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아크 시험장의 승자는 캐슬인가?
172. 아크 시험장의 승자는 캐슬인가?
대사부를 통해 리테라 에고 피스를 확인한 후.
거기에 더해서 에포르가 리테라 에고와 비슷한 관리 에고라는 것이 밝혀지자 도현은 속이 편안했다.
지금까지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융합하기 위해 소환체를 이용했던 방법이 제대로 였다는 것.
그 방향성이 얼추 에고를 이용하는 것과 들어맞으니 연구와 수련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도현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게 전부다. 더는 없는 것 같군.”
자카트가 찾아와 리테라 피스를 내밀었다.
약속대로 리윰 차원의 리테라 피스를 한껏 모아서 가지고 온 것이다.
하급 리테라 피스들이야 얼마쯤 남았겠지만 순도가 높은 것들은 모두 수거가 되었을 것이다.
자카트만 애를 쓴 것이 아니라 뮤-지하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고했다. 이젠 너도 경지를 링크로 끌어 올리겠군.”
자카트에겐 링크 단계에 오를 리테라 피스가 있다.
지금까지는 여유가 없어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할 일을 끝마쳤으니 경지를 높이려 할 것이다.
“그러는 너는 리윰 차원을 떠나겠군. 이곳에서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을 테니까.”
“그렇지. 또 다른 차원으로 가서 리테라 피스도 확보하고, 새로운 수련법들도 찾아보고.”
“대사부의 수련법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여기에 뭘 더 보태려는 거지?”
도현의 말에 자카트가 슬쩍 관심을 보였다.
리윰 차원에 관심을 두고 있는 초인들이 제법 되지만 그들 중에 누구도 도현과 대사부 사이의 일을 알지 못한다.
도현을 만난 후에 대사부가 사라진 것에서 대사부의 사망을 추측하고 있지만, 리테라 에고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저 도현이 대사부가 가진 리테라 피스를 모두 차지하고 그를 처리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
“이곳 리윰에서 대사부의 수련법을 얻고, 깨우친 것이 많아. 그러니 다른 차원에도 비슷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겠지만, 그런 소문은 없던데?”
소문이 없다는 이야기는 시험장 밖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시험에 참가한 초인들 사이에 리윰의 수련법만큼 관심을 끌만한 것은 없었다.
자카트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삼백육십 개의 차원 중에서 고작해야 마흔 개 정도만 제대로 확인할 수 있잖아. 아바타의 수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니까.”
“하긴, 아직 차원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건 캐슬 너 뿐이니까.”
“그러니 너희 아바타가 없는 차원에서 뭔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
“아바타가 없는 차원이라도 제법 공을 들여 살피고 있을 텐데?”
자카트는 뭔가 새로운 것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도현도 초인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사부가 리테라 에고였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은 것처럼, 초인의 시선을 피한 이들이 있을 것 같았다.
“뭐, 대사부의 수련법 같은 것이 없더라도, 차원 순회는 필요하지. 리테라 피스를 모아야 하니까.”
“그렇게 리테라 피스만 가득 모은다고 무슨 수가 생기나? 어차피 일정 숫자 이상은 융합시키지도 못할 텐데?”
자카트는 뭔가 수가 있느냔 눈빛으로 도현을 보았다.
“궁금한가?”
도현이 그런 자카트에게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가 있긴 있다는 거냐?”
“있지.”
“뭐?”
“제법 괜찮은 수가 있더라고.”
“저, 정말이냐?”
“아, 농담이나 장난이라고 하면 화 낼 거 같은 분위기네? 하하하하.”
“무, 무슨! 설마 거짓말이었단 거냐?”
“글쎄? 어떨까?”
“쯧!”
“솔직히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서 리테라 피스를 복원하면 좋잖아. 그런데 어쩌다보니 서로 경쟁을 하게 되어서 협력이 불가능해졌지. 난 그게 아쉽더라고.”
“그래서? 뭔가 힌트라도 주겠다는 거냐?”
“자카트 너에게? 설마, 테트로 너하고 나하고 별로 안 친하잖아.”
“이, 이!”
“가서 경지나 끌어 올려 봐. 그런데 링크가 가능해진다고 해도 차원 이동은 어떨까 모르겠네. 그게 그냥 막 되고 그러는 거 아닌데 말이지.”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놀림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자카트는 버럭 화를 내며 공간 이동으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자카트가 사라진 자리에 뮤-지하가 모습을 드러냈다.
= 에고를 이용한 기록 조율에 대한 힌트라도 주실 줄 알았습니다만.
“믿을 수 있는 놈이 아니잖아. 그리고 어차피 리테라 피스는 내가 다 차지해야 하는 거고.”
= 결국은 싸우게 될 상대란 말씀이군요?
“아바타 놈들이야 여기서 소멸을 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되겠지만, 나는 아크 시험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험장의 유령이 될 판이라고.”
= 마스터께선 아크를 떠나실 수 없으시죠.
“뭐, 그래도 한동안은 아크 시험장이 도리어 튼튼한 울타리다 여기고 살아야지.”
= 그럼 이제 다시 차원 이동을 하시는 겁니까?
“생각중이야. 리테라 피스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수거를 할 건지, 아니면 적당히 하고 물러날 건지.”
= 그럼 조금 더 시간을 가지시지요. 마스터는 그냥 수련만 하십시오. 리테라 피스는 제가 알아서 모아 오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할까? 이번에 소환체의 사고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은 거 같아서 설계를 해 볼까 했는데.”
도현은 뮤-지하 덕분에 고민을 털어내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다시 도현이 소환체를 통해서 에고를 연구하는 동안에 뮤-지하는 처음의 계획과는 달리 리윰에서 리페라 피스의 씨를 말렸다.
* * *
“아크 마스터 캐슬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아크 시험장 밖, 시험장에 지분을 가진 초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물론 본체가 모인 것은 아니고 다들 분신을 이용해서 콜로세움 회의장에 모인 상태였다.
그런 중에 가장 먼저 화제를 꺼낸 것은 라세이안이었다.
과거 도현을 찾아와 아크 시험장을 만들자며 초대를 했던 바로 그였다.
“그걸 누가 몰라?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이 그것 때문인데.”
라세이안의 발언에 곧바로 불퉁한 음성이 뒤따랐다.
“그 놈은 아바타가 아니라 빙의 형태로 아크 시험장에 들어갔지.”
“그건 상관이 없는 문제야. 빙의가 더 유리한 것은 아니지. 도리어 본체가 밖에 정신을 잃은 상태로 방치된다는 약점이 크지.”
“약점은 무슨, 본체를 건드릴 수가 없는데.”
“그건 그렇지. 자칫 본체를 건드렸다가는 시험장이 그대로 날아갈 수도 있다고.”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던지는 말들이 모두 날카롭다.
다들 캐슬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드러나고 있었다.
“솔직히 여차하면 그런 수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캐슬 놈에게 시험장의 결과물을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
이유는 바로 이것.
아크 시험장에서 돌아가는 상황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캐슬과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나서 그것을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할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그것이 오늘 초인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 이유였다.
“그나저나 캐슬이 운이 좋았던 건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경지를 올렸지?”
“처음에는 그냥 운이 좋아서 조금 앞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격차가 너무 벌어졌지. 이제는 융합 경지를 이룬 것 같더라고.”
“빙의체가 본체와 같은 경지에 올랐단 말이지. 그렇게 되면 본체와 빙의체의 차이가 없잖아. 여차하면 본체를 버릴 수도 있겠군.”
“그래서 우리가 모인 거 아닌가. 추측이지만 캐슬이 모은 리테라 피스가 전체의 절반 정도는 될 걸?”
그것은 캐슬이 시험장 내에 있는 삼백육십 개의 차원들 중에서 절반 가까이를 돌았다는 말이다.
“절반이 훨씬 넘겠지. 놈이 시험장 내의 차원을 절반 이상 거쳐 갔으니까.”
“차원은 절반 정돈데 왜 리테라 피스는 그보다 훨씬 많다는 거지?”
다녀간 차원보다 더 많은 리테라 피스란 말에 초인들 중에 하나가 발끈하며 물었다.
그러자 다른 한 초인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중에도 차원 이동이 가능한 아바타를 가진 사람이 제법 되지 않나? 그리고 캐슬 놈을 만난 아바타도 제법 되고. 그게 답이잖아.”
캐슬을 만난 아바타라는 말에 한쪽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끄응. 리테라 피스를 모아봐야 캐슬 놈을 만나면 애써 모은 걸 빼앗기지. 그래서 캐슬 놈이 가진 리테라 피스가 놈이 돌아다닌 차원에 비해 훨씬 많을 수밖에.”
“너도 당한 모양이군.”
“나같은 놈이 여럿일 걸? 들키지 않았다고 숨기는 놈까지 하면, 절반 이상이 될지도 모르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일단 만났다 하면 빼앗기는 것은 사실이지.”
“완전히 도둑놈이라니까.”
여기저기서 캐슬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아크 시험장 안에서 캐슬을 어쩔 수 있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떠들어 봐야 그저 신세 한탄일 뿐이다.
“자자, 그래서 이제 어쩔 건지 그걸 이야기하자고 모인 거잖아. 방법이 없을까?”
결국 라세이안이 다시 나서서 어수선한 회의 분위기를 바로잡았다.
“놈이 융합 경지에 올랐다면 우리 아바타가 모두 모여도 답이 없지.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어렵지만 몰려간다고 해도 이길 수가 없으니까. 거기다가 함께 다니는 용인족 놈도 만만치 않고.”
초인들 중에서 냉정한 현실 인식이 튀어 나왔다.
링크 경지의 초인이 여럿 모여도 융합 경지를 이길 수는 없다.
“뭐야, 결국 캐슬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모인 거야? 어이, 카스티안. 네가 우릴 모은 거 아닌가? 그래놓고 왜 말이 없지?”
답답한 상황 인식이 수면으로 들어난 직후, 초인들 중에 하나가 카스티안을 불렀다.
원래 이번 모임을 주도한 것이 카스티안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할 말이 많은 거 같아서 조용히 있었을 뿐이다. 그럼 이제 대충 잡담은 끝난 거 같으니, 중요한 사실 하나를 의논해 보자.”
“중요한 사실?”
“그게 뭔데?”
중요한 사실이라는 말에 초인들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크 시험장에 있는 삼백육십 개의 차원 중에서 캐슬은 몇 개의 차원과 링크를 했을까? 그리고 그 중에 몇 개의 근원을 융합하는데 성공했을까?”
카스티안이 질문 형태로 문제를 제기했다.
“아니, 일단 융합은 없지 않나? 내가 얼마전에 차원 삼백육십 개를 확인했는데?”
그러자 초인들 중에 하나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융합된 차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카스티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못해도 서너 달 전의 이야기겠군.”
“뭐? 그럼 차원이 융합되었다고?”
카스티안의 말에 융합이 없다고 했던 초인이 놀라며 되물었다.
그리고 두 초인의 그 대화는 다른 초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캐슬이 진짜로 융합을 하고 있다고? 그게 감당이 되나? 아크 시험장에서 차원을 건드리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 아크 시험장 자체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바보같은 소리. 만약 시험장에 문제가 생겼으면 우리가 몰랐겠어? 차원을 융합하면서 시험장의 균형까지 유지했다는 거지.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차원이 융합된 것을 몰랐고.”
“융합의 경지에 올라도 시험장 내의 차원을 융합하는 짓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진짜 했다고? 어이, 카스티안. 그거 정확한 거야?”
“너희도 확인을 해 보면 알겠지만, 어제까지 세 개의 차원이 사라졌다.”
카스티안은 확답을 요구하는 질문에 그렇게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하며 답을 주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콜로세움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융합을 하면서 아크 시험장의 균형을 유지했다면, 캐슬이 결국 리테라의 복원에 가까워졌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삼백육십 차원의 근원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다면 그게 곧 리테라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니지. 리테라는 삼백육십 차원의 근원을 링크한 결과일 뿐, 융합의 결과가 아니었어.”
“어? 그러면······.”
“삼백육십 차원 근원의 융합이면 리테라보다 훨씬 대단한 거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거야.”
“결국 캐슬이 뭔가 실마리를 찾았다는 거네?”
“실마리 수준이 아니지. 실제로 일을 진행할 정도로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는 소리겠지.”
“으음. 리테라 이상의 뭔가를 얻어냈다고?”
“끄응, 결국 아크 시험장의 성과가 캐슬의 것이 된다는 거네?”
“그것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의 성과를.”
“이러면······.”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뭔가 수를 내기는 해야······.”
시간이 흐르면서 콜로세움 회의장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고 있었다.
“그렇지. 이대로 빈 손으로 물러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