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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52화 (152/184)

152. 이제 나는 아베트 종족의 히자르다

152. 이제 나는 아베트 종족의 히자르다

“으음.”

“정신이 드느냐?”

도현은 다른 초인들처럼 아바타를 만들어 아크 안으로 들어올 필요가 없었다.

아크 마스터는 자신의 아크 내부로 의식을 투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빙의.

다른 초인들의 아바타가 삼백육십 개의 차원에 무작위로 떨어지는 것과 달리, 도현은 미리 정해 놓은 육체에 빙의할 수 있었다.

다만 그 빙의 대상을 찾고 빙의하는 과정은 무척 어려웠다.

도현이 링크한 근원 차원에는 빙의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초인이 소유한 차원 중에서 대상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초인에게 들키지 않고 대상을 물색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게다가 빙의를 하기 위해서는 영혼은 없지만 살아 있는 육체가 필요했고, 그런 육체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상황이 좋아야 했다.

도현은 시험장을 만들고, 실험이 시작이 임박할 때까지 그런 조건에 맞는 빙의 대상을 물색했고, 결국 지금의 육체를 찾을 수 있었다.

“사부님?”

도현은 눈을 껌뻑거리며 힘겨운 모습으로 상대를 불렀다.

“그래, 이 녀석아 사부다!”

“사부님······.”

“3년이다! 자그마치 3년! 이 놈아!”

사부는 도현을 향해 깊은 한을 토해내듯 3년이란 말을 반복했다.

도현이 빙의한 몸이 쓰러져 정신을 잃고 있었던 기간을 말하는 것이었다.

“사부님······.”

“그렇게 부르지만 말고,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네가 누군지는 알겠느냐?”

혹시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까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묻는 스승.

도현은 빙의 전에 확보해 두었던 정보로 그 질문에 알맞은 대답을 할 수 있었다.

“히자르, 저는 히자르입니다. 사부님. 헤카싸림의 히자르.”

“그래, 그래. 너는 히자르다. 헤카싸림의 희망인 히자르.”

도현의 대답에 사부는 눈물을 글썽이며 헤카싸림과 히자르란 말을 반복했다.

헤카싸림은 부족의 이름이고 히자르는 도현이 빙의한 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히자르는.

“헤카싸림의 마지막 전사.”

도현이 중얼거렸다.

“그래, 네가 바로 그 히자르다.”

사부는 제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3년··· 이라 했습니까?”

그런 사부를 향해 히자르가 물었다.

“그래······.”

사부는 그런 제자의 물음에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다행···입니다. 늦지 않아서.”

그리고 히자르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히자르, 너는······.”

“정확히 얼마나 남았습니까. 보름 정도입니까?”

“그래, 정확히 3년이 흘렀다. 그래서 남은 시간이 보름이다.”

“그러면······. 되었습니다. 몸을 추스를 시간은 될 테니까요.”

히자르는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 까무룩 다시 정신을 잃었다.

“히자르! 히자르! 아이고, 이 녀석!”

3년 만에 깨어난 히자르는 잠시의 대화만으로도 힘에 부쳤는지 까무룩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히자르의 몸은 스스로 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제 사부가 돕지 않아도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타고 영력이 흘렀다.

“되었다. 되었어. 그래도 깨어났으니 정말 다행이다. 다행.”

사부는 잠들어 있는 제자의 모습을 살피며 어제와 다르게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에포르!’

- 네, 로드.

‘거기 상황은 어때?’

- 모든 아바타가 아크 방벽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다른 건?’

- 아직 아바타들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찾을 수는 있겠지?’

- 다른 초인들은 하지 못해도 로드의 시종인 저는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삼백육십 차원의 유력자들을 찾아서 모니터링 하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뮤는?’

- 같은 차원에 밀어넣기는 했지만, 아직은 연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때가 되면 만날 수 있겠지. 알았다.’

- 로드, 일단은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십시오. 흑영 하나는 소환할 수 있어야 로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 걱정하지 마라. 준비한 것들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거다.’

- 네, 로드.

‘그래, 그럼 일단 몸을 회복하고 있을 테니, 특별한 일이 있으면 불러라.’

도현은 그렇게 에포르와의 대화를 끝냈다.

지금 에포르는 아크 방벽 안쪽이 아닌 바깥에서 도현의 본체를 지키고 있었다.

도현의 의식이 실험장 안으로 들어와 있는 동안, 도현의 본체를 지키는 역할을 맡은 것이다.

도현의 본체에 문제가 생기면 아크 영역에 문제가 생겨서 실험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기에 콜로세움 전체에 도현을 보호하기 위한 방비가 가득했다.

그래서 에포르의 역할은 도현을 지키는 것보다는 바깥 상황을 살피는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었다.

‘영력.’

도현은 가만히 눈을 감은 상태로 몸 속에서 흐르는 영력에 집중했다.

이 영력이 도현이 히자르를 빙의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였다.

히자르가 있는 이곳 차원은 렉아베트라는 이름의 차원으로 지성족은 아베트 종족 하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아베트 종족은 선천적으로 영력이라는 것을 다룰 수 있었고, 이 영력을 이용해서 스스로를 지켰다.

‘영력은 마력이나 오러보다 한 단계 높은 영역의 에너지지. 거의 그랜드 마스터의 정신 에너지에 근접한 힘이야.’

이것이 도현이 렉아베트 차원의 아베트 종족을 빙의 대상으로 정한 이유였다.

영력에서 한 단계만 나아가면 곧바로 정신 에너지를 다룰 수 있게 되고, 그것은 초인의 경지에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히자르는 영력을 증가시키는 호흡법을 익히다가 욕심을 부려서 죽었지.’

정확하게는 영혼은 사후 세계로 가고, 육체만 살아 있는 상태가 되었다.

히자르의 사부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어떻게든 히자르의 연명 치료를 이어왔다.

심장을 억지로 뛰게 해서 피를 돌리고, 영력을 이용해서 신체 상태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그런 중에 도현의 의식이 히자르의 몸을 차지했다.

‘이미 죽었던 히자르를 대신해서 헤카싸림 부족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거지.’

렉아베트에서는 모든 부족이 20년에 한 번씩 전사를 전선에 파견해야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선은 렉아베트 차원의 팔 할을 차지하고 있는 마수들을 막기 위한 장벽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아베트 종족은 차원 대륙의 남동쪽 구석으로 밀려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 대륙 전체를 마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종족의 안전을 위해서 부족별로 전사를 하나씩 파견하는 것인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부족 전체가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데 헤카싸림 부족에는 그 의무를 위해 파견할 전사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영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모든 부족원이 나름의 전투력은 지니고 있지만, 그 수준이 파견 전사가 될 정도는 아닌 것.

그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히자르와 그의 사부인 바트란 뿐이었다.

바트란은 파견 전사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어 귀환한 이였고, 그런 바트란이 헤카싸림 부족의 파견 전사로 키운 것이 히자르였다.

그런데 파견을 3년 남겨주고 히자르가 영력 증폭에 욕심을 내다가 쓰러져버린 것이다.

만약 히자르가 깨어나지 않았다면 헤카싸림 부족은 아베트 종족의 노예 계층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바트란이 있지만 그는 부상 때문에 파견 전사의 자격을 얻기 어려웠을 테니까.

그런 면으로 봐도, 도현이 히자르의 몸을 차지해서 깨어난 것은 헤카싸림 부족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이미 죽은 히자르는 이미 그 영혼이 사후 세계로 넘어갔으니 상관할 바가 아니었고.

“후우우. 후우우우.”

도현은 하룻밤 내내 깊고 가는 호흡으로 영력을 다스렸다.

3년 전의 폭주로 히자르의 영혼이 죽음의 강을 넘었지만, 그 대가로 히자르의 몸에는 엄청난 영력이 쌓였다.

히자르가 죽음을 맞이한 이유가 바로 그 엄청난 영력을 버티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력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었다.

그 자체로 영혼과 정신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

그런데 히자르는 그런 에너지를 겁 없이 증폭시키다가 버티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영력이 몸에 가득하지만, 3년 동안 딱딱하게 굳었어. 원래 영력은 이렇게 굳기 어려운데, 너무 농도가 짙어서 이런 상태가 되었군.’

도현은 호흡을 통해서 딱딱하게 굳은 영력의 일부를 녹여냈다.

그리고 그 영력을 심상 공간으로 이끌었다.

‘이게 또 재미있단 말이지. 아베트 종족의 영력 수련 방법은 아크 마스터와 비슷하니까.’

영력을 심상 공간에 쌓아서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그 환경에서 자신의 투체를 만드는 것이 아베트 종족의 수련법이었다.

여기서 투체란 싸움을 위한 몸을 이야기하는데, 그 형태는 정해진 것이 없었다.

어떤 아베트는 무기를 만들었고, 어떤 아베트는 전신갑옷을 만들었으며, 또 어떤 아베트는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는 소환체를 만들기도 했다.

그 소환체도 마수의 형태에서부터 인간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중요한 것은 영력의 크기, 그리고 그 영력으로 투체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거지.’

도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내심 피식 웃었다.

자신만큼 그런 구현에 익숙한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나는 일곱 성의 주인이며, 일곱 성의 주민들 하나하나를 구현해 낼 수 있다.’

원래 아크 마스터의 능력으로 성과 성에 포함된 주민을 소환할 수 있었던 도현이었다.

그런데 아베트 종족으로 빙의할 계획을 세우면서, 아베트 종족의 영력 사용법을 연구하다가, 영력을 이용하면 일곱성과 그 성의 주민들을 모두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그만한 영력이 있어야 했지만, 따로 투체를 설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분신 같은 투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엄청난 대접을 받을 수 있지. 그 투체가 전투력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투체는 소멸을 당해도 영력만 회복하면 다시 소환할 수 있기에 자체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분신체 같은 투체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본체는 안전한 곳에 있으면서 위험한 임무를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으니까.

‘마수 장벽에서 큰 공을 세우면 출신 부족도 그만큼 대우를 받게 되지. 굳이 헤카싸림 부족까지 신경을 써 줄 필요는 없지만, 히자르를 생각하면 그걸로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도현은 그렇게 히자르에 대한 마음의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의식 공간으로 끌어들인 영력을 이용해서 어둠의 성 일부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흑영을 소환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어둠의 성을 구현하는 것이다.

‘일곱 성의 주민들은 성을 기반으로 하는 존재들이지. 그래서 성을 얼마나 구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능력이 달라지는 것이고.’

그래서 도현이 처음 각성했을 때에는 점유율이 그렇게 중요했다.

그 점유율이란 것이 성의 활성도를 결정했고, 그에 따라서 성의 주민 역시 능력이 달라졌으니까.

‘보름 밖에 남지 않았다. 그 전에 흑영 하나는 소환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둠의 성을 구현해야 해.’

의식 밖, 현실에 구현하는 것도 아니고, 의식 세계에 구현하는 일이다.

그것은 재료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

도현은 히자르의 몸에 굳어 있는 영력을 녹이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히자르가 깨어나고 며칠 후, 사부 바트란은 집 밖으로 나온 히자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히자르!”

바트란은 깜짝 놀라 히자르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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