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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82화 (182/184)

182. 리테라 에고의 집합체 룰을 깨우다

182. 리테라 에고의 집합체 룰을 깨우다

“결국 시작 된 거 같군.”

자신의 아크 차원에 머물며 기원 기록에 다가가기 위해 몰두하던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이 흔들린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 무슨 일이 있습니까?

“왜 그러십니까?”

뮤-지하와 세이안이 갑작스런 도현의 모습에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상위 격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도현이 여전히 저 먼 허공에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 상위 격의 싸움이라면······.

“정말입니까?”

뮤-지하와 세이안이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융합의 경지에 있는 그들은 아직 상위 격의 대치와 충돌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난리가 나겠군.”

도현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차원에 의식을 집중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직 도현의 아크 차원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었다.

= 무슨 일입니까? 왜 그러십니까?

뮤-지하가 뭔가 이상이 있음을 느끼고 도현에게 물었다.

“상위 격의 싸움으로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있다.”

도현이 대답했다.

“그게 무슨······.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세이안은 이해 불가의 표정으로 도현을 보았다.

“말 그대로 세상이 흔들린다고. 밖에 있는 차원들이 뒤흔들리고 있단 말이다.”

도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이 순간 상위 격의 충돌이 아크 차원에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우르르르르르릉!

= 어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마스터!”

뮤-지하와 세아안도 아크 차원에 가해진 충격을 느꼈는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상위 격의 싸움이란 것이 이럴 줄은 몰랐는데······.”

도현은 갑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 고민했다.

그런 중에 뮤-지하와 세이안에게도 상황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전에 아크 시험장에서 근원 하나가 폭발했던 거 기억나?”

도현이 물었다.

= 네, 마스터.

“저는 당시의 일을 전해 받기만 했지만 알고는 있습니다.”

뮤-지하와 세이안이 대답했다.

“그 때, 가장 큰 문제가 된 게 뭐였는지 알지?”

= 그야, 기록의 파편들이 아니었습니까. 그게 마스터의 표현대로 하면 바이러스처럼 멀쩡한 기록에 영향을 주는 거 말입니다.

“돌연변이처럼 기록을 변형시키는 것이 문제였다지요.”

“맞아. 그거.”

=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겁니까?

도현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익숙한 뮤-지하가 먼저 핵심을 잡아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상위 격이 서로 싸우면서 만들어 내는 충격파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기록이야.”

“기록이 어떻다는 말씀입니까?”

“세이안, 상위 격이 싸울 때에 서로 부딪히고 깨지는 게 바로 기록이야. 그것도 합일 경지에서도 쉽게 쓰기 어려운 기록.”

= 그러니까 지금 상위 격의 충돌로 그런 수준 높은 기록이 파편이 되어 날아다닌다는 말씀입니까?

“충격파에 기원 기록에 가까운 기록의 파편이 뒤섞여 있어. 게다가······.”

“또 있습니까?”

“벌써 수 십 개의 차원이 싸움에 휘말려서 소멸되었어. 당연히 그 차원들의 근원이 폭발하면서 기록의 파편이 더해졌고.”

= 상위 격이 퍼트리는 고급 기록의 파편에 근원들이 폭발하면서 나온 기록의 조각들까지. 지금 밖에는 온통 바이러스 투성이란 말씀이군요?

“그렇지. 작고 미약한 기록의 조각부터 기원 기록에 가까운 기록의 파편까지.”

“그러면······.”

“어차피 두 상위 격 근처에 있는 차원들은 모두 박살이 난다고 봐야 해. 그러면서 더 많은 기록 조각들이 우주 전체로 퍼져 나가는 거지.”

= 그러면 아마겟돈이나 다름이 없지 않습니까.

뮤-지하가 아마겟돈을 입에 담았다.

세상의 멸망을.

“그 정도는 아니겠지. 우주는 넓어. 거기다가 지금 싸우는 둘 말고도 상위 격이 더 있을 수도 있고. 그러니 세상의 멸망이란 말은 과하지. 뭐, 우리가 아는 세상만 놓고 본다면 아마겟돈에 가깝긴 하겠지만.”

= 그래도 마스터의 아크 차원은 괜찮······.

퍼버버버벙! 퍼버벙!

뮤-지하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파악하려 할 때, 아크 차원에 이변이 일어났다.

도현은 물론이고 뮤-지하나 세이안도 느낄 수 있는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구멍이 뚫렸군.”

그리고 그 원인을 가장 먼저 알아낸 것은 역시 차원의 주인인 도현이었다.

=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마스터?”

“기록의 파편이 아크로 들어왔다.”

“그럼 아크의 시스템이 뚫렸다는 말씀입니까?”

=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

세이안과 뮤-지하가 놀라서 허둥거렸다.

- 로드!

그때, 에포르 역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도현을 불렀다.

“에포르, 뮤하고 세이안에게 지금 차원으로 들어온 기록의 조각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 알겠습니다 로드.

“세이안과 뮤는 곧바로 에포르가 알려주는 조각들을 찾아서 수거하도록 하고.”

= 네, 마스터.

“알겠습니다 마스터!”

뮤-지하와 세이안은 대답과 동시에 도현의 눈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들은 에포르의 도움을 받아 차원 곳곳에서 기록의 조각들을 수거할 것이다.

하지만.

- 로드.

“말해.”

- 뮤-지하와 세이안이 감당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심지어······.

“너도 탐지하지 못하는 것이 있겠지.”

도현이 에포르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 그렇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룰을 깨우는 수밖에.”

에포르가 찾아내지 못하는 기록 조각들을 인정하자 도현은 룰을 언급했다.

룰은 도현이 수많은 리테라 에고를 묶어서 만들어낸 인공지능이었다.

- 아직······.

에포르는 도현의 결정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지.”

도현도 에포르의 생각을 짐작했다.

“하지만 어차피 룰은 성장의 한계가 없어. 그러니 완성도 없는 거지. 그렇다면 결국 지금 쓸모가 있는가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어?”

- 하지만 한 번 깨우게 되면 이후로 성장이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탐지 되지 않는 높은 수준의 기록 조각들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잖아. 그게 근원의 기록과 결합해서 어떤 부작용을 만들어 낼지, 아니 부작용이 아니어도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 로드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어차피 그런 수준의 기록 파편이라면······.

“모르고 지나쳤겠지. 지금까지 그런 일이 얼마나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하지만 지금은 룰을 통해서 좀 더 고차원적인 기록을 살필 가능성이 있잖아.”

- 결국 상위 격들의 충돌을 분기점으로 잡으신 거군요? 합일 이상의 경지로 나아가실.

에포르는 도현의 생각을 이제 알았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래. 지금까지 수 십 번이나 리테라를 만들고, 거기서 리테라 에고를 수집했던 것이 다 이걸 위해서였잖아. 마침 두 상위 격들이 싸우느라 나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상황이니까, 이때를 노려야지.”

도현은 자신이 합일 이상의 경지를 넘보면 반드시 상위 격들의 방해나 견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상위 격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 아니니 당연히 새로운 동격 존재의 등장을 반기지 않을 것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합일 이상의 경지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룰은 원래 그 과정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도현은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한 것이다.

- 로드께서 결심을 하셨다면 저는 당연히 로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곧바로 룰을 깨우겠습니다.

“그래. 시작해 보자고.”

룰은 리테라 에고의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로 묶어 놓은 인공지능이었다.

원래 리테라 에고는 리테라를 관리하기 위해서 태어난 에고였지만, 룰은 도현이 설정한 명령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룰에게 설정된 명령은 도현의 명령에 따르라는 한 가지 뿐이었다.

사실상 절대 명령은 그것 하나뿐인 상태의 고성능 인공지능인 셈이다.

- 로드, 룰을 깨웠습니다. 룰을 이루는 모든 리테라 에고들이 하나로 묶여 동일체가 됩니다. 앞으로 새로운 리테라 에고를 더하는 것에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도현이 잠시 기다리자 에포르가 보고를 해 왔다.

조금 전까지 룰을 이루는 리테라 에고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백여 개에 이르는 리테라 에고들이 하나가 되었다.

“룰!”

도현이 룰을 불렀다.

[네. 마스터.]

룰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도현의 의식이 룰과 연결되었다.

도현이 룰의 인지 능력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곳 차원에 존재하는 기록의 파편들을 찾아내라. 에포르가 탐지 가능한 수준은 거르고, 그 이상의 것들로만.”

[네. 알겠습니다.]

도현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고, 룰은 곧바로 그것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룰의 의문이나 이견은 없었다.

룰은 도현의 명령에 따른다는 기준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다.

“조건에 맞는 기록의 파편을 찾으면 곧바로 에포르와 나에게 알리고, 포집 방법을 찾아봐. 그리고 기록의 해석이 가능하면 해석해서 알려주고.”

[네, 마스터. 그럼 먼저 찾아낸 기록 조각들을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곧이어 도현의 새로운 명령이 떨어졌지만, 룰은 이미 앞선 명령을 수행하여 결과를 얻고 있었다.

룰은 곧바로 도현과 에포르에게 아크 차원에 존재하는 기록 조각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도현은 룰이 보내주는 정보를 통해서 그 기록의 존재를 인식하고 또 기록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거······.”

도현은 지금까지 룰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룰을 구성하고 있는 리테라 에고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도현은 리테라 에고가 리테라라고 이름붙인 근원을 관리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리테라는 다수 차원의 근원을 하나로 링크시켰을 때, 그 중심에 잠시 나타나는 임시 근원이었다.

그 리테라를 관리하기 위해 태어난 에고는.

“리테라 안에 있는 모든 기록을 읽을 수 있어야 했겠지.”

도현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자신의 멍청함을 이제야 깨닫는 도현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을 모두 해석할 수도 있어야 하고.”

도현은 또 다시 룰의 인지 능력을 통해 깨닫는 것을 중얼거렸다.

지금 도현은 룰의 인지 능력을 통해서 한계 없는 인식과 이해를 경험하는 중이었다.

다만.

“하아, 이건 감당할 수가 없다.”

도현은 한숨을 쉬며 끝없이 확장되며 룰의 인지 능력과 겹쳐지던 의식에 제한을 걸었다.

스스로 한계를 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음속의 욕망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지금 이상으로 룰과 겹쳐지면, 자아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후우우. 다행이군.”

도현은 의식의 확장을 멈추고 정신을 차리면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룰을 과소평가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룰은······. 굉장하군.”

[······.]

- 욕망을 이겨내신 로드는 더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합일 경지 위에 뭐가 있는지는 알겠어. 한 발 걸쳤군.”

위기를 넘긴 보상일까.

도현은 나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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