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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38화 (138/184)

138. 뮤-지하는 도현의 종복이지요?

138. 뮤-지하는 도현의 종복이지요?

= 워지하드다.

도현의 물음에 뮤-지하는 무거운 음성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워지하드?”

= 내 스승. 나를 초인으로 이끌어 줬던.

“스승이라고?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뮤-지하의 대답에 도현은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나타났던 반응으로 봐서는 스승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이다.

도리어 노예의 주인이라면 모를까.

= ······. 나를, 실험체로 쓰려고 했다.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지.

하지만 이어진 뮤-지하의 말에서 그 이질감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음, 이제야 무슨 일인지 조금 이해가되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워지하드를 피해서 도망쳤다. 다시 워지하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 해도 어려울 정도로 멀리 떠나온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의 그건?”

= 내, 영혼 깊은 곳에 놈이 수작을 부려 놓았던 거겠지. 내가 너에게 속한 존재가 되려 하자, 놈이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금제를 발동하려 한 것이다.

“일종의 조건부 발동이었다는 거네? 너는 네게 그런 금제가 걸려 있는 것도 몰랐다는 거고?”

= 그렇다.

“그 워지하드, 어떤 사람이냐?”

도현은 초인의 영혼에 감쪽같이 금제를 숨겨 놓았다는 그 워지하드란 존재가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 초인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알겠지?

도현의 질문에 뮤-지하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인지 주변 설명부터 시작했다.

“수준 차이가 있는 거야 당연하겠지. 그런데 딱딱 정해서 나누는 급도 있나? 들어본 적이 없는데?”

= 물론 그런 것은 없다. 하지만 대충 수준별 구별은 가능하겠지. 그 중에 우리 같은 수준을 하급으로 본다면, 그 위에 중급, 상급, 최상급이 있겠지.

“그렇겠지.”

등급을 나누는 보편적인 방법이니 이의를 제기할 것도 없다.

물론 자신이 하급 수준에 속해 있다는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기준을 그렇게 잡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 그 중에 워지하드는 최상급이라고 보면 된다.

뮤-지하는 조금 전의 그 목소리가 최상급에 속하는 초인이라고 했다.

“최상급? 잘도 그런 놈에게서 도망치는데 성공했군.”

도현은 워지하드가 최상급이라는 사실에도 놀랐지만, 뮤-지하가 그 최상급 초인의 손에서 탈출했다는 것에 더 놀랐다.

= 아니지. 실패한 거였다. 조금 전에 봤으니 알겠지. 나는 여전히 워지하드의 손아귀 안에 있었던 거다. 놈은 그저 나를 잠시 방치해 뒀을 뿐이었던 거지.

뮤-지하의 목소리에는 허탈한 느낌이 가득했다.

결국 자신은 워지하드를 벗어나지 못했었다는 자괴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뮤-지하는 다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 그런데 지금은······, 운 좋게 그 마수에서 벗어났군. 하하하.

“대신에 내게 속한 존재가 되어 버렸고?”

그게 웃을 일인가?

도현의 대꾸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었다.

= 네가 나를 실험체로 쓰지는 않을 거 아닌가? 워지하드에게 끌려가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이지.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다행이긴 하다만······. 문제가 있군.”

도현의 얼굴에 불만스러운 기색이 담겼다.

= 무슨? 설마 내가 존대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가?

뮤-지하도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도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존대를 하라면 할 건가?”

= 내 존재를 소유한 마스터인데 뭐든 시키는 대로 해야지. 존대 해 주기를 바라나?

뮤-지하의 대답에 망설임은 없었다.

마스터가 원하는 대로.

“완전히 내 것이 되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 겉으로 보이는 표현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도현도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투의 승자로서 행사한 권리.

그 결과 종복으로 삼은 자에게 존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뮤-지하의 대응도 즉각적이었다.

=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그런 뮤-지하의 반응에 도현은 활짝 웃었다.

* * *

톨루사 차원의 붕괴가 멈추고, 뮤-지하는 새로운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 몸을 만든 뮤-지하는 톨루사 차원의 복구를 시작했다.

도현은 톨루사 차원에서 흡수한 근원 에너지를 다시 뮤-지하에게 돌려주었다.

뮤-지하는 그 근원 에너지를 톨루사 차원으로 되돌리며 근원에 예전의 기록을 하나하나 새겨 나갔다.

“배울 게 많아.”

“그렇습니까?”

“그래, 근원의 기록을 엮는 솜씨가 좋은 것도 있지만, 서로 충돌할 수 있는 기록들을 적절하게 조절해서 배치하는 것은 정말 탁월하군.”

“감사합니다 마스터.”

“하긴, 그 몸을 새로 만드는 과정만 해도 대단했지.”

도현은 그렇게 말하며 뮤-지하가 자신의 몸을 새로 만들어 내던 소생의 과정을 떠올렸다.

도현은 마력 심장에 영혼만 남은 뮤-지하가, 자신의 몸을 새로 만드는 과정을 곁에서 모두 지켜봤었다.

뮤-지하는 톨루사 차원의 근원에 자신의 몸을 만드는 기록을 새겨 넣었는데, 그 기록들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그리고 그렇게 톨루사 차원의 근원을 이용해서 몸을 만든 후, 그는 톨루사 차원에서 자신의 몸과 관계된 기록을 모두 지워버렸다.

도현은 그렇게 근원에서 기록을 지우면 뮤-지하의 새로운 몸도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의외로 뮤-지하의 몸은 그대로 남았다.

도현이 그 이유를 차근차근 연구해 보니, 뮤-지하가 근원에 새겼던 기록을 카피해서 그 자신의 몸에 새겨 넣은 것을 알게 되었다.

뮤-지하는 근원의 힘을 빌려 새로운 몸을 만든 후에, 유지하는 것은 그 몸이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수를 쓴 것이었다.

“재밌는 방법이었지.”

그런 기억을 떠올린 도현은 다시 한 번 감탄한 기색을 담아 중얼거렸다.

“마스터, 제가 그런 방법을 개발해 낸 후에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도현의 감탄에 뮤-지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깨달은 것?”

“그렇습니다 마스터.”

“그게 뭐지?”

“저에 대한 기록이 어딘가에 있을 거란 사실입니다.”

“그야 당연히 뮤 네가 태어난 차원에 기록이 남아 있겠지.”

도현은 뮤-지하의 말에 숨은 뜻을 모르겠다는 듯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그렇겠지만 제가 그 차원을 떠나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후로는 그 근원에 새로운 내용이 적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응?”

근원에 차원의 모든 것이 기록된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그 차원에 속한 존재가 다른 차원으로 가게 되면 어찌 되는 걸까?

도현은 자신이 그것에 대해서는 고민해 보지 못했음을 알아차렸다.

“차원 밖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근원도 영향을 주거나 받지 않으니까, 제가 떠난 후에는 그곳에 저에 대한 기록이 새겨지지 않았겠지요.”

“그런가? 그렇겠군.”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여러 차원을 전전하며 떠돌며 계속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또 다른 차원의 근원에 제 기록을 새겼다가 지우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렇지.”

“이렇게 차원을 넘나드는 이들에 대한 기록을 기록하는 곳이 어딘가에 있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

도현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저는 그것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을 중급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응?”

“그리고 그 중급이 모여 상급의 규모가 되고, 그 상급이 모이면 최상급이 된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참 하찮은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는군. 그래도 차원을 넘나들며 차원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존재인데 말이지.”

“때로는 아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나마 워지하드를 먼저 알고 있었기에 충격이 덜했습니다만.”

“하긴, 너는 그 자를 최상급 수준일 거라고 말했지. 그런 존재를 알고 있으니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폭력에도 버틸 수 있었겠지.”

차원을 넘어 다른 차원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옴파로를 알게 되면서 몇 개의 차원 규모를 넘어서 엄청난 숫자의 차원이 뒤엉켜 있는 범위까지 인식이 확장되었다.

그 인식의 범위는 초인이 된 후에도 그리 넓어지지 않았다.

그저 옴파로라는 차원의 중심과 그와 연결된 다른 차원들 정도가 인식의 범위였을 뿐.

물론 그런 옴파로와 비슷한 규모가 또 여럿 있을 것이란 점까지는 추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옴파로 정도의 규모는 고작 하급 초인들의 활동 범위일 뿐이라니.

“만족하며 산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네가 말한 중급 수준의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나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박살낼 수 있겠지.”

“살다가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을 만나는 경우는 그저 운이 없었다 하고 지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중급 수준 이상의 초인과 얽히게 되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감수하란 말이구나?”

“아시지 않습니까? 그 정도가 되면 불가항력입니다. 그게 싫다면······.”

“끝없이 정진해서 위로, 위로 올라가야 하겠지.”

“그렇지요. 하지만 그건 선택의 문제일 뿐입니다.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나 같은 놈에겐 강요나 마찬가지지. 내 의지를 억압당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싫으니까.”

“마스터께서 그러시다면 당연히······.”

“하아, 최상급 초인이란 말이지? 지금 우리 수준만 하더라도 차원 하나에서는 신이나 다름이 없는데, 중급, 상급을 넘어서 최상급? 기가 막힐 일이군.”

도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규모.

도현은 스스로의 인식 범위가 중급 초인의 그것에도 닿지 못함을 인정해야 했다.

옴파로 영역 규모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모여서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한 수준이 아닌가.

아직 옴파로 영역조차도 감당이 안 되는데.

“마스터께서는 포기하고 안주하실 생각이 없으시군요.”

뮤-지하가 은근히 기쁜 표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야 당연하지. 하지만 당장 무슨 수가 있는 건 아니야. 도리어 뮤, 너에게 도움을 받을 일이 더 많을 거야.”

“저야 기꺼이 마스터의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좋아. 고마워.”

“별말씀을!”

“그러면 이제 용병왕을 좀 만나야겠군.”

“아, 용병왕.”

도현의 말에 뮤-지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의뢰로 몰티 차원에 혼란을 유도하고 있는 용병왕인데, 자신이 도현의 종복이 되어 버렸으니 상황이 곤란해진 것이다.

“뮤, 네가 가서 용병왕에게 항복을 권해 봐. 저항하면 네 꼴이 되는 거고, 지금 항복하면 적당히 배상을 받는 정도에서 끝내겠다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상황이 곤란해진 뮤-지하였지만 도현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그였다.

그에게 과거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 상태나 다름이 없었다.

‘과거의 내가 죽어서 마스터의 종복인 지금의 내가 태어났다. 그러니 과거를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뻔뻔한 생각이지만, 뮤-지하로서는 스스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핑계였다.

그래서 뮤-지하는 용병왕을 만났을 때에도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마스터께서 네게 항복을 권유하셨다. 나는 네가 마스터의 권유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너를 위해서라도.”

“이, 이 미친 용인족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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