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뮤-지하를 공격할 신박한 방법
135. 뮤-지하를 공격할 신박한 방법
“이렇게 빨리 보게 되었군요. 하긴, 요즘 상황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옴파로의 학술원.
도현의 공격에 반파 되었던 흔적은 말씀히 지워져 있었다.
하지만 학술원의 학자들이 도현을 보는 시선은 호의적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도현이나 티라헤티피가 초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남다른 힘을 지니고 있는 실력자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
그러니 저렇게 눈을 부라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뿜어내는 것이리라.
하지만 도현은 학자들의 그런 모습에 화를 내지 않았다.
저들에겐 그럴 이유와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만 넘지 않는다면 불편한 시선 정도야 뭐.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는 말은 뮤-지하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말이군.”
도현은 이야기가 쉬워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대꾸했다.
“모를 수가 없죠. 뭔가 일을 내겠구나 하는 추측이야 뭐, 당연한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솔직히 나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단 말이지. 뮤-지하가 화를 내야 할 건 내가 아니라 코무니 아닌가?”
“그야 코무니는 당장 찾을 수가 없으니 아크 마스터에게 먼저 분풀이를 하겠다는 거겠죠.”
“그래서 내 소유의 차원을 노린다고?”
“그렇죠.”
“하지만 솔직히 내가 몰티 차원을 빼앗긴다고 해도 큰 타격은 없는데? 차원의 주인으로 받는 차원 회랑의 포인트 정도가 손해일 뿐.”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요?”
“아닌가?”
“그야 개인에 따라서 다르겠죠. 하지만 자기 소유의 차원에서 근원을 마음껏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 중에 하나죠.”
“그런가?”
“아크 마스터는 그렇지 않은가요?”
“나야 뭐, 아크의 근원이 있으니까 굳이 몰티 차원의 근원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데?”
도현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대답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자 티라헤티피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크의 근원을 건드리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요? 원래 자신의 것은 아끼는 법인데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군. 그러니까 다른 초인들은 자신의 근거지 차원의 근원은 최대한 아낀다는 말이군? 연구나 실험을 할 때에는 일단 다른 차원의 근원을 건드려 보는 거고?”
“맞아요. 우린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연구가 꽤나 과격한 모양이군.”
티라헤티피의 말에 도현은 그렇게 대꾸했다.
“무슨 말이죠?”
“근원을 얼마나 어떻게 건드리기에 위험하다는 소리가 나오는지 상상이 되지 않아서 말이야. 차원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의 연구나 실험이란 소리잖아.”
“호호호.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요? 그러는 아크 마스터 역시 다를 게 없을 텐데요?”
“뭐?”
“알케이네스 차원이 어떻게 되었죠?”
“음?”
화를 내려던 도현은 알케이네스 차원이란 소리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물론 알케이네스 제국이 아크 마스터의 고향차원을 공격한 것이 잘못이긴 하죠. 하지만 근원이 뽑혀서 차원이 소멸당하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후환이었을 거예요. 그건 아크 마스터가 초인이니까 가능한 대응이었죠.”
“그러니까 그것 역시 근원을 이용한 연구나 실험과 다를 것이 없다는 거군?”
“그렇죠. 그리고 우리들이 비슷한 연구나 실험을 한다고 해서 아크 마스터가 우리를 비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러······. 으음,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연구가 되었건 복수가 되었건 차원의 근원에 간섭하는 행위나 그에 따른 결과는 다를 바가 없으니까.”
“호호호. 그래도 고집을 부리지 않으니 다행이네요.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제 고집만 내세우는 놈들은 정말 싫거든요.”
“좋아.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뮤-지하. 그 자가 나에게 싸움을 걸었어. 그래서 반격을 하고 싶은데, 조언을 좀 해 줄 수 있나?”
“조언이라······.”
“물론 조언에 대한 합당한 대가는 치르겠다.”
사과와 합당한 배상.
도현과 그녀의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도현이 합당한 대가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었다.
“어디까지 생각하는 거죠?”
티라헤티피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최악의 경우엔 차원 전쟁까지.”
“설마 뮤-지하의 차원으로 쳐들어갈 생각은 아니겠죠?”
도현의 말에 티라헤티피는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안 될 거라도 있나?”
“상대 초인의 차원에서 싸우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니까요.”
“내가 아크 마스터인데도?”
“그래요. 아크 마스터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크 마스터는 아크에서 근원 에너지를 뽑아 쓰는 방식이지만, 우리들은 우리들이 가진 차원에서 근원을 활용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겠어요?”
“나와 달리 보통의 초인들은 자신의 차원에서는 근원 에너지를 뽑아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활용한다는 거? 그래서 근원 에너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거?”
“맞아요. 그거예요. 그걸 알고 있다면 다른 초인의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알겠죠?”
티라헤티피는 이제 좀 정신을 차렸느냐는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뮤-지하가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 나는 아크의 보호를 받으니까.”
“쉽지 않을 거예요.”
“이런 말 아나?”
“무슨 말이요?”
“적의 영토에서 전쟁을 벌이면 비겨도 이기는 것이란 말.”
“으음.”
“지금은 뮤-지하 그 놈이 내 소유의 몰티를 공격하고 있지. 그래서 내가 손해를 보는 입장이야. 하지만 내가 뮤-지하의 차원으로 갈 수 있다면?”
“아크 마스터 당신만 문제가 없다면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건가요?”
“그래, 그러니······.”
“뮤-지하의 차원 좌표가 필요하겠군요? 거기에 뮤-지하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진입 방법이 있으면 더 좋고.”
“바로 그거지. 가능한가?”
“흐으음. 학술원의 기록을 이용하면 가능하긴 하겠네요.”
“좋아, 그럼 대가를 말해 봐. 줄 수 있는 거라면 거래를 할 테니까.”
“으음. 일단 뮤-지하의 차원에 대한 좌표는 그리 비싸지 않겠네요. 아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그래?”
“그래요. 우선 그것부터 하죠. 좌표의 대가로 내가 원하는 것은 아크 마스터 당신이 뮤-지하의 차원에서 어떤 식으로 싸울건지 그게 알고 싶어요.”
“음? 내 전투 계획을 알고 싶다고?”
“물론 그걸 뮤-지하에게 팔거나 할 생각은 없어요.”
“단순히 호기심이라고?”
“호호호. 그건 아니죠. 나는 당신의 계획을 듣고, 뮤-지하와 당신의 전투 결과를 추측해 볼 수 있겠죠. 그리고 그걸 이용해서 몇몇 초인들과 내기를 할 수도 있고요.”
“내기라고? 하하하하하. 그렇군. 나와 뮤-지하 사이의 분쟁을 가지고 도박판이라도 열린 모양이군.”
“열렸다가 아니라, 열릴 수도 있다는 거죠.”
“내가 보기엔 무조건 도박판이 벌어질 거 같은데?”
“뭐, 다들 관심이 있으니 그렇겠죠.”
“그리고 내 계획을 들은 당신은 도박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지겠군?”
“맞아요. 아크 마스터의 계획이 별 것 아니라면 뮤-지하 쪽에 걸 거고, 그게 아니면 아크 마스터 당신에게 걸 테니까요.”
“좋아. 그럼 알려주지. 일단 내가 뮤-지하를 상대할 방법은 근원에 대한 테러야.”
“뭐라고요?!”
“들었잖아. 근원에 대한 테러라니까?”
“그게 무슨······.”
티라헤티피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도현을 쳐다봤다.
“코무니 말이야.”
도현이 갑자기 코무니의 이름을 꺼냈다.
“코무니, 그 차원 상인이 왜요?”
“근원에서 기록을 추출할 수 있고, 또 근원에 추출한 기록을 이식할 수 있지.”
“맞아요. 하지만 우리들도 근원에서 기록을 지우거나 바꾸는 것이 가능해요. 코무니 그 차원 상인이 그 방면으로 조금 더 뛰어난 재주가 있을 뿐이죠.”
“맞아. 하지만 그 조금 뛰어나다는 것이 실제로 근원을 두고 싸울 때에는 큰 힘이 되지.”
“무슨 생각인 거죠?”
“다른 근원에서 추출한 여러 개의 기록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치자고.”
“그래서요?”
“그걸 뮤-지하의 차원 근원에 무작위로 이식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 그게 무슨?”
“전혀 말도 안 되는 기록들을 뮤-지하의 근원에 퍼붇는 거지. 그렇게 되면?”
“말도 안 돼요. 그러면 근원의 기록들이 충돌하게 된다고요. 서로 상반되는 내용들이······.”
“재미있겠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티라헤티피를 보며 도현이 활짝 웃었다.
“뮤-지하는 어떻게든 그것을 방어해야 하겠군요.”
“공격을 막는 것이 원래 더 쉬워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 무작위로 쏟아지는 기록 중에서 일부라도 근원에 새겨지는 순간, 차원의 근원 전체가 뒤흔들릴 수도 있으니까.”
“이게 원래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다른 초인이 길들여 놓은 근원에 내가 간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걸 막는 건 그리 어렵지 않죠. 하지만 코무니의 추출 기록과 이식은 좀 다르죠.”
“맞아. 코무니가 추출한 기록은 초인의 색으로 물든 것이 아니라, 근원에 기록된 순수한 상태 그대로지. 그래서 이식도 쉬워.”
“도리어 그것을 막는 쪽이 훨씬 많은 힘을 써야 하죠.”
티라헤티피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도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가 뭔가를 확인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아크 마스터 당신의 말이 실현가능성을 가지려면 상당한 양의 추출 기록이 필요해요. 코무니 식으로 추출된 기록이요.”
코무니 식의 추출 기록이란 추출자의 기운이 담기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기록을 말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뮤-지하는 쉽게 기록의 이식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도현은 티라헤티피의 질문에 피식 웃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이것만 해도 충분히 좌표 값은 한 거 같으니까.”
“뭐라고요?”
티라헤티피는 도현의 말에 당황한 듯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네요. 아크 마스터가 준비한 공격 방법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도 좌표 값으로는 충분하네요. 호호호. 그러면 그 이상을 알기 위해서 뮤-지하의 차원으로 들키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될까요?”
“방법을 아는 것으로는 안 되고, 그걸 내가 쓸 수 있어야 하지.”
“호호호. 그야 당연하죠. 방법은 물론이고 거기에 쓰일 도구까지 제공하는 걸로.”
“좋아.”
“그래서 어때요? 코무니 식의 추출 기록은 충분한가요?”
“넘치도록!”
“정말요?”
“물론이지. 그것도 보편적인 근원의 기록들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들로 뽑아서 준비를 할 생각이야.”
“보편적인 근원의 기록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있잖아. 차원들 중에 기괴하다는 소리를 듣는 법칙들이 존재하는 그런 곳들.”
“아, 무슨 말인지 알겠네요. 그런 곳의 기록이라면 뮤-지하가 가진 근원의 기록들과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겠군요?”
“그렇지. 코무니 식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 기록의 내용도 중요하지. 뮤-지하의 차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일수록 공격 효과가 좋을 테니까.”
“무섭군요. 당신은.”
도현을 보는 티라헤티피의 눈빛 깊은 곳에서 파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나를 무서워할 사람은 나에게 죄를 지은 이들 뿐이야. 나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은 이들은 나를 무서워 할 이유가 없지.”
도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티라헤티피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용병왕은 뮤-지하를 돕고 있는 것 같던데? 그 놈의 좌표도 얻을 수 있나?”
도현이 이렇게 물어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