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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28화 (128/184)

128. 학술원의 또 다른 초대

128. 학술원의 또 다른 초대

근원을 빼앗긴 차원은 어떻게 될까.

도현은 알케이네스 차원에서 그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르르르르르릉! 쿠구구구궁!

땅과 하늘이 뒤엉킨다.

바다와 산이 뜯겨 나가며 갈라진 공간 속으로 빨려든다.

- 잘게 찢어져서 차원의 틈으로 빨려드는 거군요?

‘그래. 저 혼돈의 공간으로 사라지는군.’

도현은 허공에 뜬 상태로 알케이네스 차원의 소멸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다행히 그 소멸이 단번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도현이 예상하기로 알케이네스 차원은 몇 년 정도는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그곳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많이도 죽었군.’

알케이네스 종족은 물론이고, 차원에서 살아가던 온갖 생명들이 마지막을 맞이했다.

‘내가 죄가 많군.’

도현은 자신의 결정이 만들어 낸 차원의 소멸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살아 있는 것들을 대량으로 학살한 것이 아닌가.

- 이미 각오했던 일이 아닙니까. 그리고 예전에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로드께서 살아오시는 동안 취한 생명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 입에 들어오는 곡물 하나도 생명이 아닌 것이 없었는데, 지금 와서 이러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다만, 이번에 벌인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그걸 모르겠구나.’

- 가치라는 말씀입니까?

‘생존을 위해서였던 다른 경우와 다르니까. 이번의 일은.’

- ······.

‘뭐, 그렇다고 깊이 마음에 담아두고 번민에 빠질 일도 아니지.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니까.’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포탈 안으로 들어서며 알케이네스의 소멸에 대한 혼란스런 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도현이 향하는 곳은 지구.

지구를 거쳐서 몰티 차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한동안 이번에 얻은 차원의 근원을 연구하며 수련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 * *

알케이네스 차원의 소멸에 대한 이야기는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지구의 캐슬이라는 이가 한 짓이란 사실도 알려졌다.

그렇게 되자 많은 차원에서 지구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원래 차원간의 전투와 점령, 식민 통치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지구처럼 새로 차원 교류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 당연히 많은 세력들이 욕심을 내게 된다.

통상적으로 차원 교류를 새로 시작한 차원은 힘이 약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적당히 눌러 놓고, 이득을 취하기에 좋다.

여차하면 점령해서 식민 차원이나 노예 차원으로 삼아도 된다.

물론 알케이네스 제국과의 차원전장 전투에서 승리한 차원이니 마냥 쉽게만 볼 수는 없었다.

거기에 동맹 차원도 두 곳이나 있고.

그래서 여러 거대 차원 제국이나 세력이 이리저리 탐색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알케이네스 차원이 지구종족에게 소멸되었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상황.

지구를 두고 군침을 흘리던 제국과 세력들이 빠르게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워 나갔다.

심지어는 관련자를 모두 죽이고, 정권을 바꾼 제국도 있었다.

자칫하면 자신들의 차원이 소멸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현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에 대한 악명이 커지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래서 그랬던 거군.”

도현이 감았던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 무슨 말씀입니까?

곁에 서 있던 에포르 병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차원의 근원을 일부 흡수하는 것과 완전히 흡수하는 것의 차이 말이야.”

- 큰 차이가 있습니까?

“에너지만 가지고 오는 것과 근원 그 자체를 떼어 내는 것의 차이야.”

- 하지만 로드께서는 알케이네스 차원에서 근원의 기록을 쓰지 않으셨습니까? 그 기록은 에너지와 다른 것이라 하셨습니다만.

“그거야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옮긴 거지. 만약 내가 알케이네스를 떠났다면 그 기록은 알케이네스에 그대로 남았겠지. 내가 기억하거나 따로 적어 놓은 것이 있다면 쓸 수는 있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카피에 불과하지.”

- 그런데 통째로 뜯어 내서 로드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말씀이군요. 그 근원이라는 것을.

“맞아. 그래서 이걸 이제 일곱 성의 차원에 결합시킬 수도 있게 되었지.”

- 그냥 근원 에너지를 일곱 성의 차원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근원 자체를 일곱 성의 차원에 결합시킨다는 말씀입니까?

에포르는 그건 생각지 못했다는 듯이 물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말은 아니고, 그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일곱 성의 차원이 가지고 있는 근원과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이 서로 맞물려서 하나가 되겠지.”

- 그럼 알케이네스 차원에 적용되던 시스템 적인 질서나 규칙이 일곱 성의 차원에도 적용이 되겠군요?

“그렇겠지.”

-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고, 죽는 것이 가능해지겠군요. 그 생명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을 테고요?

“알케이네스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가능해지겠지. 하지만 일곱성의 차원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들과 조화를 이루려면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을 그대로 모두 옮겨 넣을 수는 없겠지.”

- 아무래도 일곱 성 차원에 있는 근원이 미약한 면이 많아서 그런 거겠군요?

“서로 상충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겠지. 그런 경우엔 조정을 해 줘야 할 거고. 하지만 명확하게 기록된 시스템의 규칙이나 질서는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기록의 힘은 같으니까. 다만.”

- 우열을 정하는 다른 요소는 있겠지요?

“그래, 얼마나 많은 근원 에너지를 품고 있느냐 하는 것이지. 그리고 그건 내가 정할 수 있고.”

- 그럼 일곱 성 차원에 알케이네스 차원의 근원을 결합해도 큰 문제는 없겠군요?

“아니,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없도록 내가 조정을 잘 해야 한다는 거다. 쉽게 말하자면 머리에 쥐가 나게 생겼다는 소리지.”

알케이네스 차원에서 통째로 뽑아온 근원을 통해 도현은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크 마스터라고 하는 자신의 능력이 매우 특별한 것임도 알 수 있었다.

“차원의 근원을 소유하는 거, 흔하지 않겠지?”

- 네?

“나 말이야. 일곱 성의 차원을 소유하고 있단 말이지. 그것도 심상 공간에. 이건 좀 특별한 경우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지.”

- 다른 초인들은 다른 형태로 차원의 근원과 그 에너지를 다룰 거란 말씀이군요?

“아크 마스터라는 특별한 분류를 했잖아. 아크 마스터만 나와 같은 능력을 지녔다는 거겠지.”

- 그럼 다른 아크 마스터도 있겠군요?

“그럴 가능성이높겠지. 나처럼 차원을 따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두고 아크 마스터라고 하는 거 같으니까.”

아크(Ark)는 방주를 뜻하는 말이다.

방주를 소유하고 있어서 아크 마스터라 부른 모양인데, 여기서 방주가 곧 차원을 의미할 것이다.

- 초인은 차원의 근원을 다룰 수 있는 이들을 말하고, 그 중에서 로드 같은 분을 아크 마스터라 한다고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지.”

- 네, 로드.

“생각해보면 나는 꽤나 위협적인 존재인 거 같단 말이지.”

-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 차원에서나 그 차원의 근원을 뽑아서 내 아크에 밀어 넣을 수 있잖아. 그럼 그만큼 근원의 기록이 풍부해지는 거고.”

- 같은 내용을 빼더라도 새로운 기록을 계속 더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다보면 결국 나눠지지 않은 근원의 원형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어째서?”

- 근원의 기록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록이 나오기도 할 테니까요.

“아, 그러네. 산산조각 나서 흩어진 차원의 근원들이 제각각 나름의 성장을 하고 있었으니까.”

- 결국 로드께서 모든 차원의 근원을 모은다고 해도, 그것은 원형이 될 수 없습니다. 원형은 기록의 첫 줄에만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새겨진 것은 변화와 성장의 결과겠지요.

“재미있네. 하지만 다시 다른 차원의 근원을 통째로 뽑아내는 것은 좀 망설여지네.”

- 그렇습니까?

“그래.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것도 죽이는 거지만, 차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니까.”

- 차원을 줄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겁니까?

“아까 말했잖아. 흩어진 근원들이 제각각 나름의 성장을 하고 그것을 근원에 기록하고 있다고. 그런데 그런 차원을 소멸시키면 그 성장의 기회 하나를 없애는 것이 되니까.”

- 대신에 로드의 아크, 일곱 성 차원이 발전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봐야 할까?”

- 그것도 그렇지만, 아크의 성장은 곧 로드의 성장과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 차원의 소멸을 꺼려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구나. 너나, 나나.”

도현은 에포르 병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차원 하나의 소멸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지.”

- 그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예전 같았으면 소멸을 피하면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필요한 것은 근원에 담겨 있는 기록이니 그것을 그대로 일곱 성 차원의 근원에 옮길 방법을 찾는 방식이 되겠지.”

- ······. 편한 방법을 쓰겠다고 생령들의 죽음을 무시했다는 말씀이군요.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래, 우리가 그렇게 변했구나.”

- 옳지 않다고 보십니까?

“그래. 얼마 전까지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 송구합니다. 이런 경우에 저는 그저 로드의 뜻을 따르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최선입니다.

에포르 병사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도현은 그런 에포르의 말에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 * *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또 보는군. 자주 보는 것 같아.”

“이번에는 아크 마스터를 뵙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탐사자 캐슬 님을 뵙기 위해서 온 것입니다.”

“아, 학술원의 탐사자 신분?”

“그렇습니다.”

“무슨 일로?”

도현을 찾아온 것은 학술원장의 전령으로 왔었던 그 학자였다.

“학술원에서 몰티 차원의 개발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심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몰티 차원이 벌써 그렇게 되었나?”

“지구 차원의 과학적 지식과 고브니 차원의 기술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두 차원의 지식과 기술이 어우러져 독특한 마법 공학 문명을 탄생시킨 셈입니다.”

“비슷한 문명 차원이 여럿 있을 텐데?”

“그야 그렇습니다만, 그런 차원들과 상관없이 몰티 차원만을 두고 심사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

“게다가 이례적으로 하이마 드리아드 일족의 문명도 일부분 섞여 있습니다. 그 덕분에 몰티 차원의 주민들은 다른 차원에 비해서 동질감이나 소속감이 유별난 특성을 가지게 되었지요.”

“아, 소속감. 그건 내가 좀 강조했던 부분이기는 했지.”

도현은 그걸 위해서 전문가를 초빙하라는 말까지 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런 여러 사항을 고려하여 학술원에서는 몰티 차원이 다른 차원과의 교류에 부족하지 않은 차원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학술원이 가진 권한으로 몰티 차원의 소유권을 시스템에 등록해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소유권은 내 이름으로?”

“당연한 일입니다. 차원의 탐사와 개발 모두를 캐슬 님께서 진행하셨으니 소유권의 지분을 나눌 일도 없습니다. 이례적으로 몰티 차원의 지분 100%를 캐슬 님께서 가지시게 될 것입니다.”

“좋군. 그래서 그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나?”

“학술원에 한 번 오셔야 합니다.”

“어?”

학술원에 가야 한다는 말에 도현의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아직 다른 초인들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거 함정인가?”

도현의 시선이 매섭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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