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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44화 (144/184)

144. 이왕이면 차원의 근원은 코무니에게서

144. 이왕이면 차원의 근원은 코무니에게서

“프에베자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조페라쿰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도현에게 물었다.

“그래. 오르츠라는 초인이 무척 강하더군. 나로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도현은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오르츠가 그렇게 강한 초인이라고?”

조페라쿰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붉은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오르츠가 왜 프에베자에 가려는 너를 막은 거지?”

“그건 네가 알아볼 문제 아닌가? 어쨌거나 나는 이번 일에선 손을 뗄 거야. 승산이 없거든.”

오르츠가 중급 초인에 오르려 한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링크와 관계될만한 이야기가 나올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도현은 급히 그란다르 차원을 떠났다.

조페라쿰은 도현이 의뢰를 완수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난 듯 했지만 드러내고 항의하진 않았다.

대신 다음에 적당한 차원을 찾게 되면 다시 도와달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도현도 조페라쿰과 척을 질 이유가 없었기에 여유가 되면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렇게 그란다르 차원을 떠나 몰티 차원으로 돌아온 도현은 링크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근원 간의 링크에 필요한 통로를 만드는 것이었다.

초인의 경지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근원 링크의 기반이 되는 링크 통로.

그것을 만드는 일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난관이 있었다.

차원 회랑을 통해서 양쪽 차원의 근원을 서로 연결하는 방식은 무척 위험했다.

때문에 도현은 처음에 지구와 몰티 차원의 근원을 링크시키려 했던 계획을 곧바로 포기해야 했다.

자칫하다가는 지구와 몰티 차원에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건 곤란한데? 적당히 써먹을 차원이 없어.”

도현은 링크 통로 연구의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 하위 차원을 서로 연결하면 어떻겠습니까?

= 바보같은 소리. 차원 회랑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아, 그렇군. 차원을 개발해서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차원 회랑으로 연결할 수 있었지?

= 그렇다. 그러니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하위 차원을 실험용으로 쓰는 것도 불가능하지.

에포르와 뮤-지하는 그렇게 링크 통로 연구의 난관을 정리했다.

- 로드, 그냥 적당한 차원을 찾아서 실험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그렇습니다. 굳이 그 차원에 속한 종족이나 생명체들을 배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에포르와 뮤-지하는 도현에게 이렇게 권하기도 했다.

“뭐, 알케이네스 차원을 말아 먹은 경험도 있는데, 이제와서 선을 지키는 것도 우습기는 하지?”

에로프와 뮤-지하의 권유에 도현도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때는 알케이네스 종족 전체에 대한 증오가 있었고, 복수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짓을 하고도 나의 내면이 무너지지 않았던 거지.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닌데, 아무 차원이나 재물로 삼는다면 그 때는 내가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거 같거든.”

결국 도현은 그렇게 스스로 거리낌이 생기는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 그럼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조심스럽게 연구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 연구 과정이 몇 배는 어렵겠습니다만 마스터께서 그리 하시겠다면 저희야 따를 밖에요.

도현이 결정을 내리자 에포르와 뮤-지하는 곧바로 그 뜻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도현이 작정하고 링크 통로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하자 여러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은 나하고 안 맞아.”

그리고 얼마 후, 도현은 오르츠에게 배운 방식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단 링크 통로를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근원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링크를 하려는 초인은 그 기준이 되는 근원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어야 했다.

즉, 초인들이 근거지의 근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도현도 기준이 되는 근원을 그만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링크의 대상이 되는 근원 역시 그와 비슷할 정도로 이해해야 했다.

그래야 서로 링크를 시키고 또 조율도 할 수 있는 것.

그런데 도현의 힘이 되는 근원은 일곱성 차원의 근원이고, 그것은 심상 공간에 존재했다.

그러니 일반 초인들과는 링크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로드의 아크 안에서 근원들의 링크를 이루어야 하는 거군요?

= 그럼 차라리 잘 되지 않았습니까? 굳이 차원 회랑이 연결된 차원을 찾을 필요가 없으니 말입니다.

- 하위 차원에서 근원을 떼어서 아크에 들여 놓는 방식이 로드의 성장 방향이 될 거 같습니다.

“원래 아크에 차원의 수를 늘리는 것이 내 힘을 키우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긴 했지. 하지만 여러 개의 근원을 넣을 수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고.”

- 그 문제를 링크라는 방법으로 해결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맞습니다. 링크된 근원들은 하나로 볼 수 있으니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하는데, 차원 회랑 없이 링크 통로를 만들 수 있을까 모르겠네. 그리고 아크에 일곱성 차원의 근원이 아닌 새로운 근원을 넣었을 때, 충돌하는 것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걱정이고.”

아크는 하나의 차원이었다.

거기에 새로운 근원을 넣어 활성화시키면 또 다른 차원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도현의 직감이 그런 경우 근원들의 충돌이 일어날 것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거 쉽지 않네. 그래도 차원의 근원을 하나 준비하기는 해야겠지?”

제법 긴 시간, 차원 회랑을 이용한 링크 통로를 연구한 끝에 도현의 연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 * *

“티라헤티피, 이번엔 바리바리오 형제들의 말을 전하러 왔다고?”

“그래요.”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모양이군.”

“아뇨. 이번 일은 저도 조금은 지분이 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지?”

“전에 코무니가 숨어든 차원을 수배했죠?”

“그 결과가 나온 건가?”

“네, 바리바리오 형제들과 제가 힘을 모아서 결국 코무니가 있는 차원의 좌표를 찾아냈죠. 그래서 저의 지분도 주장할 겸 이렇게 제가 대표로 오게 된 거예요.”

“그래? 지분 주장이라? 어떤 걸 원하는 거지?”

“호호호. 우리 학술원이 이번 일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를 거예요. 그러니 캐슬 님도 제 공을 기억해 달라는 거죠.”

“그렇다면 그건 바리바리오 형제들에게 대가를 받는 것이 옳지 않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바리바리오 형제들은 나에게 코무니의 행방을 알려주려 노력하겠다고 했지.”

“그렇죠.”

“그리고 그건 내가 따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약속이었어.”

“네, 그런데요?”

“그러니 티라헤티피, 네가 바리바리오 형제들을 도와서 코무니의 행방을 찾았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바리바리오 형제들에게 받아야 옳다는 거지. 지금 코무니의 행방이 나에게 전해지는 건 바리바리오 형제들의 힘이니까.”

“으음. 결국 저는 바리바리오 형제들을 대신해서 정보만 전달하는 입장이 되는 거네요? 그리고 그들을 도운 거니까 대가도 그 쪽에서 받고요?”

“그런 거지.”

“하아, 너무 야박한데요?”

“물론, 나도 네가 이번 일에 도움을 줬다는 것을 잊지는 않을 거야. 빚은 없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은 담아두겠다는 거지.”

“그거라도 감지덕지? 그래야 하는 거죠?”

“싫으면 말고.”

“아니요. 말 그대로 감지덕지하죠 뭐.”

“그래서 코무니가 있는 차원의 좌표는?”

“매정하기도 하셔라. 용건만 빠르고 간단하게, 뭐 그런 건가요? 여기 있어요.”

티라헤티피는 불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학술원의 탐사일지 하나를 도현에게 내밀었다.

도현은 그 탐사일지를 받아서 자신의 탐사일지에 겹쳐 넣었다.

도현의 탐사일지가 훨씬 상급의 것이었기에 티라헤티피가 준 탐사일지는 가루가 되어서 흡수되었다.

“이러면 이 탐사일지로 코무니가 있는 차원에 갈 수 있는 거겠지?”

“물론이죠. 캐슬 님의 탐사일지는 임시 차원 회랑을 여는 것이 허락된 탐사일지니까요.”

도현의 물음에 티라헤티피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탐사일지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학술원은 묘한 구석이 있어.”

도현이 그런 티라헤티피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차원 회랑의 생성에 간섭할 수 있는 탐사일지를 생각하면, 너희 학술원은 보통이 아니거든.”

“에이, 그건 아니죠. 의회의 수호자도 임시로 차원 회랑을 열 수 있고, 사냥꾼 길드의 사냥꾼이나 용병단의 용병들도 가능한 일인데.”

“하지만 그 중에서 학술원이 가장 차원 회랑의 시스템에 가까운 거 같단 말이지.”

“제가 학술원의 원장이기는 하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다른 초인들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 차원 회랑의 시스템에 접속하는 수단이.”

“호호호. 제 밑천을 꺼내 놓으란 말은 아니죠?”

“남의 것을 억지로 뺏는 성향은 아니다. 그저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면 나누자는 주의일 뿐이지.”

“어머나, 여기 더 있다가는 홀랑 벗겨질 거 같으네요. 이만 가야겠어요.”

도현이 정말로 자신의 비밀을 캐내려 할까 걱정된다는 듯이 티라헤티피는 엄살을 부리며 재빨리 차원 회랑을 열고 사라졌다.

“오르츠가 소문을 다 냈다고요. 캐슬 님을 조심하라고.”

임시 회랑의 입구가 닫히기 전에 티라헤티피는 그렇게 말했고, 도현은 언젠가 오르츠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크하하하 반갑다. 코무니.

“뮤-지하? 네가 어떻게 여길? 아니, 캐슬? 너도?”

“잘 있었나? 그동안 제법 성과가 있었던 모양이군.”

“어떻게 둘이 함께 온 거지?”

코무니는 커다란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딱 봐도 자신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란 것은 분명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코무니는 뮤-지하에게 지은 죄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뮤-지하와 캐슬이 함께 오다니.

= 네가 나의 차원에서 했던 짓을 잊지 않았겠지?

뮤-지하가 코무니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네가 뭘 어쩌겠다는 거지? 네 힘으로 나를 어쩔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지만 코무니는 뮤-지하가 무섭지 않았다.

근거지를 떠난 뮤-지하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뮤-지하와 함께 온 도현.

코무니는 아크 마스터인 도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캐슬, 설마 뮤-자하의 복수를 돕기 위해서 함께 온 건 아니겠지? 응?”

코무니는 제발 아니라고 해 달라는 눈빛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도현은 그런 코무니의 기대를 깔끔하게 박살냈다.

“미안하지만 뮤의 주인으로서 종복의 한을 풀어줄 의무가 나한테 있는 거 같아서 말이지.”

“뭐? 뭐라고 뮤가 뮤-지하는 아니겠지? 어떻게 뮤-지하가 네 종복이 될 수 있지?”

코무니는 너무 놀란 듯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 네게는 불행이겠지만 내가 마스터의 종복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마스터께선 내 복수를 허락하셨지.

혼란에 빠진 코무니에게 절망의 선고처럼 뮤-지하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리고 그것이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개전 선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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