야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거구나. 고정된 미래. 내가 매니지먼트사 대표가 되어있는 미래다.
이게 얼마 만이더라?
“한때 대표님의 롤모델이 W&U 백한성 대표님이었었다고 알고 있는데요.”
조심스러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한성 대표, 이번엔 그 사람이랑 관련된 미랜가?
시야가 흔들리더니 책상 앞에 나란히 앉은 여자 둘이 보인다.
송 기자와 박우정 기자, 아니, 박 국장이다.
“그랬었죠.”
미래의 내가 대답했다. 적당히 부드럽고, 여유 있는 어투다.
“저는 실제로 뵌 적이 없어서, 어떤 분이셨는지 궁금하네요.”
송 기자의 말에 박 국장이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매니지먼트 업계 젊은 사람들한테는 대표적인 롤모델 중 한 명이었어. 1인 기획사를 10년 만에 메이저로 키운 입지전적인 사람이라, 성공한 젊은 사업가라고 언론에서도 좋아했고. 그러고 보니 정 대표님하고 느낌이 꽤 비슷한데요?”
박 국장의 검은 입술이 길게 휘어졌다. 내 고개가 기울어진다.
“그래요?”
“네.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네요. 아, 인상은 빼고요.”
문득, 조금 전에 대표실에서 마주했던 백한성 대표가 떠올랐다. 미래의 내가 그 사람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궁금하게. 어디 살짝 비치는 곳이 없을까 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핥듯이 살필 때였다.
“그런데 왜 롤모델이 있는 회사를 박차고 나오셨어요?”
회사를 박차고 나와?
순간 놀라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W&U를 나갔으니까 내가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리고 대표가 된 거겠지. 그런데 그냥 나간 것도 아니고 박차고 나갔다는 건, 어감이 좀 안 좋은데.
미래의 내가 대답했다.
“백 대표님 방식이 싫었거든요.”
“방식이요?”
“그때는 저도 어렸으니까, 지켜보면서 환멸을 느꼈던 거겠죠.”
내가 백한성 대표가 일하는 방식에 환멸을 느꼈다고?
무슨 일인지 짐작도 안 간다. 그럴만한 일이 앞으로 일어나는 건지, 아니면 일어나지 않을지도 알 수 없다.
내가 현재를 워낙에 많이 바꿔놔서. 반년 전과 비교하면 나를 둘러싼 상황도, 그리고 나 자신도 엄청나게 바뀌었으니까.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정선우는 W&U의 복덩이도 아니었고, 스물여덟에 실장 직함을 달지도 못했을 테고, 당연히 백한성 대표한테서 팀을 주겠다는 말을 듣지도 못했을 테니까.
박 국장이 끼어들어 말했다.
“호기롭게 W&U 뛰쳐나가고 나서 후회하셨죠?”
“당연하죠.”
미래의 내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백 대표님 밑에 계속 있었으면 훨씬 더 빨리 컸을 테니까요. 밖에 나가보니까 뼈저리게 알겠더라구요. 뱃속까지 시커먼 사람들이 넘치는 바닥에서, 백 대표님 정도면 그럭저럭 회색이었구나.”
뭔 소리야?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는지, 송 기자가 대신 물었다.
“회색이라니요?”
“지금이나 그때나, 연예계라는 곳이 사람을 물들게 하잖아요. 위로 올라갈수록 하얗기만 해서는 버틸 수가 없는 바닥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새카맣게 물들어 버리면 아까 얘기했던 퓨어스타 사람들처럼, 흔히 말하는 쓰레기가 되는 거고. 그 사이에서 회색으로 균형을 잡는 게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아아. 그럼 정 대표님도 지금 회색인가요?”
입가의 근육이 잘게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미래의 내가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아마도요.”
뺨을 타고 흘러내린 물방울이 턱 끝에서 뚝 떨어졌다.
흠칫 정신을 차려보니 정면 거울에 내 얼굴이 보였다.
현재로 돌아왔구나.
찬물을 틀어서 세수하고, 젖은 앞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생각할수록 희한한 미래다. 내가 보는 미래야 늘 불친절했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전달하려고 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모호하다.
골똘히 생각하다가, 일단 접어놨다.
어쨌든 당장 회사를 뛰쳐나갈 생각 따윈 없으니까.
미래의 내가 말했던 것처럼 W&U에 있으면 혼자서 칠전팔기 개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성공할 수 있겠지. 그게 내가 미래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세운 목표이기도 하고.
다만 한 가지 의문이 피어오른다.
미래의 나. 20년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게 궁금해졌다.
*
키패드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덜컥, 몇 센티 열리다가 멈춘다. 체인이 걸려있다.
“누구세요? 선우 오빠 맞으면 별명을 대보세요, 뱀뱀 무슨 뱀!”
“헛소리 그만하고 열어.”
“오빠 맞구나.”
문을 활짝 연 임서영이 샐샐 눈웃음을 쳤다.
“기자한테 미행 같은 거 안 당했어요? 밖에 기자 없죠? 조심해야죠, 자칫하면 파파라치 사진 같은 거 찍힐 수도 있잖아요. 우린 이제 일거수일투족이 기삿거리가 되는 인기 걸그룹이란 말이에요.”
“너 사진 찍힐까 봐 숙소에서 풀 메이크업하고 있냐.”
“요즘 행사 스케쥴 때문에 잘 못 자서 민낯 칙칙하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반짝거리는 입술을 삐죽댄다.
다른 애들을 둘러봤다. 이태희는 여느 때처럼 죽었는지 살았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으로 소파에 널려있고, 엘제이는 그 밑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우리도 저거 말릴 만큼 말려봤어요.”
엘제이가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아주 꼴값도 가지가지지. 멍청아, 네 일거수일투족을 누가 궁금해하냐. 우리 중에 파파라치씩이나 붙을 사람은 이송하밖에 없어.”
듣고 보니 한 명이 빈다.
“그런데 송하는 어딨어? 나갔어?”
“방에 있어요. 조금 전까지 들락날락했었는데.”
임서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맨날 오빠 오는 건 귀신같이 알고 나와서 현관문 쳐다보고 있는 애가 오늘은 왜 조용하지. 야, 이송···!”
임서영이 이송하 방문을 열자마자 퍽, 뭐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헉, 뭐야? 너 괜찮아? 미, 미안!”
“괜찮아.”
이송하가 이마를 문지르며 걸어 나왔다. 이마가 벌겋다.
저거 안 괜찮은 거 같은데.
“너 방문 앞에 서서 뭐 하고 있었어?”
“막 나오려던 참이었어.”
대답하면서 이송하가 힐끔 내 쪽을 쳐다본다.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다물어버린다. 비척비척 걸어와 냉동실에서 이송하 거라고 쓰여 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꺼낸다. 그리고 소파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퍼먹기 시작했다.
어깨 끝이 축 늘어져 있다. 쟤가 뭔가를 섭취하면서 저렇게 기운 없는 건 처음 보는데. 꼭 며칠 물을 안 줘서 시들시들한 식물 같다.
이태희가 무거운 팔을 움직여 이송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쟤 스트레스받아서 저래요.”
임서영이 내 팔뚝을 흔들며 말했다. 이송하가 툭 끼어들었다.
“아냐. 그냥 먹고 싶어서 먹는 거야.”
“웃기네! 스캔들 나고 나서 네가 몇 끼를 먹었는지 알아? 그제랑 어제랑 밤 꼴딱 새우면서 야식을 3인분씩 시켜먹었잖아!”
“잠을 못 잤어?”
내가 묻자, 이송하를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쟤 저거, 한숨도 안 잤어요.”
“지난번에 펀치라인 멤버랑 스캔들 터질 뻔했을 땐 별 신경 안 쓰더니, 이번엔 무슨 지구 종말 급이었어요. 새벽에 거실에 엎어져서 멍청이, 멍청이, 중얼거리는데 숙소 지박령인 줄 알았다니까요.”
엘제이와 임서영이 혀를 차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이태희가 다가와 물었다.
“스캔들 때문에 송하 담당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들었는데, 언제 결정되는 거예요?”
“이미 결정됐어.”
이송하의 어깨가 흠칫 떨린다.
눈이 휘둥그레진 애들이 물었다.
“정말요? 어떻게 됐는데요?”
“뭘 어떻게 돼. 당연히 내가 계속 하는 거지.”
이송하가 바람 소리가 들릴 것처럼 홱, 고개를 돌린다.
못 믿을 말이라도 들은 듯 눈이 커다랗다. 입술도 살짝 벌어진 채다. 끌어안고 있던 아이스크림 통과 숟가락을 황급히 팽개치더니 내 쪽으로 다가온다.
“정말이요?”
“그래.”
“어, 어떻게요?”
“나한테 생각이 있다고 했잖아. 나한테 맡기라고.”
사실 나도 좀 불안했지만, 그건 티 내지 않고 태연히 말했다.
“대표님한테 직접 확답 듣고 왔어. 넌 앞으로도 내 담당 배우야.”
“오빠 배우······.”
백지장처럼 창백하던 이송하의 얼굴에 색이 번진다.
눈이 휘어지고, 꾹 다문 입 끝이 움찔거리면서 올라간다. 문득 임서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딱 그런 표정이다. 지구 종말을 준비하던 사람이, 종말은 없다는 말을 들은 표정.
그리고 마치 나를 지구를 구한 사람 보듯이 쳐다본다.
엄청난 표정이다. 저게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었다면 당장 캡처해서 노트북이랑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썼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송하한테 물어야 할 게 떠올랐다.
“송하야.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뭐든 물어보세요.”
“네가 말했던 그 사진.”
이송하 얼굴에서 도로 색이 사라졌다.
다른 애들 시선을 피해서 이송하 방으로 들어갔다.
이송하는 흡사 단두대에 올라선 사람 같았다.
“음. 내 얼굴을 만지고, 그랬다고?”
“그랬나 봐요.”
“그랬나 봐요, 는 뭐야. 왜 그랬는데?”
힐끔 내 표정을 살피는 듯하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말한다.
“충동적이었어요. 밤이었고, 오빠는 자고 있었고, 저는 그날따라 그런 게 좀 궁금했고,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건 한순간의 충동이 이성을 이기고 저지른 짓이에요. 인터넷 찾아보니까 가끔씩 호르몬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한대요.”
“호르몬?”
“네. 다 호르몬 때문이에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쳐다봤더니, 호르몬 충동설을 밀어붙이던 이송하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한다.
“호르몬 때문이지만, 성추행해서 정말 죄송해요. 똑같이 제 얼굴 만지셔도 돼요.”
“······너 어디 딴 데 가서 그런 말 하지 마라. 큰일 난다.”
“안 해요.”
나는 턱을 두어 번 만지다가 다시 물었다.
“얼굴 만지고 입에 손가락 넣어본 게 다야?”
“다예요.”
“대표님한테 있는 사진 봤는데.”
흠칫했다. 쟤 방금 분명 흠칫했어.
미끼를 던져놓고 알아서 실토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송하가 입을 꾹 다물었다가 뗐다.
“그럴 리가 없는데. 진짜로 그게 다예요.”
안 낚이네.
짧게 숨을 뱉으며 물었다.
“송하야. 너 말이야, 정말로 나 좋아하는···.”
“아니에요!”
이송하가 내 말을 자르고 외쳤다. 고개까지 홱홱 저으면서.
“정말 아닌 거 맞아?”
“아니에요.”
목소리가 사뭇 진지하다. 아니, 목소리뿐만 아니라 표정도.
피하지 않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빛까지 진지하다.
“전 아무도 안 좋아하고 일만 할 거예요. 제가 다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성공하기 전까지는 연애 안 해요. 그러니까 그 문제는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맹세라도 하듯 말한 이송하가 성큼성큼 침대로 걸어간다. 그리고 냅다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럼 전 이제 좀 잘게요. 조심히 가세요.”
“······그래. 푹 쉬고.”
뭔가 밀려나듯 거실로 나왔다.
확실하게 물어보고 대답도 들었는데. 머릿속이 좀 복잡하다.
일단 돌아가면서 계속 생각해보자고 정리하고, 애들한테 작별인사를 했다. 애들이 여느 때처럼 현관 앞에 우르르 모여서 배웅한다. 두리번거리던 임서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쳤다.
“이송하! 오빠 간대!”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뭐하지?”
“잔대.”
내 말에 애들이 전부 눈을 껌뻑거린다.
“오빠 가는데 잔다고요? 쟤가요? 오빠 껌딱지가요? 웬일이래.”
“이틀 밤새웠다며, 깨우지 말고 둬.”
손을 내젓고 숙소를 나왔다.
주차해놓은 미니밴에 올라탈 때까지 줄곧 고민했다. 기분이 영 오락가락한다. 시원섭섭하달까. 싱숭생숭하달까.
빌라를 힐끔 올려다보다가 곧 혀를 차고 시동을 걸었다.
오늘은 나도 호르몬이 좀, 날뛰나 보다.
***
문밖이 조용해지자마자 이송하는 이불을 걷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창턱에 턱을 얹고 슬쩍 창밖으로 시선을 내렸다.
가로등 불빛 아래 얌전히 주차된 미니밴이 보인다.
곧 현관 쪽에 불이 들어오더니, 익숙한 머리꼭지가 보였다.
이송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봤다.
미니밴이 어둠 속으로 멀어져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 수면 아래에서 오가는 것, 거래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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