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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27화 (127/184)

127.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하잖아

127. 무슨 일이 생길지 궁금하잖아

- 착각하고 있었군요. 로드께서 근원 에너지를 흡수하기만 하고 사용할 줄은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그랬을 수도 있고, 이것들을 보내서 내 수준을 가늠하겠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고.’

도현은 후자일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지금 전령들이 사용하는 실드나 방어 수단은 근원에 기록된 단순한 내용을 현실에 구현한 것 뿐이다.

물론 근원의 기록을 근원 에너지를 이용해서 실현했으니 그 위력은 막강하다.

‘근원 에너지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모든 에너지의 상위 에너지다. 그러니 격이 낮은 에너지들은 근원 에너지를 뚫기 어렵지.’

그랜드 마스터의 정신 에너지가 포함된 공격이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근원 에너지가 미약한 수준일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전령들이 펼친 방어 수단에 담긴 근원 에너지는 호위 기사단장이 도현의 도움 없이 본래 실력만으로 뚫기는 쉽지 않은 수준이었다.

기사단장이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디뎠다고 하더라도 근원 에너지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 기사단장의 힘에 도현이 근원 에너지를 더해 주었기 때문에 엑슬리드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었다.

‘내가 근원 에너지를 소환체들에게 부여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했겠지.’

- 그렇습니까?

‘저 전령들이 두르고 있는 방어 수단들은 매우 단순하다. 근원의 기록 중에서도 제일 간단한 수준으로 구현해 놓은 것이지. 저 정도라면 내가 근원 에너지를 어느 정도 다룰 수만 있어도 뚫을 수 있다.’

- 로드의 말씀대로 로드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 보낸 희생양들일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그런데 저것들 왜 공격은 안 하는 걸까?’

호위 기사들에게 공격 태세를 갖추게 하고 기다렸지만 네 전령들은 공격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항 없이 죽을 거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 전령들을 향해 도현은 차가운 어조로 그렇게 말을 하고는 기사단장을 움직였다.

기사단장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있었기에 도현이 부여하는 근원 에너지를 가장 적은 부담으로 쓸 수 있는 개체였다.

스슥! 서걱! 스슥! 서거걱!

“커억!”

“억!”

“아악!”

“헙!”

기사단장의 움직임은 전광석화 같았다.

도현을 포위한 네 명의 전령들은 기사단장의 움직임 몇 번에 신음과 함께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이건가?”

도현이 쓰러진 엑슬리드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검을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그 검에 깃들어 있는 근원 에너지를 찾아냈다.

“그렇군. 검에 근원 에너지로 기록을 썼군. 한 번 발동하면 서너 시간 정도 쓸 수 있겠고. 그 후에는 아, 충전이 가능한가? 아니지. 그냥 기록이 사라진다고 봐야겠군. 필요하면 다시 근원 에너지로 기록한 것을 검에 넣으면 되고.”

도현은 엑슬리드의 검에서 근원 에너지를 찾아내고, 그것이 어떻게 쓰였는지도 곧바로 파악해냈다.

이후 용병왕의 전령에게서 대형 도끼, 학술원 탐사자 시험관에게서 나무 지팡이, 사냥꾼 길드의 전령으로부터 활을 빼앗았다.

“다들 비슷비슷한 방법을 썼군. 발동시키는 방법도 오러나 마력을 이용해서 트리거를 건드려 주면 발동하게 만들었고. 당연히 발동은 가능하지만 중간에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군.”

도현은 그렇게 네 전령의 무기에서 근원 에너지의 활용법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런데 이게 끝은 아닐 텐데? 방어만 하라고 하진 않았을 거 아냐? 공격은?”

도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네 전령들을 보았다.

네 전령들은 호위 기사단장의 검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도현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그런데도 네 전령은 도현의 시선을 피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쯧쯧쯔. 전령으로 올 때부터 죽을 각오를 하고 온 모양이네?”

그런 전령들의 모습에 도현이 혀를 찼다.

그리고 다시 네 개의 무기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오러와 마력을 이용해서 무기들을 살피기를 십여 분.

어느 순간 도현의 눈빛이 반짝였다.

“오호라. 역시 그럴 줄 알았지. 번거롭게 여기저기에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겠지. 공격과 방어를 하나로 묶어 두면 편한데 말이야.”

도현은 대형 도끼에서 숨어 있는 근원 에너지를 찾아냈다.

그것은 발동이 되지 않은 상태라 도현도 찾기 어려운 상태로 잠들어 있었다.

“뭐 이것도 단순하군. 대상이 무엇이든 갈라버리는 건가?”

도끼에 숨겨 놓은 근원의 기록은 공격 대상을 갈라놓는 형태였다.

아마도 정신 에너지가 포함된 오러가 담긴 방패나 검이라도 쪼갤 수 있을 것이다.

“이건 관통, 이것도 관통, 여기엔 지속화염인가?”

검과 활에는 관통의 속성이 기록되어 있었다.

검이나 화살이 목표에 닿으면 관통하게 만드는 것이었는데, 활의 경우에는 활과 대상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수법까지 함께 담겨 있었다.

그 기록을 사용하면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순간 목표물에 닿아서 관통하게 된다.

“이건 다른 것들보다 더 신경을 썼군.”

도현이 활에 담긴 근원의 기록을 확인하며 찬탈자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기억에 새겼다.

그 모습에 찬탈자의 전령은 표정이 시커멓게 변했다.

도현이 특히 찬탈자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학술원의 원장은 마법 계열인 모양이지? 지속되는 화염이라. 아, 꺼지지 않는 불, 그런 거군?”

도현의 시선이 학술원에서 온 탐색자 시험관에게 고정되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는 도현의 시선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길을 피했다.

자신의 역할이 떳떳하지 못함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 다들 나에게 협조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말이지.”

도현은 시선을 피하는 학술원장 전령의 모습에 짧은 한숨을 쉬고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였다.

그 말에 전령들이 움찔하며 슬그머니 도현의 눈치를 보았다.

“일단 대놓고 공격부터 하지는 않았다는 건 플러스 점수를 줄만 한데, 그렇다고 해도 나를 위협하고 강제하려 했던 것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플러스 점수라는 말에 살짝 밝아졌던 표정이 위협과 강제라는 말에 씻겨 나가며 창백해졌다.

“그래서 점수를 만회할 기회를 줄 테니까 잘 듣고 판단해. 수용해도 되고 거부해도 되니까 그건 알아서들 하고.”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 전령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며 짧은 시간을 주었다.

“뭐든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 봐. 정말 도움이 된다 싶은 이야기를 한 사람은 그 즉시 옴파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할 테니까.”

잠시 후, 도현은 그렇게 전령들의 고민이 깊어질 제안을 하고는 팔짱을 끼었다.

* * *

“옴파로의 차원 의회는 여러 의회 지부 중에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엑슬리드는 이 정보로 옴파로 귀환권을 획득했다.

도현은 차원의 중심이 옴파로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이 여러 곳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정도면 새로운 정보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물론 엑슬리드의 말은 도현만 들을 수 있는 상태에서 전해졌다.

그래서 다른 전령들은 엑슬리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그가 차원 회랑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 용병왕님이 우두머리는 아닌 걸로 압니다. 일곱 형제 중에서 셋째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용병왕의 전령은 그 정보를 주고 옴파로스로 떠났다.

그리고 찬탈자의 전령은.

“나에게서 얻을 것은 없다!”

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현은 그렇게 쉽게 자결을 결심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한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세뇌 당한 것도 아니고, 인질이나 다른 이유로 그런 선택을 한 것도 아닙니다. 스스로 정한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저 종족의 특성입니다.”

그런 도현에게 학술원의 전령이 말했다.

“호기심을 풀어줘서 고맙긴 하지만, 그 정도로는 옴파로 귀환권을 줄 수 없는데?”

몇 번 만났던 사이지만 그렇다고 그에게만 특혜를 줄 생각은 없는 도현이었다.

“아쉽군요.”

“그러니까 좀 더 그럴듯한 것을 줘 봐. 학술원 소속이잖아. 그러니 다른 전령들 보다는 가치있는 정보를 줘야 하지 않겠어?”

“그건 차별인 것 같습니다만.”

“어쩔 수 없잖아. 세상은 원래 이리저리 울퉁불퉁한 거야.”

“그렇군요.”

“그래서 뭔가 정보를 줄 생각은 있어?”

“학술원을 배신하지 않으면서 아크 마스터께 도움이 될 정보면 되겠지요.”

“그래, 그거야.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편하잖아.”

“하하하. 알겠습니다. 저도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으니 괜찮은 정보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이미 두 명의 전령이 옴파로로 돌아간 것을 봐서 그런지 학술원의 전령은 긴장이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그의 말처럼, 가치는 높지만 학술원과는 상관없는 정보를 내놓으면 될 일이었다.

물론 그 정보의 가치 측정이야 도현이 하는 것이지만, 의회의 수호자나, 용병단의 용병보다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였다.

“아크 마스터는 아크를 소유하고 있는 초인을 이르는 말입니다.”

“음, 아크가 뭔지나 알아? 그걸 정보라고 던지는 거야? 내가 아크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가지고 있는 초인을 아크 마스터라고 부른다? 여기에 도대체 무슨 정보가 있지? 설마 초인이 정보라고 생각해?”

“초인에 대해서 아십니까?”

“내가 이번에 새로 쓰게 된 힘, 그것을 쓸 수 있는 이들을 초인이라 부르는 거지. 너는 이 힘이 뭔지 알고나 있나? 이름이라도?”

“저는 모릅니다.”

“거봐. 그런데 그걸 정보라고? 아크 마스터는 아크를 소유한 초인입니다? 네가 생각해도 웃기지 않아?”

“아크나 초인에 대한 것을 알고 있는 이는 학술원의 학자들 중에서도 몇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걸 이미 알고 있으니 네 정보는 쓸모가 없다는 거지.”

“그렇군요. 그럼 이것은 어떻습니까? 이번에 급히 아크 마스터를 초대한 이유가 아크 마스터께서 차원을 소멸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거 말입니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

그걸 짐작하지 못했을까?

도현은 그런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뒤가 더 있지요. 아크 마스터께서 차원을 소멸시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차원을 소멸시키면 아크 마스터께서 크게 성장하게 되실 겁니다. 모두들 그것을 염려해서 아크 마스터님을 막으려 한 것입니다.”

“아, 그것도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확신을 시켜준 것은 제법 가치가 있네. 아니, 확신시켜준 것은 큰 가치가 있겠어. 좋아. 옴파로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도현은 학술원의 전령을 조금 더 쥐어짜볼까 하다가, 앞선 전령들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서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학술원 전령이 도현에게 준 정보의 가치는 돌아간 두 전령들의 정보보다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었다.

“감사합니다. 아크 마스터 캐슬.”

“그런데 그런 이야긴 좀 위험하지 않아? 나를 초대한 이유를 그렇게 밝혀 버리면 말이야.”

“괜찮습니다. 이미 짐작하고 계셨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원장님도 초대가 불발되면 그 정도는 드러날 거라고 예상하고 계셨습니다.”

“그래?”

“네, 캐슬님.”

“어째 손바닥 위에 놓고 내려다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쁜데?”

“네?”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는 거 기분 나쁘다고.”

“아, 네······.”

“뭐, 그렇게 풀죽어 할 거 없잖아. 별 것 아닌 정보를 던져주고 옴파로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아, 그렇지요. 맞습니다.”

“그럼 가 봐. 계속 여기서 어물거리지 말고.”

“······. 네.”

도현의 말에 학술원 전령은 잠시 입 안에 할 말을 담았다가 꿀꺽 삼키고는 품속에서 탐사일지를 닮은 책을 꺼내더니 옴파로로 차원 회랑을 열었다.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학술원의 전령은 마지막으로 깊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차원 회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자, 이러면 이제는?’

- 부지런히 차원의 근원을 흡수해서, 알케이네스를 소멸시키는 것이지요.

‘맞아. 도대체 차원을 소멸시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을 해야겠어.’

- 이 에포르 로드의 수련을 최대한 보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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