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부터 우리는 (4) >
시끌시끌한 주위를 둘러봤다.
내가 봤던 끔찍한 사고현장이 떠오른다. 오로지 내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광경과 눈앞의 광경은 전혀 다르다. 소란은 잦아들었고, 현재는 안 좋은 해프닝이 지나간 정도로 사고의 규모가 축소됐다.
음주운전을 한 정신 나간 작자는 경찰들이 데려갔다. 다친 사람들은 약국에서 치료하거나, 근처 대학병원으로 갔다. 대부분 라바콘에 얻어맞거나 도망치다가 넘어져서 다친 사람들이라 구급차가 와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분위기가 좀 뒤숭숭하긴 했지만, 그것도 금방 돌변했다.
“아씨, 진짜 식겁했네. 놀러 나왔다가 웬 봉변이냐.”
“그래도 그거 때문에 ‘지금우리’ 멤버들 무대 인사하고 간다잖아! 아까 사람 너무 많아서 멀리서밖에 못 봤는데, 빨리 앞자리 잡자!”
‘지금우리’팀 멤버들과 넵튠을 비롯한 게스트들이 무대에 오른다는 얘기가 퍼지자, 작은 무대 주변으로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세팅을 마친 지미집 카메라가 허공을 돌며 그 모습을 촬영했다.
음향스텝에게 MR이 담긴 USB를 넘기고 넵튠 애들을 찾아가는데, 배정환 피디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가 내 앞에서 모자를 두어 번 고쳐 쓰고는 말했다.
“선우 씨, 지금 상황 말이에요. SNS로 벌써 얘기가 퍼지고 있어서 홍보용으로 보도자료를 돌리면 화제 몰이가 꽤 될 것 같은데, 우리 팀이 숟가락 좀 얹어도 될까요?”
“네?”
고개를 갸웃했더니, 배 피디가 뺨을 긁으며 덧붙였다.
“원래 사고현장에 있던 시민들 우리 쪽으로 끌어모은 일이랑, 곧 무대 올라가서 놀란 분위기 진정시키는 거랑, 포장을 좀 하면 어떨까 해서요. 녹화 중 미담 비슷하게. 미담이라기엔 좀 다이나믹하긴 하지만.”
“괜찮을 것 같은데요. 저희 쪽 보도자료 문제라면 홍보팀에······.”
“아니, 우리가 시민들 이목 끌어모았던 것도 선우 씨가 부탁한 거잖아요. 선우 씨가 다 수습한 사건에 우리가 이렇게 숟가락을 얹어도 괜찮을지······.”
“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나야말로 배 피디와 촬영팀에 감사할 일이 산더미다. 황당했을 내 얘기를 들어주고, 넵튠이 공연을 한 곡 하고 가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도 흔쾌히 들어줬으니까.
촬영팀 입장에서도 이건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사고였을 텐데.
“촬영 딜레이 돼서 제가 죄송하죠. 넵튠 무대도 하게 해주시고.”
“딜레이 되는 거야, 사람이 다칠뻔했는데 그게 우선이죠. 어차피 무대는 우리 팀원들도 같이 무대 인사 하러 올라가서 이참에 분량 좀 뽑을 거고. 선우 씨도 당연히 같이 올라갈 거죠?”
“네, 뭐 그래야 하면.”
“아 참, 그리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데, 배 피디의 입에서 예상치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아까 사고상황 말이에요. 이따 저녁에 단신 뉴스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보도국에서 양해를 좀 구해달라 그러던데.”
“뉴스요?”
그게 뉴스에 나간다고? 인터넷 기사도, 예능프로도 아니고, 뉴스?
내 표정에 당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는지, 배 피디가 단신이라 나가더라도 금방 지나갈 거라며 부담 갖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다.
삐걱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나간다면야······ 별문제는 없겠지. 뉴스에 나오는 사건사고가 한두 건도 아닌데. 지하철 선로에 빠진 사람을 구하거나, 흉악범을 맨손으로 때려잡은 시민들 일도 금방 조용해지는데 이 정도 사고쯤이야.
그때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홍보팀 박 팀장이다.
배 피디와 헤어지면서 전화를 받았다.
“네, 팀장님.”
-자기, 지금 녹화 중인 거 아는데 SNS에 이상한 글들이 막 올라오고 있거든. 기자들한테도 확인전화가 쏟아지고. 그래서 자기한테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지금 신촌이야?
“······네, 신촌이에요. 어떤 글을 보셨는데요?”
-신촌에 ‘지금우리’팀이랑 넵튠이 촬영 중인데, 음주운전 차 한 대가 갑자기 사람들 쫙 깔린 도로에 난입했대. 다들 놀라서 어버버하고 있는데 넵튠 매니저가, 아무래도 자기 말하는 거 같은데, 아무튼 그 매니저가 음주운전 기사를 끌어내서 상황이 종료됐다네?
들려오는 목소리에 불신이 가득하다.
-그리고 분위기 뒤숭숭해서 ‘지금우리’팀 멤버들이 무대 인사하고 간다더라. 넵튠 공연도 한다는데, 근처 사는 사람은 얼른 와서 구경해라. 뭐 이런 얘긴데. 이게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소설이야?
“음. 다 사실인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조용하던 박 팀장이 황당한 음성으로 물었다.
-······자긴 예능 녹화하러 가서 무슨 일을 한 거야?
“글쎄요, 뉴스에 나올만한 일?”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현실감이 없다. 그런 와중에도, 부모님이랑 형 쪽에 미리 연락을 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뉴스를 탈지 안 탈지 모르지만, 모르는 상태로 보셨다간 집안이 난리가 날 테니까.
-세상에, 다친 덴 없고?
“멀쩡합니다.”
-알았어. 어쨌든 저건 다 사실이라는 거지. 이게 일이 어디까지 커질진 모르겠지만, 기자들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자긴 신경 쓰지 말고 마저 녹화해. 끝나고 얘기하자고.
통화를 마치고 형과 부모님께도 연락을 돌렸다. 나중에 제대로 설명하겠다는 말을 삼십 번쯤 했다. 그리고 나서야 넵튠 애들을 찾았다. 애들은 행사장 천막 안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준비됐어? 카메라 세팅은 다 끝난 것 같더라, 슬슬 올라갈 거야.”
들어가면서 말했더니, 애들이 나를 홱 돌아본다. 눈초리가 심상찮다.
엘제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혹시 위험한 거나 스릴 즐기는 취향 있어요? 그럼 트럭 들이받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요. 내가 어떻게 해줄 테니까.”
“뭐?”
“사고현장에서 돌아온 사람치곤 지나치게 태연해 보여서.”
태연하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변명하는데, 임서영이 후다닥 뛰어와서 내 팔뚝을 철썩 때린다.
“오빠! 오빠는, 진짜 내가 기가 막혀서, 진짜 뭐 그래요?”
“뭐가 그래?”
“오빠 아까, 아까도 아냐, 조금 전에 하마터면 사고 날 뻔했잖아요! 우린 놀란 심장 달래느라 심호흡하고 있는데,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공연하고 가자는 얘기를······! 오빠 차 사고 날 뻔 했다구요, 차 사고!”
작은 손바닥이 몇 번이나 내 팔뚝을 두드렸다.
“알지. 아는데, 기회라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고. 벌써 이 일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고 하고, 여기서 타이틀곡 하나 부르고 가면 운 좋으면 엄청 화제가······.”
말하면 할수록 분위기가 싸해진다. 엘제이는 가자미눈을 뜨고 있고, 이태희는 팔짱을 끼고 선 채 물끄러미 날 쳐다봤다. 그리고 이송하는 뭘 하는지 등을 돌린 채 앉아서 이쪽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임서영이 거칠게 발을 굴렀다. 그리고 고개를 인정사정없이 꺾어서 나를 올려다본다. 매섭게 날을 세운 눈동자가 물기로 젖어있다.
“기회요? 운 좋으면? 만약, 만약에, 만에 하나 오빠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이런 기회 잡아서 공연하고 인기 올라간다고 기분 좋겠어요? 서, 설마 오빠······ 이런 거 생각하고 일부러 뛰어든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아무리 넵튠을 띄우고 싶은 마음이 커도 그렇지, 설마 그런 미친 짓을 할까.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달래고 있는데 이태희가 다가왔다. 그리고 임서영의 어깨를 두드린다.
“이제 그만하고 무대 준비해. 오빠가······ 어쨌든, 몸 바쳐 만들어준 기횐데 공연 잘해야지.”
임서영이나 엘제이에 비하면 침착해 보이지만, 내 쪽을 보는 눈빛이 좀 서늘하다. 임서영을 진정시킨 이태희가 내 옆에 붙어섰다. 한숨과 함께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으론 위험한 일 하지 마세요.”
“태희 너는, 너야말로······.”
젠장. 이젠 일어나지 않을 미래와 바뀐 현재가 혼동되기 시작한다. 혀를 차며 이태희의 팔을 바라봤다. 창백하게 보일 정도로 희고 가느다랗다. 꽉 붙잡으면 부러질 것 같은 저 팔로, 내 등을 밀쳤었지.
“저요?”
“너도 조심하라고. 사고가 생기면 끼어들지 말고 좀 피해 다니고.”
“전 끼어들 능력도 없어요. 운동신경이 저질이라.”
이태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 얘가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무슨 생각으로 트럭 앞으로 달려와서 내 등을 밀었던 건지. 뭐······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 될 테니, 답은 앞으로도 들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괜찮으니까, 송하랑 얘기 좀 해보세요.”
“송하?”
안 그래도 계속 등 돌리고 앉아 있는 게 계속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애가 상태가 좀, 아니, 많이 이상하다.
마네킹 인형처럼 하얗게 질린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있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화면에는, 무대에서 부르기로 한 타이틀곡 위성의 가사가 떠 있었다.
“가사는 갑자기 왜?”
“······기억이 안 나요.”
이송하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새까만 눈동자가 길을 잃은 것처럼 흔들린다. 가사가 기억이 안 나다니. 타이틀곡은 부르고 또 불러서 툭 치기만 해도 가사가 줄줄 나올 정돈데.
얘가 왜 이러지?
놀란 건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이송하는 그 정도를 넘어서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대는 느낌이었다. 내가 봤던 미래에서 아기를 안고 트럭 앞에 있었을 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겁을 먹은 것 같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이송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렇게 많이 놀랐어? 사실 별일 아니었어. 아까 봤잖아. 나 다친데 하나도 없다니까.”
“크게 다칠 수도 있었잖아요. 어쩌면 죽을 수도 있었어요. 안 보이는 데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송하야, 송하야.”
하얀 얼굴이 이젠 거의 새파랗게 보일 정도다. 아무래도 저 머릿속에 내가 피떡이 되거나 전신의 뼈가 으스러져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뭐 그런 모습이 꽉 차있는 모양이다.
“야, 죽긴 왜 죽어. 내가 달리는 트럭 앞에 뛰어든 것도 아니고, 매달려서 곡예를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차 멈췄을 때 문 열고 기사 끌어내린 게 다야. 나도 내 목숨 아깝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볍게 웃으면서 얘기하는데, 갑자기 이송하가 내 팔을 부여잡는다.
폭풍 치는 밤바다처럼 흔들리던 눈동자가 서서히 잦아든다. 그 어느 때보다도 깊숙이 가라앉은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한참이나. 구부린 다리가 저릿할 즈음이 돼서야 이송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그래, 알았어.”
내 대답을 듣고서야 손이 떨어져 나간다.
문득 드는 생각에, 나는 이송하와 다른 애들을 천천히 돌아봤다.
만약 내가 봤던 미래에서 트럭이 이송하와 이태희를 덮치지 않았더라면. 그 마지막 모습이, 박힌 것처럼 뇌리에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그럼 나는 이 일에 이만큼 끼어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새삼 넵튠 애들이 나한테 아주 큰 의미가 됐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빠들 멋있어요! TV보다 잘생겼어요!”
“으와, 실물 진짜 대박, 뭐 저렇게 말도 안 되게 예쁘냐?”
“딴 데 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계속 촬영하면 안 돼요?”
연예인의 힘이란 정말 엄청나다.
무대 근처는 물론, 보이지도 않을 것 같은 먼 곳까지 시민들이 꽉꽉 들어찼다. 근처 2층, 3층 가게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도 많다. 트럭 사건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날려버렸는지, 다들 흥이 넘치는 표정이다.
‘지금우리’ 멤버들은 능숙하게 시민들의 분위기를 띄웠다. 과연 예능 베테랑들은 다르긴 다르다. 갑작스러운 상황인데도 주고받는 멘트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넵튠 애들이나, 심지어 아역 애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뻣뻣한 건 나뿐인 것 같다. 티가 안 나서 다행이다.
물론 넵튠 애들과 함께 다니면서 무대를 본 적도 많고, 그 중엔 지금보다 관객이 많았던 적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난 늘 무대 아래, 또는 무대 뒤에 있었다.
지금처럼 무대 위에서 시선을 나눠 받는 건 처음이다.
쏟아지는 시선이 매우 부담스럽다. 간간이 내 이름을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름이 들릴 때마다 주름이 하나씩 늘어나는 기분이다. 역시, 이런 건 내 취향은 아니다.
혀를 차고 있는데 황재현이 마이크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여러분, 넵튠 매니저 정선우 씨예요. 아까 다들 많이 놀라셨죠? 저희도 화장실 간다고 사라진 사람이 사고현장에서 음주운전 기사를 잡았다길래 많이 놀랐어요.”
무대 아래서 웃음이 터졌다. 다른 연예인들한테 시선을 팔고 있던 시민들도 하나둘 나를 쳐다본다. 핸드폰 카메라를 내 쪽으로 옮기면서. 손을 흔드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김태종. 여자친구와 나란히 서서 멍청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내 기억에 있는 모습 그대로다. 눈짓으로 인사했더니 화들짝 놀란다. 그 모습을 보니 살짝 굳어있던 어깨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자,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요.”
황재현이 내 쪽으로 마이크를 내밀었다.
“음. 많이 다친 분이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나는 간단하게 몇 마디만 덧붙이고는 마이크를 반납했다. 사람들 함성을 코앞에서 들으니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황재현이 다시 시민들을 향해 말했다.
“그냥 이대로 끝내면 정 없으니까, 여기 넵튠이 공연 한 곡 하고 갈 거예요. 호응 많이 해······ 주실 것 같네요. 어우, 귀청이야. 그럼 넵튠의 특별공연, 시작하겠습니다!”
곧, MR의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넵튠의 무대가 시작됐다.
나와 다른 연예인들은 무대 바로 밑으로 내려와서 다른 관객들처럼 무대를 구경했다. 넵튠 애들의 안무를 덩실덩실 따라 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ENG 카메라와 지미집이 고스란히 담는다.
처음에는 시민들의 시선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넵튠의 무대보다는 ‘지금우리’팀 멤버들을 쳐다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전주가 끝나고 단 몇 초 만에, 그 시선들은 멱살 잡혀 끌려가듯 무대 위로 향했다.
나는 함성에 파묻혀가는 애들을 한명 한명 쳐다봤다.
우려했던 게 무색할 만큼 완벽한 무대다. 가장 걱정됐던 이송하도, 무대 위에서는 걱정이고 뭐고 필요없는 모습이었다.
낯선 무대. 예정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공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어떤 무대보다, 심지어 밤잠을 줄이고 준비했던 음악방송 컴백무대보다도 더, 보는 사람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지, 신촌 거리가 들썩거릴 정도로 커다란 환호성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태희의 파트에서 옆 사람의 등짝을 때리며 감탄했고, 엘제이의 랩에 열광했으며, 임서영에게 친근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송하를 보고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언제부턴가 한 곡 말고 적어도 두 곡은 해달라라느니, 앵콜 무대도 하라느니, 아예 게릴라 콘서트를 하라느니 하는 목소리가 앞다투어 튀어나왔다. 심지어 황재현을 비롯한 연예인 멤버들까지 엉성하게 안무를 소화하며 앵콜을 부르고 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나서 그 광경을 두 눈에 가득 담았다.
나도 모르는 새,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 지금부터 우리는 (4) > 끝
ⓒ 장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