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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32화 (132/184)

132. 각기 다른 네 초인들의 선택

132. 각기 다른 네 초인들의 선택

화르르르르르륵!

금방이라도 불타오를 것 같은 진홍색의 마력이 탑의 성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렇게 쌓인 마력이 탑의 8할을 채웠을 때.

“어어엇? 미쳤나!”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근원에너지를 그렇게······.”

“아크 마스터! 멈춰, 그러다가 옴파로 전체가 날아간다고!”

네 명의 초인들은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 전까지는 탑의 성에 준비하는 마법을 어떻게든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마법을 엮으며 첨가되는 근원 에너지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8할의 충전을 마친 탑에 추가되는 근원 에너지는 그들의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 넘었다.

이것은 도현의 의지였다.

그저 의회와 학술원, 용병단, 사냥꾼 길드 건물을 약간 파괴하며 경고를 하는 수준을 넘어선 멸절!

그 각오가 탑의 성에 가득 담긴 것이다.

“이건 미쳤군.”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건가?”

“적당히를 모르는 사람이군요.”

“어쩔 거지? 막을 건가? 피할 건가?”

네 명의 초인은 빠르게 의견을 주고 받았다.

각자 그들이 소속된 단체의 본부가 마법의 타격 목표가 되어 있었다.

강력한 화염과 관통의 속성을 지녔으며 적절한 폭발의 힘도 담겨 있는 마법이다.

그런데 그 마법에 근원에너지가 더해져서 위력이 강화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초인들이 마법을 막을 때와, 막지 않을 때의 마법 반응이 다르게 나올 것이라는 점.

그냥 둔다면 각각의 건물과 그 주변의 초토화로 끝나겠지만, 만약 초인들이 막아선다면 그 위력이 수십 배로 늘어날 것이다.

“근원 에너지의 충돌을 유도하고 있군. 방어를 하면서 우리의 근원 에너지가 저 마법과 부딪히면 엄청난 증폭 효과가 생길 거야.”

“독하게 짜여 있는 술식이군. 마법 발동 전에 술식을 풀어내는 것은 불가능해. 시간이 없어.”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막으면 학술원의 절반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독하군. 일부러 그 정도로 한 건가? 피할 건지 일부를 지킬 건지?”

“선택은 각자 알아서 해야겠군. 이건 힘을 모아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초인들은 여러 소환체의 보호를 받는 도현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탑의 성은 마력 발동을 위한 마지막 과정을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웅! 파스슷!

탑의 성에서 네 갈래의 진홍빛 광선이 뻗어나왔다.

처음에는 느리게 나오는 것 같았던 광선은 엄청난 가속도가 붙으며 차원의회와 학술원, 용병단, 사냥꾼 길드 건물을 향해 번개처럼 뻗어갔다.

번쩍! 콰과광!

파가각! 퍼버버벙!

“끄응.”

“쯧.”

“아아아.”

“커어억!”

결과는 반반.

학술원의 원장과 사냥꾼 길드의 찬탈자는 탑의 성에서 쏘아진 마법을 막아섰고, 차원의회 의장과 용병단장은 회피했다.

그 결과 차원 의회 건물과 용병단 건물은 완파 되었고, 그 주변에도 심각한 피해가 생겼다.

그에 비해서 학술원과 사냥꾼 길드는 두 초인의 방어로 완파를 피해 중파 수준에서 멈출 수 있었다.

“아주 여유들이 넘치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탑의 성 공격이 끝난 직후, 도현은 다시 산성 병사들과 레인져, 흑영들을 움직여 초인들을 공격했다.

카강! 카가강!

“크롸롸롹! 끝장을 보자는 거냐!”

산성 대장군의 공격을 받은 용병왕이 고함을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퍼버벙! 카드드득! 퍼벙!

“흐으음! 이거 쉽지 않군.”

5천인장과 천인장, 흑영, 레인져의 연계 공격을 받은 의회 의장은 방어막을 두르고 버티기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퍼버버벙! 퍼버버벙! 샤르륵! 샤르륵!

수십 개의 에너지 덩어리를 동시에 움직여 공방의 수단으로 삼은 학술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크하하하하! 오랜만에 피가 끓는군! 아쉽다, 아쉬워!”

데몬족인 찬탈자는 톱날 대검을 종횡으로 휘두르며 산성병사와 흑영을 몰아붙였다.

그런 중에 날카롭게 날아드는 레인져의 공격은 대부분 몸으로 때우는 찬탈자였다.

덕분에 찬탈자의 몸에는 수십 개의 화살이 꼬리깃만 보일 정도로 박혔지만, 그 화살들은 곧 찬탈자의 몸 안에서 녹아서 사라졌다.

찬탈자의 피가 그만큼 강한 열기와 독기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려고 이러나? 정말 끝장을 보려는 건가?”

그런 상황에서 코무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도현에 대한 염려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럼 어쩌라고? 넷이 아니라 열이라고 해도 그냥 물러날 수는 없잖아.”

도현은 이미 선을 넘은 상황에서 어쩌란 말이냔 표정으로 코무니를 보았다.

“그래, 저들이 먼저 자네를 도발하고 불쾌하게 한 것은 사실이지. 하지만 그게 서로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지 않나?”

“그런 문제가 아니면?”

“그냥 사과하고 배상을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 그런 말이지.”

“누가 사과를 하고 누가 배상을 하는데? 내가?”

“그야······.”

코무니의 시선이 찬탈자를 비롯한 네 명의 초인들에게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할 쪽은 도현이 아니라 그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무니도 저들 네 초인들이 한 명의 초인인 캐슬에게 굽히고 들어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지금 차원 의회와 용병단 건물은 완파 되었고, 그곳에 있던 많은 이들이 죽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과와 배상까지 해야 한다고?

코무니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명분은 물론이고 전투에서도 우세를 점하고 있는 도현을 말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코무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잠깜, 멈춰요. 나, 티라헤티피는 아크 마스터 캐슬에게 항복하겠어요.”

그 때, 뜻밖에서 학술원의 원장이 도현에게 항복의사를 밝혀왔다.

“항복?”

도현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래요. 내가 벌인 일을 사과하고 그 무게에 합당한 배상을 하겠어요. 티라헤티피, 내 이름을 걸고.”

“좋아. 받아들이지.”

도현은 티라헤티피의 항복을 곧바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그녀가 건 이름 티라헤티피가 그녀의 기록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티라헤티피가 기록이기 때문에 그것을 건 약속은 말 그대로 근원과 기록의 힘이 담길 수밖에 없었다.

어기기 어려운 강력한 약속.

그러니 약속 이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방식의 계약도 있었군?”

도현은 티라헤티피의 항복과정에서 기록을 담은 이름과 그것을 거는 약속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코무니를 슬쩍 노려봤다.

이런 식의 계약이 있었다면 이전 거래도 조금 더 깔끔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뜻을 담아서.

“왜 그러나? 아니, 초인이 이름을 걸고 하는 약속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야. 지금도 나는 저 티라헤티피의 진명을 알지 못해. 함께 들었지만 진명을 들은 것은 자네뿐이고, 그것도 이번 계약이외에선 쓸 수 없는 거라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건가?”

“당연하지. 다른 이의 진명을 온전하게 알게 되면 그를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그건 노예나 뭐가 달라?”

“아, 그런가?”

“물론 차원의 근원에 닿은 개인의 근원을 찾아내고 조작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군. 차원의 근원에 담긴 기록에서 잘게 쪼개져 나누어진 개개의 기록이 있군. 그걸 건드리면 그 기록에 해당하는 개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군.”

“끄응. 이런 건 쉽게 가르쳐주고 그러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알아서 깨우쳐 가는 거지.”

“그냥 배우는 게 더 쉬운데 뭐.”

“하아, 초인들의 폐쇄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겠지만, 이건 뭐라 할 말이 없군.”

코무니는 맥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한쪽으로 비껴서서 도현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도현의 소환체들은 용병왕과 의장, 찬탈자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세 초인들은 쉽게 학술원장인 티라헤티피와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어찌하지?”

“티라헤티피처럼 항복이라도 하자는 거냐?”

“그게 아니라면 여기서 꽁무니를 빼는 것 밖에 방법이 없는데?”

“도망간다고 끝은 아니지. 아마도 오래도록 저 아크 마스터와 싸워야 할 거다. 딱 봐도 원한을 쉽게 잊을 놈이 아니야.”

“쿠오오!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

“찬탈자, 승산이 없음을 모르나?”

“이기지 못하면 질 뿐.”

“찬탈자, 너는 사냥꾼이 아니냐. 사냥꾼이 왜 전사처럼 굴지?”

“용병왕, 나는 찬탈자가 된 후로 사냥꾼이 아니라, 사냥감이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영광스러운 사냥감. 그런 내가 명예로워야 함은 당연하지.”

“쿠롸롸롹! 영광스런 사냥감? 명예로운 사냥감? 웃기는군. 겉멋만 들어서.”

“용병왕 찬탈자를 탓하지 마라. 그것이 그의 진명에 새겨진 기록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크롸롸, 나는 간다! 이 정도면 의뢰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본다. 그렇지 않나?”

“끄응.”

“왜 대답을 하지 않지? 뮤-지하? 의뢰 완수로 아직 부족하다고 할 거냐?”

“쯧, 아니다. 의뢰는 완수한 걸로 하지.”

“뜻뜨미지근하군. 뭐 상관없다. 어쨌거나 나는 뮤-지하 너의 의뢰를 완수했으므로 이만 물러나겠다.”

찬탈자는 끝까지 싸울 뜻을 분명히 했고, 용병왕은 이번 일이 차원의회 의장인 뮤-지하의 의뢰였음을 밝혔다.

그리고 그 의뢰를 이쯤에서 완수한 것으로 하고 물러나려 했다.

“크롸롸, 이봐. 아크 마스터. 들었겠지만 나는 의뢰를 받아서 왔을 뿐이다. 그리고 의뢰가 끝났으니 이만 물러나려는데?”

용병왕이 먼저 도현을 보며 양해를 구했다.

도현은 그런 용병왕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그리고.

“지랄한다.”

“뭐? 뭐라고?”

“의뢰가 뭔지는 몰라도 그 의뢰 내용이 나를 핍박하는 거였고, 너는 그걸 수락하고 대가를 받았다. 그런데 뭐? 의뢰였으니까 그만하자? 이 정도면 개소리도 못 되는 거 아니냐?”

“크으윽!”

도현의 말에 용병왕의 녹색 피부가 붉어진 듯 했다.

대가를 받고 일을 했지만 용병에겐 잘못이 없다고 하는 말은 그들이 흔히 쓰는 책임 회피 방법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의뢰 내용을 알고, 대가를 받고 그것을 하기로 한 순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거다.

“젠장, 의뢰를 수락한 책임이라. 크하하. 그래 맞다. 그렇지. 그건 온전히 내 결정이었으니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겠군.”

용병왕은 양손에 나눠 들고 있던 손도끼를 허리 뒤로 꽂아 넣었다.

그리고 도현을 보며 말했다.

“전에 줬던 초대장이 있을 거다. 그걸 이용하면 내가 있는 차원으로 올 수 있다. 그곳에서 기다리지. 내 이름은 쿠소유차다.”

용병왕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허공에 차원 회랑을 열고 훌쩍 뛰어들어가 버렸다.

“이런 곤란하군. 쯧.”

그러자 차원의회의 의장인 용인족 뮤-지하가 혀를 차며 차원 회랑을 열어 도망쳤다.

남은 것은 찬탈자.

“쿠오오오! 덤벼라! 나를 이기면 사과와 배상을 하겠다!”

뮤-지하와 쿠소유차가 사라진 상황에서도 찬탈자는 항복하지 않고 톱날 대검을 거칠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런 찬탈자의 저항은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산성 대장군과 흑영대장의 검이 찬탈자의 목을 베고, 심장을 찔렀다.

= 승리자! 나를 사냥한 사냥꾼. 내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 내 피와, 살과, 뼈와 가죽과 뿔을 비롯한 모든 것을 주겠다. 이것이 내가 주는 사과이며 배상이다.

목이 잘린 찬탈자는 그와 같은 사념을 남겼다.

그리고 도현은 찬탈자가 완전히 죽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죽지 않았군.”

“찬탈자는 괴수들의 왕을 죽였고, 덕분에 괴수들의 왕이 가지고 있던 일곱 개의 심장과 아홉 개의 머리를 얻었지. 심장을 일곱 번 없애거나 목을 아홉 번 잘라야 죽는다고 하더군.”

“그 중에 한 번을 여기서 썼다는 건가?”

“그렇지. 찬탈자 나름의 보상인 셈이지.”

“그건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 끝까지 싸워서 죽은 것을 사과와 보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어떨지는.”

“도망갈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건 감안해 보지. 그나저나 결국은 학술원 원장 티라헤피티, 당신만 남았군.”

도현의 시선이 한쪽에 조용히 서 있는 티라헤티피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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