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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75화 (175/184)

175. 콜로세움 회의장에 나타난 도현

175. 콜로세움 회의장에 나타난 도현

텅 빈 콜로세움 회의장.

도현이 그곳에 들어갔을 때, 그를 맞이한 초인은 한 사람 밖에 없었다.

“라세이안.”

“결국 나왔군.”

라세이안의 분신체는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이전과 달리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나왔지. 그런데 혼잔가.”

“당연하지 네가 나오면 보복을 당할 것을 아는데 남아 있을 놈이 있을까.”

“카스티안이나 테트로 정도는 남아 있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라세이안 네가 남은 것이 의외군.”

“너를 그 시험에 끌어들인 것이 나였다. 그러니 네가 보복을 생각한다면 나는 절대 빼 놓지 않을 것 같더군.”

“그래서 어차피 도망을 가지 못할 거면 매도 먼저 맞자는 생각이었다는 거냐?”

“그렇지.”

“나름 뭔가 준비도 해 뒀겠군.”

“준비는 무슨. 그저 여기 있는 나로 만족해 달라는 거지.”

“음? 너로 만족해 달라?”

도현은 라세이안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꼬았다.

“보면 알겠지만 꽤나 정성을 들인 분신체란 말이지. 본체의 3할 가량을 밀어 넣은.”

“그러니까 너, 분신을 내게 주겠다고?”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라세이안, 정확히는 라세이안의 분신체는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었다.

“무슨 뜻이지?”

도현이 무얼 알고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듯이 캐물었다.

“이번 아크 시험장의 실험이 아주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간접적으로 기록을 제어하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는 말이군?”

“맞아. 나 말고 또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히자르라는 너의 빙의체를 관찰하면서 괜찮은 성과를 올렸지.”

“으음.”

“기분 나쁘게 생각하진 말았으면 좋겠군. 우리가 아크 시험장을 만들 때, 서로를 살피는 것도 허락했던 거니까.”

“그렇기는 하지. 그래도 의외군, 내 빙의체인 히자르를 살피고 있었다니.”

“물론 중간에 몇 번이나 놓치긴 했지. 차원 이동을 해 버리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하지만 시간을 들여 끈질기게 찾다보면 결국 찾을 수 있지.”

“그런 단순한 방법을 썼다고?”

“가끔 너의 권속이 우리를 살피는 경우엔, 나도 그 권속을 통해서 너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기도 했고.”

“으음. 에포르를 역추적 했다고?”

“내가 그런 쪽으로 재주가 좀 있는 편이라서 말이지.”

“쯧.”

라세이안의 분신체와 이야기를 하던 도현은 짧게 혀를 차고 말았다.

따져봐야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라세이안의 제안을 받을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였다.

“너를 내 권속으로 받으란 이야기지?”

“권속까지 갈 것도 없겠지. 그저 필요에 따라서 쓰면 될 일이다.”

“라세이안이 너에게 감정적인 부분은 별로 남기지 않은 모양이군.”

도현은 분신체의 반응을 보며 그렇게 판단했다.

“그야 당연하지. 내가 감정적이었다면 본체의 결정에 반발하며 독립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런 판단력은 남았군?”

“하지만 나에겐 그런 식의 감정적인 대응은 의미가 없다. 나는 본체를 위해서 지금의 나를 희생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미있네.”

“그렇다고 미래에 내 판단이 바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지 않나? 계약이 이루어지면 나는 온전히 너의 것이 될 테니까.”

“그걸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그것까지만 너의 선택이란 거지?”

“그렇다.”

“그러다가 내가 너를 받아들인 후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런 허술한 계약을 할 것 같은가?”

“하하하. 하긴 그렇지. 네 수준이라면 그런 믿음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도현은 라세이안 분신체의 말에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런 도현의 반응에 라에시안 분신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뭔가 도현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신의 표정이 굳어진 것은 무시를 받아서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니었다.

분신체는 본체와 자신이 준비한 계약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표정이 굳어진 것이었다.

“융합 경지에서 설정할 수 있는 계약 따위가 지금의 나에게 구속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라세이안 분신체를 향해 도현이 물었다.

“시스템에 의지한 계약인데, 그것을 무시할 수 있다고?”

라세이안 분신체가 믿기 어렵다는 듯이 되물었다.

“너희 수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의 수준과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르니까.”

“그럴 수가 있나? 융합 경지에 있는 나도 시스템에 기댄 계약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이 이제 겨우 초인의 경지에 발을 디딘 자가 만든 계약이라도.”

라세이안은 계약을 무시할 수 있다는 캐슬의 말을 믿기 어려운 듯 했다.

“너희가 이용하는 차원 시스템은 융합 경지 까지만 의미가 있어. 그 이상이 되면 전혀 다른 시스템의 적용을 받게 되지.”

도현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라세이안의 분신체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분신체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도현을 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지?”

준비했던 최선의 수단이 쓸모가 없어진 상황에서 라세이안의 분신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무슨 짓을 해도 결국은 도현의 의지에 따라서 모든 것이 결정될 테니까.

“어디론가 도망가서 꽁꽁 숨어버린 놈들보다는 네가 낫긴 하지. 그 점을 참작해서 너의 제안을 받아주겠다.”

도현은 라세이안의 분신체를 오래 기다리게 만들지 않았다.

이곳 콜로세움 회의장에 라세이안만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는 순간부터 도현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었다.

라세이안이 헛소리만 하지 않으면 그만은 벌칙을 줄여주기로.

그런데 분신체를 들어 바친다니 그 줄어든 벌칙도 면해 줄만 했다.

“고맙다.”

도현의 말에 라세이인의 분신체는 그렇게 대꾸를 하더니, 이내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깊이 숙였다.

“준비한 계약이 있지만 캐슬 님께 의미가 없다 하셨으니, 캐슬 님께서 합당하게 여기시는 방법으로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 앞으로 영원히 캐슬 님의 권속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도현의 제안을 받아들였으니 이제 분신체는 도현의 것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라세이안이 준비한 계약은 의미가 없다고 했으니, 분신체는 조용히 도현의 처분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좋다. 너는 이제부터 나를 위해 존재하게 될 것이다. 네 새로운 이름은 세이안이다.”

이에 도현은 간단한 말로 라세이안의 분신체를 권속으로 받아들였다.

그저 말로 선언한 듯 보이지만, 그 순간 도현의 아크 차원에 있는 암석 차원에는 세이안이란 이름과 함께 그에 대한 기록 한 줄이 새겨졌다.

“감사합니다. 캐슬 님.”

= 어이, 세이안. 마스터라고 불러라. 어디 나도 못 부르는 이름을!

도현의 선언 이후에 라세이안의 분신체는 자신이 세이안이란 이름으로 도현에게 묶인 존재가 되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에 감사 인사를 하는데, 느닷없이 뮤-지하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이안은 뮤-지하가 어떤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도현의 권속으로서 기본적인 정보가 허락된 것이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뮤-지하.”

= 좋아.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그렇게 세이안과 뮤-지하가 인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럼 이제 남은 놈들을 처리해야겠지?”

문득 도현이 텅 비어 있는 콜로세움 회의장을 둘러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에 세이안의 표정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주인이 된 도현의 분노가 그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당연히 벌을 주어야겠지만 꽁꽁 숨어버렸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세이안이 조심스럽게 도현에게 물었다.

이제 세이안은 도현의 권속.

당연히 그의 언행은 도현을 위한 것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도현에게 죄를 지은 이들은 세이안에게도 눈에 가시 같은 놈들일 뿐이었다.

심지어 원래 세이안의 본체였던 라세이안 마저도.

“모두 잡아다가 죄를 물어야지.”

세이안의 질문에 도현이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선 상태로 슬쩍 눈을 감았다.

“오오오오.”

그 순간 도현의 권속이 된 세이안은 도현이 하는 행사의 일부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도현은 자신의 아크 공간을 이용해서 차원 시스템에 접속하고 있었다.

세이안은 그런 도현의 능력 발현을 느끼며 아크 전체가 도현의 융합 차원이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원래는 각각 하나의 차원이었던 세상이 아크 차원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거대한 근원이 있었고, 그 근원을 통제하는 엄청난 에고와 그를 보조하는 에고들이 느껴졌다.

지금 그 에고들이 도현의 의지를 받아서 차원 시스템에 접속하여 도현의 바람에 따른 [요청]을 하고 있었다.

세이안은 그 [요청]의 내용이 뭔지 느껴보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 전에 이미 [요청]에 대한 차원 시스템의 답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슷!

“억! 이게 뭐야?”

파팟!

“콜로세움? 여기에 왜······.”

파파팟!

“어엇?!”

“빌어먹을! 이게 무슨 일이야?”

“아, 안돼! 캐, 캐슬!”

“뭐야? 캐슬이라니······. 허어억!”

콜로세움 회의장 곳곳에 초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당황과 경악을 숨기지 못했다.

“마스터, 이게 어떻게······.”

세이안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시스템을 통해서 내게 빚을 진 놈들을 불러왔지. 이런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하며 콜로세움 회의장에 끌려온 초인들을 바라보았다.

“이럴수가······.”

“어떻게······.”

“도대체 융합 위에 어떤 경지가 있기에 이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렇게 까마득히 먼 곳까지 이동해 있었는데, 이렇게 단번에 잡혀 오다니······.”

그래도 융합의 경지까지 오른 초인들이라 상황 파악이 아주 느리진 않았다.

자신들이 잡혀온 곳이 콜로세움 회의장이며, 그 앞에 캐슬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그런데 거기에 세이안과 도현의 대화까지 더해지자, 상황은 명백해진 것이다.

“세 명이 비는군.”

그런데 도현의 입에서 의외의 말이 나왔다.

불러와야 할 초인들 중에서 셋이 모자란 것이다.

그런 도현의 말이 콜로세움 회의장에 끌려온 초인들이 너나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도현의 그물을 빠져나간 것이 누군지 찾았다.

“테트로가 없군.”

“그럼 둘은 누구지?”

“누군지 다들 알고 있을 텐데? 아크 시험장의 분쟁으로 죽은 자들이지 누구야!”

“아, 그렇군.”

그런데 초인들의 말에서 도현이 모르는 사실이 나왔다.

“아크 시험장 분쟁? 그게 뭐지? 그 일로 지금 여기 없는 셋 중에 둘이 죽었다고?”

도현은 그렇게 물었지만 초인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곧바로 세이안의 의식에서 정보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오래 전, 도현이 아크 시험장에 있던 모든 아바타를 소멸시키고 아크 시험장에 대한 관찰 통로를 막은 후.

시험장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초인들은 오랜 의논 끝에, 아크 시험장을 포기하고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에 시험장에 지분을 가지고 있던 초인들이 또 다른 초인들을 끌어 모았었다는 것.

아크 시험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례들을 시험장 참가자가 내어 놓으면 무리를 이룬 초인들이 그것을 함께 분석하고 연구하는 그런 형태의 모임.

사실 그런 모임을 만들지 않은 초인이 드물 정도로 유행처럼 번졌던 일이다.

그런데 막상 아크 시험장이 닫히고, 관찰이 불가능해지면서 그런 모임들 중에 불상사가 생긴 곳들이 있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결국 몇 곳은 엄청난 싸움이 벌어져서 초인 여럿이 소멸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중에 시험장에 참여했던 초인 둘도 희생이 되었던 것.

“그럼 진짜로 도망을 간 놈은 테트로 밖에 없는 건가?”

상황을 파악한 도현은 죽은 초인들엔 관심을 끊고 테트로에 흥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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