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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62화 (162/184)

162. 한 걸음 나아간 리테라 피스의 활용법

162. 한 걸음 나아간 리테라 피스의 활용법

뮤-지하와의 만남은 도현의 움직임에 급격한 변화를 가지고 왔다.

마수의 왕.

그 격은 마수들 사이에서는 거칠 것 없는 위치였다.

같은 격에 있는 마수들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

서로 간섭하지 않으니 왕들 사이에는 거의 다툼이 없었다.

그저 왕에게 도전하는 마수들만이 간혹 분란을 일으킬 뿐.

그런 상황이라 뮤-지하가 마수 전선 가까운 곳으로 영역을 옮기는 데에 걸림돌은 없었다.

전통적으로 마수영역 깊은 곳에 왕들이 모여 있는 것은, 그곳에 마수들의 기운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외곽으로 갈수록 마수들의 기운이 조금씩이나마 약해지기에 왕들은 밖으로 나가기를 꺼려했다.

그런 중에 뮤-지하가 영역을 비우고 밖으로 나가니 왕들이 그것을 말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아베트 종족의 입장에서는 마수의 왕이 마수 전선 가까운 곳으로 옮겨 온 것은 재앙이나 다름이 없었다.

왕의 기운에 홀린 수많은 마수들이 뮤-지하를 따라서 마수 전선으로 밀려왔기 때문이다.

“위대한 대전사 히자르가 마수의 왕을 막고 있다.”

“마수의 왕이 위대한 대전사 히자르에게 막혔다.”

“하지만 더 많은 전사들이 위대한 대전사 히자르를 도와야 한다.”

“위대한 대전사 히자르가 마수의 왕을 막고, 다른 대전사들은 왕의 수하들을 막아야 할 것이다.”

히자르는 뮤-지하와 밀고 밀리는 접전을 가장했다.

히자르의 소환 투체들이 뮤-지하와 싸우면 숱하게 소멸당했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싸우던 아베트의 전사들도 몇 번이나 경험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있는 전사들이 히자르와 뮤-지하의 전장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밀리면 아베트 종족 전체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뮤-지하는 그런 전사들 중에서 리테라 피스를 지니고 있는 이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했고, 차근차근 리테라 피스를 확보했다.

물론 그 동안 도현도 뮤-지하와 격렬하게 싸우는 것처럼 위장하며 마수들을 사냥하느라 바빴다.

뮤-지하를 통해서 아베트 종족이 가지고 있는 리테라 피스를 확보하고, 도현은 소환체를 이용해서 마수들이 가지고 있는 리테라 피스는 모았던 것이다.

- 로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양동 작전이 잘 먹혀들고 있다고 여길 때, 에포르가 다급하게 도현을 찾았다.

‘무슨 일이지?’

- 톨로미티가 움직였습니다.

‘톨로미티가?’

톨로미티는 마수의 왕들 중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놈이었다.

왜냐하면 톨로미티가 다른 마수들과 달리 리테라 피스의 흡수율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담긴 기록까지 어느 정도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마수의 왕들과 달리 따로 톨로미티라는 이름까지 붙여서 살피고 있었다.

그런 톨로미티가 움직였다면?

‘뭘 하고 있지? 설마?’

- 리테라 피스를 가진 다른 마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놈이 결국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모양이군.’

- 같은 마수의 왕까지도 공격해서 리테라 피스를 빼앗고 있습니다. 벌써 세 개를 확보하고 또 다른 목표를 노리는 중입니다.

‘어디에 있지? 가까운 곳에 소환체가 없나?’

- 하루 거리 안에는 없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면 하루 반나절 후에 소환체 부대 하나를 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포르가 도현의 머릿속에 렉아베트 차원의 지도 일부를 보여주며 톨로미티와 소환체 부대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조금 더 확대 해 봐. 다른 소환체 부대는?’

아무래도 열 기 단위의 소환체 부대 하나로는 톨로미티를 사냥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도현은 공격 시간을 늦추더라도 서너 개의 소환체 부대를 동시에 동원하려 했다.

‘사흘 안에 톨로미티를 공격할 수 있는 부대를 표시하면 이렇습니다.’

에포르가 곧바로 도현의 요구에 맞춰서 지도의 범위를 넓히고 그 안에서 활동중인 소환체 부대를 표시했다.

그렇게 네 개의 소환체 부대가 지도에 표시되었다.

‘좋아. 그럼 저 네 부대를 모두 모아서 톨로미티를 공격하는 것으로 하자.’

도현은 톨로미티의 예상 이동 경로를 확인하면서 소환체 부대를 어떻게 움직일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 * *

두 개의 머리에 여덟 개의 발을 가진 마수.

등에는 아르마딜로의 그것을 닮은 등껍질을 가지고 있었고, 악어 꼬리를 가지고 있는 파충류.

뱀과 거북의 머리를 섞어 놓은 것 같은 마수의 머리는 등껍질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게다가 등껍질 밖으로 나오는 머리는 투사체처럼 빠르게 쏘아져서 삼십 미터 가량을 뻗어왔다.

카가가강! 카강! 카강! 쾅!

당연히 그렇게 길게 늘어진 목이 약점이 될 거라는 판단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 상식이 무색하게 흑영과 산성병사들이 휘두른 날붙이는 톨로미티의 가죽을 뚫지 못했다.

손바닥 크기의 비늘이 빽빽한 톨로미티의 가죽은 오러를 응축시킨 오러 블레이드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던 것이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저 놈 도대체 무슨 기록을 쓰고 있는 거야?’

도현은 번번이 공격에 실패하는 소환체들의 모습에 내심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오러 블레이드가 통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랜드 마스터급의 소환체를 보내야 했다.

‘방어력은 뛰어나지만 공격력은 부족하단 말이지.’

톨로미티와 싸우는 소환체들을 지켜보며 도현이 아쉬운 소리를 할 때였다.

- 로드께서도 새로운 기록을 적용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에포르가 도현에게 새로운 기록의 적용을 권했다.

그 말은 히자르의 의식 공간에 리테라 피스의 새로운 기록을 더하라는 이야기였다.

‘리테라 피스의 기록은 너무 강력해서 의식 공간으로 옮겨온 일곱 성의 체계가 버티지 못할 거란 걸 알잖아.’

도현은 새로운 기록의 적용을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리테라 피스의 기록은 차원의 근원에서 나온 것.

그것을 의식 세계의 체계에 이식하는 것은 고무 보트에 유조선의 엔진을 올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나마 처음 적용한 리테라 피스의 기록은 내구성을 높이는 종류라서 의식 공간의 체계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 일곱 성의 운영 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종류를 찾아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가능한 몇 가지 종류의 기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동안 확보한 리테라 피스의 기록들 중에서 쓸만한 것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에포르도 그것을 알기에 소환체들의 공격력 부족을 안타까워하는 도현에게 조심스럽게 권한 것이었다.

‘파괴력을 올리는 종류는 쓰기가 조심스럽단 말이지. 잘못하다간 의식 공간에 구현한 것들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릴 수도 있다고.’

영력을 바탕으로 의식 공간에 쌓은 일곱 성의 체계들.

도현은 그것을 통해서 소환체를 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날아간다면?

히자르가 지닌 전사로서의 능력 대부분을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죽지만 않는다면 다시 회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없었다.

지금도 삼백육십 개의 차원에서 경쟁자들이 비 온 뒤의 대나무처럼 자라고 있을 터였다.

* * *

카가가강! 카강! 카강! 쾅!쾅!

벌써 열흘.

도현의 소환체 부대가 열 개로 늘어났지만 톨로미티와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극강의 방어력.

하필이면 톨로미티와 도현의 소환체가 서로 비슷하게 내구성을 극도로 높이는 종류의 리테라 피스 기록을 적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양쪽이 모두 너무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 까닭에 서로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도현의 소환체 부대 하나가 또 다시 전장에 도착했다.

흑영과 레인져 각 세 기에 산성병사 네 기로 이루어진 부대.

그런데 새로운 소환체 부대는 이전의 소환체들과는 외형부터 달랐다.

흑영은 창을 들었고, 산성병사는 대검을 들었으며, 레인져들은 더 큰 장궁을 들었다.

그 부대가 나타나자 다른 소환체 부대들이 톨로미티와 조금씩 거리를 두었다.

그렇게 생긴 틈으로 새로운 부대의 산성병사 넷이 파고 들었다.

콰곽! 콰곽! 콰과곽!

그리고 그 산성병사들의 대검은 톨로미티의 견고한 가죽에 깊은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흠집도 내지 못했던 산성병사들의 이전 공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퀴이이이이이! 퀴이이이익!

톨로미티도 지금껏 내지 않았던 고통의 포효를 터트렸다.

그리고 한층 강하게 마력을 끌어 올려 몸을 감쌌다.

콰카드득! 콰가가각! 카드드득!

톨로미티가 끌어올린 기운은 마수들아 주로 사용하는 마력.

하지만 톨로미티의 마력에는 다른 마수들과 달리 정신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인간으로 치자면 그랜드 마스터와 비슷한 힘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신력이 포함된 마력은 톨로미티가 흡수한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작동시켰다.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효과를 끌어 올린 것이다.

그 때문에 산성병사들의 대검이 이전과 달리 깊은 상처를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푸우우욱! 푸우욱! 푸푹!

하지만 소환체 부대에는 산성병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늘을 가진 가죽은 베기 공격에는 월등히 강한 방어력을 보인다.

하지만 일점에 집중된 찌르기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를 타고 이동한 흑영이 찌른 창들이 그런 취약점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산성병사들의 대검이 막히기 시작하는 순간, 흑영들이 나타나 톨로미티의 한쪽 머리의 턱 밑에 세 개의 창을 깊이 찔러 넣은 것이다.

퀴이이이 퀴이이이이이 퀴이이!

카르르르르 카르르르륵!

톨로미티의 두 머리가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목을 뒤틀었다.

그리고 창에 턱을 찔린 머리는 다급하게 목을 줄여 흑영의 창을 매달고 등껍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푸우욱! 푸욱! 푸욱!

하지만 흑영들은 새로운 창을 만들어서 남은 머리를 공격했다.

이번에도 그림자를 타고 턱 밑으로 이동한 후, 곧바로 찌르기 공격을 했고, 창은 거침없이 견고한 가죽을 뚫고 입천정에 박혔다.

카르르르륵! 카르르르르르!

남아 있던 머리도 기괴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등껍질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카가강! 캉! 카가강! 캉!

그리고 이번에는 산성병사의 대검과 흑영의 창이 모두 톨로미티의 등껍질에 막혀 버렸다.

견고함이란 기록의 효과가 집중된 등껍질이 대검과 창을 막아낸 것이다.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이리저리 파편이 튀긴 했지만 쉽게 뚫어낼 껍질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쉬이이익! 쉬이익! 쉬익!

그 때, 후방에서 지켜보던 레인져들이 장궁의 시위를 놓았다.

그러자 오러로 이루어진 새하얀 화살이 톨로미티의 머리가 들어간 등껍질 구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졌다.

그리고.

쿠구궁! 쿠구구궁!

톨로미티의 등껍질 속에서 엄청난 에너지의 폭발이 일어났다.

그 폭발은 먼저 물리력 없이 에너지를 뿜어내더니 찰나의 시차를 두고 물리적인 폭발로 이어졌다.

푸화화화확!

톨로미티의 등껍질 머리 구멍에서 조각조각 찢어진 가죽과 살덩이들이 물줄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수정 기둥의 모습을 한 다섯 개의 리테라 피스가 톨로미티의 등껍질 위로 자라났다.

- 저렇게 간단한 것을 지금까지······.

그 모습에 에포르가 한숨을 쉬는 것 같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너는 저게 간단해 보이냐? 뮤-지하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도 톨로미티를 잡지 못하고 있었을 걸?’

도현은 그렇게 이번 사냥의 공을 뮤-자하에게로 돌렸다.

톨로미티를 사냥한 소환체들에게 리테라 피스를 적용할 방법을 알려준 것이 뮤-지하였기 때문이다.

-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카피해서 소환된 소환체에 따로 적용하는 방식이 뭐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그저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지. 하지만 그걸 너하고 나는 못했다는 게 문제 아니겠냐?’

- ······.

‘자, 어쨌거나 소환체를 강화할 방법을 찾았으니 앞으로 경쟁자 놈들과 싸울 때에 도움이 되겠지. 이런 추세면 렉아베트 차원을 떠날 날도 멀지 않을 거 같으니까.’

도현은 소환체들의 감각을 통해서 쓰러진 톨로미티의 사체와 그 사체에 솟아난 리테라 피스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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