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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37화 (137/184)

137. 뮤-지하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낯선 목소리

137. 뮤-지하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낯선 목소리

“허억! 허억!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쿠르르르르릉! 콰과과과광!

차원 톨루사, 용종들의 낙원이 뒤틀리고 있었다.

용종들에게 맞춰져 있던 차원의 질서가 흐트러지며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뮤-지하는 어떻게든 차원 근원의 기록을 바로잡기 위해서 애쓰다가 어느 순간 넋을 놓아 버렸다.

그런 뮤-지하의 옆으로 황금빛 수정 가루가 흘러가 거대한 암석의 알(卵)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황금빛 수정 가루는 다른 차원의 근원에서 추출해 온 기록.

그것이 톨루사 차원의 근원에 이식되는 것이다.

쿠르르르르릉! 콰과과과광!

그와 동시에 톨루사 차원 전체가 뒤틀리며 들리지 않는 비명을 지른다.

뮤-지하는 톨루사 차원의 근원에서 에너지가 제 멋대로 폭주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폭주를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애를 써 봐야 아크 마스터가 근원의 기록 몇 개만 다시 새겨 넣으면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것임을 알고 있었다.

벌써 수십일 동안 그런 싸움을 반복해 오지 않았던가.

“포기한 거냐?”

넋을 놓고 서 있는 뮤-지하를 향해 도현이 물었다.

뮤-지하는 그런 도현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세로로 갈라진 눈동자에 총기가 빠지고 없었다.

공허하고 멍해 보이는 눈빛.

“그렇게 봐도 소용없어. 나는 절대로 방심하지 않을 거니까.”

그런 뮤-지하를 향해 도현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지?”

뮤-지하가 물었다.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소리야. 놓아주지 않을 거니까.”

“빠져 나가? 내가?”

“어차피 톨루사 차원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야. 게다가 근원 에너지도 기록들의 충돌로 날뛰는 중이라 제대로 끌어 쓰기도 어렵지. 이런 상황에서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그러니까 너를 피해서 내가 도망을 갈 거라는 소리구나?”

“아니야? 나는 네가 그렇게 할 거 같은데?”

“······.”

뮤-지하는 말없이 한동안 도현을 쳐다봤다.

여전히 총기가 없는 눈빛.

하지만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공허한 눈빛에서 분노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깊이 감추고 있던 증오까지 더불어서.

“그럴 줄 알았어. 쉽게 포기할 놈이 아니지.”

도현이 그런 뮤-지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뮤-지하의 레어와 암석으로 된 알을 포위하며 1만의 산성병사와 천 단위의 흑영과 레인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울러서 레어 상공에 모습을 드러내는 탑의 성까지.

“끝장을 보겠다는 거군.”

근원 에너지를 품고 있는 소환체들과 탑의 성이 등장하자 뮤-지하는 더 이상 무기력한 모습을 연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심하게 만들어서 톨루사를 빠져 나가려던 계획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뮤-지하는 근원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쓰던 힘을 모두 회수했다.

그러자.

쿠구구구구구궁! 쿠구구국!

“으음? 근원의 폭주를 가속시킨다고?”

도현이 그런 뮤-지하의 선택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 순간, 톨루사 차원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었다.

근원의 균형은 도현이 이식시킨 여러 기록들 때문에 제 멋대로 뒤틀렸다.

그런 중에 그나마 그 뒤틀림을 막고 있던 뮤-지하의 힘이 사라졌으니.

콰르르르릉! 쿠구구궁! 콰지지직!

차원 전체에 지진, 화산폭발, 폭우,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는 물론이고, 마력의 뒤틀림, 생기의 변질 등의 근본적인 시스템 붕괴가 이어졌다.

용종들이 받고 있던 혜택은 이미 며칠 전에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질서마저 뒤틀리기 시작했다.

“차원 전체에서 생명 자체가 사라지겠군.”

도현이 그런 흐름을 먼저 알아차렸다.

근원의 기록에서 생명의 탄생에 대한 부분이 일그러졌고, 이어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기본적인 법칙들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되살릴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기록 자체를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좋겠지. 그리 되면 기록의 충돌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 근원에서 기록들을 지운다고?”

“크하하하. 새로 새겨 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있는 기록을 지우는 것은 그보다는 쉽지. 조금만 기다려라. 근원을 수습하는 즉시 네 놈을 용서치 않을 것이니!”

뮤-지하는 톨루사 차원의 모든 생명체를 포기했다.

그리고 차원에 적용되는 기록들 역시 지워 나갔다.

그렇게 하면 결국 가장 기본적인 기록들만 남게 될 것이고, 그 기록들은 서로 상충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근원 에너지는 가감이 없지. 폭주만 가라앉히기만 하면 내가 얼마든 쓸 수 있는 힘이다. 너는 나를 너무 몰아붙인 것이다.”

“웃기는 소리. 너를 놓치는 것 보다는 이게 훨씬 나은 결말이지.”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나도 네가 얼마나 많은 기록을 지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정말로 네가 근원의 폭주를 진정시킬 정도로 기록들을 정리할 수 있을까?”

“뭐라고?”

“기록을 지우는 것도 그 기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 그리고 그만큼 근원의 기록을 장악해야 가능한 일이고. 자신이 동화하거나 혹은 점유하지 못한 기록은 지우는 것도 그만큼 힘들 텐데? 아니 조금만 수준이 높아지면 손 댈 수 없고. 안 그래?”

“나를 무시하는구나. 이 톨루사 차원의 근원 기록 중에 내가 손대지 못할 것이 얼마나 될 거 같으냐. 어디 거기서 잘 지켜봐라. 크하하하하.”

뮤-지하는 도현의 생각을 짐작하겠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연이어 근원의 기록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도현은 수시로 황금 수정을 꺼내 그 기록을 톨루사의 근원으로 날려 보냈다.

그렇게 도현과 뮤-지하는 톨루사의 근원에 기록을 이식시키고, 지우는 경쟁을 이어나갔다.

* * *

“지독하구나, 아크 마스터.”

“서로 최선을 다한 거 아닌가?”

“너는 나보다 여유가 있었다. 언제든 톨루사를 떠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지.”

“상황이 죽을 만큼 위협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모양이지.”

“여유? 그것이 너와 나의 승패를 갈라놓았다는 것이냐?”

“승패?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 그런 말로 나를 방심시키려는 건가?”

“크하하하. 아크 마스터, 네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이제는 안다. 너에게 그런 얄팍한 수작은 통하지 않겠지.”

“혹시 모르는 일이지만, 확실히 나를 방심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거 같긴 하네.”

“크하하하. 그 차원 상인 놈과의 다툼이 이런 결과를 가지고 올 줄은 정말 몰랐군.”

뮤-지하는 큰 소리로 웃었지만, 그 웃음은 공허하기만 했다.

차원 톨루사는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뮤-지하의 뒤쪽에 있던 차원의 근원은 모래 가루가 되어서 흘러 내리는 중이었다.

그 이유는 도현이 근원의 에너지를 거의 대부분 흡수해 버렸기 때문이다.

근원에 새로운 기록을 이식하려는 도현과 기록을 지워서 근원을 단순하게 만들려는 뮤-지하의 싸움은 예상보다 지루하고 길게 이어졌다.

황금의 성에서 기록 수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일찌감치 도현의 패배로 끝났을 싸움이었다.

하지만 도현은 황금의 성에서 몇 종류의 기록 수정을 복제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끝없는 공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뮤-지하도 나중에는 도현이 같은 기록이 담긴 수정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았지만,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다.

기록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평범한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일반적인 차원과는 전혀 다른 특수 차원에서 추출한 기록들이라 톨루사 차원의 근원에 담긴 기록과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기록들이었다.

평범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차원의 기록들.

뮤-지하가 톨루사의 근원에 담긴 기록을 지워서 단순하게 만들어도 도현이 이식하는 그 기록들은 기존의 기록과 계속 충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래서 도현은 새겨 넣고, 뮤-지하는 그 기록을 지우는 싸움이 지루하게 이어지게 되었다.

길고 지루한 싸움.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도현이 톨루사 차원의 근원 에너지를 조금씩 흡수해가기 시작했다.

뮤-지하는 한동안 그런 사실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것을 알게 된 후에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뮤-지하가 도현에게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톨루사의 차원 에너지가 약해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뮤-지하가 공허하게 웃으며 항복을 선언하게 된 것은 그런 이유였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유익한 시간이었어.”

도현은 뮤-지하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산성의 대장군을 내세웠다.

대장군은 근원 에너지가 가득 담긴 검으로 뮤-지하의 목을 내리쳤다.

서걱! 턱, 터더덕!

뮤-지하의 잘린 목이 흙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하지만 도현은 뮤-지하가 그렇게 쉽게 죽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목이 잘리고도 영혼을 유지할 수 있다니, 역시 초인은 초인이야.”

목이 잘린 뮤-지하.

그런데 그런 뮤-지하의 심장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특이하게도 그 심장에 뮤-지하의 영혼이 들어 있었고, 근원 에너지가 뭉쳐 있었다.

“근원 에너지로 영혼을 만든 건가? 아니 영혼에 근원 에너지를 절였다고 해야 하나?”

도현은 근원 에너지에 대한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뮤-지하의 영혼을 살폈다.

그러다가 결국 뮤-지하가 근원 에너지를 이용해서 영혼을 사후 영역으로부터 지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미치겠군. 이런 식으로 죽음을 피한다고?”

- 로드, 로드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까. 다행히 알케이네스 제국의 황제를 상대하면서 영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놓은 경험도 있고 말입니다.

“그래, 그 경험이 아니었으면 뮤-지하의 영혼이 이런 식으로 존재하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려웠겠지. 그나저나 이 상태로는 별달리 힘을 쓰지 못하는 건가?”

도현은 손을 뻗어 뮤-지하의 몸에서 심장을 끌어냈다.

용족의 심장은 두 종류인데 근육질의 혈액 펌프와 마력을 다루는 마력 펌프가 그것이었다.

당연히 뮤-지하의 영혼이 숨어 있는 곳은 마력 펌프였다가 초인이 되면서 근원 에너지를 다루게 된 곳이었다.

푸우욱!

뮤-지하의 마력 심장은 아쿠아마린처럼 짙은 청색을 띠고 있는 보석이었다.

그것이 몸 밖으로 뽑혀 나오는 순간, 뮤-지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말았다.

= 아크 마스터, 내가 졌다. 항복, 진실로 이 뮤-지하의 이름을 걸고 살려만 준다면 무조건 항복 하겠다.

뮤-지하는 차원의 근원에 기록된 자신의 진명을 드러내며 항복을 선언했다.

그것도 무조건 항복.

물론 따지자면 살려만 준다면이란 조건이 붙긴 했지만, 그 조건조차 없다면 항복할 의미가 없으니 그건 조건에서 빼도 될 것이다.

“무조건 항복? 그렇다면 너는 이제부터 내 노예가 될 수도 있는데?”

= 살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

“갑자기 와신상담이 떠오르네.”

= 그게 무슨 소리냐? 장작에 눕고, 쓸개를 맛보다니?

“지금 뮤-지하 네가 하려는 거. 복수의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을 말하지.”

= ······.

“뭐, 좋아. 그거야 진명을 걸고 한 약속을 네 스스로 깰 정도로 성장을 해야 하는 문제니까.”

= 아크 마스터, 너를 크게 앞질러야 한다는 조건도 붙겠지. 실상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차라리 혹시 모를 은혜를 기대하는 것이 나을 수도.

“내가 너를 놓아줄 것을 기대하겠단 말이냐?”

= ······.

“뭐, 좋아. 너를 죽여서 얻는 것보다는 너를 시종으로 삼아서 얻을 것이 더 많겠지. 그런 의미에서 너, 뮤-지하의 항복을 받아들이는 대신 너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감히! 누구를 네 것으로 해!? 어림도 없는 소리!]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뮤-지하의 영혼에서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뮤-지하가 경기를 일으키듯 놀라 소리치기 시작했다.

= 허억! 워지하드다! 아크 마스터 서둘러라. 서둘러 나를 너의 것으로 만들어라!

[어림없다! 너, 뮤-지하는······.]

뮤-지하의 고함소리에 낯선 목소리가 대꾸를 하려 할 때, 도현이 나섰다.

“이건 또 뭔데 끼어들어서 내 시종을 가로채려고 해?! 뮤-지하는 이미 스스로 내 시종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겠다!”

[웃기는 소리! 뮤-지하는 태어날 때부터, 내 것이었음이다!]

도현과 낯선 목소리는 서로 근원에 새겨진 기록, 뮤-지하의 진명을 입에 올리며 기세 싸움을 벌였다.

둘이 말하는 뮤-지하는 분명 근원에 기록된 진명이었다.

“그렇다면 가지고 가 보던가!”

[노옴! 감히 나에게 대항하겠다는 것이냐?!]

“정당한 권리가 있다면 뮤-지하가 나의 것이 되지 않겠지. 그런데 나의 것이 된다면 그것은 내 권리가 옳다는 소린데 뭐가 문제지?”

[단지 거리의 차이일 뿐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 힘이 닿지 않을 뿐, 뮤-지하는 오래 전부터 나의 것이었다!]

“모르겠고. 정말 그렇다면 와서 찾아가든가. 당분간은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노옴, 후회하게 될 것이다. 나는 반드시 뮤-지하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니!]

“쯧, 능력이 닿는대로 하라니까?!”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근원 에너지를 끌어올려 뮤-지하를 감싸는 결계를 만들었다.

[너, 이 노옴······.]

그러자 뮤-지하의 영혼에서 울려나오던 낯선 목소리가 까마득히 멀어지더니 더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낯선 목소리를 뮤-지하의 영혼에서부터 떼어 냈지만, 도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뮤, 상황을 설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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