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포일로 종족의 역변이라는 변수
146. 포일로 종족의 역변이라는 변수
코무니는 링크를 통해 강력한 힘을 얻었다.
하지만 그 힘을 제대로 쓰려면 그 차원의 근원을 완전히 손에 넣어 링크를 완성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코무니가 이곳 차원에 있는 이유는 근원과의 동화율을 높이고 자신이 소유한 근원과 링크를 시키기 위한 것.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 이곳 차원은 아직 제대로 링크를 완성하지 못했고, 그만큼 힘을 쓰는데에도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도현은 코무니가 링크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그런 사실을 짐작했다.
그래서 기록을 이식해서 차원 근원의 균형을 무너뜨려 코무니의 불완전한 링크를 공략하기로 했던 것이다.
“멈춰! 멈추란 말이다!”
갑작스럽게 쏟아진 기록 수정의 공세를 코무니는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코무니는 당황해서 고함을 지르며 도현을 향해 더욱 근원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웃기지 마라!”
도현은 일곱 성 차원에서 가지고 올 수 있는 최대한의 근원 에너지를 끌어와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최대한 근원 에너지를 집중시켜 코무니의 공격을 막아내며 황금의 성에서는 계속해서 기록 수정을 쏟아냈다.
코무니 역시 도현이 이식시키는 기록들을 지우며 도현을 압박했지만 쌓아 올리는 것보다 허무는 것이 쉬운 법.
도현이 기록을 이식할 때마다 근원의 균형이 흔들렸다.
코무니가 그런 여파까지 말끔하게 해결을 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차원의 근원과 연결된 링크가 흔들렸고, 그 결과는.
쿠우우우우웅! 콰지지지직!
“이, 이런!”
갑작스럽게 코무니의 근원 에너지가 급감했다.
그래도 아직은 도현보다 강력한 근원 에너지를 쓰고 있었지만, 이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것은 분명했다.
“하하하. 코무니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도현이 시원하게 웃으며 당황한 표정으로 코무니를 보았다.
코무니의 돌출된 눈동자가 슬그머니 주위를 살폈다.
딱 봐도 꽁무니를 빼려는 기색이다.
“코무니, 네 링크 차원 중에 하나가 포일로 차원이겠지?”
그런 코무니를 향해 도현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코무니의 기세가 다시 험악해지며 죽일 듯이 도현을 노려봤다.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
도현이 포일로 차원을 입에 올린 것은, 코무니가 도망을 쳐도 포일로 차원으로 찾아가면 그만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그것은 도현이 포일로차원까지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고.
“뭘 새삼스럽게 그래? 원래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거잖아. 괜히 후환을 남겨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
“네 놈이 감히 링크가 완성된 내 차원에서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코무니가 발악하듯 고함을 질렀다.
“이곳에서 캐슬 네가 이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아직 제대로 링크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가 포일로 차원으로 온다면 너는 절대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 그거야 가 보면 알겠지.”
“그래, 오너라. 제발 오기를 기다리마.”
“하하하. 그래서 이쪽 차원은 포기할 모양이지?”
“지금껏 들인 공이 아깝지만, 이 정도 손해야 따지고 보면 그리 큰 것도 아니지. 지금껏 링크에 실패했던 차원이 한 둘도 아니고.”
“와, 말아먹은 차원이 많았나 봐?”
“캐슬, 기대하고 있어라. 앞으로 내가 너를 어찌 할지.”
“뒤끝 있네?”
“네가 나를 몰아세우니 나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솔직히 이번 일은 네가 문제 아니었나? 뮤-지하가 이를 갈고 있던데?”
“그건 뮤-지하와 나의 문제······.”
“그 뮤-지하가 나의 종복이 되었다니까? 너 같으면 부하의 문제를 모른 척 할 수 있겠냐? 그래서야 제대로 된 주인이라 할 수 없지.”
“끄응.”
“그러니까 이쯤해서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을 하는 게 어때?”
“뭐? 뭐라고?”
“좋은 거 있잖아. 사과와 배상. 내가 그동안 이걸 좀 받아 봤는데, 끝나고 나면 서로 좋은 관계가 되더라니까?”
“이, 이이이! 빠드드득!”
도현의 말에 코무니가 이를 갈았다.
그런데 그런 코무니의 얼굴빛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어어? 설마 역변?”
그 모습에 도현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원래 코무니의 피부는 약간의 그린 포인트가 블루 계열이나 어두운 갈색에 섞여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보색에 가깝게 붉은색 계열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와, 포일로의 역변이 여기서?”
도현이 진짜 놀랐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감탄을 터트렸다.
피부색의 극적인 변화.
그것은 포일로 종족이 인생에서 극적인 상황을 만났을 때에만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포일로의 역변, 그것은 포일로 종족들이 일생을 살면서 백에 한 명도 경험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코무니가 그 역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멋진데? 붉은 두꺼비도롱뇽이라니.”
이전과 달리 레드 계열의 점들이 가득한 피부색을 지니게 된 코무니를 향해 도현이 엄지척을 올려 주었다.
포일로 종족의 역변에는 마땅히 축하와 찬사를 더해주는 것이 종족의 관례였으므로.
“하아, 정말 이런 경험은 오랜만이군. 짜릿해!”
피부색이 붉은 계열로 바뀐 코무니가 묘한 눈빛으로 도현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그렇게 도현을 보던 코무니가 말했다.
“우리 포일로들은 도전을 좋아하지.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기도 해.”
“그거야 나도 알지.”
“그런데 나 정도가 되면 그런 일은 드물지. 솔직히 목숨을 걸 일은 많아. 하지만 그것이 새롭기는 어렵지. 살아가면서 숱하게 경험하며 반복된 일들이니까.”
“뭐, 따지고 보면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 그런 거 아닌가?”
“내가 초인이 될 때는 정말 대단했지. 나는 태어나기를 그린 스킨으로 태어났는데, 하얀색으로 변했으니까. 그것이 내 첫 번째 역변이었다.”
“와, 그거 대단하군. 하얀색 포일로는 거의 없지 않나?”
“그렇지. 우리 포일로가 귀의 색과 모양으로 특성을 나누긴 하지만, 역변의 피부색이 특별한 것도 큰 자랑거리가 되니까.”
“그런데 그 하얀색도 또 역변을 했군?”
“그래, 링크를 알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역변을 했지. 솔직히 새로 얻은 색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야? 두 번의 역변이라니. 와, 그런데 지금 세 번째 역변까지 했군? 포일로 종족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겠어.”
“크음. 세 번이 흔한 것이 아니긴 하지.”
도현의 칭찬에 겸연쩍은 듯 작게 헛기침을 하는 코무니의 표정에도 숨기기 힘든 자부심이 묻어나고 있었다.
“축하한다.”
“고맙군.”
“그런데 이번 일이 네게 그만한 의미가 있었던가? 역변을 일으킬 정도로?”
짧은 인사가 오간 후, 도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도대체 뭐가 코무니에게 역변까지 일으킬 일이었을까?
“미친 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단 말이냐?”
그러자 코무니는 기가 찬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뭐? 나는 그저 서로에게 좋은 제안을 했을 뿐인데?”
“하위 초인 따위가 나를 겁박하며 협박 같은 제안을 한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냐?!”
“그렇게 나를 깎아 내리면 듣는 내가 좀 섭섭하지 않겠어? 그리고 그거 역변까지 할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코무니가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도 도현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그렇게 물었다.
“그래, 이해를 못할 수도 있겠지. 포일로마다 역변의 이유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정말 개인적인 문제거든.”
“그래서 너의 이번 역변에 대해서 설명해 줄 생각이 있긴 해?”
“네가 역변의 이유였으니 당연히 알려줘야지.”
“그래?”
“너는 근원을 링크하는데 성공한 초인들과 그렇지 못한 초인들의 격차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그것이 네가 나의 역변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겠지.”
“그만큼 차이가 있다고?”
“다수의 근원을 링크로 연결했다는 것은 무척 큰 의미를 지닌다. 실상 사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과 같지.”
“범인과 초인의 차이처럼?”
“그래, 그 정도로도 모자라긴 하지만, 대충 그렇다고 하자. 그럼 너는 범인이 초인인 너를 겁박하고 협박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면 어떨 것 같으냐?”
“으음. 내가 너에게 했던 사과와 배상의 요구가 그 정도라고?”
“그보다 더하지!”
코무니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솔직히 너를 보자면 링크 초인과 그렇지 않은 나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푸하하하. 너희식의 표현으로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을 모르는 거지. 네가 만약 포일로 차원으로 나를 찾아왔다면, 너는 그 자리에서 눌려 죽을 수도 있었다. 여기에서 나를 상대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겠지.”
“그 정도라고?”
“경험을 하고 싶다면 나중에 포일로로 와라. 그러면 실감나게 해 주지.”
“그런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포일로를 가겠냐?”
“크하하하. 걱정하지 마라. 나의 새로운 역변을 이끌어 낸 너를 해칠 생각은 없으니까. 그냥, 경험만 시켜주마.”
“그래? 그러면 좀 혹하긴 하네. 포일로가 역변을 두고 거짓말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무튼, 그런 거다. 링크를 완성한 초인인 내가 너에게 협박을 당한 것은.”
“아니, 그렇다면 굳이 사과와 배상이라는 내 협상을 진지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잖아! 너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면.”
힘이 곧 법이다.
요즈음 도현이 절실하게 느끼는 말이었다.
그러니 코무니 정도의 힘을 지녔다면 도현의 제안을 깊이 생각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현의 말을 듣고 역변까지 했다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 그리고 합당한 배상을 하는 것.”
“그래, 그게 내 조건이었지.”
“아니, 그것만이라면 나는 절대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 나는 그것 이외에는 바란 것이 없는데?”
“아니지. 사과와 배상 이후에 우리들의 관계가 남지 않나.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우호적인 관계.”
“응? 그거야······.”
“내 인정과 사과와 배상. 그 뒤에 쫓아오는 것이 너와의 관계 회복이라면, 그것은 고민을 해 볼 일이지. 그리고 이곳.”
코무니가 화려하게 변한 붉은 손가락을 펼쳐 땅을 가리켰다.
“이 차원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면, 그 또한 소소하다고만 할 수 없는 이득인 것이고.”
“그런 이유로 고민을 했다고?”
“그러다보니 이런 행운도 생겼지.”
코무니는 양 팔을 벌리고 맴이라도 돌 것처럼 팔을 좌우로 천천히 휘둘렀다.
“좋아. 그럼 사과는 뮤-지하에게 하는 걸로 하고, 배상만 정하면 되겠군?”
도현이 절대 봐 주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코무니를 바라보았다.
“이미 결정을 내린 바,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 우선 뮤-지하에겐 내 과욕과 무시와 편협함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 정중하게 사과하지.”
=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배상은 마스터의 뜻에 따르면 된다.
코무니의 말에 아크에 있던 뮤-지하가 텔레파시를 통해 의사를 전해왔다.
“화가 안 풀린 거 같은데?”
그런 뮤-지하의 태도에 코무니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식이면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괜찮아. 뮤는 내게 속한 상태라 나의 의지에 따르게 되어 있으니.”
“그래? 그럼 다행히 뮤-지하는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겠군.”
“그래서 말인데, 그 배상이라는 거.”
“그래. 무얼 원하지?”
“내가 요즈음 링크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는데 말이야.”
“뭐?”
“아니, 너희와 나는 다르잖아. 나는 아크에서 링크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라고.”
“아, 그렇지.”
“그러니 나에게 링크에 대해서 좀 알려줬으면 해. 다른 놈에게 좀 배우긴 했는데, 부족한 것이 많아서 말이야.”
“음, 이미 링크를 배웠다고?”
“그런데 그건 너희 방식이지 아크 마스터의 방식은 아니라서. 하지만 너의 링크 방식도 알아두면 내 연구에 도움이 될 거 같거든.”
“이건 배상의 무게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또 이미 링크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얼추 가치 균형이 맞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딜?”
“······.”
“······.”
“그래, 받아들이지.”
잠시 눈싸움이 벌어진 후, 코무니는 결국 도현의 협상안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도현은 링크를 가르쳐줄과외 선생을 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