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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40화 (140/184)

140. 왜 나를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건지 모르겠군

140. 왜 나를 심부름꾼으로 여기는 건지 모르겠군

큰 유혈 사태 없는 봉합.

도현은 뮤-지하와 바리바리오 형제들의 일을 그렇게 평했다.

물론 뮤-지하의 톨루사 차원은 소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뒤집어졌지만, 지금은 다시 뮤-지하의 손길을 받아 회복하는 중이었다.

근원의 기록이 제 멋대로 뒤엉켜 소멸 직전까지 갔던 차원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 호락호락할까.

뮤-지하는 그야말로 진땀을 흘리며 복구를 진행했고, 도현은 그 곁에서 뮤-지하의 기록 설계를 보고 배웠다.

거기에.

- 로드, 바리바리오 신체 진화법에 대한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바리바리오 형제들의 신체 능력 향상에 대한 연구도 놓치지 않았다.

바리바리오 형제들은 모두가 거인족에 속하는 이들이었는데, 그래서 그들의 연구를 다른 종족의 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개선점을 찾은 후에 황금의 성을 통해서 그것을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황금의 성에서 이루어지는 실험은 실제가 아닌 가상이었지만, 거기서 검증을 마친 연구에서 오류가 생기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

황금의 성을 통해서 근원 에너지나 근원의 기록에 대한 일종의 가상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것이다.

뮤-지하를 통해서 근원의 기록을 설계하는 기법을 배우고, 황금의 성을 통해서 바리바리오 형제들의 신체 진화를 연구하는 투 트랙.

도현의 시간은 그렇게 바쁘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날, 도현이 마음속에 티눈처럼 거북하게 박혀 있던 찬탈자에 대한 소식이 들어왔다.

“오랜만이네요. 그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셨어요.”

“티라헤티피, 어쩐 일로 연락도 없이 나를 찾아왔지?”

톨루사 차원에서 뮤-지하의 차원 복구를 지켜보며 배우고 있던 도현을 티라헤티피가 찾아왔다.

그녀는 뮤-지하와 용병왕 쿠소유차에 대한 정보를 도현에게 전한 후, 일체의 연락을 끊었었다.

도현이 그녀의 방문에 놀란 것은 그런 이유였다.

“원래 불구덩이에서는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잖아요.”

“그러니까 위험한 상황을 피해 있었다는 소리군? 그럼 나를 찾아왔다는 건 이제는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한 거겠고.”

“유명인이 되셨잖아요. 내가 아크 마스터를 찾아온다고 누가 시비를 걸겠어요?”

“그런가?”

“다들 캐슬 님과 문제가 생기는 것은 피하고 싶을 걸요?”

“소문이 흉하게 난 모양이군.”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냥 바리바리오 형제들이 양보하고 물러났다는 소문이 퍼진 거죠. 바리바리오 형제들이 딴에는 제법 유명한 이들이거든요.”

“내 소문이 그 정도라면 신경 쓸 일은 아니군. 못된 소리가 나도는 것은 아닌 모양이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나를 찾은 이유는 알 수가 없군.”

“솔직히 저도 이렇게 급하게 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조페라쿰이 자꾸만 재촉을 해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조페라쿰?”

“사냥꾼 길드의 길드 마스터 찬탈자요.”

“그 데몬족? 그가 뭘 재촉했다는 거지?”

한 번 목을 잘랐던 상대였다.

그런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니 별로 달갑지 않은 도현이었다.

자연스럽게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초대를 했는데, 잊었는지 오지 않는다고 알아봐 달라더군요.”

“음? 설마 그 놈은 내가 그 초대에 응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단 말인가?”

“조페라쿰의 말로는 둘 사이의 은원은 말끔하게 해결되었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도현의 반응이 의외였던지 티라헤티피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목이 잘리고 제 몸뚱아리를 보상이라고 던져 놓고 갔던 건 너도 봐서 알 텐데?”

“그러니까요.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 사과 아닌가요? 그리고 캐슬 님도 그 사과를 받아들이셨고요.”

“뭐, 썩 시원한 감은 없어도 일단 사과를 받았다는 건 인정하지. 굳이 사과하며 도망가는 놈을 쫓아가 때리고 싶진 않았으니까.”

“그런데 왜 초대는······.”

“그렇다고 내가 그 놈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 게다가 나는 그 놈에게 볼 일이 없거든. 전에 뮤-지하나 용병왕의 정보가 필요했을 때에는 네가 아니면 그 놈을 찾아갈 생각은 했었지만.”

“아, 딱히 만날 이유가 없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별로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그런데 그 놈이 무슨 이유로 나를 만나려는 거지? 딱히 만나지 않아도 상관없는 사인데, 너를 보내서까지 연락을 한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호호호. 그렇죠. 조페라쿰도 마냥 순수한 의도로 캐슬 님을 초대하는 건 아닐 거예요.”

“그런데 너는 그 놈의 심부름을 하고 있군?”

“저야 그냥 말만 전하는 일인데, 부담이 될 게 뭐겠어요?”

“그러니까 결정은 내 몫이다. 너는 권유를 하려는 뜻은 없다?”

“네. 그거죠.”

“묘하게 발을 빼는 느낌이군.”

“살짝 조언을 드리자면, 조페라쿰은 뮤-지하나 바리바리오 형제들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음? 위험하다고?”

“아, 그러니까 조페라쿰이 캐슬 님께 무슨 수작을 부린다는 소리가 아니라, 실력? 아니면 능력? 그게 좀 뛰어나다는 거죠.”

“전에 봤을 때에는 그다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거야 조페라쿰이 그란다르 차원을 떠나 있었으니까 그런 거죠.”

“조페라쿰이 있는 차원의 이름이 그란다르인가?”

“네. 원래는 초대형 마수가 지배하던 차원인데, 조페라쿰이 그 마수를 사냥하고 격을 빼앗았죠.”

“음? 마수를 사냥한 것은 알겠는데 격을 빼앗은 건 뭐지?”

“사냥꾼 길드의 비법 중에 사냥감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 있어요. 조페라쿰이 그 비법을 사용해서 그란다르 차원의 지배자를 사냥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거죠.”

“재미있군. 사냥감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

“그래서 그의 이명이 찬탈자인 거예요.”

“그 말은, 놈이 나를 사냥하면 나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

“그건······.”

티라헤티피는 도현의 물음에 답을 망설였다.

“그럴 가능성은 있는 모양이군.”

“네, 가능성만 따지자면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그만! 책임지지 못할 추측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조페라쿰이 나를 사냥감으로 생각할지 아닐지 너도 모르는 일일 테니.”

“아, 그래요. 캐슬 님의 말씀이 맞아요.”

“아무튼, 조페라쿰이 내가 지금껏 만났던 초인들보다는 한 수 위의 실력을 지녔다는 말이지?”

“네, 제가 위험하다고 한 건, 그가 실력이 뛰어나다는 말이지, 조페라쿰이 캐슬 님을 어찌 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렇다는 말이지. 조페라쿰이 그렇게 강하단 말이지.”

도현은 조페라쿰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더 강력한 존재, 그것은 도현이 지금의 단계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을 터였다.

“궁금하긴 하군. 조페라쿰이 왜 나를 보고 싶어 하는지.”

도현은 티라헤티피가 가지고 온 소식을 두고 한동안 고민했다.

- 로드, 그 데몬족을 만나실 생각이십니까?

= 찬탈자를 그의 차원에서 만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에포르는 걱정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뮤-지하는 조금 더 강력하게 경고했다.

하지만 도현은 조페라쿰의 초대에서 위험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다지 나쁜 느낌은 없어. 그리고 조페라쿰이라고 해도 설마 포탈 이동을 막을 수 있겠어?”

도현은 자신의 포탈 이동 능력이라면 조페라쿰의 차원으로 가더라도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 *

팔뚝보다 약간 짧은 짐승의 뿔.

살짝 휘어진 모습이 산양의 뿔이 부러진 것처럼 보이는 그것을 도현은 한참 노려봤다.

과거 알케이네스 차원의 붕괴 후에 초인들이 보냈던 초대장.

지금 도현이 들고 있는 것은 그 때, 찬탈자가 전령을 통해서 보냈던 그것이었다.

- 그걸 그냥 쓰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전처럼 그냥 전할 말만 담아서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현이 그 초대장을 쓸 것처럼 보이자 에포르가 조심스럽게 조언을 건넸다.

“놈이 티라헤티피를 보낸 건, 나에게 직접 찾아오라는 뜻인 건 에포르 너도 알잖아.”

- 그렇다면 그란다르 차원과 교류하는 다른 차원을 찾아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맞습니다. 초대장을 쓰게 되면 곧바로 찬탈자의 곁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 다른 차원을 통해 이동하면 찬탈자를 곧바로 마주칠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포르와 뮤-지하가 번갈아가며 초대장 사용을 말렸다.

하지만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초대장을 받았는데, 뒷구멍으로 들어가는 건 좀 아니지. 너무 없어 보이잖아.”

- 그건······.

“일단 뮤.”

= 네, 마스터.

“네가 먼저 그란다르 차원으로 가 있어. 그 뒤에 내가 이 초대장으로 조페라쿰을 찾아갈 테니까.”

= 먼저 가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라는 말씀이군요?

“그래, 들키지 않고 대기할 수 있겠어?”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네가 내 권속이 된 건 소문이 날 대로 났으니까 조페라쿰도 네가 그란다르 차원에 온 것을 알게 되면 경계를 할 거야. 그러니까 안 들키도록 조심해.”

=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렇게 도현의 명을 받은 뮤-지하가 떠나고 얼마후 도현은 결국 찬탈자 조페라쿰의 초대장에 근원 에너지를 주입했다.

* * *

“그란다르에 온 것을 환영한다. 아크 마스터 캐슬.”

도현이 초대장에서 뿜어진 검붉은 섬광에 휩싸여 차원을 이동하자 곧바로 조페라쿰의 환영 인사가 들려왔다.

도현은 곧바로 주변을 인식했다.

지름이 1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공동이었다.

여기저기 불규칙적으로 거대한 돌기둥이 천정을 떠받치고 서 있는 지하 공동.

그 중앙에 수백 개의 계단이 있는 단이 있고, 그 단 위의 의자에 조페라쿰이 앉아 있었다.

도현이 도착한 곳은 단을 오르는 계단이 시작되는 위치였다.

“짜증나는 배치네. 이건 시비를 거는 건가?”

훌쩍 몸을 날려 허공으로 솟구친 도현이 조페라쿰과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아, 실례했군. 내 초대장이 격에 맞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그 때, 그 초대장을 보낼 때에는 그것이 적당하다 싶었는데, 지금은 분명한 나의 실수다.”

조페라쿰은 도현의 말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사과했다.

도현은 그런 조페라쿰의 말에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실수란 말이지?”

“그렇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좋아. 그렇다고 치지. 어차피 네가 아쉬워서 나를 불렀는데, 이후에 갚아줄 방법이야 얼마든 있을 테니까.”

“으음?”

도현의 반응이 예상과 달랐을까?

대놓고 두고 보자는 식의 말에 조페라쿰의 눈동자가 가늘게 떨렸다.

“하하하하. 이거 마음이 많이 상한 모양이군. 내 다시 한 번 사과하지. 정말로 실수였을 뿐이다. 다른 의도는 없었다.”

조페라쿰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 팔을 벌려 보이는 행동을 하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설마 도현이 앞으로의 협상에 감정적인 대응을 할 거란 엄포를 놓을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별로 기분도 안 좋은데, 용건이나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때? 그냥 가려다가 꾹꾹 참고 있는 거니까 딴 소리는 하지 말고.”

“으음. 이거 생각지도 못한 실수 하나가 아크 마스터의 심기를 상하게 했군. 끄응.”

여전히 까칠한 도현의 반응에 조페라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용건은?”

그런 조페라쿰을 향해 도현이 다시 한 번 재촉했다.

“의뢰다.”

그러자 조페라쿰도 더는 도현의 마음을 달랠 생각을 하지 않고 간단하게 용건을 말했다.

“의뢰? 그건 용병왕에게 할 일 아닌가? 전에 코무니 그 놈도 그러더니 다들 왜 나를 심부름꾼 취급을 하는 거지?”

도현이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조페라쿰을 노려봤다.

“아니 그거야 당연한 거지.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이야?”

그러자 조페라쿰은 도리어 이상하다는 듯이 도현을 바라보았다.

“뭐? 나를 심부름꾼을 취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곧바로 도현의 반발이 튀어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을 심부름꾼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니, 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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