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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15화 (115/184)

115. 사소한 수작질로 대어를 낚아가다

115. 사소한 수작질로 대어를 낚아가다

도현의 목표는 엘소드 식민자원에 있는 바이디야 주코 나탄이었다.

엘소드는 소금창고란 의미를 지닌 말로, 이 식민차원은 전체가 거대한 지하자원 매장지였다.

원래 이곳 엘소드에는 쿠보라나라고 하는 종족이 원주민으로 있었다.

그들은 1미터 정도의 체구를 지닌 작은 인종이었는데, 엘소드의 강렬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 천으로 온 몸을 가리고 다녔다.

하지만 지금 엘소드에는 그 쿠보라나 종족이 거의 없었다.

엘소드를 식민지로 삼은 알케이네스 종족이 보이는 족족 잡아 죽였기 때문이다.

이유는 쓸모가 없다는 것.

워낙 황량한 차원이라 처음에는 그저 거대한 소금 평원 하나만 보고 점령한 식민지였다.

그나마 그 소금이 맛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쿠보라나 종족을 소금 채취 노예로 써먹었지만, 이후 차원 곳곳에서 지하 자원이 발견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쿠보라나 종족은 그다지 좋은 광부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의외로 고브니 종족이 많단 말이지.”

도현은 물소의 뿔을 닮은 회색 뿔을 뒷머리까지 붙인 알케이네스 종족이 되어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곳은 엘소드 차원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철광석 광산.

노천 광산에서 시작한 곳이지만 지금은 거꾸로 파내려간 깔때기 모양으로 바닥이 어딘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 그곳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주류는 고브니 일족.

거기에 근력이 뛰어난 자이언트 종족이 드문드문 섞였고, 오크나 트롤 같은 종족도 보였다.

대부분 육체적인 힘을 쓰기에 좋은 몸을 지닌 종족들이었다.

그런 중에 난쟁이 같은 고브니가 많이 섞여 있는 것은, 고브니 종족이 태생적으로 광부 소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 바이디야 님. 이제 가실 때가 되었습니다.”

광산을 구경하는 도현의 뒤로 알케이네스 종족 하나가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래? 다들 준비는 끝났겠지?”

도현이 몸을 돌리며 물었다.

지금 도현의 모습은 바이디야 주코 나탄이라는 알케이네스 귀족의 모습이다.

물론 원래 바이디야는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바이디야 뿐만이 아니라, 그가 거느리고 있던 추종자 대부분이 사라졌다.

조금이라도 바이디야에게 지배력을 받았거나, 혹은 바이디야의 아비에게 지배력을 받은 이들은 모두.

지금 남은 것은 그 나머지와 도현이 몰티 차원에서 데리고 온 알케이네스 노예들이다.

지금 도현에게 고개를 숙인 알케이네스 종족도 몰티 차원에서 데리고 온 노예였다.

“그럼 가자.”

도현은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차원 회랑이 있는 곳.

도현이 이곳 광산으로 온 것은 이곳에 알케이네스로 통하는 차원 회랑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광산에서 캔 광석을 정제하고 제련해서 알케이네스로 보내는 곳이라, 차원 회랑이 때때로 열렸다.

“돌아가시는 것입니까?”

도현이 쉰 명 가량의 노예를 이끌고 차원 회랑으로 다가가자 차원 회랑의 관리자가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니, 안 갈 수가 없지.”

“아,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탄 백작님께서······.”

“나고 감은 폐하께서도 어쩔 수 없는 일.”

“아, 죄송합니다.”

이제 현 백작이 죽고 나면 그 자리에 올라설지도 모를 후계자 앞에서 늙은 백작의 죽음에 너무 마음을 쓰는 것도 좋지 않다.

그것을 느꼈는지 관리자는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는 곧바로 차원 회랑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거대한 문이 열리자, 그 너머로 차원 회랑의 입구가 보였다.

“그럼 바쁜 것 같으니 먼저 가지.”

도현은 문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도현 일행의 뒤쪽으로 엄청난 양의 소송물자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차원 회랑이 열린 것은 바로 저 소송물자들 때문이었다.

그 겸에 바이디야도 백작자로 귀환하게 된 것이고.

“성공하지 못하면 죽겠지.”

도현이 쉰 명의 노예와 함께 차원 회랑으로 들어가고 나자, 관리자가 허리를 뻣뻣하게 세우며 중얼거렸다.

귀족가의 후계자 싸움은 그런 것이었다.

처음부터 납작 엎드린 경우가 아니면 후계자 경쟁에 나섰던 이들 중에 작위를 계승한 한 사람만 살아 남는다.

관리자가 보기에 바이디야 주코 나탄은 백작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인물이었다.

실력도 고만고만한데 특히 추종 세력이 너무 약했다.

고작 이곳 엘소드에 와서 세력을 키우려 하다니, 그것만 봐도 처지가 궁색함을 잘 알 수 있었다.

제국의 식민지 중에서 이곳 엘소드는 그리 풍요로운 곳이 못 되니까.

거기에 백작의 죽음도 너무 빨랐다.

바이디야 주코 나탄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만큼 짧았고, 뭘 해 보기도 전에 본가로 소환을 당하는 셈이다.

관리자는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이디야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없었다.

“뭣들 하나! 어서 옮겨! 들어가라!”

하지만 그건 관리자와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가능성이 낮은 후계자라 하더라도 실수를 하거나 감정이 쌓일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혹여 백작이 된다면 도리어 자신을 좋게 보지 않을까?

그 정도 처세는 해 뒀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지금은 그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였다.

이번에 수송할 철괴의 양은 평소보다 많았고, 그 중에 특수강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아마도 인사고과가 좋게 나오리라.

차원 회랑 관리자는 그런 생각을 하며 군침을 삼켰다.

못해도 인센티브는 좀 나올 테니, 거하게 회포를 풀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 * *

“가자.”

차원 회랑을 넘자마자 도현은 빠르게 광장을 벗어났다.

이제 곧 뒤를 이어서 엄청난 물량의 철괴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현이 광장을 모두 벗어나기 전에 그 앞을 가로막는 이들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바이디야 공자님.”

“음?”

“툰네입니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내가 하찮은 너 따위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나?”

도현은 툰네를 모르지만, 바이디야는 알고 있었다.

툰네는 나탄 백작가의 제1 후계자인 델라고아의 가신이었다.

형인 델라고아의 가신이니 당연히 바이디야와는 적대 관계일 수밖에.

“혹여라도 불상사가 있을까 싶어서 백작님께서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공자님을 성으로 모시라고 말입니다.”

“아버님께서?”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명령이라는 말에는 바이디야도 어쩔 도리가 없다.

여기서 나탄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없다.

감히 가문의 가주 이름으로 거짓을?

그게 가능하려면 백작이 죽어서 지배력이 사라졌을 때에나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백작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아버님의 명이라는데 거역할 수는 없지. 마차는 준비했겠지?”

바이디야의 모습을 한 도현이 툰네에게 기세를 뿜어 찍어 누르며 물었다.

“크음. 물론입니다. 저기 준비해 뒀습니다.”

툰네가 바이디야의 압력을 힘겹게 버텨내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가 가리키는 마차는 딱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저걸 나에게 타라는 것이냐? 저걸 아버지께서 내어 주셨다고?”

도현이 툰네를 노려보았다.

“저 마차는 델라고아 님께서 준비하신 것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가 아니라 형이란 말이지? 하하하하.”

도현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웃다가 웃음을 뚝 그치며 툰네를 노려봤다.

“죽고 싶으냐?”

그리고 오러의 기운을 한껏 드러내어 툰네를 찍어 눌렀다.

앞서 살짝 맛을 보여줬던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렬한 오러.

“크으윽! 고, 공자님?”

툰네가 도현의 기세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툰네의 표정에는 설마 바이디야의 경지가 이렇게 높을 줄은 몰랐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델라고아 형님이 나보다 서열이 높다곤 하지만, 아직 후계자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내 명예를 깎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결투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알겠지?”

결투란 말에 툰네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후계자들의 결투는 대리인을 세울 수 없다.

그래서 결투만큼 후계자 경쟁의 변수를 만들기 좋은 수단도 없었다.

명분만 있다면 아무리 경쟁에서 밀린 후계자라도 결투를 신청해서 일발 역전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위를 이어받으려는 후계자들은 모두 실력 향상에 소홀할 수가 없다.

그리고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절대 상대에게 결투의 빌미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후계자 간의 결투는 아주 작은 이유로도 성립할 수 있지만, 또 매우 엄중한 성립 심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델라고아의 행위는 충분히 바이디야가 결투를 신청할만한 이유가 된다.

아니 원래 그렇게 작정하게 만든 판이다.

여기서 굽히고 들어오면 바이디야는 후계자 경쟁에서 크게 뒤처지게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결투를 신청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지금까지 알려진 바이디야의 실력이 보잘 것 없었다.

“이제 뭔가 잘못되었다 싶겠지? 어쩌나?? 형님께서 그게 패착을 두신 것 같으니? 크하하하하.”

도현은 툰네를 짓누르던 기세를 거두고 크게 웃으며 허름한 마차로 걸어갔다.

그리고 노예들을 시켜 문짝과 천정을 떼어내게 했다.

의자만 남은 마차.

바이디야는 그 위에 올라앉으며 툰네에게 고개짓을 했다.

“뭐 하나? 출발하지?”

“아, 알겠습니다.”

툰네는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툰네가 느끼기에 바이디야의 오러는 대공자인 델라고아를 크게 앞서고 있었다.

지금 저 초라한 형색의 마차를 타고 본가로 가게 되면, 곧바로 결투가 성립한 것이다.

아니, 이미 이곳 광장에서 툰네가 바이디야를 맞이하는 모습을 본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툰네의 입에서 저 초라한 마차를 보낸 이가 델라고아란 말이 나온 것을 들은 이들도 많았다.

바이디야가 나타날 때부터, 나탄 백작가의 후계자 경쟁에 참여할 사람이라 이목이 쏠리고 있었던 탓이다.

‘큰일이다. 큰일.’

바이디야의 노예 쉰 명이 마차의 전후좌우를 에워싼 가운데, 툰네가 이끌고 온 나탄 가문의 병사들이 앞뒤로 나뉘어 대열을 이뤘다.

그리고 바이디야라는 거대한 풍운을 실은 마차가 나탄 백작령을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 * *

“그게 어떻게? 그 놈이 어떻게 그런 경지에 올라!”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차원 회랑 광장에서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보았다 합니다.”

“툰네, 툰네가 따로 연락을 보냈다고?”

“네, 대공자님. 바이디야 공자의 경지는 거의 마스터에 근접해 있다고 합니다.”

“이, 이러면 곤란한데?”

델라고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동생이 비수를 갈아왔다.

자신은 그것도 모르고 수작을 부렸다가 그 비수에 찔리게 생긴 판이다.

“결투를 거부할 방법은?”

붙어봐야 승패를 알겠지만 툰네의 판단이 자신의 패배라면 그 결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명분이······.”

“그럼 방법은 하나 밖에 없군?”

“네?”

“작위 분쟁전.”

“그, 그건······.”

유리한 입장에서 쓸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추종자를 이끌고 모두가 한 무대에 올라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결투를 무효로 만들 방법이 그거 말고 있기나 해?”

“없습니다.”

“그러니 놈이 결투를 신청하기 전에 우리가 작위 분쟁의 전장을 여는 것이 답이야. 그게 아니면 내가 죽을 테니까.”

“바이디야 공자의 실력이 정말 그렇게 뛰어나다면 대공자님의 말씀 밖에는 수가 없긴 합니다.”

작위 분쟁전이 선포되면 결투 따위를 할 수가 없다.

그저 경쟁에 뛰어든 모든 후계자가 가문에서 준비한 판에 올라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이렇게 되면 가문의 힘이 많이 소진되기 때문에,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쪽에서는 절대 선택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리고 분쟁전을 치르려면 가문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동의를 이끌어낼 역량을 지닌 이는 대부분 1순위 후계자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이어받을 가문의 힘을 약화시킬 짓을 누가 하겠는가.

하지만 의외로 분쟁전은 간혹 벌어진다.

지금처럼 1순위 후계자가 곤궁에 처했을 때에 마지막 수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준비 해! 놈이 성에 들어오기 전에 분쟁전 동의를 얻어낸다.”

“아, 알겠습니다. 대공자님.”

델라고아는 결단을 내렸고, 나탄 백작가의 원로들은 한동안 고성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델라고아를 지지하는 이들이 워낙 많아서 결국 분쟁전이 허락될 것이다.

문제는 시간.

바이디야가 분쟁전 결정 전에 도착하면 델라고아는 결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결투 신청이 이루어지면 분쟁전 논의도 멈출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데.

“놈이 서둘지 않는다고?”

“네,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때때로 쉬면서 경치 구경을 한다나 뭐라나 그렇습니다.”

“미친 건가? 그 놈도 분쟁전을 모르진 않을 텐데?”

델라고아는 의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어쨌건 쫓길 것 없이 분쟁전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으니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몇 번 들어온 툰네의 보고에 의하면 동생 바이디야는 확실히 오러의 경지가 자신보다 높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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