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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12화 (112/184)

112. 몰티 차원이라고 합니다

112. 몰티 차원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탐사자 캐슬.”

“오랜만이라고 해야 합니까?”

“설마요. 차원 탐사를 이렇게 빠른 시간에 완료한 것은 학술원이 생긴 이래로 처음입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게다가 탐사일지는 그야말로 모범이 될 정도라는 평이 있었지요.”

“다행이군요. 가치가 높아졌을 테니 말입니다.”

“하하하.”

도현의 말에 탐사자 시험 책임자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도현이 작성한 탐사일지는 학술원의 심사에서 최고점을 갱신했다.

탐사 일지에 기록해야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넘어서 세부 항목에 새로운 내용을 첨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학술원 심사 이래로 최고의 점수라는 명예에 그에 해당하는 포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물론 학술원 운영을 쥐고 있는 쪽에서 반발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순수 연구파에서 격렬한 성토 끝에 포상이 결정되었다.

눈앞에 있는 도현은 그런 사실을 모르니 탐사일지의 ‘가치’를 운운하는 것이리라.

학술원 탐사자 시험 책임자는 그런 생각에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저어 정신을 차렸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례적으로 이번 탐사일지에 대한 포상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포상이요?”

“네, 학술연구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주는 포상금 형태입니다. 과거에는 가끔 그런 포상을 받는 탐사자들이 있었지요.”

“그거 없어진 거 아니었습니까? 전에 도서관에서 확인했을 때에는 거의 수백 년 동안 포상을 한 경우가 없다고 되어 있었는데요?”

“그야 그럴 일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포상 규정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그럼 제가 포상을 받는다는 건데, 뭘 받는 겁니까?”

“일단 적지 않은 차원 포인트를 받게 될 것입니다.”

“차원 포인트는 항상 옳지요. 그리고요? 말씀 하시는 것을 보니, 그게 전부는 아닌 모양인데요.”

“물론입니다. 에, 그러니까 몰티 차원, 맞지요. 차원 이름이 몰티인 거.”

“네, 맞습니다.”

“저, 그런데 혹시 몰티의 뜻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탐사 일지의 제목으로 분명 차원명을 몰티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알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아무리 학자들이 탐사일지를 살펴도 차원 이름의 뜻을 알아낼 수가 없더군요.”

“그렇습니까?”

“이런 경우는 아무 의미도 없이 지어진 이름인 경우에 해당하는데, 그런 것입니까?”

“무슨! 분명 의미가 있는 단어입니다.”

“그, 그렇습니까?”

시험 담당자는 욱하는 듯한 도현의 반응에 움찔했다.

그리고 도현으로서도 차원 이름을 얼마나 어렵게 정했는데, 의미 없는 이름이란 소리를 듣다니.

억울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몰티가 ‘몰래멀티’의 준말이라고는 또 말할 수가 없었다.

“뭐, 차원의 이름은 고유 명사가 되는 것인데, 그 전에 가졌던 의미는 굳이 알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 몰티 차원이 어떻게 변해가느냐, 그리고 어떤 의미로 세상에 알려지느냐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에 따라서 몰티라는 이름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아, 그건 그렇지요. 맞습니다. 몰티 차원의 위상이 곧 그 이름의 의미와 가치를 정하겠지요. 캐슬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시험 담당자는 도현을 캐슬이라 불렀다.

그것은 도현이 앞으로 탐사자로 사용할 이름을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상 내용이 어떻게 됩니까? 그 이야기를 하다가 만 것 같은데요.”

도현이 다시 시험 담당관을 보며 물었다.

“차원 포인트에 더해서, 캐슬 님의 몰티 차원은 학술원의 최고 등급 보호를 받게 될 것입니다.”

“최고 등급 보호라니요?”

“보호란, 차원의 개발과 소유에 있어서 외부 세력의 간섭을 막아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 중에 최고 등급이라면 당연히 어떤 세력도 캐슬 님의 몰티 차원에 숟가락을 얹지 못할 거라는 말이지요.”

“제가 그곳을 개발하고 소유할 것을 미리 짐작했다는 말이군요?”

“시험 전에 이미 그런 뜻을 보이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들이 그렇게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만. 그 사이에 마음이 변하기라도 하셨습니까?”

“따로 저를 밀어준 파벌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짐작하시겠지만 우리 순수 연구학파가 이번에 캐슬 님의 뒤를 받쳤습니다.”

“아, 그런···.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 순수 연구학파의 문제였을 뿐, 캐슬 님이 고마워 할 일은 아닙니다.”

시험 담당관은 손사레를 쳤다.

그리고.

“어쨌거나 최고 등급의 보호를 받게 되었으니 개발은 전적으로 캐슬 님의 의지에 따라서 진행하면 됩니다. 개발에 누구를 끌어들이든 그 역시 캐슬 님의 자유입니다.”

“개발이 끝나, 차원 교류가 가능해지면 소유권 역시 제가 가지는 것이고요?”

“그 때는 개발 지분에 따라서 협의를 해야겠지요. 그것까지는 보호해 드리지 못합니다.”

“아니, 혼자 개발을 했을 때를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소유권을 명확하게 해 드릴 겁니다. 그 역시 학술원의 이름으로 약속할 수 있습니다. 최고 등급의 보호란 소유권 확정에 대한 것까지 포함되는 것이니까요.”

“하하하.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학술원에서 생각보다 많은 지원을 해 주시는군요?”

“그렇죠. 따지고 보면 학술원은 손해만 보면서 지원을 하게 된 셈입니다. 원래, 예전의 학술원은 이게 정상이었는데, 요즘은 그런 본기능이 거의 사라진 상태죠. 아쉽게도 말입니다.”

“그럼 이번 일을 두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도 많겠군요?”

도현은 학술원의 뒤처리가 미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물었다.

포상이라는 것이 결국은 학술원이 입장을 바꾸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니 당연한 걱정이었다.

하지만 시험 담당관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학술원의 포상은 절대 바뀔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학술원이 간판을 내리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지요.”

“네? 그게 무슨······.”

“학술원의 초기 설립자들이 그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초기 설립자라니요? 학술원 설립은 그게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까마득히 오래전이 아닙니까. 그런데 초기 설립자가 있습니까?”

도현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오래 살아 있는 이가 있다면 그건 그냥 불로불사의 영생자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정확한 것은 저도 잘 모르고, 알아도 말씀드릴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학술원에는 초기 설집자들의 의지가 아직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의지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벌어지면 학술원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알 수는 없는 근거를 기준으로 결과는 명확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군요. 하지만 저야 뭐 포상만 분명하다면 상관없는 일이지요.”

도현은 학술원의 초기 설립자나 그들이 남긴 의지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정도 존재라면 분명 고대 레이미아 종족이 말했던 ‘초인’이거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일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내 부족함을 알아야지. 멋도 모르고 불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달려드는 하루살이가 될 수는 없지.’

도현은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자, 그럼 이 탐사일지는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아시겠지만 학술원의 탐사자는 어느 차원에서든 옴파로와 연결되는 차원 회랑을 열 수 있습니다.”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탐사일지가 바로 그 차원 회랑을 여는 열쇠가 된다는 것은 모르셨지요?”

“이게 말입니까?”

“정확하게는 학술원의 심사를 통과한 탐사일지. 그것이 바로 차원 회랑을 여는 매개체인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앞으로 어디서든 이곳 옴파로로 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 그 탐사일지에 충전된 긴급 이동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긴급 이동, 이름만 들어도 대충 감이 오네요.”

“그럴겁니다. 그건 위기의 순간, 어느 곳에서든 학술원 차원 회랑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위급할 때에 쓰시면 좋습니다. 다만 다시 충전을 하기 위헤서는 엄청난 차원 포인트가 필요하니 정말 아껴서 써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도현은 몰티 탐사 일지를 돌려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이제 캐슬 님은 학술원의 정식 탐사자가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스화화홧!

시험 담당관의 선언과 동시에 도현이 받은 탐사일지에서 푸근한 노란 빛이 한 번 뿜어져 나왔다가 사라졌다.

“이제 그 탐사일지는 캐슬 님에게 귀속되었습니다. 잘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시험 담당관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도현 역시 마주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 * *

<몰티 차원 개발 러쉬!>

가디언의 캐슬이 새로운 차원의 개발에 참가자를 공개모집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차원인 몰티는 상급 수준의 몬스터까지 존재하는 위험한 차원이지만, 지성 종족이 없는 미개 차원이기도 하다.

이곳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차원의 등급을 올리는 것이 개발의 목적.

개발이 진행되어 일정 수준을 넘게 되면 자유로운 차원 교류가 가능해지는데, 이 때까지 차원을 개발하는 것이라 한다.

지성종족 거주자의 수를 늘리고, 문명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발전의 방향.

결과적으로 다른 차원과의 교류 자격을 얻으면 개발이 끝난다.

또한 캐슬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개발이 끝난 차원은 캐슬의 소유로 차원 시스템에 등록이 된다고 했다.

이는 차원의 개인 소유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으로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는 핵심이다.

각성자라면 누구나 차원을 개발하고 소유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물론 그게 가능하려면 가진 능력이 지극히 뛰어나야 하니, 일반 각성자들에겐 꿈과 같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만으로도 열광의 이유로 충분하다.

이제 수 세대를 거치다 보면, 언젠가는 새로운 차원을 소유하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아니 당장 내일이라도 새로운 각성 능력을 얻게 된다면, 내가 차원의 주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캐슬의 이번 발표는 이와 같은 ‘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차원 개발 참가는 각성자만 가능>

불행하게도 차원 회랑을 넘을 수 없는 일반인들은 몰티 차원 개발에 참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지구 곳곳에는 각성자 학원에 수강생들이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력이나 오러를 수련해서 각성을 하려는 이들이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기초 각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 같다.

각성자와 미각성자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우려가 괜한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지구 각성자들 다수가 몰티 차원으로 이동중>

······.

<지구로 넘어온 하이마 드리아드, 고브니 차원의 주민들 목적지는 몰티 차원>

몰티 차원으로 가는 차원 회랑이 거제도 고브니 일족 영역에 만들어진 까닥에 하이마 드리아드 차원과 고브니 차원에서 지구를 거쳐 몰티 차원으로 가려는 이들이 러쉬를 이루고 있다.

······.

<캐슬, 몰티 차원의 개발에 따른 지분은 인정하나, 소유권 지분은 인정하지 않을 예정>

캐슬은 몰티 차원의 개발 설명서에서 몰티 차원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공로에 따라서 몰티 차원에 대한 지역 운영권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차원에 대한 소유 지분은 모두 캐슬이 가지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향후 몰티 차원의 차원 등록에서 캐슬의 소유로 등록될 거라는 이야기······.

도현은 몰티 차원과 연결된 유일한 차원 회랑을 지구와 연결했다.

그리고 지구와 하이마 드리아드, 고브니에서 몰티 차원 개발에 참여할 이들을 모집했다.

차원의 소유권은 없지만, 개발 공적에 따른 지역 운영권이 걸린 일이라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물론 하이마 드리아드나 고브니 종족은 은인인 도현을 도울 수 있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렇게 한창 바쁘게 몰티 개발 붐이 일고 있을 때, 의외의 손님이 도현을 찾아왔다.

“오, 형제. 오랜만이야.”

그가 짧은 팔을 들어 흔들며 큰 입에 어울리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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