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우리는 (5) >
녹화가 다시 재개됐다.
시민들의 분위기가 너무 과열돼서 미션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었던 터라, 우리는 인파를 뚫고 승합차로 돌아왔다. 다들 시체처럼 늘어져서 거친 숨만 몰아쉰다. 흡사 포탄을 피해 방공호로 대피한 몰골들이었다.
나도 등받이에 푹 기대서 눈을 감고 있는데, 조수석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송하가 내 쪽으로 조금 더 다가와 말했다.
“오빠.”
“응. 왜?”
“제 눈 좀 보세요.”
“눈? 무슨 문제 있어?”
곧장 고개를 돌려서 살펴봤다. 그린 것처럼 섬세한 눈매 안에, 까만 눈동자가 보인다. 어째 뭔가를 단단히 결심한 듯한 눈빛이다. 비장미가 물씬 풍긴달까.
마치 네임펜을 뽑는 게 아니라 칼을 뽑는 듯한······ 네임펜?
“너 그거 왜 뽑냐.”
“오빤 이미 최면에 걸렸어요.”
“뭐?”
기가 막혀서 쳐다봤더니 이송하가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는 팔을 뻗어서 내 이마에 뭔가를 휘갈겨 쓴다. 백미러로 보니 대문짝만한 악필로 ‘이송하’라고 쓰여있다.
“야, 너 내가 다른 사람한테······.”
“오빠가 또 딴 데서 위험한 일 하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는 것치곤 표정이 지나치게 흐뭇하다.”
“······아닌데.”
이제 와 표정 수습해봤자 늦었어.
뒷좌석에서 우리 둘이 하는 짓을 지켜본 사람들이 킬킬거리며 웃는다. 심지어 어린 송유리까지. 그리고 이태희는 ‘너는 오빠랑 붙어 다니는 게 좋겠다’면서 잘했다고 이송하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나는 이마를 슬쩍 문질렀다. 어쨌든 정신이 번쩍 들긴 했다.
사실 갑작스럽게 덮쳐온 사건들 때문에 예능 녹화에 백 프로 집중이 될까 걱정이었는데. 우리 얘기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을 인터넷이나, 저녁 뉴스 따위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돌아다니기도 했고.
하지만 이마에 이름이 박히고 나니 눈앞의 안개가 좀 걷혀나간다.
기왕에 나온 거 최선을 다하기로 했었지. 머리를 비우고 지금 당장은 예능 녹화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 카메라는 돌아갈 테니까.
배정환 피디가 운전석 문을 벌컥 열었다.
“선우 씨, 두 번째 미래 예지하고 이동할게요.”
그리고 주사위가 든 박스를 내민다. 모두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진지한 얼굴로 주사위를 그러모았더니 황재현과 임주원이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아냐, 그러지 마, 선우 씨. 심각한 표정 하지 마. 이제 무섭다.”
“진짜요. 아까도 컨셉 잡는 줄 알았더니 대형사고 터졌잖아. 진짜 미래를 보고 그런 거래도 믿을 것 같아.”
“평화로운 미래를 보라고, 평화로운 미래.”
나야말로 바라마지 않는 일이다. 입꼬리를 비틀며 주사위를 던졌다.
30분 뒤에, 우리는 공원에 도착했다.
샛노랗게 우거진 개나리 화단,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을 팔락팔락 떨어뜨리는 매화꽃 터널. 온통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가득했다.
우리 빼고, 풍경만.
초능력자 팀원들은 서로서로 눈치만 살폈다. 미래 예지는 간단했다. 초능력자 팀은, 30분 후에, 늘푸름 공원에서, 동료 두 명이 희생당하고 연구원 두 명을 사로잡는다.
누군지 몰라도 주사위 한번 거지같이 굴렸지.
예지한 건 무조건 현실로 일어나야 한다니, 팀원 중 두 명이 저쪽 팀에 끌려가야 한다는 뜻이었다. 짧은 회의 끝에, 송유리만 황재현이 책임지고 나머지는 각자 생존하기로 했다.
도주로와 숨을 곳을 찾아 산책로를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공원 입구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우리 쪽 예지 내용을 모르는 그들이 이게 웬 진수성찬이냐, 하고 우르르 몰려왔다.
모두 각자 봐둔 도주로로 뛰어들었다. 나도 이송하와 딱 붙어서 미로처럼 복잡한 산책로 안을 헤쳐나갔다.
“그러게 나 말고 연구원 팀원 붙잡아서 최면 걸지 그랬······.”
“후회는 없어요.”
“어, 그래.”
이송하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쫓아오면 얼른 제 뒤로 숨으세요.”
“날 숨겨서 어쩌려고?”
“지금은 제가 주인이니까 제가 지켜야죠.”
저절로 피식 웃음이 샜다. 감동의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래.
“잘도. 이러다 예지대로 우리 둘이 사이좋게 실험실로 끌려가겠다.”
“그건 그것대로 괜찮은 거 같······.”
“괜찮긴 뭐가 괜찮아!”
우리가 도망치는 와중에 만담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지, 따라오던 VJ들이 하회탈 표정으로 웃는다. 그런데 어째 VJ들 말고도 작은 발소리가 하나 더 들렸다.
이태희가 왔나 싶어서 봤더니 송유리가 짧은 다리로 쫓아온다.
“어. 황재현 씨 쪽으로 안가고 왜 이리 왔어?”
황재현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는 게 살아남을 확률이 높을 텐데. 아까부터 황재현이 송유리한테 자기만 믿고 따라오라고 챙기기도 했고.
송유리가 그새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쪽으로 가면, 제가 민폐일 것 같아서요.”
“우리 쪽으로 오면?”
“여기는 어차피······.”
송유리가 VJ들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린다. 뭐, 나랑 이송하는 살아남을 가망이 적어 뵈니 자기가 끼어도 민폐는 아닐 것 같다는 거겠지.
어쨌든 챙겨서 같이 도망가고 있는데, 내 담당 VJ가 말했다.
“이태희 씨 잡혔다는데요?”
“네?”
황당해서 되물었더니 VJ가 핸드폰 화면을 보여준다. 이태희가 안대를 차고 연구원 팀원에게 붙들려있다. 아니, 붙들려있는 건 맞는데 마치 그곳이 내 집이다, 싶을 만큼 편안해 보인다.
“얘는 초능력이 순간이동인 애가 어쩌다가 몇 분 만에 잡혔어? 기어 다닌 거야?”
절로 황당한 목소리가 나갔다.
이태희가 잡힌 마당에 나나 이송하, 둘 중 한 명이 또 허무하게 잡히기라도 하면 난감해진다. 저쪽에서 엘제이와 임서영이 잘하고 있으면 다행인데, 아니라면 이 파트는 초토화다.
우리 방송분량도 문제고, 배 피디와 예능팀 보기도 그렇고.
뭘 어떻게 해야 재밌을까를 고민하는 중에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부터는 정신없이 쫓기며 달렸다. 하필 쫓아오는 사람들이 ‘지금우리’팀 멤버 셋이라, 잡히면 바로 축 사망이다.
얼마나 술래잡기를 했을까. 송유리가 숨을 몰아쉬며 멈췄다.
“저, 저는 그냥 버리고 가세요.”
“뭐?”
“어차피 전 어린애잖아요. 살려주지 않겠어요?”
손을 휘휘 내저으면서 말한 송유리가 흠칫 놀라 VJ를 쳐다본다. 그리고 방금 말은 방송 나가면 안 된다고 두 손 모아 신신당부한다. 아역배우들은 다 저런가, 애어른이 따로 없다.
VJ에게 양해를 구하고 마이크를 가린 송유리가 계속 말했다.
“전 이미지 바꾸려고 나온 거란 말이에요. 어떤 사람들이 저보고 애 같지 않고 징그럽다고 해서. 아예 여기서 잡혀가는 쪽이 더 애 같지 않을까요? 어린애들은 보통 그렇잖아요.”
“아니, 너 지금 하는 게 더 징그러운데.”
송유리의 표정이 괴상해진다. 나도 말해놓고 아차 했다.
“미안. 우리 네쌍둥이들한테 하던 말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네쌍둥이요? 어려요?”
“너보다 두어 살쯤 많을 거야.”
말하는데, 아까부터 나를 지키겠다며 무사의 눈빛을 하고 다니는 이송하가 내 등을 두드렸다.
“오빠, 또 오는 것 같아요.”
“어쨌든 더 도망가긴 힘들 것 같으니까, 일단 숨자. 그럭저럭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갸웃하는 이송하와 송유리를 데리고 근처 수풀 너머로 숨었다. VJ들이 등 뒤에서 몸을 낮추며 우리를 뒷모습을 찍는다. 흩어져서 우리를 찾고 있는지, 커다랗게 주고받는 말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송유리의 어깨를 살짝 짚으며 말했다.
“자, 나가 봐.”
“네?”
“네가 미끼가 돼서 한 명씩 유인해오면 내가 잡을게.”
조막만 한 애를 잡겠다고 세 명이 한 번에 달려들진 않을 테니까.
“유인이요? 너무 치사한 수법 아니에요?”
송유리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숨겨진 내용은 아무래도 ‘어린애가 하기엔 너무 치사한 수법’이 아니냐는 거겠지. 옆에서 이송하가 ‘난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중얼거린다. 나도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치사한 게 어딨어, 우린 잡히면 실험실로 끌려간다잖아.”
“그 네쌍둥이 어린애들도 놀 때 이런 식으로······.”
“우리 집 애들은 나보다 강해. 걔들은 이런 상황이면 날 제물로 던지고 벌써 도망갔을 애들이야.”
아 참, 카메라.
재빨리 등 뒤에 있는 카메라에 대고 덧붙였다.
“물론 애들은 착해요. 정글에서 자라서 승부욕이 강할 뿐이지.”
송유리는 이게 어린애 같은 행동이 맞나 고민하는 눈치긴 했지만, 결국 내 말대로 미끼가 돼서 나갔다. 연구원팀 멤버들은 손쉽게 미끼를 물었다. 그렇게 낚인 대어들을 나와 이송하가 붙잡았다.
일이 착착 진행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나보다 이송하와 송유리가 더 열정적으로 달려들었다. 이송하는 가족범죄단 같다느니 하는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렸고, 송유리는 이제야 좀 어린애 같은 표정이었다.
임주원이 엘제이한테 잡혀서 질질 끌려갔다는 연락을 받았을 즈음. 우리는 연구원팀 멤버 세 명을 모조리 사로잡고 누굴 놔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좀 어땠냐는 내 물음에, 담당 VJ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도심에 네온사인 불빛이 물결처럼 일어났다.
우리는 두어 차례 장소를 옮기며 촬영하다가, 클로징을 앞두고 근처 주차장에 승합차를 세웠다. DMB를 PBS 뉴스 채널에 맞춰놓고.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손에 쥔 핸드폰 화면과 DMB 화면을 번갈아 쳐다봤다. 마지막까지도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배 피디가 아까 말뚝을 박아줬다.
낮의 신촌 사건이 뉴스에 단신으로 나가기로 결정됐다고.
“벌써 인터넷 기사에는 꽤 떴어. SNS도 직캠이랑 직접 본 사람들 썰로 시끌시끌하고. 우리 녹화하는 사이에 인터넷엔 난리가 났네, 아주. 어쩐지 코디들이 계속 핸드폰에 고개 박고 있더라니.”
황재현의 말에, 사로잡힌 연구원팀 멤버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이 우리 회사에도 연락하나 본데? 연예부도 아니고 사회부 기자한테 전화 와서 우리 대표형 식겁했대. 나 사고 친 줄 알고.”
“야, 사건사고란 기사에도 우리 이름 떴어. 죄지은 것도 아닌데 기분 희한하다. 난 내 이름이 사건사고란에 뜨는 날이 내 연예인 인생 끝나는 날일 줄 알았는데.”
“선우 씨 얘기도 되게 많은데요? 봤어요? 와, 넵튠도 장난 아냐.”
“공연이 죽여줬잖아. 그 직캠 본 사람들은 넵튠 이름이 기억에 콱 박히겠던데? 넵튠 탑스타 돼서 나중엔 우리가 모시려고 해도 스케줄 안되고 그러는 거 아니야?”
황재현이 이송하를 보면서 은근히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재출연한다고 각서 써놓고 가라.”
“아, 형. 각서는 너무 갔잖아. 전화번호부터 교환하자.”
넋 놓고 핸드폰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귀가 번쩍 뜨였다. 슥 돌아봤더니, ‘지금우리’ 멤버 중에서도 촐싹대는 스타일인 박종태가 핸드폰을 내밀다 말고 도로 거둬들인다.
“야야, 방금 매니저 표정 봤어? 우리 애들 번호를 따겠다고? 그 전에 나부터 해치워라, 그런 표정인데?”
“내 배를 가르고 갈 용기가 없으면 시도도 하지 말라는 거지.”
“걸그룹 매니저가 저렇게 무서운 거다.”
“나 아까 그 음주운전 기사가 바로 제압된 이유를 알 것 같아. 저 표정으로 노려본다고 생각해봐. 그 사람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걸?”
이 양반들이.
“······제가 그 정도는 아닌데요.”
방금은 펀치라인 미친놈 이후로 좀 예민해서, 표정이 굳었던 것뿐이라고. ‘누가 봐도 그 정도다’, ‘그 정도가 확실하다’고 앞다투어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 입을 어떻게 틀어막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이송하가 내 팔을 잡았다.
“오빠, 뉴스 하는 것 같아요.”
***
또 다른 주차장. 연구원 팀의 흰색 승합차 역시 잠시 멈춰있었다.
안쪽의 광경은 비슷했다. 모두 DMB에서 단신 뉴스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은은한 전등불 아래, 임서영이 기묘한 이야기라도 하듯 의미심장한 눈빛을 빛냈다.
“가끔 보면 진짜 신기해요. 넥스트 K스타 선우 오빠가 잡아온 건데 잘됐죠. 이송하 고양이 수호령 시놉시스도 선우 오빠가 성공할 것 같다고 내민 건데 잘됐죠.”
“어엄청 잘됐지.”
손에 수갑이 채워진 임주원이 우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또요? 누나, 또 있어요?”
혼혈 아역인 알렉스가 임서영을 재촉했다. 얼마나 이야기에 집중했는지, 온종일 따분해 보이던 눈이 반짝반짝 빛날 정도였다. 임서영이 귀엽다는 듯 부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 저희 신곡에 태희 언니 타이틀곡, 그것도 선우 오빠가 좋다고 적극적으로 밀었는데 잘됐잖아요. TOP10 들어갔으니까.”
“헐, 소오름. 탐나네, 그 매니저.”
“그 정도면 조상님이 돕는 거 아니야? 아니면 진짜 뭔가 있거나.”
승합차 안의 사람들이 눈을 빛내며 리액션을 던졌다.
그러길 잠시. ‘지금우리’팀 멤버 한 명이 카메라를 보곤 하품했다.
“됐어, 이 정도면 정환이 형이 알아서 편집해 줄 거야.”
“그 매니저가 고른 초능력이 미래 예지자라니까, 아까 신촌 일이랑 엮어서 편집하면 꽤 그럴싸하게 나오겠는데?”
임주원이 문득 넵튠 멤버들에게 물었다.
“다른 건 뭐 없어? 그 매니저가 한 말 중에 아직 안 이루어진 거.”
“안 이루어진 거······.”
뭔가 떠올랐는지 엘제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몇 달 전에 농담처럼 한 말이라서요.”
“뭔데?”
“저희 음방 1위 할거라고요.”
생각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던 임주원이 대뜸 물었다.
“우리 오늘 녹화분 본방 언제 나가지, 형?”
“보통 이주 후에 나가지. 근데 이번엔 화제 잊히기 전에 내보내려고 한주 땡길지도 모르겠네. 근데 그건 왜?”
임주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혹시 우리 본방 전에 넵튠이 음방 1위 하는 거 아니야?”
같은 시각.
W&U 라운지의 대형 TV 앞이 북적거렸다. 김현조와 홍보팀 직원들을 비롯해 몇몇이 모여서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자판기 쪽으로 향하던 조실장이 그 모습을 발견하곤 기웃거렸다.
“뭐야? 왜 다들 TV 앞에 모여있어? 오늘 뭐 하나?”
“선우 씨가 뉴스에 나오거든요. 어쩌면 넵튠도.”
박 팀장의 말에 조 실장이 잽싸게 한 자리 차지했다.
“정선우? 걔가 왜 예능이 아니라 뉴스에 나와? 무슨 사고 쳤어?”
“쳤지, 사고.”
김현조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는 동안 끔찍한 살인사건에 대한 앵커 멘트가 끝나고, 드디어 단신 뉴스 브리핑이 시작됐다.
[오늘의 주요단신과 사건사고 소식입니다.
만취 상태로 생수 트럭을 끌고 시민들 사이로 난입한 40대 이 모씨가 시민의 도움으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생수 트럭. 시민들이 놀라 피하는데도 멈추지 않습니다. 다행히 현장에 있었던 걸그룹 넵튠의 매니저, 27세 정선우 씨가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사건을 수습했는데요.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미 음주 차량을 발견하고 112에 신고한 뒤 차량을 수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녹음된 앵커 멘트를 듣고 있던 조실장이 눈을 껌뻑거렸다.
차량 통제된 거리에서 고삐 풀린 들소처럼 난동을 피우는 생수 트럭. 그리고 깜짝 놀라서 도망치는 시민들의 모습이 화면에 고스란히 재생되고 있었다.
라바콘을 들이받은 생수 트럭이 잠깐 멈추자, 누군가가 트럭으로 뛰어들어 운전자를 끌어내린다.
“어어, 나왔다, 선우 씨다, 선우 씨!”
“웬일이야, 얼굴 완전 제대로 나왔어요!”
“PBS 보도국에 연락해서 저 단신 풀 영상이랑 클린본 요청할게요!”
라운지에 흥분한 목소리가 퍼졌다. 요란한 소리를 듣고 다른 팀 직원들까지 뭔 일인가 하고 TV 앞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그 틈에서 조실장 혼자 멍청한 표정으로 화면에 보이는 낯익은 얼굴을 쳐다봤다.
앵커의 멘트가 계속 이어졌다.
[이날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신촌을 방문했던 ‘지금부터 우리는’팀 멤버들과 걸그룹 넵튠을 비롯한 출연자들이 사고현장에서 시민들을 벗어나게 하려고 일부러 시선을 끌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더욱 화제가······.]
< 지금부터 우리는 (5)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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