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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70화 (170/184)

170. 리테라가 만들어졌을 때, 그것에는 의식이 있었다

170. 리테라가 만들어졌을 때, 그것에는 의식이 있었다

대사부라는 자는 오래도록 한 곳에 칩거하며 밖으로 나돌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리윰 차원에서 오래도록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이유는,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리윰 차원에서 수련자라고 하는 이들 중에서 그의 수련법을 익히지 않은 이는 없다.

자그마치 천 년의 세월.

그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수련법들이 사장되었다.

끝까지 살아남은 것은 오직 대사부의 수련법 뿐.

이전 리테라 피스, 진옥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 있었던 갖가지 수련법들은 이제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사람들이 많군.”

= 그러게 말입니다. 확실히 이름값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뭘 하나? 대사부란 놈이 가르치는 수련법이란 것이 결국 변한 것이 없는데.”

=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도 있고, 대사부가 가지고 있는 진옥의 힘도 있지 않습니까.

“나도 대사부 놈이 그렇게 많은 리테라 피스를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지.”

= 가르침의 대가로 리테라 피스를 받고 있었다니, 그게 어떻게 소문이 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리테라 피스를 바친 놈은 대사부의 제자가 되어 이곳에 머물렀지. 그리고 수명이 다해 죽으면, 그 죽은 놈의 리테라 피스까지 그대로 대사부 놈의 손에 들어가는 거고.”

= 제자가 된 놈들에게 진옥을 대가로 받고 가르침을 준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 금제를 걸기도 했지요.

“그래도 대단한 놈이야 천 년 동안 리테라 피스를 모으는 비밀을 지켜왔으니까.”

= 억지로 리테라 피스를 요구하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저 들어오는 대로 받고, 들어온 것은 절대 밖으로 돌리지 않은 것이지요. 그것이 진옥이든, 진옥을 품은 사람이든.

뮤-지하의 말이 정답이었다.

어차피 초인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2백 년을 살기 어려운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제자로 데리고 있다보면 수명이 다해서 죽으며 리테라 피스를 남기는 것이다.

게다가 제자의 수가 많으니, 그 제자들이 밖에서 구해오는 리테라 피스의 수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흡수하지 못할 리테라 피스라면 쓸모가 없으니 그것들은 그대로 대사부의 창고로 들어가고.

그런 세월이 천 년.

“좋군.”

도현은 대사부의 창고에 쌓인 리테라 피스를 모두 자신의 의식 공간으로 옮겨 넣었다.

하지만 자신이 천 년 동안 모았던 리테라 피스가 모두 사라지는 상황에도 대사부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직 링크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한 대사부로선 도현의 절도를 알아차릴 능력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놈을 만나 볼까?”

도현은 대사부의 창고를 깔끔하게 비운 후에야 그를 향해 움직였다.

대사부는 수 천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홀로 그만의 수련처에 머물렀다.

오늘도 대사부는 수련처 깊은 곳에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그런 대사부의 명상을 방해하는 에너지의 흐름이 일어났다.

마치 대사부의 의식을 콩콩 두드리는 것 같은 근원 에너지의 움직임.

“으음?”

대사부는 그런 에너지의 자극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건장한 체격을 지닌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한 대사부.

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정면을 노려봤다.

그곳에는 낯선 존재 둘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십니까?”

대사부가 물었다.

대사부는 뒤쪽에 서 있는 뮤-지하에게 더 신경을 쓰는 기색이었다.

뮤-지하가 자신과 비슷한 수준임을 알아차리고 경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의 시선이 앞쪽에 있는 히자르에게 닿았다.

경지가 느껴지지 않는 히자르가 도리어 더 무서운 존재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도 조심스러운 공대였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대사부의 물음에 도현이 도리어 반문을 던졌다.

“내가 누군지 모르고 찾아온 것은 아닐 텐데요?”

대사부가 새삼스레 무얼 묻느냔 듯이 다시 되물었다.

“내가 찾아온 것은 리윰 차원의 대사분데, 너는 껍데기만 대사부잖아. 너 뭐냐?”

도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대사부를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

“으음.”

이에 대사부는 표정이 굳으며 신음 소리를 냈다.

“밖의 존재인가?”

그리고 그는 도현을 노려보며 그렇게 물었다.

그의 어투에서 존대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없었다.

“밖의 존재? 그건 뭐지?”

“세상 밖. 저 높고 높은 곳에서 이곳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들. 그리고 그들의 인형들.”

“그걸 안다고?”

“그저 알 뿐이지. 안다고 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런가? 그래서 너는 누구지?”

도현은 다시 한 번 대사부의 내면에 있는 존재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도 모른다. 그냥 의식이라고 할까?”

대사부의 내면에 있는 존재는 그렇게 모호한 대답을 내 놓았다.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고? 그냥 의식?”

“도리어 내가 묻고 싶군.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이 몸의 주인이 아니란 사실을?”

도현의 질문에 이번에는 대사부가 역공을 펼쳤다.

“네가 영혼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 몸에는 영혼이 없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다.”

“으음. 내가 영혼이 아니란 거군. 그럼 나는 무엇일까?”

“그걸 나에게 묻는 거냐? 스스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모른다는 건가?”

“아니,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태어났음에도 정체성이 없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할까.”

“그렇군. 그래서 너는 리테라에서 태어난 게 맞나?”

도현은 대사부의 내면에 있는 존재에 대해서 짐작가는 바가 있었다.

만약 이 추측이 옳다면 그것은 엄청난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리테라?”

“진옥의 본체를 그렇게 부르지.”

“그렇다면 맞겠지. 나는 진옥을 이루던 의식의 파편이니.”

대사부의 입에서 결국 도현이 예상한 대답이 나왔다.

대사부의 내면에 있는 존재는 온전한 상태였던 리테라 피스에 담겨 있던 의식인 것이다.

“파편인가?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고?”

도현은 파편이라는 말에 아쉬움을 느꼈다.

리테라가 폭발하면서 파편이 되었지만, 그 안에 있던 의식까지 파편이 되다니.

“하나였던 의식이 나누어졌으니 파편일 수밖에.”

“하나일 때와 차이가 큰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었다.

의식이 나뉘어졌다는 것이 어쩌면 단순히 복사나 카피의 방식일 수도 있으니.

“다른 파편의 상태를 알 수 없으니 그건 대답할 수 없겠군.”

하지만 대사부는 아쉬운 대답을 내 놓았다.

“리테라의 의식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것이 튀어나왔군.”

정말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삼백육십개 차원의 근원을 하나로 연결했을 때, 만들어진 리테라는 그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폭발했다.

사실상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대규모 융합의 실패였다.

그런데 그 실패작 안에 의식이 생성되어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도현이 소환체를 이용해서 기록의 조율을 시도하고 있는 것과 방향성이 비슷하지 않은가.

도현이 직접 기록의 발현이나 충돌에 관여하지 않고, 기록을 담당하는 지능들이 알아서 그것을 조율하게 하는 것.

그것과 리테라에 의식이 있어서 스스로 리테라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은 서로 닮은꼴로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것?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왜? 기분이 나빠?”

“나는 필요에 따라서 감정을 흉내내기는 하지만, 실제하는 감정은 없다. 그러니 기분을 물을 필요도 없지.”

“그래?”

“그렇다.”

대사부의 대답에 도현은 리테라의 의식이 일종의 인공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리테라의 의식을 통해서 리테라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테라가 뭔지는 아나? 너의 온전한 의식이 있었던 그것 말이다.”

그래서 리테라의 의식은 리테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세계를 이루는 얼개. 그것이 네가 리테라라고 부르는 것의 정의다.”

“그럼 거기서 너의 역할은?”

“관리.”

“리테라에 그것을 관리하는 의식이 있었다?”

“그렇다.”

“그런데 왜 리테라가 폭발했지?”

“내가 리테라의 모든 것을 장악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능력 부족?”

“아니다,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

“그렇다. 탄생과 동시에 임무를 수행하려 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이미 리테라는 폭주를 시작한 뒤였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바로잡을 힘이 없었다. 내가 가진 관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리테라가 폭발하고, 너는 몇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서 흩어졌다고?”

“그렇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 몸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그 몸은 네가 움직였다는 거군.”

“그렇다.”

“그럼 그 수련법은 뭐지?”

대충 상황 파악이 되자 대사부의 수련법이 궁금해진다.

그것이 무엇이며 또 왜 퍼트렸는지.

“리테라의 관리법이다.”

“리테라를 관리하는 방법? 고작 몇 개의 리테라 피스만 흡수할 수 있는 그게?”

차라리 그냥 리테라 피스를 흡수하는 쪽이 훨씬 많은 리테라 피스를 소화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대사부가 말한 리테라의 관리법은 너무 부족하다.

“원한다면 하위 진옥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대사부가 의외의 말을 한다.

“그러니까 두 개의 진옥을 흡수한 경우엔 첫 번째 수준의 진옥을 여럿 흡수할 수 있다는 건가?”

“옳다. 두 세 개의 진옥을 더 흡수할 방법이 있다.”

“그럼 세 개를 흡수한 경우엔 1:3:9 뭐 이런 식이 되나? 네 개면 1:3:9:27?”

“경우에 따라서 둘, 혹은 넷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같은 계열이라는 조건이 먼저다.”

“그런데 네가 퍼트린 수련법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그것까지 알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왜?”

“관리법을 퍼트린 것은 진옥을 모아서 관리할 일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아, 네가 원래 리테라를 관리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였지?”

“그런데 나 혼자서는 이곳 차원에 떨어진 진옥을 모두 관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관리법을 퍼트리고 함께 진옥을 관리할 일꾼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실패한 것 같은데?”

“계속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니 실패는 아니다.”

실패가 아니라고 하는 대사부의 어조에는 전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수 천, 수 만 년이 흘러도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가 계속 되는 한, 실패는 아니라는 무섭도록 단순한 의미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기계적인 반복에도 지치지 않는다는 건가? 하지만 너는 천 년 동안 수련법을 바꾸지 않았는데? 왜 실패하는 방법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

“내가 내 놓을 수 있는 관리법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진옥을 더 흡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며?”

“그것은 내 존재를 위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같은 수련법만 계속 퍼트린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같은 실험일 뿐인데?”

“절대 같은 실험이 아니다.”

“음?”

“수련법은 변치 않지만 그것을 익히는 이들은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변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 인간, 그 자체가 변수라서 언젠가 답이 나올 거라는 생각으로 천 년을 기다린 거네?”

도현은 놀람을 넘어서 오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안도가 되기도 했다.

결국 대사부의 내면에 있는 리테라의 의식은 임무 수행에 대한 의지만 있을 뿐, 감정적인 반응이나 자율의지 따위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도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기계적인 인공지능이었다.

그리고 제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기를 바랐다.

‘미쳐버린 인공지능 따위는 상상하기도 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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