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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09화 (109/184)

109. 무너진 하이트렌 호카 만프레의 희망

109. 무너진 하이트렌 호카 만프레의 희망

산성병사 1만을 이끄는 대장군.

그 밑으로 5천의 병사를 담당하는 5천인장.

각 천 명의 병사를 지휘하는 천인장과 그 아래로 백인장, 십인장까지.

1만의 대군이 하이트렌의 주둔지를 덮쳤다.

“막아!”

“막아라!”

이에 하이트렌의 기사와 병사들이 토성에 의지해서 수성전을 펼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성병사들 이외의 특수 병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

흑영, 레인져는 물론이고 탑의 성도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콰과광! 퍼버버버버벅! 쏴솨솨솨솨솨!

그에 비해서 하이트렌의 병사들은 마법사, 대형 쇠뇌, 궁병, 기사 등으로 병과가 다양했다.

게다가 기사들은 모두가 마스터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몇 명의 중급과 상급의 기사단장까지 있었다.

그러니 산성병사 대장군이 상급 마스터라 해도 기사단장에게 막혀 종횡무진 활약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5천인장 들도 마찬가지.

결국 기사단의 존재 때문에 산성병사들의 공성전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뭐지? 왜 소환사 놈은 보이지 않지?”

하지만 그럭저럭 수성전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데 비해서 하이트렌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주둔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은 소환체들이었다.

저것들은 때가 되면 다시 복귀될 수 있는 흙인형들.

하지만 자신의 병사들은 리페어가 불가능했다.

“소환사! 소환사 놈을 잡아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우리의 패배가 될 것이다.”

하이트렌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의 주위를 지키던 기사와 마법사들이 도현을 찾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했다.

전장 너머, 산성병사들이 왔던 방향을 살피고, 마법사들은 기척 탐지 마법을 연신 펼쳐냈다.

하지만 도현의 종적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이냐!”

하이트렌의 신경질이 한층 더 심해졌다.

그리고 그 시간 도현은.

* * *

“어서 챙겨! 에포르, 하나도 빼놓지 마라.”

- 네, 로드.

“흑영과 레인져들도 꼼꼼하게 살펴. 내가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

······.

도현은 하이트렌의 주둔지 안쪽, 차원 에너지 응집 장치가 있는 곳에서 전리품 수거에 열중이었다.

이곳은 하이트렌이 지구에서 차원 에너지를 뽑기 위해서 설치한 마도구가 있는 곳이었다.

그 크기도 거대하고, 거기에 달려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도 특별했다.

하이트렌은 이 장치를 통해서 지구에서 차원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차원벽이 허물어져 지구와 이쪽 차원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지구의 차원 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

이것은 도현도 처음보는 것이었고, 이런 것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거 하나하나가 엄청난 고가의 재료들이야. 이 장치를 이루고 있는 것들 중에 절반 가까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라고.”

도현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흡수장치 주변을 돌아다녔다.

- 로드, 이쪽에 창고가 있습니다.

그런 도현에게 에포르 병사가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흡수 장치를 보수하기 위해서 준비한 자재들이 쌓여 있는 창고를 발견한 것이다.

“오, 이 정도면 새로운 장치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정돈데? 뭐 핵심 장치는 안 되겠지만.”

- 장치를 거의 완전하게 분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설마 이곳에 흡수장치 매뉴얼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워낙 은밀한 기습이었잖아. 흑영대장이 큰 역할을 했지.”

중급 흑영 하나를 미끼로 던져주고, 하이트렌의 눈을 가렸다.

부관이 하이트렌에게 보고했던 섀도우 종족은 상급 흑영이 미끼로 던졌던 중급 흑영이었다.

그 덕분에 하이트렌과 부관은 섀도우 종족이 주둔지 침입에 실패하고 물러난 것으로 오판했다.

물론 한동안 주둔지 경계나 수색이 강도 높게 진행되었지만 흑영대장은 그 모든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주둔지의 핵심인 이곳까지 들어왔다.

그 후, 도현과 정신감응을 이룬 상태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을 전했고, 결정적으로 도현이 공성전을 시작하는 순간, 이곳에 있던 이들을 한 모두 암살하는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이트렌에게 이곳의 상황이 전해졌을 것이고, 차원 에너지 흡수 장치를 여유롭게 분해해서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현이라도 흡수장치 같은 것을 적에게 빼앗기느니 망가뜨리는 쪽을 택할 테니까.

“후아, 좋았어. 이제 끝났다. 핵심 부품들은 모두 확보했어.”

도현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좋게도 적의 방해가 들어오기 전에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남은 부분이 크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매뉴얼 만으로도 다시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니 아쉽지 않았다.

- 위의 상황도 예상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눈 돌리기 용으로 진행하는 공성전이었다.

그럼에도 크게 밀리지 않고 팽팽한 상황을 유지하는 중이다.

성벽에 의지한 적을 상대로 그 정도면 선전을 펼친 셈이다.

“그래도 기사단 전력이 꽤나 강한데?”

역시나 문제는 하이트렌의 기사들이었다.

- 그래도 계속하면 산성병사들 선에서 어떻게든 정리가 가능한 수준 아니겠습니까?

“대신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어차피 산성병사들은 재소환이 가능한 존재들이다.

그러니 소모전을 치르더라도 유리한 것은 도현이었다.

하지만 굳이 산성병사들만으로 공성을 할 이유가 있나?

- 그럼 좀 도와 주셔도 되겠지요.

“그럼 타이탄 몇 기 보내 볼까?”

- 그거 좋은 방법입니다. 주둔지 내부에서 타이탄들이 나타나면 알케이네스 놈들도 당황할 겁니다.

“그래, 거기에 흑영들과 레인져의 암습을 더하면 금상첨화가 되겠지.”

- 옳습니다. 할 때에는 확실하게 하는 것이 좋지요.

에포르 병사는 도현이 타이탄에 흑영과 레인져까지 더하겠다고 하자 흥이 나서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그렇게 헤이트렌의 패배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 *

쿠궁! 쿠궁! 쿠궁!

콰과과광! 콰르르릉! 콰과광!

“뭐? 뭐냐? 저런 게 왜 여기서?”

“저건 고브니 종족의 타이탄 같습니다.”

“타이탄이 저렇게 크다고? 저건 상급 타이탄 급인데?”

“어디서 저런 것이 나왔지?”

이들은 고브니 차원의 독립을 모른다.

그 전에 이곳 차원으로 왔고, 그 이후로는 알케이네스 차원과 교신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브니 차원에서 거대 타이탄과 기간트가 등장했고, 그 힘으로 그 차원이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주둔지의 중심에서 나타난 수십 대의 타이탄들이 일대를 파괴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거처는 물론이고 식당, 무기고, 지휘관의 관사, 마법사들의 연구실, 치료사가 상주하는 병원 따위를 가리지 않는 파괴.

거대한 타이탄들의 난동에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이, 이게 무슨······. 게다가 저기엔······.”

하이트렌의 눈에 허망한 기운이 부풀어 올랐다.

타이탄이 나타난 곳, 그 지하에는 차원 에너지 흡수장치가 있었다.

그런데 그곳이 지금 허물어지고 있었다.

차원 에너지 흡수 장치가 파괴된다면 하이트렌에겐 희망이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도 자신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 다음 대의 공작이 결정되면 자신은 목이 잘리겠지.

경쟁자를 남기지 않는 관례는 고위 귀족가일수록 더욱 굳건한 법이니까.

“어차피 돌아가지도 못하겠지만······.”

“네? 대공자님 뭐라고······.”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적도들에 맞서 싸우는 것 뿐. 그 결과는 오직 신의 뜻에 달렸을 뿐이다.”

“네, 대공자.”

“··· 알겠습니다.”

하이트렌의 말에 그를 호위하던 기사들이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싸움이 패배로 끝날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병사의 수에서도 밀리는데, 이제는 타이탄이 나타났다.

상급 타이탄은 마스터급의 기사들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여유 있는 기사는 하이트렌과 그를 근접호위 하는 이들 뿐이다.

“가자. 이젠 나도 쉬고만 있을 순 없겠군.”

그 사실을 하이트렌도 알고 있었다.

그는 검을 뽑아들며 앞으로 나섰다.

그가 향하는 방향은 주둔지의 중심.

차원 에너지 흡수 장치를 확인해야 했다.

“타이탄들을 하나씩 맡아! 나를 지킬 생각은 하지 마라!”

하이트렌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앞장서서 달렸다.

하이트렌은 공작가의 대공자.

계승 서열 1위에 있었던 몸이었다.

그런 그의 실력이 기사들만 못할까?

애초에 그런 수준이었으면 이만한 추종자가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우우우우웅!

달려나가는 하이트렌의 검에 붉은 오러가 짙게 맺혔다.

짙고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

중급 마스터의 상징이 검에 어렸다.

“꺼져라!”

콰과과과광!

하이트렌은 전력을 다해서 12미터급 타이탄을 수직으로 갈라버렸다.

12미터급 타이탄이라고 해도 중급 마스터가 전력을 다해 쏟아낸 기습 공격은 막아내지 못했다.

사실, 주위 건물을 파괴하느라 하이트렌의 공격을 뒤늦게 알아차린 면도 컸다.

미처 코어의 에너지를 모두 꺼내기도 전에 오러 블레이드에 수직으로 갈라지는 횡액을 당했으니까.

쿠구구구구궁!

“우아아아! 대공자님이 타이탄을 쓰러뜨렸다.”

“와아아. 대공자님 만세!”

“만세!”

그 모습에 기사들이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 고함을 질렀고, 그 고함소리에 병사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억지스럽지만 어떻게든 사기를 끌어 올리려는 안간힘이었다.

“어쭈? 내 타이탄을?”

하지만 그런 상황이 도현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

- 로드, 직접 나서실 생각이십니까?

에포르가 급히 도현을 부르며 물었다.

“왜? 내가 상대해도 어렵지 않게 이길 거 같은데?”

- 그건 그렇지만, 로드께선 이제 직접 칼을 휘두르는 것은······.

“알았다. 또 잔소리를 하는군. 그럼 기간트는 괜찮겠지?”

- 그거나, 그거나지만 그래도 직접 나서시는 것보다는······.

“그래, 그럼 캡슐 타이탄 꺼내 줘.”

도현은 구시렁거리는 에포르에게 특수 타이탄을 꺼내 줄 것을 요구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타이탄이면서 안에는 기간트 라이더가 이용할 수 있는 캡슐이 들어 있는 기체.

이것은 전장에서 기간트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해서 구상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타이탄의 기능을 가진 캡슐로 소형 타이탄이었다.

하지만 에포르가 그런 타이탄에 도현을 맡길 수 없다며 대형 타이탄의 내부에 캡슐을 넣은 특수 개체를 만들었다.

“뭐, 이 대형 타이탄만 보내도 저 새끼를 정리할 수 있겠지만, 그럼 손맛이 없지.”

도현은 에포르가 꺼낸 캡슐 내장형 타이탄에 탑승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직후 전장에 18미터급 초대형 기간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캡슐 타이탄에 누운 도현이 통제하는 거대 기체였다.

“저건 또 뭐야아! 저런 것이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거냔 말이다아!”

하이트렌은 절망감을 견디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며 기간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대공자!”

“공자님!”

“안됩니다!”

주위에서 싸우던 기사들이 고함을 질렀지만 하이트렌을 말릴 수는 없었다.

하이트렌을 멈춘 것은 거대 기간트의 대검이었다.

후우웅! 콰과곽! 쩌적!

“커어어억!”

털썩!

하이트렌은 기간트의 대검과 정면으로 부딪혔다가 그대로 충격을 이기지 못해 땅바닥에 처박혔다.

“끄으으으으.”

사지를 부들거리며 신음도 겨우 흘리는 하이트렌.

콰직!

그 곁에 기간트의 대검이 박혀들었다.

일순, 주둔지 내의 전투가 멈추었다.

= 꿇어!

기간트를 통해서 도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손맛도 못 보고 이게 뭐야? 기간트까지 꺼낸 보람이 없잖아 보람이.

망연자실한 알케이네스 인들의 귀에 도현의 짜증담긴 목소리가 여과 없이 흘러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숨에 알케이네스 종족의 전의를 꺾어버렸다.

그렇게 하이트렌 호카 만프레의 꿈은 허망하게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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