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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42화 (142/184)

142. 그러니까 그거 좀 가르쳐주면 안 될까?

142. 그러니까 그거 좀 가르쳐주면 안 될까?

오르츠는 녹색 피부를 지닌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은 지성이 없이 폭력적인 몬스터도 있지만, 그 한계를 뛰어 넘은 지성종족도 있었다.

지금 도현의 눈앞에 있는 오르츠는 그런 지성종족 고블린이었다.

게다가 도현이 느끼기에 오르츠는 지금껏 만났던 초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근원 에너지를 다루는 초인이었다.

“프에베자로 가는 것을 막는 이유를 알고 싶은데?”

도현은 오르츠의 격한 반응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이유? 하아, 미치겠군. 내가 왜 그것을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오르츠는 머리를 흔들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이라도 도현을 공격하려는 과격한 기세를 뿜었다가, 다시 그 선택을 망설이는 조심스러운 느낌, 그러다가 다시 도현을 죽일 듯이 살의를 토해 내기도 했다.

도현도 그런 오르츠의 표정과 기세의 변화에 따라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곱 성 차원의 근원 에너지를 끌어 올려 대비했다.

“후우, 아크 마스터는 정말 귀찮은 존재로군.”

결국 오르츠는 짧은 한숨과 함께 끌어 올렸던 기세를 풀어버렸다.

도현에 대한 공격 의사를 포기한 것이다.

“고맙다.”

도현은 그런 오르츠에게 감사를 표했다.

오르츠가 적대적인 태도를 버린 것에 대한 인사였다.

“일단 내 거처로 가지.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오르츠는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하고는 훌쩍 몸을 날려 허공으로 녹아들었다.

도현은 그렇게 사라진 오르츠의 종적을 찾아서 와이번을 소환해 따라가려 했다.

그런데 오르츠가 사라진 허공에 이동용 게이트가 생겨났다.

게이트 너머로는 응접실 공간이 보였고, 오르츠는 소파에 앉아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게이트를 넘어 오르츠의 응접실로 들어갔다.

“프에베자로 가는 것을 막는 이유를 물었지?”

도현이 오르츠의 맞은편 소파에 몸을 묻자 오르츠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 동안 프에베자로 가는 차원 회랑에 간섭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내가 가려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드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

“후우, 솔직히 나는 그 이유를 알려주기 싫다. 하지만 그래서는 너를 설득하기 어렵겠지. 그래서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가 이런 대화의 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을 다시 한 번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 그래야지. 너는 정말 날강도 같은 놈이니까.”

“응?”

“내가 프에베자로 들어가려는 너를 막는 이유. 그걸 설명한다는 것은 초인의 큰 비밀 중에 하나를 알려주는 것과 같다. 그러니 네가 날강도라는 소리를 들어도 억울해 할 것은 없지.”

“큰 비밀이라고?”

“끄응. 그래.”

오르츠는 도현의 확인에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허공에 손짓을 해서 탁자 위에 찻잔과 도자기 주전자를 소환했다.

그리고 자신의 잔과 도현 앞의 잔에 천천히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도현은 그것이 오르츠가 격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행동임을 짐작하고 말없이 찻잔이 차기를 기다렸다.

“후우. 너는 아마도 찬탈자, 조페라쿰의 의뢰로 프에베자를 찾는 것이겠지?”

오르츠는 차를 모두 따른 후에 다시 한 번 깊은 심호흡 후에 그렇게 물었다.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놈이 프에베자를 욕심내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 때문이지.”

“그래?”

“하지만 조페라쿰의 알량한 재주로 프에베자를 잡아먹을 수는 없지. 그런 상황에서 아크 마스터인 네가 프에베자로 가려 한다면? 그건 조페라쿰의 수작일 가능성이 크지.”

“그렇군. 맞다. 조페라쿰이 프에베자를 요리해 달라고 하더군.”

“크하핫, 요리. 그래, 그게 맞는 말이겠지. 놈이 한 입에 삼킬 수 있도록 힘을 빼 달라고 했을 테니까.”

“그걸 오르츠 네가 막고 나섰지.”

“그럴 수밖에. 프에베자는 내가 관리하는 차원이니까.”

“관리하는 차원?”

“이제부터가 중요하지. 이게 바로 내가 너와 싸울지 말지를 갈등하게 했던 비밀이니까. 잘 들어라.”

오르츠는 작은 체구에서 나온다고는 믿기 어려운 묵직한 기세를 뿜으며 도현을 보았다.

그런 오르츠의 모습에 도현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초인은 하나의 차원에서 근원을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그 다음은 다른 차원으로 관심을 돌리지.”

“근거지를 옮긴다는 말인가?”

“그건 조페라쿰처럼 부족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럼?”

“내 소유의 차원과 다른 차원을 연견하는 것이다. 일종의 링크지.”

“링크?”

“근원과 근원을 연결하는 것. 그래서 두 개의 근원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을 말한다.”

“근원을 묶는다고? 그냥 떼어내서 다른 근원에 더하는 것과는 다른가?”

“당연히 다르지. 차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원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인은 그렇게 연결된 근원까지 동화해 나가지. 그렇게 링크에 성공한 근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초인의 힘이 강해진다. 그것이 바로 상위 초인으로 가는 길이란 말이지.”

“네가 망설였던 것이 그거였군. 초인의 성장 방법을 숨기고 싶었던 것.”

“쯧, 그렇다. 너도 나도 이와 같은 비밀을 알게 해서 좋을 건 없으니까.”

“경쟁자의 문제인가?”

“그것도 그렇지만, 깜냥도 되지 않는 것들이 링크를 서두르다가 차원들을 날려 먹는 것을 염려하는 것도 있다.”

“음, 링크에 실패하면 차원이 붕괴되기도 하는 모양이군.”

“차원의 근원을 건드리는 것은 언제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

“그렇군. 그래서 프에베자는 네가 링크하고 있는 차원이라는 말이군?”

“그렇다. 아직 완전히 링크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제법 성과를 내고 있지. 그런데 그 덕분에 근원 에너지가 풍부해진 프에베자를 찬탈자가 노리는 것이지.”

“조페라쿰은 프에베자가 너의 링크 대상 차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던데?”

“그 놈이 그걸 알 수는 없지.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포기시킬 수도 없어서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하긴 상황 설명을 하자면 근원의 링크도 설명해야 하니 쉽지 않은 결정이겠군.”

“너도 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놈들에게 옮기지 마라. 아까 이야기했지만 잘못하면 수많은 차원이 횡액을 맞을 수 있는 문제다.”

“알았다. 함부로 퍼트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완전히 입을 닫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구나?”

“그건 지키지 어려운 약속이니까.”

“하긴, 그렇겠지.”

“걱정하지 마라. 경솔하게 입을 열지는 않을 테니까.”

“······. 어차피 내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알아서 해라.”

“그래, 그러지.”

“그럼 이제 프에베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까?”

오르츠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도현을 바라보았다.

이에 도현은 양 팔을 살짝 벌리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기서 내가 뭘 더 할 게 있기나 한가? 프에베자는 오르츠 네가 관할하는 차원이라며?”

“포기한다는 건가?”

“조페라쿰 때문에 너와 적대적인 관계가 될 이유는 없지. 조페라쿰이 준다는 보상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건 너와 적이 되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약소한 것이니까.”

“이번 아크 마스터는 꽤나 현명한 편이군.”

도현의 말에 오르츠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른 아크 마스터도 알고 있는 모양이지?”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그래? 그럼 네가 만난 아크 마스터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줄 수 있나?”

“네 명의 아크 마스터를 만났지만 솔직히 해 줄 이야기는 별로 없다. 그 중에 둘에게는 내가 가졌던 것을 빼앗겼고, 다른 둘은 나를 피해 도망쳤지. 그리고 그 네 명의 아크 마스터들 중에 셋은 죽었고, 하나는 어딘지 모를 곳으로 도망쳤다.”

“응? 죽고 도망쳤다고?”

“욕심이 화를 부른 거지. 아크 마스터들은 모두 스스로 부른 화에 불타 죽거나 죽을 위기를 피해서 도망쳤다.”

“그거······.”

“너도 조심해라. 한 손으로 여러 손을 당할 수는 없으니까. 여러 손이 뭉치게 만들지 말아야 할 거다.”

“으음.”

도현은 오르츠의 충고에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너는 지금처럼만 한다면 괜찮을 거다. 굳이 얻을 이익도 없이 너를 건드릴 초인은 없을 테니까.”

“그런가?”

“고작 몇 명이 모여서 너를 도모하긴 어려우니 적잖은 수를 모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명분이 있어야 하지.”

“내가 그 명분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거군?”

“맞다. 그런 면에서 너는 꽤나 현명한 상황 대처를 하는 것 같다.”

“다행이네.”

도현은 그렇게 대꾸하며 피식 웃었다.

따지고 보면 이것 역시 힘의 문제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여러 손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굳이 협상을 하고 배려를 하려고 했을까?

물론 도현 자신의 성향을 보면 선을 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것도 넘치는 힘을 손에 쥐었다면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뮤-지하를 키웠다는 워지하드를 뛰어넘을 정도나 되어야 그런 힘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지. 그 전까지는 항상 머리 위를 조심해야 해.’

단순히 같은 레벨의 초인들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조페라쿰이 말했던 것처럼 상위 초인들의 노림을 당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너와 이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 내키지 않는다.”

“응? 그건 무슨 소리지?”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 말은 오르츠 네가 나를 잡을 수 있을 거 같다는 말인가?”

“잡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감당하는 건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

“그런데 왜 이렇게 대화로 상황을 풀어나가고 있는 거지?”

“프에베자 때문이다.”

“이곳 메노로카에서는 나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데, 프에베자를 지킬 자신은 없다는 건가?”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프에베자나 이곳 메노로카나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링크의 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네가 절묘한 시점에 나타난 거지.”

“그래서 양보를 하기로 한 거고?”

“그렇다.”

“그럼 양보를 하는 김에 조금 더 해 주는 건 어때? 대신에 나도 너에게 갚아야 할 빚이 하나 있는 것으로 기억해 두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프에베자를 내어 놓으란 소리를 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당연히 그건 아니지”

“그럼?”

“링크, 그거 좀 알려줘!”

“뭐, 뭐라고!?”

도현의 말에 오르츠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깜짝 놀라며 입을 떡 벌렸다.

초인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핵심 비법인 근원의 연결.

그것을 맡겨 놓은 물건 찾듯이 요구하다니.

오르츠로선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다 알려달라는 건 아니야. 그냥 기초만 좀 알려 줘. 그럼 나중에 나도 네 부탁을 들어주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사이좋게 지내자는 거잖아. 아크 마스터 하나 알아둬서 나쁠 거 없지 않겠어?”

“웃기는 소리!”

은근한 도현의 말에 오르츠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한 마디로 일축했다.

“역시 어려운가?”

“당연한 소리를! 내가 링크를 깨우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세월을 궁리했는지 모를 거다. 그 세월을 고작 나중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로 얻어 가려 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뭐, 되면 좋고, 아니면 아쉽고. 그런 거였지.”

“끄응. 가당치도 않은.”

“알았다 알았어. 뭐 그렇게 열을 내고 그래? 그냥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건데.”

기가차서 말문이 막히는 오르츠를 향해 활짝 웃어보이는 도현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르츠의 성에는 도현이라는 식객 하나가 머물기 시작했다.

도현 스스로는 손님이라 하고, 오르츠는 거머리라 하는, 묘한 동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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