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81화 (181/184)

181. 즉발형과 지속형, 초인 인지 능력 활용법

181. 즉발형과 지속형, 초인 인지 능력 활용법

도현이 지금까지 해 온 수련은 더 많은, 그리고 더 순수한 근원 에너지를 다루는 방향이었다.

그리고 그 수련법의 중심에는 근원에 담겨 있는 기록과 그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원에는 그 차원을 유지하는 근원이 있고, 그 근원에는 기록이 담겨 있었다.

차원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그 변화를 담아내는 기록.

그것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알아내고 이해하느냐.

바로 그것이 수련의 경지를 결정짓는 핵심이었다.

도현은 그 수련 과정을 통해서 기록에도 단계가 있으며, 그 단계에 따라서 기록을 쓰기 위한 재료가 다르고, 문자가 다름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도현이 합일의 경지에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록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그 기록은 기원 기록에 가까워진다.

도현은 태초, 하나의 차원으로 이루어진 세상에 존재하던 근원에 새겨져 있던 기록에 기원 기록이란 이름을 붙였다.

도현에게 경지를 높이는 수련이란 곧 그 기원 기록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쪽에서는 이런 방식의 수련을 한단 말이지?”

도현은 뮤-지하를 통해서 워지하드의 수련법을 낱낱이 알아냈다.

그 결과, 이쪽의 수련도 도현이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들 역시 근원을 중요하게 여기고, 근원에 담긴 기록을 활용하려 애썼다.

기록을 읽고 쓰는 것은 곧 근원 에너지를 다루는 것.

얼마나 더 강력한 기록을 읽고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경지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워지하드가 뮤-지하와 같은 초인을 길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제물.”

도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워지하드로부터 알아낸 수련법.

거기에 담겨 있는 음습한 일면이 도현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 초인을 제물로 삼아서 기록을 해석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뮤-지하도 그럴 줄은 몰랐다는 듯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 가능한 방법이라면 획기적이긴 합니다.”

세이안도 놀란 표정이기는 했지만, 수련법 자체의 효용성엔 호기심을 느끼는 듯 했다.

“그래, 초인을 갈아 넣어서 근원의 기록을 파헤친다는 말이지······.”

워지하드로부터 알아낸 방법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말 그대로 초인을 갈아 넣는 것이었다.

그것도 크게 두 가지 방법이었는데, 하나는 지속형, 하나는 즉발형이었다.

워지하드는 그 중에서 즉발형 방식을 썼다고 했다.

= 초인의 인지 능력을 한 순간 극대화해서 기록을 읽고 해석한다는데, 세이안 너는 그게 획기적이란 말이냐?

뮤-지하는 도현에겐 뭐라 말을 하지 못하고 세이안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세이안은 그런 뮤-지하의 지적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끌리긴 하지. 적대적인 놈이 있다면 죽이지 않고 사로잡아서 써 보고 싶을 정도라고.”

= 끄응.

적대적인 상대라면.

뮤-지하도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앓는 소리를 냈다.

심정적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여건이 맞고 기회가 있다면 써봄직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워지하드의 방법 보다는 지속형이 끌리네.”

하지만 도현은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즉발형은 초인 하나를 제물로 바쳐서 급격하게 인지 능력을 폭증시킨 후, 근원의 기록을 파헤치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물이 된 초인과 제물을 쓰는 초인은 서로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어 제물이 알아낸 내용을 제물을 쓴 초인이 함께 공유하여 얻어 낼 수 있다.

이것이 즉발형의 초인 제물 활용법이다.

여기에 쓰이는 결계나 마법진은 무척 은밀하게 전해지는 것으로 그것을 아는 쪽과 모르는 쪽은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워지하드는 죽기 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 놓았기에 도현도 즉발형으로 초인을 써 먹을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인 지속형.

도현은 그것에 대해 듣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었다.

발상이라는 것이 다들 비슷하구나 싶었던 것이다.

초인을 이용한 지속형의 방법이란 여러 초인의 인지 능력을 서로 연결해서 하나로 묶어 쓰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초인들을 제압해서 뇌만 활동하게 만들어 연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지만 핵심만 따지면 그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것을 만들겠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흥미롭긴 하네.”

도현은 자신이 그런 것을 직접 만들 생각은 없었다.

따지자면 초인의 뇌를 연결해서 만든 연산장치 같은 것이 아닌가.

이건 듣는 것만으로 거부감이 드는데, 따지고 보면 그 거부감이란 것은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도현도 적대적인 종족의 뇌를 이용한다고 하면 ‘뭐, 그럴 수 있을지도······.’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쥐의 뇌나 고양이, 개, 돼지의 뇌를 연결해서 고성능의 컴퓨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아마도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그와 같은 생체 컴퓨터를 만들었을 것이다.

생명 존중이니 윤리니 하는 문제들을 덮어버릴 당위성이야 어떻게든 만들어 냈을 것이고.

도현도 꼭 필요하다면 이런 방식의 도입도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깨닫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면 어디서든 파탄이 생길 수밖에 없지.”

이유는 이런 것이었다.

윤리적인 거부감을 떠나서, 그런 방식이 수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흥미롭다는 것은 지속형의 경우엔 그 연구 결과를 따로 저장해 둔다고 했기 때문이다.

“링크나 융합 경지에 있는 놈들의 것은 관심이 없지만, 합일 경지의 놈이 운영하는 지속형 시설이라면······.”

제법 깊이 있는 내용들이 있을 것이다.

워지하드는 지속형의 경우엔 그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그것을 운영하는 놈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런 경우엔 새로운 내용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아낸 내용을 더 쉽게 풀이하는 쪽으로 시설을 활용한다던가?

= 찾을 수만 있다면 마스터께 도움이 될 내용들을 많이 확보할 수도 있겠습니다.

“맞습니다. 합일 경지의 초인이 운영하는 지속형 시설이라니,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찾아볼까?”

뮤-지하와 세이안의 호응에 도현은 초인의 인지 능력을 연결하여 사용한다는 지속형 연구 시설을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 로드.

그런데 그 순간 한동안 도현과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하지 않던 에포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야 에포르?”

에포르는 다른 에고들과 함께 도현의 합일 차원을 관리하고 있었다.

합일 차원은 과거 암석 차원이었던 곳을 근원으로 하여, 그곳에 합일 차원을 유지하는 기록을 모아 두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모두 사고 능력이 있는 소환체들에게 맡겨서 발현을 조율했다.

에포르는 그 모든 것을 관리하느라 좀처럼 도현과 사담을 나눌 여유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 이번에 워지하드로부터 확보한 지속형 연구 시설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음? 할 말?”

- 그렇습니다.

“뭔데? 에포르 네가 하는 말이라면 당연히 귀담아 들어야지.”

- 감사합니다 로드.

“그래서 무슨 이야긴데?”

- 그 지속형 시설이란 것의 형태가 지금 저희의 시스템과 비슷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음? 우리 시스템?”

- 제가 중심이 되고 있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보조 에고의 도움을 받는 형태이니, 비슷한 점이 있지 않겠습니까.

“음, 그건 좀 다른 거 같은데?”

에포르의 말에 도현은 살짝 고개를 꼬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확실히 달라.”

- 그렇습니까?

“너하고 보조 에고들은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이잖아.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거지.”

-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쪽은 초인의 인지 능력을 묶어서 합치는 방식이야. 전혀 다르지.”

- 그래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따지면······.

“그 점은 비슷하지.”

- 그렇다면 그 지속형 시설을 구성하는 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면 저희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응?”

- 꼭 초인의 인지 능력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건······. 생각을 좀 해 봐야겠는데?”

- 일정 수준 이상의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선이 있기는 하겠지만, 저나 리테라 에고 피스 정도의 인지 능력이라면 초인들의 그것에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초인이 아니라 너희를 이용해서 그 지속형 연구 시설을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 당장 저희들은 여유가 없지만, 리테라 에고 피스는 얼마든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마스터께서 지속형 연구 시설을 필요하다고 하시면······.

“초인들을 잡아서 뇌를 꺼낼 것이 아니라, 리테라 에고 피스를 만들어서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지?”

- 그렇습니다.

“음, 그거 나쁘지 않은데?”

= 마스터, 그렇다면 다시 아크 시험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합일 경지이시니 가능할 것도 같긴 합니다만.”

에포르와 도현의 대화를 듣고 있던 뮤-지하와 세이안이 살짝 흥분한 기색으로 끼어들었다.

그리고 세이안의 말처럼 합일 경지에 있는 도현이라면 과거에 여러 초인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던 아크 시험장을 재현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아니, 도현도 조만간 리테라 에고를 확보하기 위해서 새로운 아크 시험장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었다.

도현의 합일 차원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관리자가 필요했는데, 에포르를 더 만들어 낼 수 없으니, 리테라 에고를 만들 생각을 했던 것이다.

삼백육십 개의 차원을 하나로 링크 시키는 순간에 나타나는 불완전한 근원인 리테라.

그것이 만들어지면 그와 함께 그것을 관리하기 위한 리테라 에고도 탄생한다.

물론 리테라가 폭발하며 산산조각 나겠지만, 그거야 지금처럼 다시 모으면 될 일이다.

- 그럼 저는 다시 차원의 관리에 힘쓰겠습니다.

도현과 뮤-지하, 세이안이 흥미를 보이자, 에포르는 다시 관리자 모드로 들어갔다.

이제는 차원을 관리하는 것을 중심 임무로 여기고 전념하는 에포르였다.

리테라 에고가 리테라라는 근원을 관리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에포르는 도현의 아크 차원을 관리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에포르는 도현이 합일 경지에 이르고 일곱 성 차원을 확장해서 합일 차원으로 만들어 내자, 스스로 본연의 임무를 깨닫게 된 것이다.

“자, 에포르는 다시 들어갔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나?”

= 그야 당연히 지속형 연구 시설인지 뭔지를 만들 방법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일단 그 방법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네. 그럼 어디 적당한 놈이 없는지 찾아봐야겠군.”

= 마스터, 그런데 굳이 합일 경지의 초인을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링크나 융합 경지를 찾아 보자고?”

= 원리만 알면 그 뒤는 마스터와 저희가 개조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합일 경지를 찾아서 싸우다가는 이곳의 상위 격에게 들킬 겁니다.

“마스터, 뮤-지하의 말이 맞습니다. 일단 수준이 낮은 거라도 먼저 확보해서 살펴보고 개선의 여지가 없을 때, 다른 것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그건 그러네.”

그렇게 도현은 뮤-지하와 세이안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뒤, 조용히 차원을 방랑하며 초인의 인지 능력을 하나로 묶어서 사용하는 지속형 시설이나 그 시설의 구축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