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매니지먼트-104화 (104/218)

< 매니저와 연예인에게 중요한 것, 궁합 (2) >

“혹시, ‘펫숍’이라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묻자마자 배우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본인이 출연한 독립영화 중 비슷한 제목이 있나 떠올리는 듯했고, 누군가는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듯 의아해 했다.

그리고 맨 뒷자리에 앉은 남자.

구깃구깃한 대본으로 느리게 부채질하던 남자가 멈칫했다.

맞구나, 그 배우.

오래전인데도 희미하게 기억나는 컷이 있다. 재색 교복. 귓등을 살짝 덮는 짧고 단정한 머리카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했던 분위기. 녹슨 쇠창살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내밀고 있던 팔.

“맞아요. 신기하네. 그 작품 망해서 아는 사람 별로 없는데.”

남자가 팔을 다시 움직이며 말했다. 부채질이 일으킨 바람이 정리가 안 된 머리카락을 더 헝클어뜨린다. 그 사이로 길게 빠진 눈매가 드러났다. 물에 물 탄 듯, 싱겁고 미지근한 눈이다.

나야말로 신기하다. 잊고 있던, 과거의 흔적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거 개봉했을 때 한창 영화 많이 봤거든요. 입대 코앞이어서.”

“눈썰미 좋으시네요. 남조윤 이 자식, 거기 많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옆자리에서 캡모자를 푹 눌러쓴 다른 남자가 끼어들었다.

저 남자 이름이 남조윤이구나.

많이 안 나오긴 했다. 조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주연보다 돋보이던.

“제 취향이었거든요.”

“아, 취향은 존중합니다. 취향이라면 기억날만하죠.”

“분위기요. 배우 분위기가 취향이었다구요.”

장난기 많은 성격인지 캡모자가 실실 웃는다.

뺨이 따끔따끔해서 쳐다보니 옆에서 김태웅, 웬수가 입을 가리고 날 쳐다보고 있다. 이따가 웬수들의 단톡방이 취향 존중이라는 단어로 도배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끼, 오늘 숨겨왔던 너의 취향을······.”

“내 취향 유턴인데, 할까.”

“하지 마, 하지 마. 닥치고 있을게.”

놈의 주둥이를 막아놓고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백미러를 보니 남조윤은 대본 부채질로 부족한지 창문을 반쯤 열고 바람을 맞고 있었다. 스크린에서 처음 봤던 사람이라 그런지, 현실이 아니라 화면 너머로 보는 느낌이다.

펫숍 이후로 어떤 작품을 찍었을까. 내가 그간 영화관에서 한 번도 못 본 걸 보면 독립영화만 찍은 것 같은데.

분위기도 독특하고. 외모나 몸매도 나쁘지 않은데 왜 못 떴을까?

내가 남조윤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다른 배우들은 소속사와 계약에 관한 이야기로 불평불만의 꽃을 피우는 중이었다.

“저는 5년 계약했었는데, 소속사에서 해준 거 하나도 없어요. 좋은 시나리오를 가져오길 하나, 배역을 잡아주길 하나. 내가 오디션장 쫓아다니면서 단역이라도 하나 따면 수수료는 재깍 뜯어가고. 개새끼들.”

“무조건 큰 소속사가 좋아요. 인맥 좋고, 일단 시나리오가 겁나 들어오잖아.”

“좋은 거 누가 몰라요? 러브콜이 안 오잖아. 소처럼 일할 수 있는데.”

“소속사도 소속산데 매니저를 잘 만나야지. 난 소속사 있을 때 매니저가 영업 못 해서 내가 명함 돌렸는데, 뭘.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막 실장이 로비해서 배역 딱딱 잡아준다던데.”

빨래터에서 수다 떠는 아낙네들 구경하는 기분이다. 떠드는 넷 중 둘이 남자긴 하지만. 대화에 끼지 않은 건 남조윤뿐이다. 소속사 얘기엔 관심이 없는 건지, 그는 눈을 감고 바람만 맞고 있을 뿐이다.

배우들의 입에서 몇몇 소속사 이름이 거론되던 중이었다.

“W&U도 요즘 신인배우 발굴엔 별 관심 없는 것 같지?”

나도 모르게 밭은기침이 나왔다.

“FA시장에 나온 탑급, A급 신경 쓰느라 바쁠걸요?”

“거긴 요즘 배우보단 아이돌 키우는 거에 더 힘주는 거 같던데? 아이돌 장사가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으니까. 난 요즘 W&U 돈독 오른 것 같아서 좀 별로더라.”

“웃기네, W&U에서 러브콜 오면 절하면서 계약서 받을 거면서.”

“야이, 그건 당연한 거고.”

“그래도 W&U는 양반이야. 발굴해서 A급으로 키운 애들 꽤 있잖아. 지금 대박 터진 서지준도 그렇고. 이송하도 신인 키운 거나 마찬가지고.”

“이송하는 회사가 키웠다기보단 걔 매니저가 혼자 키운 거 아닌가? 기사 보니까 그렇던데?”

설마 했는데, 생머리 여배우의 입에서 기어코 내 얘기가 튀어나왔다.

내 직장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김태웅이 뒷좌석과 나를 번갈아 바라본다. 회사 뒷얘기까진 그렇다 쳐도, 내 얘기를 실시간으로 훔쳐 듣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인터넷 모니터링하면서 댓글로 보는 것도 지겨운데.

분위기가 더 이상해지기 전에 선글라스를 벗으려던 때였다.

“이 바닥 하루 이틀이야? 그건 빼박 언플이지. 그 매니저가 예능에서 먹히니까 계속 엮어서 언플하는 거잖아. 그렇게 포장하는 게 스토리도 좋고, 이송하 이미지에도 좋고.”

“W&U 홍보팀이 언플 하나는 알아준다잖냐. 이송하 걔도 연기보단 언플로 뜬 거 확실하고. 그 매니저도 회사 언플 덕에 계 탄 거지. 방송도 나가고 이름도 알리고. 까놓고 말해서 로드가 무슨 날고뛰는 재주가 있다고 무명 애를 몇 달 만에 스타로 키우냐?”

머리가 굽실거리는 여배우와 근육질의 남배우가 조소를 주고받는다.

혀를 차며 선글라스를 벗었을 때, 김태웅이 태연히 물었다.

“그러게. 새꺄, 넌 날고뛰는 재주도 없는데 어떻게 무명 연예인을 몇 달 만에 스타로 키웠냐?”

“글쎄. 날고뛰는 재주 말고 다른 재주가 있었나 보지.”

“네가 뭘 키우는데 재주가 있는 건 확실해. 네쌍둥이가 증거잖냐. 우리는 네가 매니저가 된 건 국내 유아교육 업계의 손실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애 키우는 재주가 연예인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일맥상통하는 게 있긴 하더라.”

피식 웃으며 말했다. 김태웅이 의뭉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뒷좌석은 조금 전부터 음소거를 누른 것처럼 조용했다. 다들 긴가민가한 얼굴로 날 쳐다보는 통에 살갗이 따끔따끔하다.

김태웅이 곱슬머리 여배우와 근육질 남배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참,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면 키가 줄어서, 꼭 해야 하거든요.”

“네, 네?”

“이 새끼가 회사 덕에 계 탄 게 아니고, 그 반대예요. 거기서 이 새끼 별명이 복덩이거든요. 웃기긴 하지만. 지금 타고 있는 이 미니밴도 이 새끼 회사에서 주유비 지원까지 해주면서 사···.”

“그만해, 미친놈아. 쪽팔림은 내 몫이거든.”

내 말에 김태웅이 실실 웃으며 입을 다문다.

날 놀려먹겠다고 일부러 지껄인 게 분명하다, 망할 놈. 대체 내 별명이 복덩이였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나는 분명 단 한 번도 그 단어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 어떤 할 일 없는 기자가 주워듣고 기사로 썼나?

기회를 봐서 김태웅을 족쳐야겠다고 생각하며, 백미러를 바라봤다.

그리고 김태웅 때문에 당황한 두 배우에게 덧붙여 말했다.

“이송하 언플로 뜬 거 아니에요. 드라마 보셨으면 아실 텐데.”

“그, 그건 제가 한 말 아니에요. 야, 네가 그랬잖아.”

“그게, 죄송해요. 제가 그 드라마를 안 봐서······.”

옆에서 김태웅이 드라마도 안 보고, ‘연기보다 언플로 뜬 게 확실하다’고 했냐면서 기막혀한다. 나도 혀를 찼다. 이송하 연기력 논란문제로 워낙에 몸살을 크게 앓아서, 이런 얘기엔 평소보다 좀 까칠해진다.

두 배우가 쭈그러든 채로 뒤늦은 사과를 중얼거렸을 때.

다른 두 명, 생머리 여배우와 캡모자가 궁금해 죽겠다는 듯 물어왔다.

“진짜 이송하, 아, 넵튠 매니저 맞죠? 여긴 어쩐 일이세요?”

“혹시 촬영장에 괜찮은 배우 없나 물색하러 왔다던가······.”

“아뇨, 개인적인 일 때문에요. 친구 동생이 촬영장에 있어서.”

입가에 저절로 난처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내 말에도 배우들은 실망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아, 그럼 이참에 궁금한 거 좀 물어봐도 됩니까? W&U 캐스팅 매니저들은 프로필 어떤 식으로 받아요? 역시 소개?”

“명함 한 장 주시면 안 돼요? 혹시 연락할 일 생길지도 모르니까!”

실장 직함을 달고 나서 처음으로, 빳빳한 새 명함을 뿌렸다.

그리고 쏟아지는 질문 중에 내가 아는 것들은 최대한 자세하게 대답했다. 고양이 수호령 촬영이 끝난 후론 이렇게 배우들과 모여 대화할 일이 없었던지라, 나도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떠드는 중에도, 내 시선은 자꾸 한쪽으로 돌아갔다.

맨 뒷자리에 말없이 앉아있는 남조윤에게로.

그는 구깃구깃한 대본을 들춰보기도 하고, 색이 바랜 회색 티셔츠를 툭툭 털기도 하고, 등받이가 푹신한 게 마음에 드는지 작은 머리를 등받이에 슬쩍 부딪쳐보기도 했다.

희한하네, 이거.

왜 이렇게 저 사람이 신경 쓰이지?

독립영화 촬영장소는 작은 연못을 끼고 있는 고즈넉한 펜션이었다.

한차례 촬영이 끝났는지 스텝들이 묵직한 카메라와 조명기기, 반사판 따위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규모로 따지면 고양이 수호령의 촬영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지만, 열정만큼은 만만찮게 뜨거웠다.

주차된 트럭 옆에 차를 세웠다. 오는 동안 줄곧 불편한 얼굴이던 곱슬머리 여배우와 근육질 남배우가 촬영장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 다른 배우들도 고마웠다는 인사를 쏟아부으며 내렸다.

김태웅이 사촌 여동생을 찾으러 간 동안, 나는 남조윤에게 다가갔다.

“저, 남조윤 씨.”

긴 다리로 비딱하게 서 있던 남조윤이 날 돌아봤다.

“펫숍 뒤로는 계속 독립영화만 찍으셨어요?”

“네.”

목소리도 좋다.

그런데 이 사람 몇 살이지? 내가 입대 전에 봤던 영화에 고등학생 역할로 나왔으니까, 정말 고등학생이었다면 나보다 몇 살 어릴 텐데. 액면가로만 봐도 나보다 서너 살쯤 어려 보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질문거리를 찾는데, 캡모자가 또 끼어들었다.

“이 자식 독립영화도 간신히 몇 편 찍었어요, 실장님.”

놀랐다. 실장님이라는 호칭에 한번. 독립영화를 간신히 찍었다는 말에 또 한 번.

“간신히요?”

“펫숍 출연한 다음에 진짜 거지 같은 소속사, 거지 같은 사람들한테 걸려가지고. 8년짜리 전속 계약서 때문에 목줄 매여서 인생 낭비하다가, 계약해지 소송이니 뭐니 또 몇 년 날렸거든요. 올해 나이 서른인데, 이 자식도 참 인생 깝깝하죠.”

“고맙다. 내 인생 15초 만에 정리해줘서.”

남조윤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리곤 나한테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나는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악질적인 소속사에 묶여 보냈을 세월이 연상돼서인지, 멀어지는 등이 세파에 시달린 것처럼 야위어 보인다. 건조하고 미지근한 분위기도, 무던한 듯한 태도도 이해가 간다. 이해 가다 못해 짠하다.

“쟤 진짜 아까운 놈이에요.”

불쑥, 캡모자가 내 쪽으로 머리를 붙이며 말했다.

“제가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연기 좋아하는 놈이기도 하고.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고서는, 몇 년 동안이나 그렇게 더러운 꼴 보고도 계속 독립영화판에 나오기 쉽지 않거든요.”

“그 뒤로 다른 소속사는 없었어요?”

“자식이 연기도 괜찮고 비주얼도 나쁘지 않으니까 몇 군데서 러브콜이 오긴 했는데, 다들 계약하자고 해놓고는 손 떼버리더라고요. 뭐, 필모도 펫숍 빼곤 독립영화뿐이고. 나이도 있으니까. 계산기 두드려보고 안 되겠다 싶었나 보죠. 그렇게 등 돌릴 거면, 애초에 조용한 호수에 돌 던지지나 말던가.”

캡모자가 욕지거리하며 혀를 찼다.

“뭐, 조윤이 저 자식한테 관심 있으신 거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캡모자가 어깨를 으쓱하곤 사라졌다. 나는 몇 번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금방 남조윤을 찾아냈다. 스텝들 사이에 끼어서 짐을 나르고 있다. 또다. 마치 필터를 갈아 끼운 것처럼 남조윤만 남다르게 보인다.

마치 이송하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왜 이러지. 내가 눈에 콩깍지가 씌었나.

차라리 미래가 보였다면, 남조윤이 배우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든가, 나랑 뭔가 인연이 엮이는 그런 미래가 보였다면 이렇게 신경 쓰이는 게 이해가 가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나는 눈으로 남조윤을 쫓으면서 생각했다.

일단 저 사람이 연기하는 모습을 좀 봐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이곳에 온 원래 목적부터 해결해야 했다.

독립영화의 감독과 짧은 인사를 하고, 펜션 옆에 붙은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앞자리엔 김태웅과 사촌 여동생이라는 여자애 하나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앉아있다.

“근데 진짜 W&U 실장님 맞아요?”

사촌 동생의 미심쩍은 물음에, 김태웅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덜떨아. 넌 인터넷도 안 하냐, 저 새낀 얼굴이 명함이야.”

“아, 덜떨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재수 없어!”

“덜떨어진 걸 그럼 덜떨이라고 부르지, 다떨이라고 부르냐.”

김태웅이 실실거리며 던진 말을 무시한 사촌 동생이 재빠르게 핸드폰을 두드린다. 내 이름을 검색했는지, 핸드폰 화면과 내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방긋 웃는다.

“맞네. 오빠는 저런 친구 있으면 일찍 소개 좀 해주지!”

“돌았냐.”

주변을 오가는 스텝들과 배우들이 계속 이쪽을 힐끔거린다. 김태웅과 사촌 동생을 스친 시선의 종착역은 내 얼굴이다. 그 뒤로는 십중팔구 수군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선글라스를 다시 쓸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를 하며, 사촌 동생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그 대표라는 사람이 일단 걸그룹으로 데뷔하자고 했다고?”

“네. 요즘은 신인배우보다는 아이돌이 오디션 따기도 더 쉽잖아요. 걔들은 뭐, 오디션이 아니라 그냥 미팅이라던데. 이미 멤버들은 네 명 있고, 제가 비주얼 멤버로 들어가면 다섯 명이래요.”

“혹시, 너 노래를 정말 엄청 잘한다거나, 춤을 잘 춘다거나.”

“아닌데요. 비주얼 멤버라니까요? 걸그룹 센터요, 센터.”

사촌 동생이 몹시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예쁘장한 애다. 예쁘긴 한데.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짧게 진동이 울린다. 톡이나 문자인 것 같아서 일단 하던 말을 계속했다.

“너 몇 살이라고 했지?”

“25살이요. 왜요?”

왜긴, 아무리 생각해도 그 대표라는 사람이 이해가 안 가니까 그렇지.

다시 말하지만, 연예인 지망생 백만 명 시대다. 어린 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연예인이고,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에는 어린애들 이백만 명이 몰린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어리고, 예쁘고, 노래 잘하는 연습생들도 데뷔를 못 해서 전전긍긍하는데. 그 대표라는 사람은 대체 왜 굳이, 25살짜리 배우 지망생을 걸그룹 멤버로 데려가느냔 말이야.

“그 회사 이름이랑 대표 이름 좀 말해봐.”

사촌 동생이 턱, 명함 한 장을 꺼내놓는다. 그걸 받아서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주머니에서 다시 진동이 울렸다. 이번엔 한번이 아니다. 두 번, 세 번. 전환가 싶어서 꺼내봤더니 톡이었다.

-오빠, 저 송한데요. 싸우다가 맞으셨다면서요! 많이 다치셨어요? 스케줄도 현조 오빠가 대신 온다던데, 많이 다치셔서 못 오시는 거예요?

이게 처음에 온 톡이고, 그 뒤로는 내가 대답이 없어서 마음이 급했는지 연달아 왔다.

-진짜 많이 다치신 거예요?

-병원에는 가셨어요? 괜찮으세요?

-오빠,

글자 몇 줄인데, 이송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그냥 한 대씩 치고받은 게 얼마나 와전됐길래 얘가 이렇게 걱정을 하지? 특히 마지막에 보낸 오빠, 한 줄은 다급함이 펄떡펄떡 살아 숨 쉰다. 누가 보면 내가 엄청 다쳐서 오늘내일하는 줄 알겠네.

설마 17대 1로 싸웠다거나, 아니면 1대1로 붙어서 피 터지게 얻어맞았다거나. 뭐 그렇게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일단 김태웅과 사촌 동생한테 양해를 구하고 답톡을 썼다. 열심히 손가락을 꿈지럭거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화면에 이송하 이름이 뜬다. 이번엔 톡이 아니라 전화였다.

그것도 뜬금없는 영상통화.

< 매니저와 연예인에게 중요한 것, 궁합 (2) > 끝

ⓒ 장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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