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80화 (180/184)

180. 사로잡힌 워지하드

180. 사로잡힌 워지하드

“놈이 어떻게 여길 왔지?”

워지하드는 어느 순간 뮤-지하의 영혼에 심어 놓은 의식의 파편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미 오래 전에 다른 놈의 것이 되어 버렸던 뮤-지하였다.

워지하드는 자신의 것이었던 뮤-지하를 엉뚱한 놈에게 빼앗기고 보냈던 속쓰린 시간을 떠올렸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울분이 치솟는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다른 놈의 권속이 되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손아귀를 빠져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뮤-지하, 그 놈에게 심어 둔 영혼의 금제가 다시 발동하려면······. 주인이 죽었다면 가능하기는 한데······.”

그조차도 미심쩍은 면이 있긴 했다.

분명 워지하드는 당시에 뮤-지하를 빼앗아 가려는 놈과 짧은 충돌을 벌였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뮤-지하를 권속으로 받은 놈도 워지하드의 존재를 알았을 것이고, 워지하드가 뮤-지하에게 심어둔 금제도 파악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금제를 그대로 뒀다고?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거지?”

워지하드는 의식을 집중해서 뮤-지하와 연결된 영혼의 금제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확실한 내가 만들어 뒀던 금제가 확실해. 어떻게 이럴 수가?”

믿기지 않지만 뮤-지하의 영혼에 박혀 있는 금제는 자신이 만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금제를 발동시키면 뮤-지하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그것은 분명했다.

“뭔가 꺼림칙한데?”

워지하드는 뮤-지하의 영혼을 장악하려다가 잠시 망설였다.

그리도 다시 한 번 자신이 만든 금제를 확인했다.

살짝 허물어진 부분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그것이 도리어 워지하드를 안심시킨다.

“다른 놈의 권속이 되었다가 풀려났는데, 금제가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으음, 이건 뮤-지하를 권속으로 삼았던 놈이 금제를 지울 때에 뿌리를 남겨뒀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가능성이 높겠군.”

금제를 완벽히 지우지 않으면 다시 복원되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다른 초인의 수작을 없앨 때에는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래도 뮤-지하를 제압했던 놈은 그런 면에서 꼼꼼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좋군. 그렇지 않아도 제물이 필요하던 참인데, 이렇게 알아서 굴러들어오다니.”

워지하드는 몇 번 더 뮤-지하의 영혼에 박힌 금제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문제도 없다는 확신을 얻은 것이다.

게다가 지금 워지하드가 느끼는 뮤-지하는 융합의 경지였다.

“융합의 경지에 이른 놈이 자신의 근거지를 모두 버리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겠지.”

워지하드는 뮤-지하의 경지가 높은 것은 걱정하지 않았다.

뮤-지하가 자신이 동화한 근원에서 벗어난 상태라는 것만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뮤-지하가 융합의 경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힘의 기반이 될 근원이 없으니 고작해야 하급 링크 단계의 힘도 내지 못할 것이다.

경지는 높지만 근원을 떠난 초인.

더구나 영혼 금제까지 박혀 있는 놈이라면, 얼마나 먹기 좋은 먹이인가.

“문제는 놈이 내 차원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는 거지.”

워지하드는 뮤-지하의 영혼을 느끼는 동시에 그가 있는 차원도 알아낼 수 있었다.

뮤-지하는 별볼 것 없는 하급 차원에 머물며 근원과 동화하는 중이었다.

워지하드가 뮤-지하를 만만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연결된 근원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근원과 동화를 하고 있다는 점.

그것은 뮤-지하가 기댈 기반이 하나도 없음을 뜻하는 것.

“잠시 내 차원을 벗어나야겠지만, 그리 멀리 가는 것도 아니니 뮤-지하 그 놈 보다는 나은 상황이지.”

융합의 경지는 소수의 근원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경지다.

그리고 그 정도가 되면 자신의 차원을 떠나더라도 멀리 가지만 않으면 차원 밖에서도 어느 정도는 힘을 끌어 쓸 수 있다.

멀어질수록 끌어쓸 수 있는 힘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뮤-지하가 있는 차원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니.

“정식으로 맞붙어도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겠지. 하지만 금제를 발동시키면 그럴 일도 없지. 크하하하하하.”

워지하드는 생각만 해도 즐겁다는 듯이 입이 찢어져라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그는 망설이지 않고 차원 회랑을 열어 뮤-지하가 있는 차원과 연결했다.

“기다려라 이 놈!”

* * *

“크으으, 이게 어떻게?!”

= 워지하드.

“놈! 감히 네 놈이!”

= 어때? 여기 마음에 드나?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설마 여기가 네 융합 차원이냐?”

= 융합? 아니 합일이야.

“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네가 어떻게 합일의 경지란 말이냐!”

뮤-지하의 영혼을 따라서 차원을 이동한 워지하드.

그는 차원 회랑을 넘은 직후 곧바로 뮤-지하를 찾아갔다.

그리고 뮤-지하를 발견하는 즉시 영혼 금제를 발동하여 뮤-지하를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뮤-지하가 강하게 저항하며 금제를 버텨내자, 워지하드는 어쩔 수 없이 뮤-지하의 의식에 접속할 수밖에 없었다.

의식에 접속하면 영혼에 걸어 놓은 금제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워지하드가 뮤-지하의 의식에 접속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뮤-지하의 영혼에 심어져 있던 금제가 급격하게 변형을 일으켜 워지하드의 영혼을 옭아맨 것이다.

워지하드는 다급하게 뮤-지하의 의식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이번에는 뮤-지하의 의식이 그런 워지하드의 영혼을 막아섰다.

그렇게 잠시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 워지하드는 뮤-지하의 의식에서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뮤-지하의 의식에서 벗어난 워지하드는 자신이 낯선 차원에 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워지하드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의 차원이었다.

워지하드도 융합의 경지에 올랐고, 수십 개의 근원을 융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차원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규모.

워지하드는 그 차원이 뮤-지하의 융합 차원이란 착각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뮤-지하의 대답은 융합이 아니라 합일.

워지하드는 합일 차원이라는 말에 온 몸에서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합일 경지의 초인을 이전에도 몇 번 만난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합일 경지의 초인에게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냐?”

워지하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뮤-지하를 보며 물었다.

= 이곳은 내 마스터의 합일 차원이다.

뮤-지하가 뿌듯한 표정으로 워지하드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런 뮤-지하의 곁으로 세이안이 나타났다.

“저 놈이야?”

세이안이 워지하드를 턱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 그래.

“어쩔려고?”

= 마스터께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허락을 하셨으니 복수를 해야지.

“어떻게 하려고?”

= 일단 육체적은 고통부터 시작할까 해.

“육체적 고통? 그게 통할까?”

= 별로 의미는 없겠지만 일단 작은 성과라도 있으면 되는 거지 뭐.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그렇군. 그런데 용인족이면 몸뚱이 전체가 보물 아냐? 게다가 융합 경지에까지 오른 놈이면······.”

= 나도 초인 이상의 용인족은 도축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이번에 해 보면 알겠지.

“자, 잠깐! 도축, 도축이라니! 감히 나를? 아니, 아니, 내가 아니어도 그렇지. 동족에게 도축이라니!”

뮤-지하의 도축이란 발언에 충격을 받았는지 워지하드가 고함을 질렀다.

“지랄한다. 그러는 너는, 지금까지 잡아먹은 초인이 몇인지 다 기억하기나 하냐? 그런 주제에 도축이 뭐? 그 정도면 약소하지.”

워지하드의 고함에 세이안이 그를 보며 빈정거렸다.

= 원래, 자신의 흠을 제대로 보는 놈은 드물어. 아무튼, 일단 제압부터 해야겠다.

뮤-지하는 워지하드가 무슨 말을 하든 관심이 없다는 듯이 덤덤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하고는 워지하드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 순간 워지하드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다룰 수 있는 근원 에너지가 전무한 상태가 되었다.

워지하드는 차원이 자신을 가두는 느낌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꿈틀거리지도 못하고 박제된 듯이 굳어 버렸다.

그에게 허락된 것은 몸이 잘게 떨리는 것이나, 눈을 뜨고 감는 정도에 불과했다.

= 감사합니다 마스터.

그렇게 워지하드가 굳어버리자 뮤-지하가 허공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워지하드는 그런 뮤-지하의 모습에 새삼 합일 경지의 존재를 떠올리고 눈빛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 너를 이곳으로 데리고 오느라 번거로운 점이 좀 많았다.

뮤-지하가 워지하드의 앞으로 다가가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 우리 마스터께서 존재감을 드러내면 곤란할 거 같아서 너를 곧바로 제압할 수가 없었다. 네 융합 차원으로 곧바로 쳐들어가기가 좀 그랬지.

뮤-지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한 번 허공을 올려 보았다.

= 그래서 지웠던 영혼 금제를 되살리고, 너를 유인했지. 그리고 네가 나타나서 내 의식과 접속한 순간, 그대로 마스터의 합일 차원으로 끌어들인 거다.

그 순간 워지하드는 그런 복잡한 과정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눈빛이 되었다.

= 너를 그냥 합일 차원으로 끌어올 수는 없잖아. 그러자면 마스터의 경지를 모두 드러내야 하는데.

“그렇지. 그래서 너하고 뮤-지하의 의식이 연결되도록 유도한 거야. 그 상태가 되면 너하고 뮤-지하가 동급이 되거든.”

= 그러면 너를 마스터의 합일 차원으로 끌어오는데 별다른 힘을 쓸 필요가 없지. 마스터의 권속이 이곳을 드나드는 통로를 이용하면 되니까.

“권속은 마스터가 어떤 경지에 있더라도 상관없이 마스터의 아크 차원으로 드나들 수 있단 말이지. 아니, 거의 아무 제약 없이 드나들 수 있어. 필요한 건 오직 마스터의 허락뿐이지.”

= 그래서 너와 내가 의식이 연결된 상태에서 이렇게 마스터의 차원으로 오게 된 거야. 아, 중요한 거, 너도 이제 알게 되었겠지만 우리 마스터는 아크를 소유하고 있는 아크 마스터야.

아크 마스터를 말에 워지하드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도 합일 경지에 오른 아크 마스터의 장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어쨌거나 감사한 일이지. 고작 권속의 한을 풀어주시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너를 잡게 해 주셨으니 말이지.

뮤-지하는 새삼 그 은혜가 사무친다는 듯이 감격한 표정으로 허공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물론 그 순간 도현은 뮤-지하의 과장스런 연기에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기분이었지만.

= 자, 너도 알겠지만, 너는 이제 끝났어. 알지?

뮤-지하가 갑자기 워지하드를 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워지하드를 옭아매고 있던 힘이 일부 사라졌다.

덕분에 워지하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내게 남은 미래는 없겠지.”

워지하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는 말문이 트인 것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이런들 저런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눈빛이 칙칙하게 죽었다.

= 그나마 처지를 제대로 알아서 차라리 다행이네. 그런데 왜 그랬지?

그런 워지하드를 향해 뮤-지하가 물었다.

“왜라니? 무얼 알고 싶은 거냐?”

워지하드가 죽은 눈빛으로 뮤-지하의 말에 대꾸했다.

= 질문이 잘못 되었나?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나를 어디에 쓰려고 했었지? 너를 죽이기 전에 그건 좀 알고 싶은데?

뮤-지하의 입에서 워지하드를 납치한 목적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워지하드는 뮤-지하나 세이안은 물론이고 합일 차원의 주인까지 그의 대답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차피 죽을 처지에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워지하드의 입에서 그가 경지를 올린 수련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