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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29화 (129/184)

129. 일곱 성 차원에 알케이네스의 근원을 이식하다

129. 일곱 성 차원에 알케이네스의 근원을 이식하다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학술원의 원장님이나 의회의 의장님, 용병왕님, 찬탈자님 모두 옴파로에 계시지 않고, 옴파로에 오시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옴파로에 없다?”

“그렇습니다.”

“그럼 다른 초인이 옴파로에 있나?”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옴파로의 학술원에 가는 것은 학술원 원장과는 상관이 없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오로지 몰티 차원의 소유권 등록을 위해서 옴파로 학술원에 방문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흐으음.”

도현은 턱을 쓰다듬으며 학술원 학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신체 반응을 넘어 의식의 흐름에도 걸림돌이 없어.’

도현은 학자의 신체 반응은 물론이고, 그 내면에 있는 영혼까지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억을 읽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식의 흐름에 부적절한 것이 있는지 정도는 읽어낼 수 있었다.

차원의 근원을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능력이었다.

“그런데 초인들이 옴파로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확신이야? 아니면 추측이야?”

“직간접 경험에 따른 추론입니다.”

“그러니까 읽거나 들은 것과 경험한 것을 합쳐서 나온 추측이란 소리지?”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옴파로에 갔을 때, 초인 하나가 불쑥 나타날 수도 있는 거네?”

“그 가능성까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말, 어렵게 하네. 그럴 수도 있다는 거잖아?”

“그, 그렇습니다.”

도현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따지자, 학자가 바짝 긴장하며 말을 더듬었다.

“뭐, 좋아. 이곳 몰티 차원을 내 소유로 등록하려면 학술원에 꼭 가야 한다니, 가긴 해야겠네.”

도현은 잠시 고민했지만 옴파로 행을 결심했다.

“정말이십니까?”

도리어 학술원의 학자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놀랐다.

“굳이 등록을 해야하나 싶긴 하지만, 몰티가 내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선포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긴 하거든.”

도현은 그런 말로 옴파로로 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나도 탐사일지가 있으니 옴파로로 가는 거야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럼 캐슬 님께서 조만간 학술원에 방문하실 거라고 전하겠습니다.”

“그래. 딱 찍어서 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리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을 거야.”

“감사합니다. 캐슬님.”

학술원의 학자는 도현의 약속에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후, 곧바로 다시 옴파로로 차원 회랑을 열고 돌아갔다.

“가긴 가겠지만, 이 상태로 가는 건 조금 불안하지?”

- 그렇습니다. 로드.

“알케이네스의 차원 근원과 일곱 성 차원의 근원을 결합시키고 균형을 잡아준 후에, 학술원으로 가자.”

- 네, 로드.

* * *

차원의 근원을 다른 근원과 결합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서로 같은 이치를 담은 기록이 있는가 하면, 전혀 다른 상반된 내용을 담은 기록도 있었다.

그런 경우 두 기록 중에 어느 것은 살리고, 어느 것은 죽여야 했다.

죽이고 살리는 것은 기록을 지워 없애거나 떼어내서 버리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도현은 살려야 할 기록에는 근원 에너지를 담아주고, 그렇지 않은 기록에서는 근원 에너지를 뽑아냈다.

“언제든, 필요할 때에 죽여 놓은 기록을 살리고, 살려 놓은 기록을 죽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지우거나 떼어 내서 버릴 이유가 어디 있나?”

도현은 그런 생각이었다.

그렇게 일곱 성 차원에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이 이식되어 조금씩 그 기록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동식물이 나타나 번성하기 시작했다.

“영혼을 지닌 지성족의 탄생은 미루어 두자. 아무리 생각해도 알케이네스 종족을 내 차원에서 살게 하는 것은 탐탁치 않다.”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에 기록된 지성족은 알케이네스 종족이었다.

비록 그 종족이 황제가 제국을 건설한 후로 뿔이 개조되어 도현이 알고 있는 모습이 된 것이지만, 그 이전의 것이라도 알케이네스 종족은 싫은 도현이었다.

그 결과 일곱 성 차원에서 지성족이 태어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곱 성의 구성원들은 영혼이 없는 소환제다. 에포르가 특별하기는 하지만, 에포르 역시 수준 높은 소환체에 불과할 뿐. 실상은 모두가 영혼 없는 인형일 뿐이지”

도현은 이제 일곱 성의 주민들의 정체를 분명하게 깨달았다.

일곱 성 차원을 유지하는 근원에 기록된 내용은 부실한 면이 많았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소환체들로 대신한 상태였다.

“잘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과 같다고 봐야겠지. 물론 에포르 이상의 수준이 된다면 그 때는 새로운 종족으로 인정해 주고 대우도 해 줘야겠지만.”

도현은 일곱 성의 주민들에 대한 대우를 그렇게 결정했다.

지금 당장은 그저 소환물 정도로만 대할 뿐이다.

마스터급을 넘어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기사단장이나 대장군이라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인격체로 대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전투 로봇이 공장의 생산 로봇과 다를 것 없다는 수준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근원을 조금 더 연구해 보면, 일곱 성의 주민들을 진화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 차원의 근원은 그만한 힘이 있으니까.”

도현은 알케이네스의 근원을 일곱 성의 차원에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적어도 근원의 기록들이 충돌하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어떻게든 해결을 했다.

- 로드, 일곱 성의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 작업을 끝내고 눈을 뜨는 도현에게 에포르 병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점유율이 문제가 아니지. 일곱 성이 곧 차원의 근원이니까.”

도현이 그런 에포르 병사를 보며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 하긴 그렇습니다. 일곱 성을 차원의 근원으로 만들어 각각의 특성에 따라 차원을 관리하게 하시다니,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에포르는 도현이 이룬 성과를 칭찬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이 가진 기록 중에 적용하지 않고 묵혀 둔 것도 많고.”

-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일곱 성 차원은 이전보다 수 백 배는 확장되었습니다. 그만큼 생산성도 높아졌고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황금성에서 근원 에너지를 품은 물건들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지?”

- 의도해서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간혹 우연처럼 그런 물건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무기가 될 때도 있고, 물약이나 생필품이 될 때도 있고?”

- 그렇습니다.

“관리를 잘 해야겠군.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것이라면, 전에 전령들이 가지고 있던 것처럼 엄청난 위력이 있을 테니까.”

- 물론입니다. 그런 물건이 나오는 즉시 따로 로드의 창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는 옴파로로 갈 때가 된 거 같지?”

- 일곱 성이 크게 성장했으니 이전보다는 덜 불안하긴 합니다.

“시간을 두고 초인들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직접 부딪혀 볼 수밖에.”

- 로드의 뜻이 그렇다면, 뜻대로 하십시오.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을 일곱 성 차원에 이식하는데 성공한 후라서 그런지 에포르는 도현의 옴파로 행을 막지 않았다.

* * *

우려와 달리 도현이 옴파로 학술원에서 몰티 차원의 소유권을 등록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도현은 학술원을 통해서 차원 교류 시스템에 몰티 차원의 소유자로 등록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차원 회랑의 이용이나 생성에 필요한 포인트를 일정 기간마다 수령할 수 있게 되었다.

차원의 주인에게 주는 시스템의 혜택이라 했다.

그렇게 학술원에서의 일을 마치고 옴파로 거리로 나선 도현.

도현은 옴파로의 거리를 걸으며 여러 차원의 분위기를 살폈다.

공방이나 상점, 거래소 등에서 가볍게 구매와 판매를 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거리를 걷던 도현은 묘한 느낌에 걸음을 멈추었다.

- 로드.

반지 속에 있던 에포르 역시 도현이 긴장한 것을 느꼈다.

‘이거, 학술원의 학자가 잘못 알고 있었던 모양인데?’

- 무얼 말입니까?

‘옴파로에 초인이 있었어.’

도현의 시선이 사거리의 모서리,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 이종족의 시선과 부딪혔다.

두꺼비의 얼굴에 푸짐한 뱃살과 긴 도롱뇽 꼬리를 가진 포일로 종족이었는데, 그에게서 근원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거 이렇게 우연히 보게 되군군. 반갑네. 나는 코무니라고 하네.”

“캐슬이다.”

“으하하하. 물론 알고 있지. 요즘 워낙 유명한 이름이 아닌가.”

도현의 대답에 코무니는 크게 웃으며 배를 두드렸다.

“정말 우연인가?”

그런 코무니를 향해 도현이 물었다.

“절반은 우연, 절반은 운.”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의도야 항상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뭔가를 하지는 않았어. 그냥 이곳 옴파로에 평소보다 자주 왔을 뿐이지.”

“듣기로 초인들은 옴파로에 오지 않는다 하던데?”

“크하하하. 오는지 아닌지를 어찌 알겠어? 초인의 존재를 아는 이들도 별로 없고, 존재를 안다고 해도 구별해 낼 수도 없는데.”

“그런가?”

“뭐, 캐슬 자네야 워낙 유명해서 알아보는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들도 자네가 초인인 건 모르잖나.”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그럼 코무니 당신을 아는 이들도 당신이 초인이란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겠군? 그러니 당신이 옴파로를 오가도 초인이 왔는지 갔는지 모르는 거고.”

“으하하. 그렇지, 바로 그거야.”

코무니는 다시 한 번 배를 두드리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는 도현을 만난 것이 무척 기뻐 보였다.

“그래서 이젠 어쩔 거지?”

도현이 그런 코무니를 보며 물었다.

“어쩌다니 뭘?”

코무니는 앞뒤가 생략된 도현의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원했다.

“이대로 헤어질 것인지, 아니면 뭔가 이야기를 나눠 볼 것인지를 묻는 거야.”

“아니, 아니. 그 무슨 섭섭한 소린가? 그냥 헤어지다니! 그건 말도 안 되지.”

“말이 안 된다고?”

“그렇지. 지금 새로운 아크 마스터를 궁금해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대로 헤어진단 말인가?”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다고? 그럼 지금도 그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겠군?”

“일단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적지는 않지.”

“그런데 나는 별로 얻는 것이 없는데?”

도현은 포일로 종족의 코무니가 차원의 근원을 다룰 수 있는 초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그것이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으음? 그런가? 우리 포일로 종족에 나와 같은 초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꽤 가치가 있을 텐데?”

“그게 왜? 설마 내가 포일로 종족을 상대할 때 이전보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야?”

“나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면 당연히 우리 일족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되지.”

코무니는 도현이 자신과 자신의 종족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코무니, 당신이 있거나 없거나, 내가 포일로 종족을 대하는 건 바뀌지 않아. 어느 쪽으로든 포일로 종족을 특별하게 대우하진 않을 거라는 거지.”

“으음. 그러니까 변할 것이 없다고? 내가 초인인 것을 알았는데도? 포일로 종족에 초인이 있는데?”

“설마 코무니 당신이 모든 포일로의 일에 간섭하고 끼어들 건가? 그게 아니라면 나와 다른 포일로 사이의 문제에 당신이 끼어들 일은 없지 않나?”

“그야 당연하지. 내가 말하는 것은 캐슬 자네가 포일로 종족 전체, 혹은 포일로 차원에 영향을 줄 때를 말하는 거야.”

“내가 포일로 차원의 근원에 손을 대기라도 할까봐?”

“그게 가장 큰 문제긴 하지만, 그 외에도 신경써야 할 것은 많지.”

“무슨 말인지 알겠군.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포일로 종족이 나를 도발하지 않는다면 내가 문제를 만들 일은 없으니까. 그건 다른 차원이나 종족들도 마찬가지고.”

“와우, 이번 아크 마스터는 무척 온건한데?”

“온건?”

“아크 마스터는 다른 차원의 근원을 욕심내기로 유명하지. 근원을 뽑아서 자신의 아크 근원에 결합하는 것으로 성장하니까.”

“많은 근원을 아크에 결합한다고 마냥 좋지는 않아. 근원이 여럿일수록 그 조율이 어려워지니까. 자칫하면 아크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어.”

“오오, 그걸 벌써 알았다니! 정말 다행이로군.”

도현의 말에 코무니는 눈을 크게 뜨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만 결합을 해 보면 아는 일인데 호들갑은.”

도현은 별 것 아니란 듯이 담담하게 대꾸했다.

“지금껏 알려진 아크 마스터들은 대부분 근원을 욕심내다가 자멸하거나 여러 초인들의 공격을 받아서 소멸했지. 그걸 생각하면 자넨 정말 빠르게 옳은 길을 찾은 거라고 봐야겠지.”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차원의 근원에 전혀 관심이 없는 건 아니야. 근원 자체보다는 기록에 더 관심을 가지기로 했을 뿐이지.”

“좋군. 아주 좋아. 어렵지만 옳은 길을 선택했군.”

코무니는 흡족한 표정으로 연신 배를 두드렸다.

그러다가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도현을 보며 거래를 제안했다.

“캐슬, 나와 거래 하나 하지 않겠나?”

“거래? 무슨 거래를 말하는 거지?”

도현도 관심이 있다는 듯 코무니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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