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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11화 (111/184)

111. 차원 탐사를 빠르고 쉽게 하는 방법(Feat:노예)

111. 차원 탐사를 빠르고 쉽게 하는 방법(Feat:노예)

학술원에서 요구하는 차원 탐사는 꽤나 세밀했다.

차원의 지형을 밝히는 것이 우선.

대부분 차원들을 우주에 떠 있는 구형의 행성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 직접적인 예가 옴파로가 있는 차원 회랑의 중심이다.

그곳은 차원벽이 대륙의 주변을 두르고 있는 판형 대륙이다.

그 외에 특이한 형태로는 건물 내부처럼 되어 있는 던전형도 있고, 층으로 나뉘어진 탑도 있다.

그보다 더 특이한 경우는 아예 거대 생명체의 신체 외부, 혹은 내부를 차원으로 하는 경우다.

“여기 차원도 그런 특별한 경우였으면 좋았을 텐데.”

- 그런 말씀은 하지도 마십시오. 너무 큰 욕심입니다.

“그런가?”

- 특히 생명체가 차원의 바탕이 되는 경우는 절대 하위 차원일 수가 없습니다. 그 차원 생명체 자체가 엄청난 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위 차원이 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에이, 그건 아니지. 잠든 육체, 죽은 육체 따위도 종종 있다고 했잖아.”

- 그 종종이란 것이 학술원의 기록에도 몇 되지 않는 다는 건 기억 못하십니까?

“그렇지. 그런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면 말이지.”

- 네?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학술원, 그것도 어쩌면 하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 네? 하꼬요?

“아, 미안하다. 그냥 규모가 작은, 허접스러운 곳이란 말이었다.”

- 학술원이 그런 곳일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잖아. 생명체의 육체로 된 특별한 차원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런 곳이 간혹 발견된다고 했는데, 정작 학술원 기록에는 몇 없단 말이지.”

- 그러니까 간혹 발견된다는 기준이 학술원 기록이 아니라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어떤 기록일 거라는 말씀이군요?

“그래야 이야기의 아귀가 맞지 않을까?”

- 하긴, 요즘들어 차원 회랑의 중심이라는 곳도 좀 좁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그곳에는 차원의 근원을 관리할 힘이 없어 보였으니까요.

“맞아. 그런 면도 있지.”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인지 범위가 과거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져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고작 지구에서 손에 닿지 않는 우주를 바라보던 시각에서, 다른 차원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 차원들을 관리하는 차원 회랑의 중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차원 회랑의 중심마저 좁고 작은 단위가 아닐까 의심하게 되다니.

- 여기가 가장 흔한 구형의 행성형 차원이라서 실망하신 겁니까?

그 때, 에포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여 로드의 심기가 많이 불편한 것은 아닌가 눈치를 보는 보습이었다.

“아니야. 그냥 이 탐사 일지에서 특별한 차원들의 예를 보니까 호기심이 들었을 뿐이야.”

- 그렇습니까?

“게다가 이곳은 어차피······.”

- 네?

“처음에는 이곳을 내 소유 차원으로 만들어서 세력 싸움을 시작해 보려고 했거든.”

- 알케이네스와 말씀이지요?

“그래, 그랬는데.”

- 이젠 생각이 바뀌셨다는 말씀이지요?

“솔직히 더 빠르고 편한 방법이 생겼잖아.”

- 차원의 근원을 탈취하는 것을 말입니까?

“그래.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거든.”

-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차원의 수많은 생명체가······.

“나도 그런 고민을 했는데,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죽인 생명이 어디 한 둘이야?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지성족들까지. 그런데 숫자가 크게 늘어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 로드, 그건 위험한 생각입니다. 일정 선을 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어차피 그런 것도 나를 감싸고 있는 알껍질 같은 것일 수도 있어.”

- 로드?

“그걸 깨어야만 초인이 될 수 있는 거 아닐까? 초인은 어차피 인간이 아닌 그 무엇 아니겠어?”

- 로드, 많이 과격해지신 것 같습니다.

에포르는 도현의 급격한 심경변화가 걱정스러웠다.

“하하하. 괜찮아. 그렇다고 무의미한 살생을 즐기는 뭐 그런 마음은 아니니까. 그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데, 그게 필요하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것 뿐이야. 솔직히 몇 개의 차원을 거느린 제국과 싸우는데 피가 바다를 이루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

- 하지만 알케이네스 종족의 약점을 잡지 않았습니까.

“지배력 말이지?”

- 네, 로드께서 지배력을 크게 키운다면 황제를 밀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피를 적게 흘리고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황족과 귀족, 그리고 조금이라도 황제의 지배력을 나눠받은 이들은 모두 죽여야 하는데?”

- 살려둬도 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수명이 다할 때까지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음.”

에포르의 말에 도현은 짧은 신음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뭔가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제와 지배력 싸움을 하려면 귀족들의 지배력을 내가 빼앗아 와야 하고, 그러자면 귀족들을 죽여야 하지. 적어도 절반 이상의 귀족을 죽이거나 많은 지배력을 지닌 고위 귀족들을 여럿 죽여야 한다는 거야.”

- 네, 로드. 하지만 그것이 피를 덜 보는 방법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말이야. 황제의 지배력은 전체 귀족의 지배력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을 수도 있어. 극단적인 말이긴 하지만.”

- 아, 그건······.

이번엔 에포르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지배력이란 것은 따지고 보면 거대 집단을 편하게 운용하기 위해서 대리인을 두는 행위거든. 그걸 위해서 귀족에게 지배력을 나눠 줬는데, 귀족들이 저항할 것도 생각을 했겠지. 만약 황족들이 쫄보였다면 절대로 절반 이상의 지배력을 나누는 짓은 하지 않았을 거야.”

- 하지만 그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처음에는 몰라도 제국으로 성장한 지금은 분명 지배력을 많이 나눴을 겁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추측일 뿐이지. 그런데 만약 이 추측이 틀린 거라면? 황제가 절반 이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면?”

- 지배력 싸움으로 알케이네스 종족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게 되면 나와 황제의 싸움, 알케이네스 종족의 내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지. 그러면 제국에 속한 모든 차원이 전쟁에 휩싸일 거고.”

- 너무 극단적인 상황을 말씀하시는 것 같기는 하지만, 생각은 해 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처음으로 돌아오면, 그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알케이네스 제국의 본차원 하나를 날려버리는 것이 훨씬 희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거지. 게다가.”

- 뭐가 또 있습니까?

“본 차원이 위험해지면 그곳의 주민들은 다른 차원으로 피하겠지. 전부가 아닌 일부라도. 그런 면에서 제국의 본차원을 무너뜨리는 것이 좋을 거야. 가장 많은 차원과 연결된 곳이니까.”

- 그만큼 발전한 곳이라 주민의 수도 많을 겁니다만.

“아, 그런가?”

에포르의 지적을 받은 도현은 이미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듯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웃었다.

어차피 공격 목표는 정해져 있는 것이어서, 무슨 말을 해도 바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계획이다. 아직 차원의 근원 응결장치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 송구스럽습니다.

도현의 말에 에포르 병사의 고개가 팍 꺾였다.

황금의 성을 지휘하여 근원 응결장치를 재조립하고 발동시키려 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가 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황.

고대 레이미아 종족의 자료를 다시 살피는 중이지만 답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뭐 널 야단치려는 건 아니었다. 이제 그런 이야긴 그만하고 이 탐사일지나 살펴보자.”

- 네 로드.

지금 도현과 에포르가 하는 일은 차원에 대한 정보를 탐사 일지에 채워 넣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둘이 보고 있는 보고서의 대부분은 알케이네스 종족의 문자로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유는 당연히 그것을 작성한 이들이 알케이네스 종족이기 때문이다.

원래 차원을 탐사해서 탐사 일지가 요구하는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인원은 사실상 도현과 에포르가 전부였다.

산성 병사에게 그런 일을 시킬 수는 없고, 시켜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리고 호위 기사들도 전투 인원이라 탐사 임무 같은 것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나마 흑영이나 레인져가 쓸모가 있었지만 그 역시 도현이나 에포르가 정신 연결을 하거나 감각의 일부를 공유하는 방법을 써야 제대로 된 정보 획득이 가능한 수준.

그러니 차원 전체를 세밀하게 살펴서 탐사 일지를 채워 넣는 것은 무척 긴 시간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도현이 하이트렌의 추종자들을 손에 넣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도현의 지배력에 복종하는 정예 병사들이 생긴 것이다.

지성체로서의 이성은 물론이고 각각의 개성까지 온전하게 지닌.

일종의 광신도와 같은 이들이 도현의 명령을 듣게 된 것.

그 덕분에 차원 탐사 일지는 빠르게 채워지는 중이었다.

“여기엔 마력석 광산이 있는 모양이군.”

- 여기도 특별한 스팟인 모양입니다. 자연의 순수 기운이 유독 강하게 응집되어 있다고 합니다.

“여기도 좀 특별한 곳인 모양이네? 하지만 병사들 수준으로는 알아낼 수 없는 모양이야. 흑영들을 보내봐야겠어.”

- 네, 로드. 그리고······.

“어? 뭐?”

- 새로 발견된 유적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야 당연히 답사를 해야지. 고대 레이미아 종족과 같은 횡재를 또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 네, 그려면 이번에는 소인도 함께······.

“하하하. 전에 너를 빼놓고 나 혼자 갔다 온 게 섭섭했던 거냐?”

- 로드의 의전담당관이고 재산관리인이며, 궁정수석보좌관인 이 에포르를 곁에서 떼어 두시는 것은 파격입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해? 껌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이 너의 소임이니까 떼어내지 말라는 거잖아.”

- 그렇기는 합니다만, 껌딱지는······.

“그 때는 알케이네스 놈들의 보고서가 너무 많이 쌓여서 그랬던 거지. 주변에 가까운 곳부터 탐색을 하느라고 보고서가 한꺼번에 너무 밀려들었잖아.”

- 그럼 이번에는······. 아니 앞으로는······.

“알았다. 알케이네스 놈들 중에서 일을 할 놈들을 뽑아 봐라.”

- 넵, 감사합니다. 로드!

에포르는 결국 원하던 것을 얻어냈다.

밑에 두고 부릴 수 있는 일꾼들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너도 내 지배력을 얼마간 받았으니까 노예 놈들이 절대 복종할 거다. 그러니 쓸모 있는 놈들을 잘 골라서 활용해 봐.”

도현의 말에는 알케이네스 인들에 대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은 도현의 명령으로 지성족에 대한 취식을 멈춘 이들이지만, 그 전까지는 때때로 도축한 노예를 먹었던 이들이다.

도현은 유독 지성족 취식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편이어서 품에 들어온 알케이네스 종족에게도 절대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 의외로 빠르게 탐사일지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되면 옴파로와 차원 회랑이 연결되겠지. 그래야 나도 집에 다녀올 수 있고.”

원래 긴 시간을 각오하고 나온 길이었지만, 때때로 부모님과 여동생이 보고 싶은 도현이었다.

점점 탈인간화 되어 가는 도현이지만 아직 가족들에 대한 감정만은 여전했다.

도현은 정신 에너지를 수련하면서 종종, 가족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지,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어쩌면 그런 감정을 덜어내는 것이 좀 더 수련을 빠르게 하는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아니면 그런 감정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버팀목일 수도 있다는 혼란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언제나 가족에 대한 감정을 지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곤 했다.

- 네, 로드. 그리고 이곳 차원과 지구를 연결하는 차원 회랑을 만들면, 그 후로는 더욱 편하게 지구와 이쪽 차원을 오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로드.

“왜 또?”

- 탐사일지에 적을 제목은 언제 정하실 생각이십니까?

“고민 중이다.”

느닷없는 에포르의 질문에 도현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탐사일지의 제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차원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차원을 발견하고 탐사를 완료한 탐사자가 차원의 이름을 정해서 탐사일지를 기준 이상으로 작성하면, 옴파로의 학술원에서 차원 회랑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도현은 작명, 즉 이름 짓기에는 재능이 없었다.

‘끄응, 생각나는 이름들이 어째 하나같이 그러냐고. 내가 봐도 유치원생 수준이니. 아니 유치원생들도 그렇게는 안 짓겠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한데.’

도현은 에포르 몰래 긴 함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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