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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66화 (166/184)

166. 도현 진옥 혈사에 맞춰 출사하다

166. 도현 진옥 혈사에 맞춰 출사하다

“그런데 그 수련법에 진옥 그러니까 리테라 피스를 흡수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말이지?”

- 그게 제약이라는 면과는 좀 다릅니다.

“다르다고?”

- 리테라 피스를 흡수할 수 있는 숫자가 무척 적은 대신에 그 효과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사부는 지금까지 고작해야 리테라 피스를 여섯 개만 흡수했습니다. 그러고도 링크 직전의 경지에 올라 있는 것입니다.

“음? 리테라 피스 여섯 개로 링크 직전?”

- 그렇습니다. 그것도 초인이 된 후로 세 개를 흡수해서 그 수준이 되었습니다.

“잠깐, 정보 좀 확인하고.”

도현은 다시 정신을 집중해서 에포르가 보내준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리테라 피스를 하나도 흡수하지 않아도 그랜드 마스터까지는 오를 수 있는데, 초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리테라 피스 네 개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후에 두 개의 리테라 피스를 더 흡수하면 링크 직전까지 가는 거고?”

- 간단하게 말하면 초인 직전의 경지까지 리테라 피스 세 개, 초인이 되어서 세 개, 링크 경지에서 또 세 개, 그런 식으로 경지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대사부의 수련법입니다.

“한 단계마다 리테라 피스 세 개? 무슨 상중하도 아니고.”

도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 천 개의 리테라 피스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대사부의 수련법에 따라서 전부 흡수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그나저나 정말로 리테라 피스 세 개로 경지를 한 계단씩 올릴 수 있다면······.”

히자르의 얼굴을 한 도현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지금까지 차원의 근원을 다루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성장이었다.

도현은 문득, 테트로의 아바타가 지금까지 조용히 대사부의 수련법에 매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새로운 수련법이라면 아크 시험장의 성과가 없어도 융합 이상의 경지를 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테트로가 지금껏 조용했으리라.

물론 도현이 이곳 차원으로 오게 될 줄도 몰랐을 것이고, 테트로만 알고 있던 대사부의 수련법이 도현의 손에 들어갈 줄도 몰랐겠지만.

“대사부의 수련법, 이걸 좀 파헤쳐 볼 필요가 있겠어.”

도현은 대사부의 수련법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리테라 피스 수집은 당장 급한 일이 아니었다.

= 대사부의 수련법을 새로 익히실 생각입니까?

도현이 대사부의 수련법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에 뮤-지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 그래도 한 번 파 보기는 할 생각이야.”

= 하지만 마스터께선 이미 링크의 경지를 다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굳이 대사부라는 자의 수련법을 익히실 필요가······.

“그러니까 살펴보기만 한다잖아. 새로운 수련법이 지금 내가 이룬 경지와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면 고민을 해 봐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아, 그런 조건이라면······.

뮤-지하도 도현이 무작정 대사부의 수련법을 익힐 생각은 아니란 사실에 마음을 놓는 듯 했다.

“여차하면 나 대신에 뮤, 네가 익혀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놓는 순간 도현의 입에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 네? 제, 제가 대신에요?

“어차피 지금 뮤 너는 아직 링크 경지에 못 올랐잖아. 그러니까 만약에 지금의 경지와 대사부의 수련법이 충돌하면 지금의 것을 버리고 대사부의 수련법을 새로 익혀도 큰 손해는 아닐 거고.”

= 마, 마스터.

“하하하. 농담이야. 상황 봐서 대사부의 수련법이 정말로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모를까, 그게 확실하지도 않은데 너에게 실험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표정 풀어.”

= 휴우, 감사합니다 마스터.

뮤-지하는 정말 크게 놀랐는지 얼굴에서 혈색까지 빠져나갔다가, 도현의 말에 안도하며 혈색이 돌아왔다.

- 로드.

그 때, 에포르가 도현을 불렀다.

“왜?”

- 대사부의 수련법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거?”

- 수련법에서 각 경지마다 요구하는 리테라 피스가 다르다는 겁니다.

“음?”

- 아무 리테라 피스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련자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리테라 피스를 구해야 하는 겁니다. 그걸 못 구해서 경지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사부도 그런가?”

- 아닙니다. 아직 대사부는 새로운 리테라 피스를 흡수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 단계가 되어야 적합한 리테라 피스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대사부의 수련법 이것도 역시 쉬운 건 아니었군. 재미있네. 재미있어.”

도현은 단계별로 요구하는 리테라 피스가 따로 있다는 말에 뭔가 머릿속을 스치는 영감이 있었다.

“자, 일단 자리를 잡고 대사부란 놈의 수련법을 뜯어보자고.”

도현은 리윰 차원의 초인들과 만나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그 전에 대사부의 수련법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우선이었다.

* * *

진옥 혈사.

지난 천 년 동안 리윰 차원 곳곳에서 진옥 때문에 일어났던 혈겁을 이르는 말이다.

진옥은 소비 물품이며 동시에 불멸의 보물이다.

소비 물품인 이유는 그것을 사용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소유자만 쓸 수 있기 때문이고, 불멸인 이유는 소유자가 사망할 경우 진옥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바람이 끼어든 이유는 소유자를 죽이면 그 사체에서 진옥이 돋아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옥이 필요한 이들이 소유자를 죽이고 그것을 취하는 일이 빈번했다.

진옥 혈사가 천 년 동안 그치지 않고 이어진 이유다.

하지만 이런 진옥 혈사도 누가 어떤 진옥을 탐내느냐에 따라서 그 규모가 달라진다.

“으음. 패엽이 카이테를 노린다?”

“그렇습니다.”

“지난 세월, 초인의 경지에 오른 이들끼리는 서로 침범하지 않는 묵계가 있었는데 패엽이 그 묵계를 깨트리려 한단 말이지?”

“패엽님께서 피치못할 상황이라며 선물과 함께 양해를 구해 오셨습니다.”

“카이테는?”

“조용합니다.”

“카이테도 패엽의 움직임을 알고 있을 텐데?”

“아마도 카이테님은 수쿠님과 하수운님의 도움을 믿으시는 것 같습니다.”

“으음. 패엽이 수쿠와 하수운에게도 따로 선물을 했을 거 같은데? 아니냐?”

“그것까진 파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송구합니다.”

“패엽이 신경을 썼다면 네가 알아내지 못한 것도 당연하겠지. 그나저나 수쿠와 하수운이 어찌 움직일지 그게 문제겠구나.”

“누잉님께서는 패엽을 도우실 생각이십니까?”

“나?”

“네. 누잉 님의 뜻을 알아야 저희 아랫것들이······.”

“아니, 나는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다.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거지. 물론 그게 패엽이 바라는 것이긴 하겠지만, 선물까지 받았으니 그 정도는 해 줘야지.”

누잉.

그녀는 갈색의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을 짧게 기른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었다.

겉으로 봐서는 이십대로 보이는 외모를 지녔지만 그녀의 눈빛은 너무 깊어서 허무를 담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 일상에서 오는 자극을 잃어버린 경우에 나오는 전형적인 눈빛이었다.

그녀는 리윰 차원에 있는 열한 명의 초인들 중에 하나로 벌써 팔백 년 이상을 살아온 존재였다.

또한 그녀는 리윰의 여섯 대륙 중에서 가장 작은 대륙 하나를 홀로 점거한 지배자였다.

거의 칠백 년 전에 초인이 되면서 누잉은 이 대륙의 지배자이며 수호자를 자처했고 그 자리를 지금껏 잘 지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귀에 초인들 중에 하나인 패엽과 다른 초인인 카이테의 분쟁 소식이 들어온 것이다.

정확하게는 패엽이 카이테 소유의 진옥을 노린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은 지금껏 없었던 거대 규모의 진옥 혈사가 예고된 것과 같았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하긴 하구나.”

“네, 뭐가 말입니까?”

혼잣말 같은 누잉의 말에 수발을 드는 제자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누잉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제자도 겉모습만 그럴 뿐, 이미 백수에 가까운 나이였다.

“카이테가 가진 진옥이 도대체 뭐라고 패엽이 욕심을 내는 것일까?”

“누잉님, 설마······.”

“패엽이 대사부님과 같은 경지에 올랐을까? 아니면 아직일까?”

“누잉님께서 대사부님과 같은 경지에 오르셨지만 밖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패엽님께서도······.”

“그래,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 그런데 그렇든 아니든 패엽이 카이테의 진옥을 욕심낸다면?”

“대사부님과 같은 경지에 오르는 열쇠가 될 진옥이거나, 대사님의 경지를 뛰어넘을 진옥이거나.”

“그렇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설마 패엽이 대사부님과 같은 경지에 오르고, 또 다음 경지를 노릴 정도로 수련을 쌓았을까? 나는 패엽이 나와 같은 경지에 올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해. 하지만 패엽이 이 경지를 완성했을 거라는 예상은······.”

“그리 생각하니 가능성이 무척 낮기는 합니다. 그럼 결국······.”

“패엽이 나와 같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카이테의 진옥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렇게 보는 것이 옳긴 하겠습니다. 네에. 네.”

“호호호. 그럼 결론은 카이테나 패엽이나 모두 아직은 내 발밑에 있다는 소리인 거지. 호호호호.”

누잉은 이리저리 따져서 내린 결론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맑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곧 그 웃음은 칼로 자르듯 끊겼다.

“하지만! 혹시 모를 일이지.”

“네? 네.”

“너희에게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니 오랜만에 직접 움직여야겠네.”

“누잉님께서요?”

“그래. 최악의 경우라도 패엽이 지금 나와 같은 경지일 뿐이잖아. 나보다 못하면 더 좋고.”

“그렇군요. 누잉님께서 위험할 일은 없다는 거군요?”

“뭐, 대부분의 초인들이 몰려들겠지. 아주 난리가 날 수도 있어.”

바람을 일으킨 것은 패엽이지만 거기엔 리윰의 초인들 모두가 얽히게 되리라.

그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누잉이 움직일 결심을 하고 있을 때.

- 로드, 누잉까지 모두 나섰습니다.

에포르가 도현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이번 패엽과 카이테의 진옥 혈사엔 도현도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기미를 알아차린 순간부터 에포르를 통해서 리윰 차원의 초인들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사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열 명이 모두 나서는 건가?”

- 패엽과 카이테는 확정적으로 싸우게 될 것 같고, 다른 초인들 중에 두세 명이 각각 패엽과 카이테 편을 들 예정입니다.

“리윰 차원의 초인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뒤엉켜 싸울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 로드의 예상보다는 소극적인 초인이 많습니다.

에포르가 살짝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현장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일이지. 그런데 에포르.”

- 네, 로드.

“카이테가 얻은 리테라 피스 말이야. 그거 어디서 온 건지 알아냈어?”

- 죄송합니다. 카이테가 수련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얻었다는데, 그 때도 누군가 흘려 놓은 것처럼 무방비하게 떨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누가 카이테의 손에 들어가게 만든 것 같은데 말이지. 나야 덕분에 재미있는 싸움 구경을 하게 되었지만,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 제일 의심스러운 것은 대사부입니다. 그 리테라 피스가 카이테와 패엽에게 꼭 필요한 것이란 사실을 모르면 이런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그걸 알만한 놈이 대사부뿐이란 말이지?”

= 그렇습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인데, 문제는 이 놈이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는 거지. 그리고 에포르의 감시 결과로도 놈은 오래도록 자신의 거처에서 나온 적이 없어.”

= 에포르의 감시도 초인이 작정하고 부리는 수작까지는 뚫어보지 못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인정하긴 싫지만 뮤-지하의 말이 옳습니다. 제 감시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을 살피는 것뿐이라,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래, 그 점도 고려해서 대사부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자, 그럼 나도 슬슬 카이테가 있는 곳으로 가 볼까?”

이것은 도현이 리윰 차원으로 넘어온 후, 처음으로 하는 세상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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