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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10화 (110/184)

110. 알케이네스 종족의 지배력은 특별하다

110. 알케이네스 종족의 지배력은 특별하다

“하이트렌 호카 만프레?”

“그렇다.”

“만프레 공작가의 후계자였고,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의 형?”

“맞다.”

“편한 죽음을 원한다고?”

“어차피 다시는 제국에 돌아가지 못할 몸. 이미 패배자가 되었으니 신의 정원에도 들어가지 못할 것. 그러니 죽여다오.”

“음, 살아서 노예가 되지는 않겠다는 거네?”

“그 대신, 기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너의 노예로 내어주겠다.”

“그건 알케이네스 제국의 귀족이라서 가진 지배력을 이용하겠다는 거겠지?”

“맞다.”

“그런거면 굳이 의미가 없는데, 나도 너희 알케이네스 평민들에 대한 지배력은 가지고 있거든.”

“하지만 저항 의지를 쉽게 꺾지는 못하겠지. 그러니 내가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편한 죽음을 위해서 부하들을 제물로 내어 놓겠다고?”

“원래 평민이건 노예건 귀족과 황족에게 봉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사는? 기사는 귀족이 아닐 텐데?”

“그들에겐 폐하의 은총이 조금이라도 깃들어 있으니까.”

“결국 황제에게 뭔가를 받은 놈들만 갑이란 소리군.”

“무슨······.”

“아, 신경쓰지 마라. 혼잣말이니까. 그리고 네 교환 조건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걸 알려주마.”

“그, 그렇다면······.”

“네 지배력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일단 뿔부터 뽑고, 그 후에 내 지배력에 네가 저항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해 볼 생각이야. 너희 알케이네스 놈들은 뿔이 없으면 힘을 전혀 못 쓰는 것 같더라고.”

“안된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뿌, 뿔을 뽑겠다니!”

도현의 말에 하이트렌은 기겁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이미 오러와 마력을 금제하는 구속구를 착용한 상태라 부질없는 몸부림일 뿐이다.

하이트렌이 생포된 후, 알케이네스 병사들은 곧바로 항복했다.

하이트렌의 목에 칼이 드리운 순간, 그들에겐 저항의 명분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렇게 가볍게 하이트렌의 부대를 무력화 시킨 후, 도현은 하이트렌을 통해서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되어서 쉽게 입을 연다 싶었지만, 하이트렌으로선 나름의 거래를 제안한 것이었다.

명예로운 죽음을 위해서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내어 주겠다는 전향적인 태도였다.

그렇게 하이트렌이 지구에 빨대를 꽂고 차원 에너지를 훔치려는 계획과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대한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알케이네스 제국 귀족들의 파벌이나 황제와의 관계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물론 하이트렌은 황제의 광신도나 다름이 없어서, 알케이네스 제국의 귀족들은 모두 황제의 충실한 신하라는 이야기만 나왔지만.

도현은 그런 하이트렌의 이야기 속에서도 귀족들과 황제의 미묘한 대립을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공작이나 후작, 백작 등.

정식 작위를 가진 이들은 황제와 수직적인 관계만 맺고 있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분명 황제 역시 귀족들의 눈치를 보는 면이 있고, 귀족들도 황제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있었다.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하자. 그러면 너를 깨끗하게 죽여 주지.”

몸부림 치는 하이트렌을 향해 도현이 은근한 제안을 했다.

“뭐, 뭐냐? 도대체 뭘 원하는 거냐?”

하이트렌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도현을 보며 물었다.

“지배력, 너희 귀족들이 가지고 있다는 그 지배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걸 좀 자세하게 배웠으면 하는데?”

“그, 그걸 왜······.”

하이트렌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다가 도현이 스스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했음을 기억해냈다.

“서, 설마. 네가 알케이네스의 귀족이 되려는 것이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하이트렌.

하지만 도현은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 했다.

“마,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제국의 귀족이 될 생각을 할 수 있지?”

“지배력만 제대로 쓸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외모야 뭐 바꿀 방법이 한두 가지도 아니고.”

“하지만······.”

하이트렌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알케이네스 제국의 귀족을 사칭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건 말 그대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귀족의 지배력은 황제로부터 부여받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부여받은 지배력을 귀족가의 가주는 가신들에게 나눠주고 또 회수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이 바로 알케이네스 제국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틀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 황제에게 받은 것도 아닌데 지배력을 지닌 이가 있다니.

하이트렌은 이게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지배력을 어떻게 얻은 거지? 그건 폐하의 것이어야 하는데?”

하이트렌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눈앞의 인간 종족이 하이트렌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얻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황제의 권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귀족의 지배력을 빼앗아 갈 수 있는 능력이라니.

“뿔 뽑아서 보여줄까?”

도현이 질린 표정의 하이트렌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을 들은 하이트렌은 도현이 알케이네스 종족의 뿔에서 지배권을 흡수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하! 그런 것이 가능하다니. 폐하의 권능을 지니고 있다고?”

“그 황제의 권능이란 것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만, 너희가 지니고 있는 지배력을 내가 흡수하는 것은 분명 가능하다. 그건 네가 죽은 후에도 가능하니 저항할 생각은 하지 말고.”

“어찌 저항할까. 그것은 신의 권능. 하하하하. 여기 폐하의 권능을 나눠가진 이가 있다는 것이 아니가. 그것도 우리 종족이 아닌 타종족이! 놀랍군, 놀라워!”

하이트렌은 진짜로 놀란 표정이었고, 묘하게 유쾌한 느낌이었다.

“재미있는 모양이군?”

도현이 그런 하이트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일한, 완벽한, 경의와 존중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 된 황제의 권능을 누군가 나눠 가졌다는데 어찌 재미있지 않을까.”

“응?”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속에서 황제에 대한 모든 믿음에 금이 가지 않았나. 크하하하하. 시원하구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군.”

“주입된, 강요된 믿음과 신앙이란 원래 그런 법이지.”

“이렇게 쉽게?”

“황제 또한 우리와 같은 종족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절대적인 지배력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신격화 한 것일 뿐이다. 지금 그 무결성이 깨어졌으니, 황제는 이제 흠이 생겼음이다.”

“그래서 지배력의 사용법을 알려줄 건가?”

“그래,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황제와 싸워봐라. 재미있겠군.”

“뭐, 황제와 싸울지, 제국 자체와 싸울지는 나중에 결정할 문제고, 일단은 지배력부터.”

“좋다. 뭐든 원하는 대로!”

하이트렌은 무척 흥겨운 표정으로 도현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그 후 하이트렌은 도현에게 알케이네스 제국의 근간인 지배력에 대해서 하나에서 열까지 세심하게 가르쳤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하이트렌과 그의 기사들은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

- 저들을 지배해서 쓸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말입니다.

죽은 하이트렌과 기사들을 묻고 있는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보며 아쉬운 표정으로 에포르 병사가 말했다.

“어쩔 수 없지. 한 번 황제의 지배력이 스며든 이들은 내 밑으로 둘 수 없으니까.”

기이한 일이었다.

황제로부터 나온 지배력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거나 있었던 이들은 도현의 지배력을 배척했다.

그래서 기사들 역시 도현의 수족이 될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아주 미약하게나마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프레 공작가의 대공자로서 하이트렌이 받았던 지배력을 티끌만큼씩 기사들에게 나눠준 때문이었다.

그 티끌같은 지배력이 기사들을 일반 병사와 전혀 다른 위치에 놓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알케이네스의 평민들은 어떻게든 귀족의 눈에 들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정말 미약하게라도 지배력을 내려 받을 수 있다면, 다른 평민들의 위에 설 수 있기 때문에.

- 그래도 아쉽네요.

“대신 저들을 얻었잖아.”

도현이 턱끝으로 주둔지의 전투 흔적을 치우고 있는 병사들을 가리켰다.

도현의 지배력에 완전히 복종한 이 알케이네스 병사들이었다.

“정말 이렇게 완벽한 지배라니. 이게 가능하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야.”

- 그러게 말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배신이나 배반을 생각하지 못하고, 정해준 기준을 벗어나지도 않는 이성적인 존재들이라니.

“그러게, 각자 다른 개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가 정한 기준은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니.”

- 그 첫 기준이 지성종의 취식을 금하는 것이었는데, 그것조차 전혀 의구심을 보이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까.

“몽땅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했어도 그렇게 복종했을 걸?”

- 복종을 넘어서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하는 수준인 거 같습니다.

“생각같아선 모두 죽이고 싶지만, 솔직히 그것도 너무 쉽지.”

- 네. 그냥 명령만 내리면 모두 자결을 할 테니까요.

“특별한 방법으로 정신 이상에 걸리는 경우가 아니면 절대 내 지배를 벗어날 수 없지. 신기해.”

- 저는 결과 보다는 그 지배력이란 것 자체가 궁금합니다.

“나도 그런데, 이건 아직 분석이 안 된단 말이지. 시스템의 힘으로 알케이네스 귀족의 뿔에서 흡수할 수 있고, 그것을 쓸 수도 있지만, 정체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 아마도 일반적인 힘이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 경지의 것과 비슷한 등급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일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래. 내 생각도 그래. 그래서 정신 에너지를 이용해서 건드려 보고 있는데 영 반응이 없단 말이지.”

- 갈래가 다른 힘이란 뜻일 수도 있고, 아직 로드의 정신 에너지가 미약한 탓일 수도 있겠군요.

“어쨌건 알케이네스 놈들까지 정리했으니, 이제 이곳 차원의 탐사를 진행하고, 책갈피의 빈 곳을 채워 넣는 것만 남았네.”

- 더 이상 방해는 없겠지요?

“그렇겠지. 세상에 차원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에 또 다른 종족이 난입하는 우연이 벌어지기야 하겠어?”

- 네, 그렇겠지요.

이제 학술원에서 준 책자의 빈 곳을 채워 나가며 차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면 어느 순간, 차원 등록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학술원에 차원을 등록하게 되면 이곳 차원에 대한 개발권을 받을 수 있고, 그 이후엔 소유권까지 획득할 수 있다.

“그래도 이제 지구는 빠르게 안정이 되겠네. 빨대를 뽑아 냈으니까.”

- 네. 로드.

“그런데 말이야.”

- 네?

“차원 에너지 흡수 장치하고 차원의 근원 응결장치. 좀 닮은 면이 있지 않아?”

- 그거야 용도가 비슷하니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음, 꼭 근원 응결장치의 다운그레이드가 흡수 장치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같은 설계에서 나온 거란 느낌.”

- 연구 용역을 줄까요?

“좀 알아보라고 해. 그리고.”

- 네, 로드.

“차원의 근원을 좀 응결해 보자.”

- 네? 잘못 들었습니다만?

“뭘 못 들은 척 하고 그래? 차원의 근원 응결장치를 만들어서 가동하라고.”

- 설마 그걸로 일곱 성의 차원을 진화시키실 생각이십니까?

물어보는 에포르의 목소리에서 흥분이 전해졌다.

분명 도현을 염려하는 기색이 가득함에도 숨길 수 없는 기대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차원의 근원에 내가 손을 댈 건지 아닌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장치를 알케이네스 제국 차원 어딘가에 설치하는 것을 고려중이지.”

- 알케이네스 제국 차원에서 근원을 뽑아내실 생각이십니까? 그렇게 되면······.

“차원 전체가 소멸하겠지. 일부만 뽑아내도 차원의 풍요는 사라질 것이고.”

- ······.

도현의 말에 에포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정은 도현이 하는 것.

조언을 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에포르는 마땅한 조언을 찾지 못한 것이다.

도현이 차원의 근원을 얻어서 그것으로 일곱 성 차원을 진화시키는 것은 에포르가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위험하기도 한 일.

지하 깊은 곳에 갇혀서 말라죽은 고대 레이미아 종족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에포르는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내 생각이지만 차원의 근원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누군가 찾아올 일은 없을 거야. 그러니 일단 응결장치를 가동해 보자고. 나머지는 그 뒤에 이야기하고.”

- 네, 알겠습니다. 로드의 뜻대로 준비하겠습니다.

이어진 도현의 말에 에포르는 깊게 허리를 숙이며 복명했다.

도현은 그 모습을 보며 학술원의 차원 탐사일지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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