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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55화 (155/184)

155. 네임드 마수 호르니어 공략

155. 네임드 마수 호르니어 공략

마수 전선은 말 그대로 아베트 종족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마수로부터 지키기 위한 전선이다.

이는 대부분 성벽이나 목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큰 강이나 산등성이 같은 지형 장애를 쓰는 곳도 적지 않았다.

히자르의 몸에 빙의한 도현이 부족 병사들과 함께 책임지게 된 곳도 그런 곳들 중에 한 곳.

그나마 이곳은 다른 지형에 비해서 방어가 무척 쉬운 곳이었다.

성벽 역할을 하는 것이 넓이 3백 미터에 깊이가 수백 미터에 이르는 협곡이었기 때문이다.

마수들이 방어선을 돌파하려면 300미터의 협곡을 날아서 건너거나 혹은 뛰어서 건너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수백 미터 절벽을 내려갔다가 다시 기어 올라와야 하고.

그래서 도현이 도착한 곳은 다른 전선에 비해서 마수와 싸우는 경우가 적었다.

다만.

“한 번 싸우게 되면 정말 위험한 놈을 상대해야 하지.”

하세르는 협곡 건너편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협곡을 건널 수 있는 마수라면 보통 놈이 아닐 테니까요.”

“물론 날개가 달린 놈들이나, 절벽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는 경우엔 하급 마수가 공격해 오는 경우도 많지만.”

“하급이라면 병사들로도 충분히 감당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할 정도는 아니겠죠. 우리들 전사들도 있고.”

“맞아.”

“그런데 이쪽의 네임드 마수가 호르니어였습니까?”

“응? 호르니어?”

“전선에는 각 지역마다 마수들의 중심이 되는 놈이 있다면서요? 그것들에는 이름도 붙어 있고.”

“그렇긴 한데 왜?”

“이쪽에 있는 놈의 이름이 호르니어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러니까 그 놈에게 왜 관심을 가지는 거냐고?”

하세르는 히자르가 과욕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차피 잡아 죽여야 할 놈이니 미리 알아두려고요.”

역시나 대답은 하세르의 예상대로였다.

그 순간 하세르는 정색을 하고 히자르를 노려보며 말했다.

“애송이, 분명히 말하는데, 어설픈 짓은 하지 마라. 네가 엉뚱한 짓을 해서 호르니어를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다.”

“호르니어. 그게 그렇게 무서운 놈입니까?”

“그래. 제 몸과 비슷한 길이의 뿔을 가지고 있는 4족 보행의 마수. 병영에 가면 곳곳에 놈의 형상을 그린 그림이 있을 거다. 누구든 호르니어를 보게 되면 곧바로 전선을 이탈해도 벌하지 않는다는 명령이 내려와 있을 정도지.”

“상대가 되지 않을 테니 도망치라는 거군요?”

“그렇다. 무슨 일인지 요 근래에는 포효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지만, 조심해야 한다. 히자르 네가 혹시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공명심에 앞서서 호르니어를 도발하는 일은 벌이지 마라.”

네임드는 상위의 전사들이 경계하며 견재하는 존재다.

그런 놈을 도발해서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이끌어내면, 전선에 엄청난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하세르는 그것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지금 당장 호르니어를 상대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저 적을 알아두려는 의미였을 뿐입니다.”

“크음. 그래.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

하세르는 히자르의 표정을 살피며 그렇게 말했지만 히자르의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는 것 같았다.

젊고 능력 있는 전사가 과욕을 부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니,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그런 추측은 크게 틀린 것도 아니었다.

도현이 속으로는 호르니어를 잡을 욕심을 불태우고 있었으니까.

‘호르니어, 그 놈이 리테라 피스를 가지고 있는데 안 잡을 수가 있나.’

도현이 마수 전선에 도착했을 때, 에포르가 아크 영역의 삼백육십 차원에 흩어진 기록의 파편에 대해서 알려왔다.

우선, 산산조각 나서 흩어진 그 기록의 파편들을 리테라 피스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먼저였다.

실험에 참가한 초인들이 그렇게 뜻을 모은 것이다.

도현이 그런 의견 조율에서 빠진 것은 본체의 의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밖에 본체가 있는 초인들이 모여서 이름을 결정했으니 도현이 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다음은 도현이 있는 렉아베트 차원에 리테라 피스 수 백 개가 떨어졌다는 이야기였다.

에포르는 밖에서 렉아베트 차원을 살피며 그 리테라 피스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에포르가 찾아낸 리테라 피스 중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마수 호르니어에게 있다고 했다.

‘지금은 호르니어가 리테라 피스를 흡수하느라 잠을 자는 중이란 말이지. 따지자면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이긴 한데.’

문제는 도현이 아직 호르니어를 상대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

잠들어 있다지만 공격을 받으면 깨어날 텐데,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도 호르니어를 잡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네임드 마수는 최하 그랜드 마스터급이라고 봐야지. 그보다 강한 놈은 근원 에너지까지 조금은 다룰 수 있을 정도로 깨우친 놈들이고.’

마수라고 무시할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

네임드 마수 정도가 되면 거의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사고 능력을 지녔다.

그들이 따로 문명을 만들지 못한 것은, 그런 수준의 개체가 많지 않고, 서로 협력하거나 사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거대 무리의 여왕이나 리더 하나가 똑똑한 경우가 있어도, 그 아래에 있는 것들이 우두머리의 지능을 보좌해 주지 못한다.

더구나 어쩌다가 뛰어난 개체가 나오는 식이라 축적해 놓은 지식을 전해 받는 경우도 없다.

그러니 문명을 건설하는 마수가 등장하지 않은 것 뿐, 개체로는 똑똑한 마수도 많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호르니어는 4족 보행의 짐승. 그래서 지능이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지. 하지만 리테라 피스의 흡수가 끝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리테라 피스는 융합 경지의 초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의미를 담고 있는 기록의 조각.

그것을 흡수한다는 것은 그 기록의 효과를 얻는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특수 스킬 하나를 익히는 거라고 봐야겠지. 엄청난 효과를 지닌 스킬.’

물론 그래봐야 링크 경지나 융합 경지의 초인들에겐 하찮은 능력이겠지만, 초인의 경지에 눈을 뜬 수준이라면 만만치 않은 위협이 될 능력일 것이다.

이제야 겨우 마스터 경지에 발을 디딘 히자르의 수준으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는.

‘그러니 어쩔 수 없다. 호르니어가 리테라 피스를 모두 흡수하기 전에 쳐야 한다.’

도현은 고심 끝에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영력을 있는 한껏 끌어모아 의식 공간에 어둠의 성을 한 단계 더 증축했다.

성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도현이 불러낼 수 있는 흑영의 수준과 숫자도 높아지며, 흑영의 특수 능력도 강해진다.

“지금부터 영력 수련을 시작할 것이니, 전선에 투입될 때까지 나를 찾지 말도록.”

도현은 휘하 병사들에게 수련을 방해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고 거처의 지하실로 들어갔다.

* * *

크르르르릉! 크르르르릉!

붉은 코뿔소.

도현이 호르니어를 발견한 순간 떠오른 생각은 그것이었다.

온 몸에 붉은 피를 뒤집어 쓴 거대 코뿔소가 넓은 구덩이 안에 누워 있었다.

언덕 위에 작은 분지처럼 구덩이를 만들고 누운 호르니어.

네 다리의 무릎을 꿇은 상태로 턱을 바닥에 붙이고 잠들어 있는 호르니어의 피부는 피처럼 붉었다.

‘원래는 짙은 회색이었다지.’

그랬던 피부가 붉게 변한 것은 리테라 피스의 영향이었다.

어떤 기록을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피부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정점에 이르러 있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리테라 피스의 흡수가 끝나겠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호르니어의 붉은 피부색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완성되기만 하면 곧바로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그 때가 멀지 않았다는 것도.

‘완성 직전, 그 때를 노려서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흡수가 끝나기 직전, 그것을 방해하면 호르니어가 받을 충격은 그만큼 클 것이다.

마침 그 때가 머지않았다.

‘흑영의 힘으로만 호르니어를 공격해야 했다면 나도 포기했겠지.’

도현은 때를 기다리며 의식 공간에서 새로운 무기를 벼려냈다.

영력을 이용해서 만드는 찌르기 용의 창 하나.

길이가 3미터에 이르고 화살촉처럼 생긴 창의 날에는 폭발의 성질을 지닌 영력을 최대한 집중시켰다.

거기에 창에 부여한 효과는 관통.

대상의 방어를 뚫고 들어가는 효과를 창대 전체에 부여했다.

‘사부인 바트란에게 배운 비기, 이게 없었다면 흑영만으로는 절대 호르니어를 공격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바트란의 비기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바트란의 비기로 만든 무기는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

대신에 비기를 사용하는 전사의 전투력 보정은 평범 이하의 수준이었다.

좋은 무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을 사용할 주체가 너무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무기에 여러 효과를 부여해서 비기의 사용자를 보조하긴 하지만, 그렇게 여러 종류의 효과를 부여하다보면 그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용자를 살리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최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던 바르란의 비기.

차라리 그 무기를 다른 전사에게 쥐어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영력을 이용한 투체를 타인이 쓸 수 있게 하는 것은 제약이 많았다.

덕분에 그냥 무기만 만들면 극상품을 만들 수 있음에도 그럭저럭한 물건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던 바트란.

그 제약이 흑영을 만나면서 완전히 풀려버렸다.

‘흑영은 따로 강화하지 않아도 충분히 강력한 전사다. 거기에 바트란의 무기까지 더해지면 호르니어에게 먹히고도 남을 공격을 할 수 있지.’

한 번만 공격에 성공하면 된다.

그러면 호르니어는 리테라 피스의 흡수에 실패한 충격으로 큰 부상을 입을 것이다.

‘상처입은 짐승을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아, 때가 되었군.’

분지 안.

호르니어의 몸에서 붉은 피부가 광채를 머금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열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화염과 관계된 능력을 얻을 모양이군. 하지만 호르니어 네가 그 기록을 얻을 수는 없을 거다.’

도현과 의식이 연결된 흑영이 의식 공간에 바트란의 비기로 만들어 놓았던 창을 소환했다.

영력으로 만들어진 소환 투체가, 도구인 무기 투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모습을 다른 아베트 인이 봤다면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놈의 약점은 미간.’

도현의 통제를 받는 흑영은 타격점을 확인하고 준비해 뒀던 커다란 바위를 하늘로 던져 올렸다.

뜬금없이 사람 크기의 바위를 하늘로 던지는 흑영.

그 직후 흑영은 당장이라도 던질 듯이 창을 든 손을 어깨 너머로 밀어냈다.

그리고 바위가 하늘로 올라가 그 그림자가 호르니어의 머리에 닿는 순간.

스팟! 콰자작!

흑영의 모습이 호르니어의 미간으로 이동하더니 목표했던 한 점에 창을 내리꽂았다.

번쩍!

투화확! 퍼벙!

그 순간 호르니어의 몸에서 엄청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초고열의 기운을 지닌 마력은 흑영을 단숨에 구덩이 끄트러미로 날려 보냈다.

구덩이 가장자리의 흑벽에 부딪힌 흑영은 당장이라도 소멸될 듯 위태로웠다.

호르니어가 뿜은 초고열의 마력에 몸체가 절반 가까이 녹아내린 탓이었다.

도현은 그 흑영이 소멸되기 전에 다급하게 새로운 흑영을 소환해서 의식을 옮겼다.

꾸어어어어어! 꾸어어어엉!

그 짧은 순간, 호르니어는 몸을일으키고 분노의 포효를 터트리며 흑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해 봐야지?’

하지만 도현은 그런 호르니어가 전혀 무섭지 않았다.

흑영을 통해 본 호르니어의 네 다리는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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