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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60화 (160/184)

160. 의식 공간에 녹인 리테라 피스가 보여준 가능성

160. 의식 공간에 녹인 리테라 피스가 보여준 가능성

거대 부족 수타림의 전횡.

아파카 협곡 전선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마수 전선 전체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원래대로라면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이야기가 나도는 정도였겠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히자르가 아파카 협곡 전선의 주둔지에 상영했던 영상과 음성이 그래도 남았다.

그것이 렉아베트 차원의 마수 전선 전체로 퍼져 나간 것이 문제였다.

대략 어떠한 일이 있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헥카몰 대전사와 수타림의 전사들이 벌인 이적 행위가 너무도 확실했다.

“아파카 협곡 전선에 있던 수타림의 모든 전사들이 마수 전선 안쪽으로 들어갔다더군.”

하세르가 히자르를 찾아와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

히자르는 일을 벌여놓은 후, 흑영만 밖으로 보내서 마수를 견제할 뿐, 대외적으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몸가짐을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헥카몰을 따라 들어간 것입니까?”

아파카 협곡 전선에 있는 수타림 전사들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다.

동료였던 전사들이 모두 질타의 눈빛을 보내는 상황인 것도 있고, 그 동안 벌였던 차별이나 악습들이 하나씩 드러나는 상황이라 더욱 그랬다.

더구나 그들의 처세에 따라서 후방에 있는 수타림 부족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

그러니 헥카몰의 결정을 받아들여 목숨을 내 걸 수밖에.

“그렇지. 헥카몰이 전선 안쪽에서 마수들을 상대하며 속죄하겠다고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된 거지.”

“그나마 호르니어가 죽은 상황이라 전선 안쪽에서도 어느 정도는 버틸 만은 하겠군요?”

“헥카몰 대전사까지 있으니까 당분간은 버티겠지. 물론 희생이 적지는 않겠지만.”

전선 안쪽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마수들이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마수의 영역 안쪽으로는 네임드나 그보다 더욱 격이 높은 마수들이 즐비하다고 했다.

그런 지배자급 마수들이 마수 전선 안쪽으로 들어온 인간들을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어쨌거나 수타림의 전사들은 당분간 일종의 특수부대 역할을 하겠네요. 보급은 해 주기로 했다면서요?”

“그냥 말라죽게 하는 것보다는 보급을 해 줘서 조금이라도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이 좋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야. 다른 전선에 수타림 부족 출신의 대전사가 둘이나 더 있어.”

하세르의 화제가 아파카 협곡을 넘어서 마수 전선 전체로 넓어졌다.

“그들은 이번 일과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그냥 버티면 될 텐데요?”

헥카몰 하나를 내친 것만도 적잖은 부담이다.

대전사는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대전사는 마수로부터 아베트 인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그런 대전사 하나가 위험한 마수 전선 안쪽으로 갔다.

그런데 또 다른 대전사 둘이 이번 일에 연루된다면?

상황이 심각해 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게 또 그렇지 않은 모양이야.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그들 역시 헥카몰과 다르지 않았다는 거지. 당연히 그 밑에 있는 수타림 전사들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어진 하세르의 말은 그런 우려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뭐 자업자득이네요. 지은 죄가 없이 억울하게 당하는 거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는 거잖아요. 하지만 대전사 둘이나 더 빠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렇지. 그나마 이 아파카 협곡 전선에선 네임드를 잡았잖아. 그래서 헥카몰이 빠져도 당분간은 문제가 안 되는데, 다른 곳들은 그게 아니지.”

“거긴 대전사 한 명이 네임드 마수 하나씩을 맡고 있는 거죠?”

“그렇지. 어떨 때에는 대전사 둘이 힘을 모아서 네임드 하나를 상대하기도 하고.”

“으음. 그런 중에 수타림의 대전사 둘이 빠진다면······.”

히자르는 그 이후가 걱정된다는 듯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아무리 그래도 수타림의 대전사들이 파업을 할 수는 없지. 알잖아. 마수 전선에 파견된 이들은 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없다는 거.”

“그야 그렇지만 그들까지 헥카몰처럼 마수 전선 안쪽으로 가겠다고 나서면······.”

“그렇게 되면 수타림 부족 전체가 지탄을 받겠지. 자칫하면 그대로 몰락할 수도 있고.”

“으음.”

“어쨌거나 아직 무슨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야. 그냥 수타림 출신들이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는 정도지.”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너는 언제 나올 거냐?”

지은 죄도 없이 대외 활동을 삼가고 있는 히자르의 모습에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하세르였다.

“저야 소환 투체로 임무를 다하고 있으니 굳이 밖으로 나갈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지. 그래야 추종자도 생기는 거고.”

“추종자요?”

“이번에 호르니어를 잡은 일로 중급 전사 인정을 받게 되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아무래도 따르는 전사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전사라 할 수 있지 않겠어?”

“그건 좀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수련을 마무리하면 그런 과정을 뛰어넘어 곧바로 상급이나 최상급 전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요.”

“음? 상급이나 최상급?”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요.”

“그게 무슨······.”

상급이나 최상급 위라면 대전사만 남는다.

그런데 마수 전선에 파견되고 몇 달 되지도 않은 하급 전사가 대전사를 입에 담다니.

하세르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한편으로는 히자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묘한 기대감도 떨칠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조만간 중급 전사로 인정을 받게 되면 담당해야 할 전선도 더 넓어지게 될 거다. 그러자면 당연히 관리해야 할 부대의 수도 늘어나게 될 거고.”

“그거야 뭐 자율권을 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나도 이곳에 와서 전선의 일부를 맡게 되었지만, 딱히 지휘를 받은 일은 없습니다만.”

“물론 대부분 그렇게 하지. 그런데 만약 상대하기 어려운 마수가 등장하게 되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연합을 해야 해. 그리고 그 지휘는 등급이 높은 전사가 하게 되어 있고.”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중급 전사가 되고, 담당 구역이 넓어지면 때로 다른 구역에 출몰하는 몬스터도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있다는 거군요?”

“그런 의미도 있지. 그보다는 함께 토벌이나 방어를 해야 할 경우가 있다는 게 더 중요하지만.”

“네, 알았습니다. 중급 전사 인정을 받게 되면 구역 순회를 한 번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제 실력을 키워 놓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모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하하. 그렇지.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걱정할 게 없지.”

하세르는 도리어 실력을 쌓겠다는 히자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휘할 부대와 병사가 늘어나면 그들에 대한 지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선을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굳이 돌아다니며 휘하 부대원들의 호감을 끌어내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 * *

- 로드, 그 리테라 피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별거 없어. 이건 따지고 보면 패시브 스킬 정도 될까? 내구성을 높여 주는 형태의 기록이야.’

도현은 흑영을 이용해서 수타림의 라페올로부터 리테라 피스 하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라페올은 마수로부터 그것을 얻기는 했지만 전혀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소유하는 것만으로 몸이 단단해지는 효과가 있어서 장신구처럼 지니고 다녔을 뿐이다.

하지만 리테라 피스의 올바른 활용법은 그것을 흡수하고 거기에 기록된 내용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서 에너지를 움직이는 것.

‘마수들은 리테라 피스를 본능적으로 흡수하는 모양이던데, 아베트 종족의 인간들은 리테라 피스를 흡수하지는 못한단 말이지.’

그렇게 보면 리테라 피스는 마수에게 더 효과적인 보물인 셈이다.

하지만.

- 로드처럼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해석할 수 있고 흡수까지 할 수 있다면 마수들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리고 어쩌면 마수들 중에서도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해석하고 활용하는 놈이 나올 수도 있겠지. 그럴 가능성은 무척 낮지만.’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읽고 해석하려면 초인에 발을 디딘 정도의 경지는 되어야 한다.

물론 렉아베트 차원의 마수들 중에서 그에 근접한 마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게 그리 가능성이 높지는 않았다.

- 하지만 아크 영역 안에는 로드 외에도 사십여 명의 아바타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은 리테라 피스를 어렵지 않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입니다.

‘참, 다른 아바타 중에서 찾은 놈은 없어?’

- 죄송합니다. 삼백육십 개의 차원에 흩어져 있는데, 각 차원마다 살펴야 할 인원이 너무 많습니다.

‘하긴, 차원 하나를 살피는 것도 쉽지 않은데, 삼백육십 차원은 감당하기 어렵긴 하겠지.’

-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두각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자들을 살피면 될 테니 아바타를 찾아내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그래, 그건 에포르 너에게 맡길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치고. 이제 이 리테라 피스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히자르의 모습을 한 도현은 손 안에서 수정 기둥 모양을 한 리테라 피스를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 곧바로 흡수하는 것이 아닙니까?

에포르는 당연히 흡수를 하고 그 효과를 누릴 것이란 예상을 벗어난 도현의 모습에 의아한 듯 물었다.

‘이 히자르의 몸에 흡수하면 히자르의 몸이 단단해지겠지. 리테라 피스의 기록을 제대로 활용하면 네임드급 마수의 공격에도 멀쩡할 수준까지.’

- 그러면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리테라 피스를 내 몸이 아니라 소환 투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 로드가 아닌 흑영에 말입니까?

‘꼭 흑영이 아니라 소환 투체라는 대상으로 범위를 확장하는 거지.’

- 그게 가능합니까?

‘되겠더라고. 이 리테라 피스를 의식 공간에 녹여 넣어서 그 기록, 즉 규칙을 의식 공간에서 만드는 투체 모두에 적용하는 방식이.’

- 로드의 몸, 그러니까 그 히자르의 몸에 녹이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까?

‘다르지. 이 몸에 녹이는 것과 이 몸이 가진 의식 공간에 녹이는 것은.’

- 그렇다면 확실히 고민이 되기는 하겠습니다. 로드께서 직접 나서서 전투를 벌이실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계속 소환체를 사용하실 거라면, 아무래도 의식 공간에 녹여서 소환 투체들에게 그 기록을 적용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그래서 고민이다만.’

- 그런데 그렇게 흡수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까?

‘음, 그건 몸에 흡수하는 것보다 의식 공간에 흡수하는 것이 몇 배는 쉬워. 몸에 비해서 의식 공간은 제약을 덜 받았으니까.’

- 아! 융합의 경지에까지 오르셨던 로드의 의식이 제약을 덜 받았다면······.

‘그래서 그것때문에라도 이 리테라 피스는 의식 공간에 적용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단 말이지.’

도현은 고민 끝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도현의 의식 공간에 리테라 피스 하나가 적용된 그 날, 도현은 자신의 내면에 새로운 아크 공간을 만들 가능성을 엿보게 되었다.

‘이거 재미있네. 이렇게 의식 공간에 리테라 피스들을 모으다보면 결국 하나의 차원을 만들어 내게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그게 곧 아크 차원인 거고?’

- 의식 공간 속에 있는 실제 차원, 그것이 곧 아크라고 보면 로드의 말씀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거 재미있네, 내 아크 공간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또 아크 공간을 만들다니.’

- 하지만 그건 의식의 문제일 뿐이니, 공간의 충돌 같은 것은 없을 거 같습니다. 로드의 의식이 아크 안에 있거나 밖에 있거나, 두 아크가 서로 충돌할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거야 원래 내 아크가 지금 실험장을 만드느라 의식에서 거의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의식 공간에 새로운 차원을 만들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걸?’

- 로드께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어차피 아크에 여러 개의 차원을 가지고 계셨잖습니까.

‘아, 그런가. 리테라 피스를 여러 개 모은다고 해도 결국 차원 하나를 만들어 내는 정도니까?’

- 네, 로드, 여러 개의 차원을 아크에 가지고 계셨던 것에 비하면 약소하고, 또 새로 만든 차원을 원래 아크에 넣을 일이 생겨도 차원 하나를 덧붙이는 것에 불과하지 않겠습니까.

‘뭐, 일단 리테라 피스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크일지 차원일지는 나중에 따져보자. 지금은 고작 리테라 피스 하나를 의식 공간에 녹여 넣은 것에 불과하니까.’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내구성을 높이는 기록이 담긴 리테라 피스를 녹여 넣은 의식 공간을 살폈다.

지금 그 의식 공간의 주된 규칙은 도현이 가지고 온 어둠의 성에 대한 것이 주류였다.

거기에 스승인 바트란에게 배운 영력 비기가 있었고, 리테라 피스에 담겨 있던 기록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재미있네. 그 대단한 리테라 피스의 기록이 여기선 고작 전체를 이루는 기록들의 일부로 쓰이고 있을 뿐이라니.’

물론 그 기록의 효과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게 적용된다는 면이 규격외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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