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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73화 (173/184)

173. 아크 시험장의 위기

173. 아크 시험장의 위기

파지지지지직!

“이크!”

도현이 점거한 하급 차원.

원래는 암석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암석 차원이었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 그곳에는 수많은 소환체들이 복잡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 중에는 흑영이나 레인져, 산성병사는 물론이고, 군왕성의 시종이나 메이드, 황금의 성에 있던 장인이나 연금술사, 탑의 성에 있던 마법사도 보였다.

사실상 일곱 성에 속해 있는 모든 주민들이 이곳 암석 차원에 소환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산성 병사 하나와 메이드 소환체가 부딪히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그 순간 적잖은 파장이 일어나며 에너지 충돌이 생겨났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에너지 충돌은 별 것이 아니다.

실제로는 그것이 산성 병사와 메이트 소환체가 품고 있는 리테라 피스의 기록이 충돌한 것이란 점이 문제다.

기록과 기록의 충돌.

그것은 도현이 요구하는 조율에 어긋난 것이었다.

도현은 그 파탄에 집중하며 다음 상황을 지켜보았다.

스르르르륵! 스스스슷!

다행히 잠시 둘의 충돌이 있었지만 곧바로 메이드 소환체 쪽의 기록 발현이 멈춰서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도현은 더욱 집중해서 충돌을 일으킨 산성병사와 메이드 소환체의 내부에 있는 기록을 들여다보았다.

충돌의 여파로 이리저리 비틀린 기록.

하지만 지금 그 기록은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고 있었고, 산성병사와 메이트 소환체는 서로 거리를 두고 충돌을 피하는 중이다.

“아직 충돌 자체를 없애진 못하는군.”

= 그러자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연산이 필요합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의 수준이 질적으로 달라져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그건 저 산성병사나 메이드 소환체의 몫이 아니다.

그런 규모의 기록 운용은 여러 소환체와 에고의 조율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렇겠지. 그나저나 괜찮으려나?”

뮤-지하의 대답을 들으며 도현은 의식을 움직여 방금 충돌한 두 소환체의 기록이 구현되고 있는 차원을 들여다보았다.

이곳 암석 차원은 백 수십 개의 차원을 묶어 놓는 중심이었다.

도현은 처음에 링크를 통해서 수 십 개의 차원을 묶은 후에, 묶인 차원의 근원을 하나로 녹여냈다.

융합이었다.

그렇게 근원을 하나로 융합하면 여러 차원이 하나로 묶인다.

따지자면 하나의 우주에 여러 유인 행성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각각의 차원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과는 다르다.

융합된 차원은 하나의 근원에 의해서 관리되기 때문이다.

지금 도현이 있는 암석 차원이 바로 그 융합 차원의 근원이었다.

도현이 암석 차원을 아예 융합 차원의 근원으로 만들어 모든 근원의 기록을 모아 뒀기 때문이다.

이 암석 차원에 소환체를 불러내고 근원의 기록을 하나씩 배정해서 담당하게 했다.

스스로 판단해서 기록을 발현하거나 발현을 멈출 수 있는 소환체들.

이로서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나 성질이 도현의 융합 차원 안에서 공존할 수 있게 되었다.

상반된 기록이 서로 부딪힐 상황이 되면 어느 한쪽, 혹은 양쪽의 기록 발현을 멈춰서 충돌을 피한다.

이 때, 발현을 유지하는 쪽은 차원의 유지와 발전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쪽이다.

그렇게 충돌을 비껴낸 후, 다시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 되면 발현을 멈췄던 기록도 다시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차원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조각 모음처럼 나뉘어져 있단 말이지.”

도현은 산성 병사와 메이드 소환체의 기록이 충돌을 일으킨 곳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산성병사는 중력 작용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메이드 소환체는 부유 성질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이 둘이 만나서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어느 마법 집단이 부유성을 만들었는데, 거기서 차원 에너지를 이용한 부유 속성의 기록을 적용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사용된 지역에는 산성 병사의 중력 작용의 기록이 깔려 있었던 것.

이렇게 되면 당연히 두 기록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에 산성병사와 메이드 소환체는 즉시 각각의 기록이 주위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산성병사의 중력 작용을 유지하면서 메이드 소환체의 기록을 멈췄다.

그 말은 마법 집단의 부유성 제작이 실패했다는 이야기지만 도현에겐 소소한 일일 뿐이다.

“거기서 차원 에너지를 이용하는 기록을 쓴 것은 과했지. 마력을 이용했으면 부유성 정도는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 뭘 보시는 겁니까? 아, 조금 전의 그거로군요?

“어떠냐? 중력 작용과 부유.”

= 재미있습니다.

“재미? 뭐가?”

= 기록의 힘을 그 하위에 속하는 마법 공식으로 역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말입니다.

“그러냐? 나는 근원의 기록을 미세하게 설정하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는데? 디테일하게 설정을 할수록 파탄을 일으키기 쉽잖아.”

= 그래서 요즘은 일정 수준 이하로는 기록을 설계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솔직히 능력 부족이라고 해야겠지. 그렇게 세세한 것까지 모두 설계하기도 어렵고, 그만한 에고를 만들어 내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 에포르는 어떻습니까?

“그 녀석, 나하고 이야기를 할 여유도 없어.”

= 에고라고 하지만 너무 혹사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게 그 녀석의 존재 이윤데?”

= ······.

“리테라 에고 피스들을 보조로 붙여 줬는데도 여유가 없네.”

= 마스터께서도 사실은 미안하신 거지요?

“······.”

도현은 뮤-지하의 물음에 따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도현도 마음 한 쪽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에포르는 그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이며 보람이라며 암석 차원의 기록의 조율을 총괄하고 있었다.

때문에 도현과 짧은 사담을 나눌 여유도 없이 연산 능력 전부를 기록 조율에 배정해야 했다.

“내가 여기서 경지가 더 오르면 에포르도 여유가 생기겠지. 그래봐야 에포르는 나보다는 근원의 관리 쪽에 더 관심을 두겠지만.”

도현이 융합의 경지에 오르고 암석 차원에 본격적으로 융합 차원의 근원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에포르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근원의 기록을 관리하는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리테라 에고를 근원의 기록을 관리하는 총괄로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에포르가 불쑥 튀어나와서 그 자리를 차지해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외부에 있던 도현의 본체까지 지금은 아크 시험장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정확히는 본체를 의식 공간 안에 넣어두고 히자르의 몸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였다.

도현의 계획으로는 아크 시험장 전체를 하나로 통합해서 관리하게 되면 아크를 다시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도현도 본체로 돌아갈 것이고.

= 마스터, 요즈음 아바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은 알고 계시지요?

도현이 잠시 에포르와 아크 시험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뮤-지하가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어떻게든 한 곳으로 모이려는 모양이던데?”

= 그러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뭔가 수작을 부리지 않겠습니까.

“이미 이곳 아크 시험장 안에서 그들이 저항할 방법은 없어. 굳이 찾아서 박멸할 이유가 없어서 그냥 두고 있는 것뿐인 건 뮤도 알잖아.”

이미 백 개가 넘는 차원을 하나로 융합하고 있는 도현이다.

문제는 그 상태에서 융합이 멈춰 있다는 것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융합의 수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중구난방으로 흐트러져 있는 기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때였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보면 여유가 생기고, 거기에 또 다른 근원을 융합시킬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근원을 융합한다고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으면 이미 가지고 있는 기록들로만 이루어진 차원의 근원을 얻을 때도 있다.

그렇게 근원을 융합하는데 부담이 전혀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녹여 넣으면 그 뿐이니까.

= 하지만 아직 외부에 아크 시험장을 유지하는 틀이 있지 않습니까. 혹시 저들이 그것을 건들기라도 하는 날에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못 먹을 밥이라고 생각되면 재를 뿌릴 수도 있다는 거지?”

= 그렇습니다 마스터.

“괜찮아.”

= 네?

“괜찮다고. 그렇게 아크 시험장의 틀을 깨어주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야. 물론 아크 시험장이 크게 폭주를 하겠지만, 그래도 융합해 놓은 차원의 절반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걸?”

= 그렇습니까?

“물론 애써 만들어 놓은 융합 차원의 절반이 날아가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대신에 자유가 생기잖아. 지금은 고작 삼백육십 개의 근원을 가지고 어떻게든 융합 차원의 크기를 늘리려고 하는 상황이지만.”

= 시험장이 깨지게 되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차원들 중에서 융합할 대상을 고르면 되겠군요?

“그렇지. 뮤도 알겠지만 내 융합 차원에 이미 존재하는 기록으로 만들어진 근원을 가진 차원은······.”

= 아무 부담 없이 융합 차원에 받아들일 수 있지요.

“그래, 그거야. 뭐 그것도 한계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 한계까지 쉽게 융합 차원의 규모를 늘릴 수 있게 되는 거지.”

= 그럼 밖에 있는 초인들이 시험장을 깨트려 주기를 바라야 하는 것입니까?

“굳이 그럴 거는 아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거지.”

= 알겠습니다. 저는 시험장 안보다는 바깥의 문제를 걱정했는데, 실제론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거군요.

뮤-지하는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점에 뮤-지하는 물론, 도현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이런 또라이 같은 새끼들이!”

그리고 도현은 크게 분노하며 처음으로 융합 경지에 오른 자신의 힘을 모두 드러냈다.

링크는 여러 차원의 근원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그래서 링크를 통해 그 차원들에서 근원의 힘을 끌어 쓸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링크의 단계나 수준에 따라서 끌어 쓸 수 있는 힘에는 제약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융합은 근원을 하나로 만든 것.

그러니 이리저리 힘을 끌어오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저 이제는 융합 차원의 근원이 된 암석 차원으로부터 근원 에너지를 끌어 쓰면 된다.

그것도 백여 개가 넘는 차원 근원이 뭉친 힘을.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도현의 의지에 따라서 융합 차원의 근원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크 시험장 전체에 파동이 일어났다.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도현이 일으킨 근원 에너지는 암석 차원의 소환체들에게 부여된 기록들을 불러왔다.

그 기록들의 공통점은 방어!

다가오는 미증유의 거력으로부터 차원을 지키려는 의지.

그리고 그 방어의 기록들 뒤로 서리서리 새겨지는 것은 공격!

방어 성향의 기록들도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어쨌거나 중심은 방어.

상대의 공격을 막는 모든 형태를 담는 기록.

그 하위에 붙는 기록들은 다양하다.

견고함, 부드러움, 단단함, 흡수, 반발, 멈춤, 대항 등의 대표적인 성향 기록에 더해서 다양한 에너지가 작용하는 현상들에 대한 기록들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서 도현의 의지인 차원 방어를 실현시켰다.

지이이이이이이잉!

차원과 차원 사이의 빈 공간, 그곳에서 도현의 차원 방어가 차원 폭발의 에너지를 막아냈다.

소리도 전해지지 않는 허무의 공간을 파괴하며 달려온 차원 폭발의 에너지는 잠시 차원 방어에 들러붙었다.

하지만 차원의 폭발로 일어난 한 번의 힘일 뿐인 그것은 결국차원 사이의 빈 공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진 차원 폭발의 에너지가 있던 자리에 도현의 새로운 의지인 공격이 자리 잡았다.

가장 상위의 의지인 공격에 갖가지 개념과 성질의 기록이 더해지고, 거기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에너지의 변형에 대한 기록들이 뒤를 이었다.

공격의 뼈대에 여러 하위 개념의 살이 붙고, 그보다 하위의 다양한 기록들이 피가 되었다.

“죽여주마!”

도현이 강력한 의지를 담아서 공격의 의지를 발현했다.

그러자 차원 사이의 빈 공간을 찢어발기며 사십여 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갔다.

그 빛들은 그대로 아크 시험장 곳곳에서 차원 폭발을 유도하고 있던 아바타들을 소멸시켰다.

= 미쳤군요. 본체가 밖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차원의 근원을 폭발시키다니요!

핼쑥한 얼굴의 뮤-지하가 떨리는 눈빛과 음성으로 넋두리처럼 중얼거렸다.

“차원 한두 개를 말아먹는 게 뭐 대수라고?”

하지만 도현은 별 것 아니란 듯이 덤덤한 표정이었다.

조금 전까지의 분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 하지만 차원의 근원을 일부러 폭주시키다니요, 그것도 한꺼번에 여러 차원을 폭주시켜서 결국 아크 시험장 전체를 날려버릴 계획을 세운 것이 아닙니까.

“막았으면 그만이지.”

= 하지만······.

“물론 나도 이런 짓을 벌인 놈들을 용서할 생각은 없다. 쯧.”

도현은 혀를 찼다.

지금 이 순간 아크 시험장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들이 차원 하나를 완전히 박살냈다.

그 때문에 차원의 근원을 이루고 있던 기록들이 조각조각 흩어져서 아크 시험장 전체로 퍼진 상황이다.

조각난 기록은 간혹 바이러스처럼 다른 기록들 사이에 끼어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록이 어떤 변형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이런 현상은 도현도 처음이라 머리가 복잡했다.

“일단 아크 시험장을 외부와 격리한다. 밖에 있는 놈들은 더 이상 아크 시험장을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도현은 인상을 쓰며 그렇게 선언하고 용합 차원의 근원 에너지를 이용해서 아크 시험장에 에너지 장막을 쳤다.

“너희는 이제 이곳에서 그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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