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매니지먼트-100화 (100/218)

< 급물살을 타고 출렁이는 (4) >

아침 8시.

여전히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로 결국 아침을 맞닥뜨렸다.

밤을 꼬박 새우고 남은 건 너저분하게 널린 커피 스틱의 껍질과 빈 에너지음료 병. 답답한 마음에 이것저것 끄적인 흔적이 남은 시나리오와 시놉시스 더미뿐이다.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미래 예지 같은 것.

의자에 쓰러지듯 기대며 혀를 찼다.

예지 능력에 너무 기대지 말자. 정체 모를 능력에만 의지하다간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하는 반편이가 될지도 모른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소처럼 되새김질했는데.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미 난 중독자다.

정신병자에, 중독자에. 아주 갈때까지 가는구만.

식어 빠진 커피를 텁텁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밤새 나를 고민하게 한 종이뭉치 세 부를 가방에 집어넣었다.

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거나 말거나 창밖에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고, 출근할 시간이었다.

미니밴을 주차해놓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왼편에서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주차장을 시끄럽게 울린다. 홍보팀 남직원이 택배 상자들을 실은 핸드 카트를 밀고 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 선우 씨! 어제 방송 봤어요!”

볼 때마다 활기가 넘치는 남직원이 어깨로 내 팔뚝을 툭 건드린다. 지금 내가 고민에 둘둘 말려있어서 그런가, 저 밝고 상쾌한 얼굴이 무척 부럽게 느껴진다.

“이태희 자작곡, 그거 처음에 선우 씨가 들고 와서 밀어붙였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잘될 줄 예상 못 했는데. 이번 앨범은 진짜 선우 씨 선택이 신의 한 수였네요.”

데자뷘가 했는데, 지난번에 봤던 미래에서 남직원이 했던 말이었다. 그때는 ‘건영 씨 선택이 신의 한 수였네요’였었지.

“아니, 솔직히 우리 팀 내에선 선우 씨 좀 걱정했거든요. 베테랑들도 어떤 곡이 뜨고 못 뜰지 백 프로 확신 못 하는데, 저 사람은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나. 저래놓고 망하면 수습은 어떡하려고 저러나 했는데.”

남직원이 혀를 내두르더니, 감탄의 눈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네요. 선우 씨 안목이랑 감은 거의 노스트라다무스급이라고 봐요. 아니, 진짜 궁금한데. 선우 씨는 되겠다 싶은 건 보자마자 느낌이 팍, 와요? 천사가 막 나팔 불면서 알려주나?”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럼 주식부터 살 텐데.”

나야말로 천사가 나팔이든 부부젤라든 좀 불어줬으면 좋겠다.

날 보는 남직원의 눈빛이 번쩍거린다. 김현조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이송하의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이 잘될 것 같으냐고, 얼른 하나 찍어보라고 재촉하던 얼굴이. 아침에 먹은 것도 없는데 얹힌 느낌이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남직원이 다시 말했다.

“자작곡이 이렇게 잘 될 거라는 걸 미리 알았으면, 아마 단독 타이틀로 갔을걸요? 홍보전략 분산시킬 필요 없이. 사이먼 리 곡이 오히려 발목 잡은 셈이에요. 아예 처음부터 자작곡 원탑으로 프로모션 진행했으면 아티스트 이미지에 쐐기를 콱 박아버릴 수도 있었을······!”

남직원이 헛숨을 삼켰다.

1층에서 열린 엘리베이터 문 너머. 배신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당황한 남직원이 입을 벙긋거렸고, 나는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내 손가락을 말리고 있었다.

배신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건영 씨.”

조금이라도 언짢은 기색이 드러날 줄 알았는데. 배신자의 얼굴에는 볼우물이 패일 정도로 선명한 미소만 떠올랐다. 그걸 보는 순간, 탑처럼 쌓여있던 고민들을 제치고 배신자 문제가 1순위로 떠올랐다.

느낌이 개운찮아서.

돌연, 배신자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넵튠 앨범이 잘되는 걸 보고 싶어서 사이먼 리 붙들고 부탁했던 게, 결과적으론 넵튠 발목 잡은 일이 돼버렸네요.”

“아, 아니에요! 일이 이런 식으로 풀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건영 씨가 사이먼 리 곡 처음 받아왔을 때만 해도, 다들 A&R팀도 못한 걸 신입이 했다고 얼마나 놀랐는데요!”

남직원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는다. 배신자를 보는 눈빛에는 안쓰러움과 미안함이 가득하다. 우리가 4층에서 내릴 때까지 남직원은 진땀을 쏟으며 배신자를 위로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새삼 느꼈다. 회사 안에서 배신자의 이미지가 얼마나 좋은지.

세상 번민을 혼자 짊어진 놈처럼 늘어져 있던 어깨 끝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올라가는 것도. 눈빛에 순간적으로 음습한 불쾌감이 스치는 것도.

오로지 내 눈에만 보이나 보다. 줄기차게 놈을 관찰했던 내 눈에만.

“넵튠 첫 히트곡은 태희 자작곡이 됐네. 잘됐다.”

사무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에 배신자가 불쑥 말했다.

“이런 생각 하면 안 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조금 아쉽기도 하고. 이번엔 나도 꽤 자신 있었거든. 어제 회식자리 못 간 건 마음이 좀 복잡해서였어. 다행히 실장님은 이해해주시더라.”

그러면서 예의 그 사람 좋게 웃는 얼굴로 날 바라본다.

말문이 다 막혔다. 기가 차서.

아니, 진짜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이번에는 가식적인 껍질 속에 감춰진 본성이 나올 줄 알았다. 요 며칠간 틀림없이 동요하고 있었으니까. 동요할만한 상황이었고.

사이먼 리의 곡이 자작곡보다 음원 순위가 높았던 기간엔 나를 보는 눈빛이 좀 더 노골적이었다. 어떠냐고, 내가 이겼다고 말하고 싶은 것처럼 득의에 찬 눈빛.

그런데 그게 갑자기 확 뒤집어졌지.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저놈 본성을 실제로 마주하게 될 줄 알았는데. 본성은커녕 오히려 가식의 껍질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배신자를 보며 말했다.

“나랑 내기했던 거 기억나냐?”

“그럼. 원하는 거 하나씩 들어주기로 했었지? 뭐 해줄까. 내가 실장님한테 허락받고 며칠 동안 네 스케줄 땜빵 할 테니까 멀리 여행이라도 갔다 올래?”

속을 한번 긁어보려고 던진 말이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그렇다고 저놈이 웃는데 똥 씹은 얼굴을 할 수도 없어서 뻣뻣한 입꼬리를 올렸다. 하필이면 지금 우리가 지나치는 곳은 라운지고, 우리 대화가 들릴 거리에도 사람이 두세 명쯤 있다.

“아니. 정신없이 바쁜데 혼자 휴가 가면 노는데 집중이나 되겠냐.”

“그래? 그럼 다른 거 바라는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이쯤 되면 징글징글하다.

이제껏 살면서 이상한 사람도 적잖이 봤지만 저런 놈은 진짜 처음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건지, 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도무지 저놈 저의를 모르겠다.

팀을 바꾸거나 회사를 관둘 생각을 했었다는 건 분명 저놈도 나랑 일하는 게 엿 같다는 건데. 대체 왜 이런 상황에 와서까지 계속 소름 돋는 내숭을 떨어대는 거냐고.

대체 뭣 때문에.

손은 시놉시스를 넘기고 있지만, 눈은 자꾸만 옆자리에 앉은 배신자에게로 흘러가 멈췄다. 놈은 평소처럼 탁상달력과 핸드폰 스케줄러를 비교하며 스케줄을 정리하고 있었다.

저놈이랑 제대로 척을 지려고 했는데.

서로 개새끼 소새끼쯤은 즐겁게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저놈과의 비정상적인 관계를 끝내는 것도 훨씬 쉬워질 테니까. 내 마음에도 비로소 평온 비슷한 게 찾아왔을 거고.

그런데 저놈이 저렇게 나오면 일이 좀 까다로워진다.

잘못하면 성격 좋고 일도 잘하는데 운이 안 따라주는, 동정심이 절로 일어날 조건을 다 갖춘 놈을 내가 이유 없이 쫓아내려는 그림이 될 테니까. 내가 이 구역의 또라이가 될 판이라고.

이건 뭐 누가 먼저 속내를 터뜨릴지 지켜보는 치킨 게임도 아니고.

어쨌든 저놈의 본성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식이든, 아니면 단도직입적으로 너도 내가 엿 같지 않으냐고 들이받는 식이든. 내 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결판은 내야 했다.

혀를 차며 누가 이기나 어디 해보자고 생각했을 때였다.

“정선우.”

등 뒤에서 칼칼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마자 표정이 구겨질 뻔했다. 정말이지 회산지 복마전인지. 배신자 하나만으로도 골 아픈데 반갑지 않은 얼굴이 떡하니 서 있다.

눈에 띄는 턱수염. ‘나는 네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 2팀장이었다.

3팀 사무실까지 무슨 일이지? 날 보러? 설마 손채영 때문인가?

인사하며 이것저것 추측하고 있는데, 예상과 전혀 다른 이름이 튀어나왔다.

“너 임주원이한테 전속 계약 얘기했었다면서?”

임주원?

“네. 소속사 옮기려는 것 같아서요. 홍보팀에서도 FA 나오는 배우들 주시하는 눈치길래.”

“걔한테 연락이 왔어. 계약서 보면서 얘기했으면 싶다고. 일단 통화만 몇 번 했는데, 왠지 몰라도 너를, 뭐, 꽤 좋게 봤는지 분위기가 상당히 긍정적이더라고. 그러니까······ 만날 때 너도 같이 좀 가자고.”

“저도요?”

“3팀장한테는 내가 따로 얘기할 테니까 스케줄 좀 조정해 봐.”

잘하면 임주원이 W&U로 오겠구나.

뭐 어려운 일도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데, 2팀장이 힐끔 내 옆의 배신자를 쳐다본다. 그가 워낙 빨리 용건을 떠든 탓에 인사할 틈도 없었던 배신자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2팀장이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은 잘하게 생겼네. 넵튠 팀에 매니저 또 뽑았다더니 너냐?”

“······네?”

배신자가 멈칫하며 되물었다.

나도 무슨 헛소린가 하다가 눈치챘다. 착각했구나. 아니, 근데 아무리 같은 팀이 아니래도 그렇지. 6개월을 같은 회사에서 일한 직원 얼굴을 이렇게 몰라보나?

정정하려는지 배신자가 막 입술을 달싹거린 순간.

2팀장이 내 쪽을 보고 덧붙였다.

“너처럼 사고 몰고 다니는 놈은 하나면 충분하니까, 무난하게 가르쳐, 임마. 무난하게.”

미소를 박제해놓은 것 같던 배신자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어졌다. 한발 늦게 나온 목소리도 티가 날 정도로 가라앉아 있다.

“최건영입니다. 새로 들어온 신입이 아니라, 6개월쨉니다.”

“뭐? 6개월?”

“네. 선우랑 같이 입사했습니다.”

“아, 그래. 두 명이지. 그럼 네가 그 사이먼 리 곡 들고왔다는······.”

2팀장의 표정이 오묘해진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배신자를 훑어보던 2팀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너도 참 깝깝하겠다. 하필이면 저놈이랑 동기라. 팀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지금 채영이 로드 자리 비었으니까. 며칠 사이에 벌써 몇 명을 갈아····· 어쨌든 생각 있으면 얘기하라고.”

“······.”

2팀장은 산 제물을 보는 시선으로 배신자를 쳐다보다가 사라졌다.

손채영 효과가 대단하긴 하다. 배신자의 표정이 아직도 완전히 펴지지 않는 걸 보면. 그나저나 세상일은 모르는 거라더니, 2팀장 저 양반이 나한테 도움되는 날이 다 오네.

웃는 얼굴로 배신자에게 말했다.

“손채영 어때?”

“어떠냐고? 진심으로 묻는 거야?”

본인은 평소처럼 태연히 대답했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내 귀엔 미약하게 섞인 짜증이 확 꽂힌다. 표정관리도 불완전하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반대로 내 입가엔 미소가 짙어졌다.

더 짜증 내고 더 성질 내라고, 욕보다 심한 말을 내뱉은 날 후려치라고 탬버린 흔들면서 응원하고 싶다. 한대 얻어맞고 저놈의 본성과 맞대면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맞아줄 용의가 있으니까.

어깨를 으쓱 올리며 계속 말했다.

“아니, 갑자기 네가 지난번에 손채영 성격 이해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내가 그랬었나?”

하지만 응원에도 불구하고 배신자의 표정은 금세 평소처럼 돌아왔다. 턱에 힘이 들어가 있지만, 그것마저도 곧 부드럽게 떠오른 웃음에 묻혀버린다.

“그래도 난 배우 매니저는 별로 관심 없어.”

“그거 안타깝네.”

정말 진심으로 안타깝다.

김현조와 3팀장은 점심때쯤 회사로 들어왔다.

나는 2팀장이 말하고 간 임주원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슬쩍 김현조를 살폈다. 그는 은근히 배신자에게 신경을 쏟고 있었다. 김현조의 눈빛이 아까 남직원의 그것과 흡사하다. 안쓰러움과 난처함.

자연히 내 고민이 조금 더 깊어졌다.

점심 전에 잠시 라운지 테이블 하나에 둘러앉았다. 넵튠의 향후 앨범 활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별안간 맞은편에 있던 김현조와 3팀장이 의자를 밀고 일어난다.

나랑 배신자도 덩달아 일어났다. 돌아보니 계단에서 본부장이 통통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오고 있다. 반가운 얼굴이다. 우릴 발견한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어이구야,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 여기 다 모여있네.”

인사를 하는데, 본부장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가 내 팔을 툭 치면서 말했다.

“복덩이, 축하해. 대표님도 축하한다시더라.”

“······축하요? 아, 넵튠 음방 1위 한 거요?”

“응? 아니, 그것도 축하할 일이지만, 보통 축하한다고 하면 개인적인 경사를 먼저 떠올리지 않나?”

“개인적인 경사요?”

내가 눈을 깜빡이고 있자, 본부장이 똑같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뭐야, 이놈 반응이 왜 이래? 축하 처음 듣는 사람처럼?”

“처음 듣는 거니까 그렇죠. 얘 아직 몰라요, 본부장님.”

3팀장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여태 얘기 안 했어? 대표님 오케이까지 다 떨어진걸. 연차가 걸려서? 지금까지 저놈이 해온 것들도 있고, 이번에 자작곡 띄우고 음악방송 트로피 받아온 것만 해도 충분하잖아. 거기다 임주원까지 달고 왔다면서.”

“그게 아니라 이것저것 사전에 정리할 문제들이 있어서요. 오늘 저녁쯤에 얘기하려고 했죠.”

‘정리할 문제’를 얘기할 때, 그의 시선이 잠시 배신자에게 머물렀다.

부스스한 뒷머리를 긁적거린 3팀장이 김현조에게 물었다.

“현조야, 그거 나왔냐?”

“어제 나왔지.”

고개를 끄덕인 김현조가 사무실로 들어갔더니 금방 나온다. 손에 플라스틱으로 된 네모난 물건을 들고 있다. 자세히 보니 명함 케이스다.

내 앞까지 다가온 김현조가 픽 웃으며 케이스를 내밀었다.

“분위기 좀 잡고 주려고 했는데, 별수 없지. 그거 한번 봐봐.”

“아, 네.”

이미 명함 케이스를 봤을 때부터 내 시선은 온통 거기 꽂혀있었다. 뚜껑을 열고 빳빳한 명함을 한 장 꺼냈다. W&U 로고 밑에 익숙한 이름 석자와 익숙한 핸드폰 번호가 보인다.

낯선 건 이름 옆에 박혀있는 직함뿐이다.

정선우 실장.

실장. 나는 멍하니 글자 두 개를 바라봤다. 이거 진짠가?

좀처럼 실감이 안 났다. 어제 김현조가 좋은 소식이 있을 거라고 했을 때 승진 생각도 스치긴 했지만, 그래도 반년은 더 지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본부장이 내 표정을 보곤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딴 데선 몰라도, 우리 회사에선 유례없던 일이라는 것만 알아둬. 무경력자 신입으로 들어와서 6개월 만에 실장까지 단 건 복덩이 네가 처음이라고. 하기야 너 같은 신입도 처음이긴 하다만.”

3팀장이 유쾌하게 웃으며 본부장의 말에 동조한다. 그리고 김현조는, 그의 걱정스러운 눈길은 나를 비껴가 옆으로 향하고 있다. 나도 얼떨떨하던 시선을 움직여 옆을 바라봤다.

배신자가 내 손에 들린 명함을 응시하고 있었다.

부드럽던 미소가, 가뭄이 든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진 얼굴로.

< 급물살을 타고 출렁이는 (4) > 끝

ⓒ 장우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