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 링크를 위한 근원
147. 링크를 위한 근원
“너는 운이 좋았다는 것을 알아라.”
링크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코무니가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면 너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무래도 당시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코무니가 큰 눈을 뒤룩뒤룩 굴렸다.
“에이, 내 기록 이식 공격에 차원 근원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 때, 링크까지 흔들려놓고, 지금 그런 말을 해 봐야······.”
“그래서 하는 말이다. 당시에 내가 이곳 차원을 포기하고 독하게 수를 썼으면 너를 죽일 수 있었다.”
도현은 당시 상황이 자신에게 유리했다고 기억했기에 반론을 제기했지만, 코무니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 도현을 끝장낼 확실한 수단이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곳 차원을 포기하고?”
그건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이었기에 도현도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 차원에 대한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에 짧은 시간이라도 링크의 활성도를 높이는 거지. 그랬으면 충분히 너를 찍어 누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 수가 있다고?”
도현은 그게 정말 가능했을지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코무니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네가 나에게 세 번째 역변의 기회를 만들어 주었기에 보답으로 하는 충고다. 링크 초인들을 가볍게 보지 마라.”
코무니가 신중한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말했다.
도현은 그것이 코무니의 진심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음, 내가 불완전한 링크 초인만을 보고, 완전한 링크를 가진 초인을 과소평가했다는 건가?”
도현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보기엔 그런 거 같다. 두 개의 차원만이라도 완전한 링크를 이룬 초인이라면 그 차원에서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자그마치 두 개의 차원을 하나처럼 쓸 수 있으니까.”
“두 개의 차원을 하나처럼.”
“그래, 세 개의 차원을 링크하게 되면 더욱 대단해지겠지만, 둘이라도 네가 어찌해 볼 상대가 아니다.”
코무니는 도현에게 자신의 말을 새겨 넣기라도 하려는 듯이 선명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계속 같은 말을 하네?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지?”
도현도 코무니가 진심이며, 그것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기에 그의 말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래.”
“알았어. 네가 나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 마음에 깊이 새겨두지.”
“그러는 것이 좋을 거다.”
“하지만 뭐, 그 전에 나도 링크에 성공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래도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은 싫은 도현이었다.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코무니의 걱정을 없앨 가장 좋은 수단은 자신 역시 링크 초인이 되면 그만이다.
“그건 그렇다만······.”
“자, 그러니까 다음 순서를 해 보자고. 나는 차원 회랑을 이용하지 않고 링크를 만들어야 한단 말이지.”
결국 둘의 관심은 다시 링크로 이어졌다.
“아크에는 차원 회랑이 없으니까?”
“그래. 그러면 여기서 차원 회랑을 대신할 뭔가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곧바로 근원을 연결할 링크를 만들 것이냐를······.”
“효율로 봐도 곧바로 링크를 만들어야지. 사실 링크만 만들어지면 그 후에는 회랑 따위를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
“그렇지. 링크를 완성한 후에는 두 차원 간의 이동이나 제어를 따로 신경 쓸 일이 없어. 링크 된 차원들은 그냥 하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 정도야? 아무 제약도 없다고?”
“몇 번을 이야기 해? 완전한 링크는 근원을 하나로 연결한 거라고. 차원이 멀리 떨어져 있더라고 링크의 주인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거야. 그래서 무섭다는 거고!”
“그래, 그래. 네가 무섭다고 하는 이유가 조금씩 감이 잡히네.”
도현은 고개를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링크의 위력은 훨씬 강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캐슬.”
“왜?”
“링크에 쓸 근원이 하나 필요하지 않아? 아크에 있는 근원 말고, 다른 것을 하나 구해 와야지.”
“음, 전에 알케이네스 차원에서 근원 하나를 떼어낸 적이 있었는데, 그건 원래 있던 근원과 결합시켜 버렸지. 그래서 하나 새로 구하긴 해야 해.”
도현은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을 허무하게 써 버린 것 같아서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근원에 근원을 더하다니, 그게 가능했단 말이야?”
그런데 코무니는 도현이 과거에 근원을 결합시켰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뭐? 그냥 필요 없는 기록을 지우고, 간소환 시킨 후에 녹여 넣었을 뿐인데.”
도현은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는 듯이 코무니를 보았다.
“미친 거지!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두 근원이 서로 쌍둥이처럼 닮아 있어야 하는 거잖아. 너도 기원 기록에 대해서 알 거 아냐?!”
“아, 태초에 근원에 새겨진 기록?”
“그래, 그건 무슨 수를 써도 지울 수가 없단 말이지. 그런데 두 개의 근원을 결합시키는데 그 기록이 충돌을 일으키면 어쩔 거야?”
“그야······.”
“그걸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지. 그래서 처음부터 충돌을 일으킬 일이 거의 없는, 닮은 꼴 근원만 결합이 가능하다고.”
“아니, 기록을 봉인할 수는 있잖아.”
근원에 새겨진 기록에서 근원 에너지를 뽑아내어, 비활성화 시키는 방법.
도현은 그것을 봉인이라고 표현했다.
“기원 기록을 어떻게 봉인해? 잠시라면 모를까 어차피 근원 에너지가 조금씩 흘러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그런가?”
“근원에 새겨진 기록을 완전히 봉인하는 것은 불가능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근원 에너지를 흡수해서 활성화 되거든.”
“그런가? 나는 계속 봉인 상태가 유지되던데?”
“그렇다면 네 근원이 진짜로 급이 낮은 것이겠지.”
“어?”
“단순하고, 기록이 몇 개 없는 그런 근원 말이야. 그런 경우라면 네 말처럼 될 수 있지.”
“아, 그러네.”
코무니의 말에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크 차원, 즉 일곱성 차원의 근원은 정말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그것에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을 결합해서 조금 제대로 된 꼴을 만들긴 했지만, 처음에는 정말 기본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근원이었다.
‘내가 운이 좋았던 거네. 일곱성 차원의 근원이 하찮았던 것이 도리어 도움이 된 거였어. 아무것도 모르고 미친 짓을 해도 탈이 나지 않았던 건, 그런 운 덕분이었던 거군.’
도현은 처음으로 근원에 대해 알게 되고, 그 이후 근원을 가지고 했던 여러 시도를 떠올리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겁도 없이 했었던 몇 가지 시도들은 자칫하면 근원의 폭주로 이어지기 딱 좋은 것들이었다.
만약 아크에서 근원의 폭주가 일어났다면, 지금의 도현을 만든 일곱 성들이 모두 소멸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우. 미친! 나 정말로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거구나?!’
도현은 저도 모르게 내심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코무니도 도현의 모습에 더는 말하지 않기로 했는지, 거기서 말을 끊었다.
“그래서, 그 근원 말이다.”
하지만 아직 할 말은 남아 있었다.
도현이 링크에 쓸 근원을 확보하는 것은, 이야기를 마무리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건 전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여기까지 너를 찾아온 것은 이곳의 근원을 빼앗아 갈까 했던 거기도 하고.”
“내 근원을?!”
도현의 말에 코무니가 발끈했다.
그러자 레드 계열로 바뀐 그의 피부가 한층 화려한 빛과 무늬를 만들었다.
“후우, 아니지. 그건 이미 지난 이야기니까.”
하지만 곧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코무니.
“그래, 나도 이젠 그런 생각은 안 하니까.”
“못 하는 거겠지.”
“그렇긴 하지. 인정.”
“그래서 어쩔 건데? 새로운 근원을 구해야 한다며?”
“왜? 뭐 해 줄 이야기라도 있어?”
“그야 도움이 될 법한 차원을 몇 알고 있기는 하지.”
“응?”
“도움이 될 차원?”
“그래, 링크 연습을 하기 위한 거니까 될 수 있으면 근원의 기록이 간결하면 좋겠지.”
“그런가?”
“나 같은 경우엔 조금이라도 근원 에너지가 많고 기록이 복잡한 쪽이 좋지. 그걸 감당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니란 거네?”
“내 생각에는 될 수 있으면 쉽고 간단한 것을 찾는 것이 좋을 거 같다.”
“연습이니까?”
“그것도 있지만, 너는 너의 아크 공간에서 직접 근원과 근원을 연결하는 방식이잖아.”
“그렇지.”
“중간에 차원 회랑이 없으니까 근원의 기록이 서로 충돌하는 것을 막아줄 거름막이 부족하다고 봐야지.”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작고 하찮은 근원을 쓰라는 말이네?”
“그렇지. 그리고 그런 차원이 또 무척 가치가 있는 거기도 해. 너만 그런 차원을 찾는 건 아닐테니까.”
“음?”
“생각을 해 봐, 초인이 된다는 것은 근원 에너지를 느끼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거지만, 그 완성은 근원에 동화해서 그것을 소유하는 거지.”
“아, 그러니까 단출한 근원이 의외로 인기가 많다는 거네?”
“맞아.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소개할 차원도 큰맘 먹고 내어주는 거라고.”
“하하하하. 그런 차원을 알고 있다는 거네?”
“내가 링크할 차원을 찾기 위해서 하위 차원들을 얼마나 뒤지고 다녔겠어?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특이한 차원들도 있는 거지.”
“그 특이한 차원들 중에 근원이 작고 미약한 것도 있고?”
“그래.”
“고맙다!”
“아주 그냥 말 한 마디로 뚝딱 가지고 가려고?”
“준다면서?”
“뻔뻔하기는.”
“하하하하.”
도현은 크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렇게 도현은 별다른 대가 없이 링크 연습에 쓰기에 알맞은 차원의 근원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코무니, 좋은 놈이었구나?!’
* * *
- 로드, 이 차원에는 생명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 근원의 기록에 생명체의 탄생이나 번식에 대한 내용이 없으니 당연하지.
- 뮤, 너는 좋겠군. 근원의 기록을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로드께서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데.
= 에포르 네가 근원을 파악하고 그 기록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게 초인과 뭐가 다르지?
- 하긴 나는 초인이 아니라 군왕성에 속한 관리자일 뿐이지.
내가 괜한 것을 욕심낸 모양이군.
“에포르, 일곱성 차원의 근원에는 너와 다른 권속들에 대한 기록도 있다. 그것들을 잘못 건드리면 너희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살피는 중이지.”
- 그렇습니까?
= 간단히 그렇습니까 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근원의 기록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것을 고쳐서 존재의 극적인 진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네가 한층 더 성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 그렇게 되어 로드께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급히 욕심을 낼 생각은 없다.
= 그렇다면 뭐, 나도 더 할 말은 없다만.
“당장은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기록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일곱성에 대한 기록들도 손을 볼 생각이니 기대해라. 에포르.”
- 감사합니다 로드.
“자, 그럼 이제 이곳 차원의 근원을 분리해 볼까?”
도현은 옥으로 된 구슬 모양의 근원에 집중하며 말했다.
이곳 차원에는 생명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빛과 어둠, 바람과 물, 불 따위도 없었다.
오로지 한 덩어리의 바위.
차원 자체에 대기권조차 없이 그저 덩어리진 바위 하나가 고작이고, 그 크기도 지구의 위성인 달 정도에 불과했다.
‘무척 간단한 기록. 하지만 차원을 유지하는 기원 기록은 분명하게 새겨져 있다. 거기에 흙과 대지의 성질에 대해서도 무척 선명하고 강력한 기록이 있고. 그런데······.’
도현은 근원에 새겨진 기록들을 살피며 일곱성 차원의 근원과 충돌할 요소들을 하나씩 찾고 있었다.
그런데 근원에 새겨진 기록들을 살피던 중, 도현은 깜짝 놀랄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거 뭐지? 활성화되지 않은 기록이 있다고? 그것도 거의 기원 기록에 가까운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