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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16화 (116/184)

116. 알케이네스 제국에 자리를 잡았다

116. 알케이네스 제국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움직이는군.”

- 델라고아가 분쟁전을 하기로 한 겁니까?

“그 놈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 말고는 없잖아.”

- 로드께서 급하게 세운 계획인데 이렇게 들어맞다니, 대단하십니다.

“놈이 나에게 저런 하찮은 마차를 보낸 것이 잘못이지.”

- 그걸 보자마자 결투가 아니라 분쟁전을 떠올리신 로드께서 대단하신 것입니다.

도현은 툰네가 마차를 보여주는 순간, 그것이 결투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결투로 델라고아 대공자를 잡아도 남는 경쟁자가 많았다.

그런 중에 도현이 떨올린 것은 알케이네스 귀족들의 후계자 싸움에서 가장 화끈하면서 피가 많이 흐르는 분쟁전이었다.

후계자와 그 추종자 모두를 한 곳에 몰아넣고 생존자를 가리는 무식하고 잔인한 방식.

당연히 가문의 전력이 많이 깎여 나가는 방식이라 선호되진 않지만, 앞서가던 이가 궁지에 몰리면 쓸 수 있는 최후의 패.

도현이 실력을 드러내고 1:1 결투로 델라고아를 몰아가면, 델라고아가 선택할 것은 분쟁전 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현은 곧바로 툰네에게 자신의 경지를 약간 드러내고, 결투를 입에 담았다.

그리고 툰네의 안내를 받아 백작가로 향하는 도중에도 몇 번 툰네가 알아볼 수 있도록 오러의 경지를 드러냈다.

그 뒤, 툰네는 나탄 백작가로 이동하는 도중에 몇 번이나 델라고아에게 소식을 보냈다.

당연히 도현이 델라고아보다 경지가 높음을 직언했을 것이다.

알케이네스 종족은 충성의 대상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면서 동시에 백작가로 가는 여정을 지연시킨 도현이었다.

델라고아에게 가문에서 분쟁전에 대한 승낙을 얻어낼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 모든 것을 흑영을 통해서 지켜본 도현이었다.

흑영은 툰네가 첫 전령을 보낼 때 이미 그 그림자에 붙어서 나탄 백작령에 들어가 있었다.

- 분쟁전이라니, 정말 일이 쉽게 되었습니다.

“그래. 나에겐 딱 어울리는 방식이지.”

- 외부와 차단된 차원 공간에 후계자들의 세력 전부를 밀어넣고, 그들에게 나눠준 열쇠를 하나로 모아야 나올 수 있게 하다니.

“어떤 방식으로 승패가 결정이 되는지는 따지지 않겠다는 거지. 무슨 일이 벌어져도 불문율, 아니 아예 알 수가 없는 거지.”

- 그러니 로드께서 힘을 드러내도 문제가 될 일도 없고 말입니다.

“그래.”

굳이 여러 말 할 것도 없었다.

분쟁전이 결정되면, 이제 곧 전령이 분쟁전을 위한 이동석을 가지고 올 것이다.

모든 후계자들은 그 이동석을 이용해서 추종자 모두를 끌고 분쟁전이 벌어지는 차원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랜 세월 분쟁전의 전장으로 사용된 곳이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어느 곳에서 분쟁전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쓸모가 없어 버려진 황량한 차원을 분쟁전 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던가?

* * *

나탄 백작가의 분쟁전 결정은 진통이 심했다.

하지만 델라고아는 이번 결투만 아니라면 다음 백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이였다.

그만큼 포섭해 놓은 가신들이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결국 분쟁전 허락이 떨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분쟁전 결정이 내려진 이후의 과정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이 되었다.

언제 바이디야가 나타나 델라고아에게 결투를 신청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툰네가 바이디야를 데리고 오고 있다지만, 그것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나탄 백작가의 원로들은 빠르게 분쟁전에 사용할 열쇠를 귀족원에 요청했다.

열쇠는 곧 분쟁전이 벌어지는 차원 공간으로 이동하는 이동석 역할도 하는 것.

갈 때는 그것 하나로 다수의 사람과 물자를 이동시킬 수 있지만, 올 때에는 모든 열쇠를 모아야 사람들을 복귀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걸 받으십시오. 시간은 닷새입니다.”

“이건 뭐지?”

도현은 바이디야의 모습으로, 툰네가 내미는 갈색의 수정체를 보며 물었다.

수정체는 양쪽이 뾰족한 팔각기둥의 모양으로 손에 꼭 쥘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모르시겠습니까?”

“본 적은 없지만 들은 기억은 있는 물건인데, 이게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분쟁전?”

“맞습니다.”

“분쟁전을 치른다고?”

도현이 담담한 어조로 툰네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툰네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이 델라고아가 바이디야와의 결투를 피하기 위해 벌인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툰네가 델라고아에게 충성을 한다고 해도 부끄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

도현이 툰네를 보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툰네가 예의조차 잊어버리고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결투로 죽기 싫으면 분쟁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겠지. 안 그래?”

“그걸 예상하셨다는 말입니까? 그런데도 백작가로 가는 걸음을 늦췄다면······.”

“너도 서둘러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것이 나에게 도착했다면 델라고아 역시 분쟁전 참가 준비로 바쁠 텐데?”

도현이 툰네의 말을 끊으며 재촉하듯 말했다.

그러자 툰네는 어금니를 깨물며 도현을 바라보다가 급히 병사들을 데리고 백작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주어진 시간 안에 분쟁전에 참가할 자기 편을 모두 모아야 했다.

물론 그 시간동안 새로운 인재를 끌어 모아도 되고, 용병이나 후원자를 모색해도 된다.

아마 나탄의 후계자들 중에는 다른 귀족에게 선을 대는 이들도 없진 않을 것이다.

귀족들은 다른 귀족가의 후계자 싸움이 끼어들지 않는 것을 명예로 여겼지만, 명예에 흠이 가지 않을 선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자식의 친구나, 가까운 친적이나, 재능 있는 젊은이에게 작은 도움을 주는 것은 명예에 흠이 가지 않는 일이기도 하니까.

“모두 곁으로 모여라!”

하지만 도현은 따로 시간을 끌 일이 없었다.

어차피 분쟁전을 위해서 더 준비할 것도 없었다.

몰티 차원에 구현해 놓았던 성들을 모두 심상 공간으로 옮겨 놓았으니 그 전력이면 차고 넘쳤다.

그러니 곧바로 분쟁전이 벌어질 차원공간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 * *

피의 바이디야 주코 나탄 백작!

알케이네스 제국이 그 이름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백작이 되는데에도 분쟁전이란 가장 극적인 과정을 거친 바이디야 주코 나탄 백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모든 후계자와 그 추종자가 죽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분쟁전이란 것이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작위 계승을 확정 지은 후, 끝내 노백작이 죽음을 맞이하고 그가 백작이 되었다.

그런데 백작이 된 바이디야 주코 나탄은 곧바로 가문의 가신들을 도륙했다.

나탄 백작에게 지배력을 조금이라도 허락받았던 이들은 어김없이 그의 칼에 목이 잘렸다.

예외는 없었다.

이미 전대 나탄 백작의 지배력을 이어받은 바이디야 주코 나탄이었다.

그가 전대 백작의 명으로 죽일 이들을 모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저 전대 백작의 이름으로 명령만 내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모인 이들을 모두 참수한 바이디야 주코 나탄.

그의 말이 한동안 알케이네스 제국을 뒤흔들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지 였던가?”

“그렇습니다. 폐하.”

“참으로 혈기가 강한 백작이 탄생했군.”

“심기가 불편하시면······.”

“그런 것은 아니다. 그저 작은 흥미가 생겼을 뿐.”

“······.”

“그런데 나탄 백작가라면 하이마 드리아드의 피가 섞여 있었지?”

황제는 문득 떠오른 듯이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습관일 뿐, 이미 알고 하는 질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에게 하이마 드리아드의 정복을 명하면 어찌 될까?”

“작위를 계승한 귀족은 10년 동안 영지를 다독일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 제국 관례입니다.”

“짐이 그걸 모를까?”

“······.”

“그런데도 명령을 내려 보고 싶단 말이지. 어차피 그 신목의 차원이나 대장장이들의 차원은 우리 제국의 치부이니 빠르게 가려야 하지 않겠나?”

“귀족원에 명령을 내리시겠습니까?”

황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관례가 있었다고 그것이 황제의 명령에 우선할 수는 없다.

제국에서 황제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황제도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는 없었다.

“음, 차원 회랑이 문제란 말이지. 억지로 뚫을 수는 있겠지만, 침략 용도로 쓴다면 곧바로 금제를 받게 될 테니까.”

황제가 주춤하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차원 침략을 위해서 차원 회랑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리권을 빼앗긴 상태라면 억지로 뚫고 들어가는데 그만큼의 제약을 각오해야 한다.

아마도 알케이네스 제국의 병사들이 억지로 차원을 넘으면 절반의 전투력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차원 회랑의 금제는 그런 식이었다.

그래서 황제도 쉽게 하이마 드리아드와 고브니 차원의 원정 점령을 명령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령을 내리는 것은 쉽다.

귀족원도 황제의 명령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원정이 실패하면?

그 때에는 귀족들이 아니라 황제에게 흠이 생기게 된다.

황제의 명으로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귀족의 잘못이 아니라 황제의 잘못이다.

황제가 이룰 수 없는 명을 내렸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황제에게 흠이 생기면?

“조금 더 상황을 봐야겠지?”

흠이 있는 황제는 온전한 황제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비록 영생을 살며 몸을 갈아타는 황제지만 그런 식의 황위 계승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한 번 황제의 자리가 바뀔 때마다 제국 전체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난다.

그 과정에서 제국은 상상하기 어려운 물적, 인적, 정신적 손해를 보게 된다.

“짐에 대한 믿음을 새로 쌓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피곤한 일이기도 하고.”

특히 중요한 것이 제국민들이 황제에게 가지는 신앙심이었다.

황제는 제국민들의 신앙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존재였다.

까마득히 오래전, 평범한 존재의 굴레를 벗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 지금 제국에 퍼져 있는 변형된 신앙심이었다.

황제라는 완벽한 존재에 대한 광신.

그것을 받아 초인의 반열에 오른 황제였기에 그 신앙이 흔들리는 것은 무척 불쾌한 일이었다.

하지만 황제로 존재하며 어떤 일을 행하든, 결국은 사소한 문제들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황제로서의 격이 부족해지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황제는 사실 완벽하지 않으니, 실정(失政)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 불완전한 황제를 폐하고 새로운 황제를 세워 완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며 제국의 황위가 이어졌다.

황제는 그렇게 초인이라는 경지에 발을 걸치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럼에도 온전히 그 경지에 올랐다고 자신하지는 못하는 황제였기에 황제라는 이름에 흠이 될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

“어쩌면 조만간 새로운 황제를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황제는 본능적으로 지금의 세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지구라는 차원의 원정에 실패하면서 그것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었다.

역사의 기록에도 황제가 아닌 귀족들의 원정으로 되어 있고, 백성들 역시 그렇게 알고 있는 일이지만, 어쩐지 황제의 완전함에 흠이 생기고 있었다.

어디서 생긴 균열인지 모르지만 미약하게나마 줄어들고 있는 지배력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물론 황제가 느끼는 그 불완전함은 사실 도현이 귀족들의 뿔에서 지배력을 흡수하면서 생긴 것이지만, 황제는 그것을 몰랐기에 제국민의 신앙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황제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가면 그렇게 지배력에도 문제가 생기곤 했던 경험이 주는 오해였다.

* * *

“으음. 이렇게 차원의 근원을 모으다보면 언젠가 일곱 성의 차원에도 변화가 생기겠지?”

그 때, 도현은 나탄 백작가의 주인이 되어 알케이네스 제국에 대한 다음 공격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첫 계획이 군왕성의 힘을 이용해서 차원의 근원을 조금씩 훔치는 것이었고, 나름 성과가 나오는 중이었다.

이제 이대로 알케이네스 제국 차원의 근원을 말려가면 결국 제국은 몰락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걸 좀 더 앞당기려면 내가 열심히 수련을 하는 수밖에 없겠지?”

문제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라 도현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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